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타인 신뢰 높으면 삶의 만족도 더 높아
어린이·청소년·노년기에 영향력 더 커
곽노필기자
픽사베이
신뢰는 한 사회를 공동체로 지탱해주는 여러 사회자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신뢰는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다.
신뢰가 없다면 사회를 유지해주는 또 다른 요소인 규범과 네트워크도 제대로 작동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신뢰가 존재한다면 구성원들간의 협력이 촉진되고 불필요한 갈등과 거래에 드는
비용이 줄어 사회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는 경제에도 영향을 끼쳐, 한 나라 구성들 사이의 신뢰 수준이 10% 높아지면 경제성장률이 0.5~0.8%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뢰는 개인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심리학회(APA)가 발행하는 심리학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주관적 웰빙, 즉 행복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웰빙은 행복감을 포함한 감정적 경험과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6살 어린이에서 84살 노인에 이르는 전 세계 250만명을 대상으로 한 500건의 행복 연구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특히 신뢰와 행복은 서로 순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면 행복감이 높아지고, 행복감이 높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카트린 핀케나우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뢰는 모든 연령대 특히 어린이, 청소년, 노년층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
연구진은 신뢰를 대인 신뢰, 제도 신뢰, 일반 신뢰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삶의 만족도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처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에 대한 ‘대인 신뢰’가 행복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그 다음은 낯선 사람과 인류 전체에 대한 믿음을 나타내는 ‘일반 신뢰’였다.
연관성이 가장 낮은 것은 정부나 경찰, 은행 등 공공기관에 대한 ‘제도 신뢰’였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상호간
의미한 관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서로를 믿어주는 건강한 관계가 웰빙의 핵심인데 신뢰야말로 이런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것이 타인과 기관을 신뢰하는 사람이 더 높은 수준의 웰빙을 보여주는 이유라고 밝혔다.
신뢰가 행복을 구성하는 각각 측면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간 차이가 있었다.
신뢰는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와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기쁨이나 흥분 같은 긍정적 감정과의 연관성은 다소 약했다.
연관성이 가장 약한 것은 불안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이었다.
픽사베이
일생에 걸친 행복 영향력은 U자 곡선
신뢰가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은 연령대별로 다소 차이가 났다.
일생에 걸쳐 U자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청소년, 노년층이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고, 청년층과 중년층은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약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청소년 발달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데 집중하는 중년기는 타인에 대한 신뢰보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상대적으로 행복에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신뢰가 개인의 삶에서 다시 중요해지는 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다.
신체와 인지 능력이 약해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에 더 의존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가족, 공공기관 등에 대한 신뢰는 노인들의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을 이어주는 동시에 가짜 정보도 확산시키는 디지털 세상에서 신뢰 유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그러나 신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는 것인 만큼 가족, 학교, 정부는 모두 사람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뱃살 1kg 늘면 허리 압력 5배↑… 통증·당뇨 부르는 악순환 [건강한겨레]
윤은숙기자
게티이미지뱅크
복부 살이 1kg 늘면 허리 디스크가 받는 압력은 약 3~5kg, 무게로는 최대 5배 가까이 커진다.
여러 논문에서 검증된 수치다.
배 둘레가 불어나면 척추 사이 디스크가 눌리는 힘이 커지고, 결국 허리 통증이 생기는 이유다.
배가 앞으로 나오면 약해진 복근이 무게를 버티지 못해 자세도 변한다.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무너지고, 척추에 실리는 하중은 더 커진다.
박종혁 분당제생병원 척추센터 과장(신경외과)은 “비만이 척추질환을 불러올 수 있지만, 거꾸로 척추질환이 비만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요추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20~30m만 걸어도 다리 저림과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 활동이 힘들어진다.
운동량이 줄면 체중이 늘고, 심하면 당뇨
같은 성인병까지 이어진다.
박 과장은 “요추 협착증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정상인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며 “허리 통증과 함께 200~300m만 걸어도 다리 통증이 발생한다면 조기에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비만과 허리 통증은 서로를 부르는 ‘악순환’이다.
