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했으면 될 일을, 왜 선거 때 하겠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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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했으면 될 일을, 왜 선거 때 하겠다고 할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연설을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많은 신문이 노동시간 유연화와 주 52시간제 및 주4일제의 문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제안 등에 주목했다. 특히 노동시간과 관련해 이 대표가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지향점은 달라도 진보‧보수 양쪽에서 모두 이 대표의 말 뒤집기에 불만을 표시한 점이 흥미롭다.

우클릭에 좌클릭 더한 포퓰리즘

이 대표는 실용주의라고 평가되던 ‘먹사니즘’을 발전시켰다는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먹고사는 것을 넘어 다 함께 잘살자는 뜻”이라고 한다. 국민일보는“먹사니즘의 우클릭에 다시 좌클릭을 더한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진보적 기본사회를 외치다 보수적 성장론으로 선회하던 그의 정책이 이제 ‘기본사회+성장’이 됐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버린 ‘소득주도성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기본사회 성장론은 좌우를 아우른 실용주의라기보다 표퓰리즘에 더 가깝게 들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 대표가 우클릭하다 당내 강경파와 민노총이 반발하자 애매한 표현을 쓰며 후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는 “모두가 잘사는 잘사니즘이라고 포장했지만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노선일뿐”이라고 비판했다.

“너무 가볍고, 진폭이 크다”

신문들은 특히 노동시간 문제를 집중 비판했다. 노동시간은 국가 경제는 물론 가계와 기업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2018년 주 62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이는데도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며 타협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다시 주4일제를 제안했다. ‘주 40시간제’인 셈이다. 한국일보는“주 52시간 예외 한다던 이재명, 주 4일은 또 뭔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차분히 논의해도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인데, 이 대표가 근로시간 제도를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가볍고, 진폭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주 52시간 예외 허용문제에 대해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데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며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대표연설에서는 “첨단기술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며 다시 뒤집었다.

한국일보는 주 4일제가 인공지능 시대 중요 화두이긴 하지만, 하루가 다른 첨단기술 발전에 비춰 “우리 경쟁력과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할 수 있는지부터 찬찬히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그때그때 말을 바꾼다”면서“말로만 성장 실용이고, 실제는 이념과 포퓰리즘” 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지지율이 떨어지자 ‘먹사니즘’을 내세우고도 국민 25만원 지원과 남아도는 쌀 매입법, 노조편향적인 ‘노란봉투법’ 등을 밀어붙이고,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반도체법과 전력망 확충법, AI기본법 등의 처리는 미뤄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수시로 말이 바뀐다면 실용주의로 평가받기 어렵다”면서“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유연화도 하겠다는 건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의 한겨레도 ‘성장’을 급하게 내세우다가 다시 ‘노동권’을 강조하다 보니“전격적으로 정책이 오락가락 하는듯한 모습이어서 불안감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자초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정적 제거 수단이 되지는 않아야

이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세계일보는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국회의원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잦은 국민소환으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고, 국회 운영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신문은“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짚었다. 경향신문도 “이념적인 양극화와 팬덤정치가 만연한 정치 풍토에서 정쟁과 정적 제거 도구로 악용되지 않게 접근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조선일보가 “국민소환제 1호 대상은 바로 이 대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국민일보는 이 대표의 연설 “주요 대목마다 왠지 공허하다는 느낌”이라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다 뒤집은 전력을 짚었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는 국민소환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현재 한국의 정치 여건이“국회의원 국민 소환제 정도를 도입한다고 개선될 상황이 아니다”라며 “탄핵정국의 근원적 현안인 개헌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아쉬워했다.

당내 다른 목소리부터 허용해야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진보성향의 신문들은 연합정치 제안을 주목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경우 중도층 공략을 위해서도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한겨레는 민주공화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사람과 ‘헌정수호 연대’를 구성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해“당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고, 포용하는 통 큰 정치로 이어가기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경향신문도 “연합정치의 큰 길을 제시하는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길 기대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친명‧비명 불협화음이 커지는 민주당 내부에서부터…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구동존이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연합을 당 바깥으로 확장할 신뢰와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일보는 “정치가 앞장서서 소통과 토론을 통해 미래를 만들자”고 말한 대목에 대해 “지난 2년반동안 그가 주도한 극단적인 대결정치를 지켜봤던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인공지능부터 산업까지 망라하듯 정책 내놓은데 대해서도 이 신문은 “절대다수 의석 가진 민주당이 진작 해야 했던 일”이라고 질책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는 지적이다. 유권자도 말보다 행동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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