사법, 무너지나…

2월 27일 오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BR> 백성현 기자

2월 27일 오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백성현 기자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사와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은 검사와 판사를 ‘법왜곡 혐의’로 고소 고발할 수 있다.
 

그러면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검사의 기소가 정당했는지 심사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립하여 심판하는’(헌법 103조) 판사도 경찰 수사를 받게 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법을 왜곡했다’고 고발을 당하면 경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곽상언 의원(변호사·사법연수원33기)도 이같은 부작용을 지적하고,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붕괴된다며 법왜곡죄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했다고 밝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도 판사들에 대한 고소고발이 심심찮게 이뤄지는데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그 고소고발이 봇물을 이루고 판사들은 재판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원까지 도입되면 어떻게 될까.

“이 판결에 불복이 있을 경우 항소할 수 있고, 법왜곡죄로 판사인 저를 고소할 수 있으며, 판결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생각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이제 판결 선고할 때 당사자들에게 권리 고지를 이렇게 해야 하나라며 한숨을 지었다.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법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일부 판사들은 판사를 그만두어야겠다는 말까지 한다.
한 판사는 “갈 곳(로펌)도 없지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2월 인사에서 형사부 배치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법원장을 지내고 재판업무에 복귀한 부장판사는 “개혁이란 정당한 목적과 누군가가 입는 불이익을 능가하는 초과 우월적 공익이 있어야 한다.
‘사법 관련 3법’은 이 기준에서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제도 파괴 외에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피해자는 법관이 아닌 국민이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공공재인 법원이 망가지면 대체할 수단이 없다.
정당한 목적 없이 법원이 망가졌을 때 추후 복구가 가능할까. 법관들이 위축돼서 제대로 사법 작용을 하지 못하게 되고 우수 인력이 법원을 떠나면 최종 피해는 명백하게 국민이 입게 된다.
모르는 것일 뿐 가까운 시일 내 닥칠 현실이다.
이들 법안 도입은 법원 조직의 본질을 변화시킬 것이다.
앞으로 법원은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사직 고민" "무력감"… 사법부 흔드는 '개혁 3법' 폭풍

2월 24일 퇴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백성현 기자

2월 24일 퇴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백성현 기자

‘사법개혁 3법’ 주요 내용

법 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
판·검사가 재판 및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했을 경우 처벌

재판소원 도입(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원 확정 판결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추가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년 동안 단계적으로 26명까지 증원

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왜곡죄)’을 두고 법원 안팎에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법원이 여러 차례 입장을 내고 2025년 12월에는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음에도, 정치권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법안 통과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법원 구성원들은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

다수의 판사는 재판소원과 법왜곡죄가 통과될 경우 재판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법원 내부에선 “항소심에서 파기되면 ‘법왜곡죄’로 기소되고, 재판소원이 인용되면 ‘법왜곡죄’가 확정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법왜곡죄의 경우 많은 판사들이 위헌 제청 신청을 하여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고소와 고발이 많은 한국 특유의 법문화를 토대로 봤을 때 판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전국적으로 이뤄져 판사들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판사의 재판에 절대적 면책을 두고 있고, 독일은 나치라는 어두운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법왜곡죄가 도입된 것인데, 한국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어서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법원의 판사는 “사법부 내부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듣지 않아,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재판소원의 경우, 심판 대상이 법원의 판결뿐 아니라 재판으로 확대돼 형사 신청 사건 등 확정된 사안 모두를 청구할 수 있다.
심판 대상이 광범위해졌고 향후 어떻게 절차가 진행될지 불확실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법왜곡죄와 관련해 “법관이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가 된다면 늦은 시각까지 기록을 보고 고민하기보다 결론을 미리 정해 무난한 결론을 내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법판사 출신의 변호사도 “다수가 말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 사법부인데, 사법부가 무너지면 오히려 소수는 기댈 데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수가 아니라고 해도 인적 독립과 조직이 지켜줄 것이란 믿음을 기반으로, 양심에 따라 소수자를 위해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잘못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위축이 안 될 수 있겠나. 단순히 승진을 못 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대법관들이 강도 높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방 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관들 전체가 배수진을 치는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법이 모두 통과될 경우 대법관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다. 

사직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고법판사는 진지하게 사직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 법원에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법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피 신청을 해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면 받아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사는 법왜곡죄로 고소하면 제척될 것이라며 판사도 선택할 수 있게 돼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지옥 같은 상황에 노출될 것이고, 법원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법관 출신의 법조인은 2026년 법관 정기인사가 2월 23일 실시됐는데, 인사 이동 이후 인수인계로 모두가 정신없는 상황에 벌어진 정치권의 움직임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법왜곡죄는 지난 법원장회의에서도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고, 재판소원은 헌재에 사건 처리 역량이 갖춰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최소한 3개월 이내에는 각하든 본안 판단이든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인데 연구 인력 증원이나 시설 확충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재판소원 도입 시 법원과 헌법재판소 간 시스템 연계가 되어있지 않은 점도 현실적인 문제로 꼽힌다.
한 판사는 “법원의 기록 송부 절차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절차 미비에 따른 혼란과 그에 따른 시간적 손실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면 심판청구서와 판결문, 몇 가지 소송자료를 토대로 심판 대상 여부와 구체적 본안 심리에 들어갈 것인지 판단하게 될 텐데 충분히 심리가 가능할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안재명 기자   jman@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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