미국 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관절염·척추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체중 조절을 권고한다.
허리 건강을 지키려면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첫째, 체중 감량. 복부 지방을 줄이면 허리 부담이 줄고, 자세 변형도 예방된다.
걷기·수영·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과 플랭크 등 코어 운동이 효과적이다.
둘째, 바른 자세 유지. 비만 상태에서 허리 자세까지 무너지면 디스크 부담이 3~5배 커진다.
책상과 의자는 허리 각도가 90도가 되도록 조정하고, 컴퓨터 화면 높이도 맞춰야 한다.
무거운 물건은 허리를 숙여 들지 말고, 오래 서 있을 땐 발 받침대를 이용해 양발을 번갈아 올리는 게 좋다.
셋째, 충분한 휴식. 허리 통증이 심할 때는 무리한 운동이 오히려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걷기·수영도 통증이 있는 시기엔 피하고, 통증이 가라앉은 뒤 가벼운 활동부터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박 과장은 “건강한 척추에는 가벼운 운동이 도움이 되지만,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면 디스크 손상을 가속시킬 수 있다.
아프면 먼저 쉬고, 몸이 회복된 뒤 움직이는 게 좋다. 고 조언했다.
윤은숙 기자sugi@hani.co.kr
“나의 과거를 자주 회상하라, 우울한 노년이 치유된다 [건강한겨레]
인도네시아 연구팀, 최근 요양원 거주 노인 대상 연구
참여 노인들 행복감 찾고 내적 평화 얻어
옛 경험 떠올리며 문제 해결 능력도 높여
자서전 쓰기, 가상현실 이용 등으로 확산
김보근기자
최근 인도네시아 중부 자부의 중심도시인 세마랑의 한 요양원에서 실시한 연구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왈리손고 이슬람 국립대학교 연구팀이 4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회상 치료(Reminiscence Therapy)’가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4명의 노인 중 한 참여자는 과거 교장으로서의 활동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자아 정체성을 회복했고, 다른 참여자는 학창시절 스포츠 활동과 친구들과의 추억을 나누며 행복감을 되찾았다.
특히 58살에 ‘종교적 회심’을 경험한 한 참가자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며 내적 평화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회상 과정이 노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논문은 지난 8월초 ‘심리학 연구발표 저널’에 실렸다.
사실 회상 치료는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1960년대 미국의 정신과 의사 로버트 버틀러(1927~2010)가 처음 개념을 정립한 이래 전 세계 의료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검증된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2010년 덴마크에서 실시된 연구는 회상 치료의 효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10개 요양원을 대상으로 회상 치료를 실시하고 12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직원의 90%가 화상 치료를 유용한 치료 도구로 평가했다.
특히 직무 만족도가 증가하고 번아웃이 감소하는 효과까지 나타났다.
회상 치료의 효과는 신경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최첨단 뇌영상 기술을 통해 치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뇌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관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회상 치료를 실시하면 뇌 구조와 기능의 실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기억을 관장하는 기관인 해마의 회백질 밀도 증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어 주의집중과 실행기능이 개선된다.
더 나아가 공포, 불안, 분노 등 다양한 감정 반응을 처리하는 편도체의 진정시킴으로써 불안과 우울감을 줄여준다.
학계에서는 이런 효과가 △인지적 재구조화(과거 기억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여 부정적 사고 패턴을 교정) △자기효능감 강화(과거의 성공 경험을 재확인하여 현재 문제 해결 능력 향상) △서사적 통합(분절된 삶의 경험을 응집력 있는 긍정적 이야기로 재구성)을 통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회상 치료는 상담가가 대면 면담을 통해 과거를 물어보는 방식이 많이 쓰이지만, 자서전 쓰기 등 글쓰기를 통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는 평균 연령 71살의 참전용사 34명을 대상으로 10주간 자체 개발한 창작 글쓰기와 결합한 회상 치료를 실시한 결과, 우울 점수가 통계적 유의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몰입형 회상 치료’도 가능하게 됐다.
방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회상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고유한 생애 경험을 치료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획일적인 치료법과 달리 각자의 문화적 배경, 개인사, 가치관을 존중하는 개인 중심 접근법인 것이다.
