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에 우산 씌워준 사진 한장에 인터넷 시끌시끌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한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에서 교체 아웃되며 벤 데이비스에게 주장완장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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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FC)이 찍힌 한 장의 사진을 계기로 또 터져 나온 한국의 '젠더 갈등'(성별 갈등)을 뉴욕타임스(NYT)가 주목했다.
NYT는 7일(현지시간) '이 축구스타는 여성 인터뷰 진행자의 우산을 들어줘야 했던 걸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소셜미디어 등에서 벌어진 이른바 '손흥민 우산 논란'과 그 논란의 배경이 된 젊은 층의 극심한 젠더 갈등을 조명했다.
이번 논란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 소속으로 뉴캐슬과 친선경기를 마친 손흥민이 빗속에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한장이 주목받으면서 시작됐다.
사진 속에서 여성 인터뷰 진행자였던 걸그룹 에이핑크 오하영은 인터뷰 중인 손흥민을 위해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은 이 장면을 두고 '한국에서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다른 쪽에서는 전혀 사실이 아닌 과도한 해석이라고 맞서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당시 손흥민이 양손에 마이크 장비를 들고 있어 우산을 들기 어려웠던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벤 데이비스는 같은 자리에서 진행자의 우산을 대신 들어주는 모습을 보여 본의 아니게 '비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NYT는 논란의 전개 과정과 함께 '서양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 배려하는 게 본능적'이라는 커뮤니티 댓글까지 소개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의 사진 한 장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의 젠더 갈등에 대한 격렬한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상당수 한국인이 이 사진에 '젠더 갈등'에 대한 자신의 날것의 감정을 투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젠더 갈등은 한국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라며 "특히 젊은 층에서는 선거, 출생률, 연인과의 데이트 등의 문제에서 자주 표면화한다"고 분석했다.
NYT는 '여성이 남성에 종속돼야 한다'는 뿌리깊은 유교 사상이 이런 갈등의 일부 원인이 되고 있으며, 갈수록 여성의 취업 기회가 확대되고 '미투 운동' 등으로 페미니즘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이런 믿음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가 남녀 갈등 문제에 대한 시각을 극단적으로 가르고 분노를 확산시킴으로써 논란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NYT에 "사진 하나가 이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 층에서 젠더 갈등이 매우 심각해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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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추론 모델 통합 "더 똑똑·빨라져"…모든 이용자에 무료 제공
"기술을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미션 실천 방식"
[오픈AI 제공]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오픈AI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기반이 되는 최신 AI 모델 'GPT-5'를 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GPT-5'는 오픈AI의 일반 모델과 'o' 시리즈의 추론 모델을 통합한 것으로, 플래그십 일반 대화형 모델인 'GPT-4o'와 추론 모델 'o3'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통합했다.
이에 앞으로 이용자들은 챗GPT 이용시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일반 모델이나 추론 모델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현재 모델 및 제품이 너무 복잡해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제품군을 더욱 단순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GPT-5'부터는 통합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트먼 CEO는 'GPT-5' 공개 하루 전인 지난 6일 사전 브리핑을 통해 "GPT-5는 큰 도약이며, 범용인공지능(AGI)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GPT-5를 직접 사용해본 후 GPT-4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GPT-5는 훨씬 뛰어나다"며 "마치 아이폰이 저해상도 픽셀 화면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넘어갔을 때처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GPT-3는 고등학생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면 GPT-4는 대학생과 대화하는 느낌이었고, 이제 GPT-5는 박사급 전문가와 대화하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GPT-5'가 지금까지 출시한 자사 AI 모델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빠르고, 가장 유용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GPT-5'가 수학과 과학, 코딩 등 주요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최첨단 성능을 보여주고, 환각(AI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정보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현상) 발생률도 현저히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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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한 것뿐만 아니라 훨씬 더 빨라졌다.
추론 모델인 'o' 시리즈의 경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통합 모델은 이용자 질문에 이전 모델보다 더 빠르게 답을 제공한다.
한층 더 정확한 답 제공과 함께 더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해졌고, 코딩과 글쓰기, 창조적인 표현에서도 이전 모델보다 더 뛰어나다고 오픈AI는 덧붙였다.
아울러 같은 질문을 반복할 때마다 다양한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이 가운데 자신에게 알맞은 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 브리핑에서는 GPT-5 기반 챗GPT가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챗GPT에 '영어를 사용하는 파트너가 프랑스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교육용 게임도 추가해 달라'고 하자 챗GPT는 뚝딱 웹사이트를 만들어냈다.
