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경에 젖어있을 때 쯤, 어쩐지 그녀의 표정에서 수상함이 느껴집니다. 나체의 무방비 상태인 남자를 먹잇감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현실이 되는 법. 완벽한 이상형이었던 여자는 송곳으로 남자를 찔러 살해합니다. 최고의 순간에 찾아온 최악의 불행이었습니다.
![“사랑엔 언제나 위험이 따르는 법이지” 영화 ‘원초적 본능’의 한 장면. [사진출처=IMDB]](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4/04/14/0005287747_001_20240414103901011.png?type=w647)
쾌락 속에서 상대방을 죽이는 잔인한 설정이지만, 동물의 세계에서는 이 또한 왕왕 일어납니다. 죽이는 것을 넘어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기까지 합니다. 교미가 과정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사마귀와 거미가 주인공입니다. 이들의 짝짓기가 그토록 그로테스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살인마 역을 맡은 샤론스톤. [사진출처=IMDB]](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4/04/14/0005287747_002_20240414103901074.png?type=w647)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
사마귀의 교미는 끔찍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덩치 큰 암컷이 작은 수컷과 교미를 하다가 끝날 때쯤이면, 수컷을 씹어먹기 시작합니다. ‘성적 동족포식’(Sexual Cannibalism)입니다.
어쩌다 한번 목격되는 장면이 아닙니다. 사마귀의 경우 교미의 절반 정도에서 ‘동족 포식’이 발생합니다. 암컷이 교미 도중 수컷의 머리를 씹어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치명적이라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섭니다. 짝짓기 한번 하려다 암컷의 먹잇감이 돼야 한다니. 이런 비극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눈에 생경하게 보이는 모든 것에 자연의 섭리가 담겨있기 마련입니다. 동족 포식에서도 ‘번식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생명과학과 아릭 버닝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미 중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은 더 건강하고 많은 알을 낳는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사마귀. [사진출처=Apple 2000]](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4/04/14/0005287747_004_20240414103901167.jpg?type=w647)
수컷은 알면서도 왜 잡아먹혔나
생물학자의 호기심은 그럼에도 커져만 갑니다. 아무리 교미가 좋다고 한들, 죽음도 두렵지 않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일부 학자는 오랜 진화의 세월 동안 수컷이 제 한 몸 바쳐 새끼의 영양분이 되어주는 자기 희생정신을 기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만 증거는 부족합니다.![성적 동족 포식 습성이 있는 네필라 거미는 암컷이 수컷보다 월등히 크다. [사진출처=JMGarg]](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4/04/14/0005287747_005_20240414103901219.jpg?type=w647)
사마귀처럼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거미세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피사우라 미라빌리스라는 거미의 수컷은 교미에 앞서 특이한 행동을 보이지요. ‘죽은 척’을 하는 겁니다.
![같은 종을 먹고 있는 거미. [사진출처=Kumon]](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4/04/14/0005287747_006_20240414103901257.jpg?type=w647)
생식기까지 자르는 수컷의 눈물겨운 투쟁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눈물겨운 종도 있습니다. 특정 거미들은 암컷과의 ‘합체’가 성공하면 자기 생식기를 절단합니다. 암컷이 자기를 잡아먹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고자’가 되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지요. ‘원격 교미’입니다.
![교미 후 암컷의 생식기를 절단하는 거미 사이클로사 아르젠테알바. [사진출처=이케다 마사키]](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4/04/14/0005287747_008_20240414103901318.jpg?type=w647)
짝을 찾는다는 것, 새끼를 낳는다는 것.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참 어려운 일입니다. 따뜻한 봄날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보다 서로를 보듬는 관계를 만드시기를.
![울 여의도 벚꽃길에서 외국인들이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4/04/14/0005287747_009_20240414103901376.jpg?type=w647)
ㅇ사마귀와 거미는 암컷이 교미 중인 수컷을 잡아먹는다.
ㅇ학자들은 이같은 ‘성적 동족포식’이 새로 태어난 새끼들의 영양을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ㅇ수컷 거미 일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생식기를 자르고 도망가기도 한다.(사랑 참 어렵다)
<참고 문헌>
ㅇ아릭 W.버닝 외, 동물 행동 84권 3호, 엘스비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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