꼭 전문 상담사가 아니라도 좋다.
집에서 나이드신 어르신에게 살아오신 생애를 자주 묻고 어르신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고 그것을 재구성해 발언하게 하는 것도 훌륭한 치료가 된다.
인도네시아 연구에서 보여준 것처럼, 회상 치료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과거 경험을 현재의 자원으로 변환하는 적극적 치료 과정이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회상 치료는 점차 치료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근 선임기자tree21@hani.co.kr
생존에 필요한 비상금 통장, 얼마가 적당할까
[요니나의 텅장 탈출 시나리오]
비상금 통장은 재테크 책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처음 재테크 시작하는 사람도 중요하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요. 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고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이유로 개설을 미루기 십상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서서히 머릿속에서 비상금 통장 존재가 잊히죠.
우리가 이것저것 구성한 재테크 포트폴리오에는 저축, 투자 등 장기간 묶여 있는 상품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유지 기간이 길수록 변수도 많아질 확률이 높아요. 그러다 불의의 사고나 코로나처럼 외부 요인으로 인해 수입이 불규칙해지고, 아예 수입이 줄거나 끊겨 급전이 필요한 최악의 상황을
아무런 대책 없이 맞이합니다.
심지어 언제 다시 정상화될지도 모르고요. 미리 비상금 통장에 별도 자금을 마련했다면 지금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비상금 준비가 어려웠다면 당장 생계를 위해 저축 납입금을 줄여야 하죠. 아니면 중도 해지 또는 담보 대출 등을 해야 하니 금전적으로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저축을 그만두어야 할 때 느끼는 불편하고 씁쓸한 감정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불필요한 일을 미리 막을 방법은 비상금 통장을 개설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비상금 통장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협하는 비상시에 어쩔 수 없이 꺼내 쓸 수밖에 없는 생존 자금입니다.
소비에 부족한 금액만큼 일부 꺼냈다가 다시 넣는 일시적인 용도가 아니라는 말이죠. 만약 여행, 의복, 미용 등에서 매번 금액이 부족해 비상금 통장을 건드린다면 따로 해당 분류에 맞는 ‘목적
통장’을 만들어 그 안에서 마음껏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이제부터 비상금 통장은 갑자기 소득이 끊겼을 때 생활하기 위한 자금을 모아두는 통장으로 생각해 주세요. 비상금은 한 번에 모으기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소액이어도 좋으니, 기간을 길게 잡아 꾸준히 스며들 듯 모아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비상금 통장에 얼마 정도 있으면 좋을까요? 직장인 기준으로 월급의 3배 정도 금액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 프리랜서도 같을까요? 고정 수입이 없는 업종이라면 처음에는 최근 3개월 치 평균 수입만큼 채우세요. 이후 각자 상황에 따라 추가로 늘리거나 유지합니다.
대내외적인
이슈에 따라 오래 소득이 끊기는 업종인가요? 그렇다면 순자산의 10%만큼 비상금을 늘려도 좋습니다.
10년 넘게 1인 기업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이유로 소득이 불규칙하게 들어왔던 적이 종종 있었죠. 그 당시 3개월 비상금만으로는 생활이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그 이후, 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순자산 10% 비중으로 비상금도 함께 늘렸습니다.
덕분에 기나긴 코로나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어요.
생존에 필요할 때뿐만 아니라 저축할 때도 비상금 통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심리적 안정감이 다릅니다.
평소 저축 만기까지 유지하는 게 어렵다면 비상금 통장에 함께 저축해 보세요.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열심히 모은 저축을 해지하는 대신 아닌 모아둔 비상금 일부로 해결하는 것이죠.
특히 2년 이상 예·적금에 가입했다면 저축 유지를 위한 비상금은 필수입니다.
만약 한 달에 30만 원 저축 계획을 세웠다면 10%인 3만 원은 비상금에 저축하듯 납입, 남은 27만 원은 적금에 넣어요. 주의할 점은 누누이 말했듯 소비가 필요할 때마다 야금야금 쓰는 용도가 아닙니다.