오픈AI는 "이런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은 실제로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최소 몇 시간, 아마도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는 GPT-5를 무료 이용자를 포함해 챗GPT 모든 이용자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플러스(Plus) 유료 사용자들은 더 높은 사용량과 향상된 버전을 경험할 수 있고, 프로(Pro) 사용자들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닉 털리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점은 GPT-5를 모든 챗GPT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4.0 때도 했던 일이며, 기술을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미션을 실천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위기 앞에서 새 길을 찾기보다 익숙한 길을 먼저 찾는다.
건물에 화재가 나면 자신이 들어온 문으로 나가려 한다.
더 빠르고 안전한 출구가
있어도 그렇다.
일이나 인간관계에 부딪칠 때도 그렇다.
잠을 줄여 성과를 냈거나, 사과보다 침묵으로 갈등을 피했던 사람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 든다.
하버드대 수전 데이비드 교수(심리학)는 이것을 ‘감정의 경직성’이라 부른다.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라고 안내해도 익숙한 길을 고집하는 운전자와 같다.
더 멀고, 교통 체증이 심한데도 본래 가던 길을 고집하는
것이다.
말 두 마리의 폭과 마차 바퀴 간격은 로마 제국 시대부터 유럽 도로 폭의 기준이 되었다.
이후에도 사람들은 도로를 새로 설계하지 않고 기존 도로에 맞춰 살았다.
유럽에 유독 경차가 많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경로 의존성’ 이라고 한다.
사람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먼저 사과하면 지는 거야’ ‘사람은 변하지 않아’ 같은 감정의 경직성은 과거의 직관을 당연시하는 습관에서 생긴다.
닫힌 벽만 보며 열린 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고 말하며, 그 공간에서 우리는 행동을 선택할 힘을 갖는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나는 마음이 유독 불안한 날, 일부러 왼손을 많이 쓴다.
왼손으로 문을 열고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한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낯선 동작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던 감정적 습관을 깨뜨릴 수 있다.
왼손 설거지가 움직이는 명상이 될 수 있듯 왼손을 쓰는 것 역시 요가가 될 수 있다.
이 작은 변화가 우리의 고정된 반응 패턴을 깨고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만든다.
화가 날 때마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던 사람이 산책을 나가거나, 슬플 때 침대에 누워만 있던 사람이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몸도
마음도 세상도 끝없이 변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변화에 대한 반응뿐이다.
그 첫걸음은 왼손을 쓰는 것처럼 작고 단순한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2010년부터 방영된 영국 TV 드라마 ‘다운턴 애비(Downton Abbey)’는 대히트를 쳤다.
드라마에서 귀족의 딸과 데이트를 마친 변호사가 떠나며 “주말에
다시 들르겠다”고 인사한다.
거실에 앉아 있던 딸의 할머니는 “주말이 뭐냐?”고 되묻는다.
작년에 타계한 영국 배우 매기 스미스의 이 대사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손님 접대나 피크닉, 사냥 등으로 소일하는 당시 귀족들에게 주중과 주말의 구분은 아예 없었다.
매일 여유롭고 휴가와 같은 삶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또 저택의 식사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정장을 입고 앉아 흰 장갑을 낀 하인들이 은쟁반에 담아 오는 음식을 차례로 먹는 만찬과
다르게 아침은 조용하고 소박하다.
노동을 하지 않는 귀족들에게 든든한 아침 식사는 필요 없다.
다만 집에 투숙하는 손님이 있을 땐 푸짐한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손님을 잘 접대할 겸, 또 잘사는 걸 살짝 과시도 할 겸, 산해진미를 고급 식기에 차려 놓는다.
이때 손님에게 몇 시까지 일어나 아침을 먹으라고 하는 건 결례다.
자고 싶은 만큼 충분히 자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 마음대로 먹도록 배려하는
게 예의다.
그렇기에 아침은 뷔페 형식이다.
점심이나 저녁과 달리 하인들이 가져다 주지 않는다.
하인은 주인과 손님이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이런 전통이 이어져 오늘날도 대부분의 호텔에서 아침은 격식 없는 뷔페로 제공된다.
단지 결혼한 여성의 경우, 배려를 해서 여자 하인이 방으로 차린 음식을 가져다준다.
화장하지 않은 채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특권. 오늘날 룸서비스의 기원이다.
물론 여자아이들이나 결혼 전 처녀들은 예외다.
많은 사람이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로 호텔 조식을 꼽는다.
아침 식사를 준비할 필요 없고, 눈을 뜨면 그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된다.
테이블에
차려진 화려하고 다양한 음식이 식욕을 자극한다.
빈번하게 과식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