비상금으로 모은 자금은 꺼내 쓸 일이 없었다면 저축 만기 때까지 놔뒀다가 함께 재예치하거나 별도 비상금으로 계속 늘려나갑니다.
많이 사용하는 비상금 통장 금융상품은 입출금 계좌로 은행 파킹통장과 증권사 CMA 계좌가 대표적입니다.
두 상품 모두 일반 입출금통장보다 금리가 높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죠. 요즘은 우대금리 받고 이체 수수료 면제받는 조건도 그리 까다롭지 않아 이용하기 편합니다.
우대금리를 최대로
적용받는 한도가 정해져 있는 통장도 있어요.
먼저 파킹통장은 ‘파킹,’ 잠시 주차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적금 상품으로 묶어두기엔 중도 인출 가능성이 큰 자금을 잠시 묵혀두고 이자 받는 통장입니다.
CMA계좌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입출금통장이며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예금자 보호가 안 됩니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는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가 파산하면 원금과 이자를 예금보험공사가 1억 원(25년 9월부터)까지 보장해주는 제도입니다.
만약 거래하는 금융회사가 자기 자본이 많아 부실하지 않으면 예금자 보호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사 중 자기 자본이 많은 5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순입니다.
1~2위는 9조 원을 넘어요. CMA 계좌를 고를 때 높은 금리만 보는 게 아니라 증권사 자기 자본도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가끔 비상금 통장 금리가 예·적금보다 높을 때도 있는데요. 목돈을 장기간 넣어두기엔 파킹통장과 CMA 계좌는 일반 과세를 부과하고 우대금리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무엇보다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저축 상품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돈 모으기와 이자 측면에 아쉬울 수밖에 없어요. 비상금 통장은 이름 그대로 비상시에 써야 하는 생존 자금 만드는 목적으로만 쓰세요.
요니나의 텅장 탈출 시나리오는
실생활에서 체계적으로 돈을 아끼고 모으기 위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재테크, 단단하게 돈 모으는 방법을 김나연(요니나) 작가가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김나연 작가
농막이 지고, ‘쉼터’가 뜬다
이봉현기자
[이봉현의 농막 일기] 7. 체류형 쉼터
동네에 ‘체류형 쉼터’를 들여놓은 집이 있어 구경을 갔다.
6평 농막에 지내다 10평 농촌 체류형 쉼터(이하 쉼터)를 보니 4평 차이가 참 크구나 싶었다.
공간이 쾌적했고, 생활의 편의성도 높아 보였다.
농막에는 공간이 좁아 배치하기 어려운 아일랜드 식탁, 거실과 분리된
침실, 다용도실 겸 현관이 있었다.
정화조, 전기, 수도 연결은 농막과 다를 바 없었다.
문 앞쪽으로 방부목으로 데크를 짜고 탁자와 파라솔을 갖다 놓으니 아담한 전원주택이 됐다.
이렇게 꾸미는데 쉼터 가격 4500만원 등 5000만 원 남짓 들었다고 한다.
어릴 적 이 동네에 살던 쉼터의 주인은 부모님이 물려준 밭에 농촌 주택을 지어 귀촌하려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농막보다 크고 편리한 쉼터 설치가 가능해지자 마음을 바꿨다.
아들·딸들이 집 짓느라 속 썩고, 나이 더 들면 큰 병원이 있는 도시로 다시 나와야 할지
모른다며 주택 신축을 말렸다고 한다.
한 주에 2~3일씩 머물며 농사를 짓는 쉼터 주인에게 두어 달 써 본 소감을 묻자 “별 불편이 없다고 한다.
33㎡(10평)까지 건축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쉼터는 이제 ‘5도 2촌 인’의 농막뿐 아니라 귀농·귀촌인의 농촌 주택 수요를 대체하는 모양새이다.
텃밭 농사를 짓는 이에게 농막 외에 쉼터라는 대안이 생긴 것은 2023년에 있던 ‘농막 위기’가 계기가 됐다.
전국에 별장형 농막이 많다는 방송 보도가 몇 차례 나오자 감사원이 전국 20개 지자체 관내 농막 3만3천여개를 전수조사했다.
감사원은 데크를 설치하는 등 농막을
불법 증축하거나 농지법상의 목적(농작업 보조, 휴식, 농기계 보관 등)을 벗어나 주거나 별장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지자체의 관리는 소홀하다며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까지 요청했다.
하지만 농막에 대해 “법대로 하라는 감사원의 요청은 경직된 것이었다.
농막을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사용하는 등 명백한 불법은 단속해야 하지만, 시대 변화에 뒤처진 농막 규제가 불법을 유발하는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농막 내부에 쉴 수 있는 면적이 25%(1.5평)를 넘지
않아야 하고 밤에 잠을 자면 불법이란 규정은 전국에 있는 농막 상당수를 폐쇄하라는 뜻으로 들렸다.
귀농·귀촌이 하루아침에 안되니 5도 2촌인 같은 생활인구라도 늘려가려는 농림부, 행안부, 지자체의 농산어촌 활성화 정책과도 엇박자가 나는 감사 권고였다.
감사원 지적에 따라 농림부가 2023년 5월 농막 사용을 원칙대로 돌리려는 농지법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하자 게시판에 비판의 글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언론에도 부정적 보도가 잇따랐다.
결국 이듬해 4월 총선에서 역풍을 우려한 대통령실이 후퇴하면서 농막 규제 강화는
백지화됐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범주를 만든 게 체류형 쉼터이다.
낡은 법의 구멍으로 현실을 밀어 넣으려 한 것을 봐도 전임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얼마나 경직돼 있었는지 보여준다.
어쨌거나, 이를 계기로 텃밭 농사를 하는 이들이 바라던 새로운 범주의 농촌생활 시설이 나오게 됐으니 역설이다.
올 1월 24일 ‘농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쉼터에 대한 세부 규정이 나오자 쉼터 설치가 빠르게 늘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월 722건, 3월 991건, 4월 2527건 등 3개월 만에 4천건 이상의 설치 신고가 이뤄졌다.
쉼터 규정이 개정되리라 기대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리 준비하던 농막 제작업체들이 체류형 쉼터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1일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빌드 전시회’에서는 농촌체류형 쉼터 제작 업체들이 실물을 갖다 놓고 전시하면서 상담을 받았다.
직접 가서 3개 업체가 대표상품으로 내놓은 쉼터를 둘러봤다.
업체마다 고급 내외장재로 설비했다고 하는데, 공간 구성도 아기자기했고, 외부 디자인도 세련된 돼 별장 느낌이 들었다.
ㅇ업체는 거실, 침실, 욕실, 주방에 데크까지 갖춘 10평(길이 9.17m, 폭 4.62m, 높이 3.51m) 쉼터모델을 8900만원에 내놨다.
여기에 침실을 복층(높이 3.97m)으로 설계하고 황옥(토파즈) 찜질방을 3평 정도 더한 모델은 1억2천만원이라고 한다.
접이식 차양을 장착한 이 업체의
6평 농막 모델은 4800만원이었다.
ㅋ 업체는 외장을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마감한 경량철골구조 쉼터 10평( 길이 10.5m, 폭 3.5m, 높이 3.2m)을 부가세 빼고 4900만원에 판다고 했다.
싱크대 상하부장, 2구 인덕션, 50ℓ 온수기, 벽걸이형 냉난방기, 전기 패널 바닥 난방, 신발장을 갖췄다.
또 다른 ㅇ사는 목재로 된 중목구조, 강마루 바닥마감 3중 창호를 사용하고 다락이 있는 최고급 모델을 부가세 빼고 8900만원에 내놨다.
이들이 일반 농막보다 비싼 1억원 안팎의 쉼터를 내놓은 것은 주택을 대체하는 수요를 잡겠다는 뜻이 있어
보였다.
전시회에서 만난 ㅇ사 담당자는 “요즘은 농막에서 쉼터로 확실히 관심이 이동한 것 같다며 “직원이 12명이 나와 있는데 문의가 많아 전부 여기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연구원 같은 지역 연구기관도 향후 농막 수요가 상당수 쉼터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강원도에는 2~4월에 쉼터 설치신고가 888건으로 충남(641건), 경남(625건)을 앞섰는데, 강원연구원은 향후 10년간 강원지역에만 2만4천~7만7600개의 쉼터가 들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농막은 3년에 한 번 가설건축물 존치 연장 신고를 해야 한다.
아직 시행 초기이지만 쉼터도 마찬가지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공무원 징계를 언급하면서 지자체가 원칙적으로 하려 해 신고필증을 받기가 좀 빠듯해졌다.
읍면 소재지 공무원들이 최신 위성사진으로 위법 여부를
초벌 검사한 뒤 현장 실사를 나온다.
규정 면적을 넘어선 데크와 처마 설치, 마당 잔디밭 조성 등은 원상회복 지적을 받는다.
나의 경우 1년 전 재신고에서 비닐하우스의 3분의 1 정도에 검은 그늘막을 씌운 이유를 물었다.
작물 재배라는 본래 용도가 아니라 농기구 보관 등 창고로 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농촌에서 비닐하우스에 농기구를 보관하는 것은 일상 하는 일이라 종전에는 문제 삼지 않았을 일이었다.
감사 이전에는 귀촌 인구를 늘리려는 공무원이 농막에 주소이전도 가능하다고 권고했으나 옛일이 됐다.
나중에
어찌 되겠지 하고 규정 면적을 벗어난 데크, 주차장 등 이것저것 설치하다 재신고 때 철거명령을 받고 돈을 날리는 일이 생긴다.
나도 그렇지만 지금 농막을 설치한 이들이 쉼터 전환을 놓고 고민 중이다.
새로 교체를 해야 할지 아니면 별도로 4평을 추가해 체류형 쉼터로 전환할지 고민 중이다.
기존 농막도 쉼터와 같은 넓이의 데크와 주차장 설치를 허용하는 등 규제가 완화돼 종전보다 쓰임새는 좋아졌다.
올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농막의 쉼터 전환을 허용해준다.
새로 바뀐 체류형 쉼터 및 농막 규정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2월 ‘농촌체류형 쉼터·농막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민이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농촌 생활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농촌 생활인구의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고 쉼터의 목적을 밝혔다.
농림부 누리집에서 이 자료를 찾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지침에는 농막에 대한 부분적 규제 완화도 담겼다.
1. 설치기준 (면적, 구조 등)
-연면적 33㎡ (10평) 이내. 농막과 쉼터를 함께 설치할 경우 합산면적도 33㎡ 이내
- 가장 긴 외벽(보통 앞면) 길이에 폭 1.5m를 곱한 면적만큼의 데크 설치 가능. 주차장(13.5㎡) 설치 가능. 전기, 상수도 인입 가능. 데크, 주차장, 정화조 등 부속시설은 연면적 산정에서 제외
- 높이 및 층수: 1층, 높이 4m 이하. 전체 높이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락 설치는 일부 허용 (최대 1.8m)
2. 입지 및 설치제한 구역
-소방·구급차 등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에 접한 농지
-산사태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재지구, 붕괴 위험지역, 자연재해위험 지역 등은 제한
3. 사용 기간
- 최장 12년(최초 3년, 연장 3회 각 3년, 지자체 조례로 추가 연장 가능)
4. 관리 및 영농의무
- 영농의무: 쉼터·부속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농지에서는 영농활동 필수
- 전입신고 불가
5. 농막 규제 완화
- 3년 이내에 농막을 체류형 쉼터로 전환 가능. 기존 농막 철거 후 쉼터 신축하거나 기존 종막에 연접해 증축(13㎡) 또는 농막 위치 필지 내 별도의 가설건축물(13㎡) 설치 가능.
- 데크, 정화조 면적 등이 연면적을 초과한 현행법상 불법 농막도 쉼터로 전환 가능
- 가장 긴 외벽 길이에 폭 1.5m를 곱한 면적만큼의 데크 설치 가능. 주차공간(13.5㎡) 설치 가능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b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