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늘의 디저트에서오마주에대해서 전해드렸어요.
프랑스의 귀족이 잉글랜드의 왕(정복왕 윌리엄)으로 등극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였죠.이 사건은 단순히 유럽의 역사만 바꿔놓은 것이 아니에요.
식탁의 메뉴 이름까지 바꿔놨기 때문이에요.
그 때 미처 전하지 못한 먹거리에 서려있는 맛있는 역사 이야기, 오늘의 디저트로 준비했어요.
저번
시간 복습부터. 서기 9세기, 바이킹의 침략에 시달리던 프랑스. 왕은 바이킹 수장 롤로를 노르망디 지역 귀족 영주로 삼았어요.
다른 바이킹과 야만족을 막으라는 조건이었어요.
200년의 시간이 지난 후 롤로의 후손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했어요.
노르망디 윌리엄 공작이 잉글랜드의 군주 ‘정복왕 윌리엄’이 된 거예요.
잉글랜드 ‘노르만 왕조’의 시작이었어요(현재 영국 왕 찰스 3세도 윌리엄 후손, 그러니까 바이킹의 피가
흐른다는 뜻).
"내가 이제 잉글랜드의 왕 윌리엄이다. " 19세기 화가 포드 브라운이 묘사한 정복왕 윌리엄.
윌리엄은 잔인한 군주였어요.
잉글랜드 귀족들의 작위와 땅을 모두 빼앗고 자기 편이었던 프랑스 귀족들에게 전부 나눠줬기 때문이에요.
잉글랜드에 터를 잡은 프랑스 귀족들은 반발을 우려해 높은 성을 짓고 방어태세에 들어갔죠.잉글랜드 전역에 아름다운 성이 남아있는 이유예요.
새로운 지배계층인 노르만 왕조의 공식언어는 (당연히) ‘프랑스어’였어요.
영어는 민중과 하층민의 언어로 천대했죠. 왕실에서는 언제나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눴고, 공식 행정 문서 역시 라틴어나 프랑스어가 사용됐죠. 영어는 천덕꾸러기 신세나 다름없었어요.
하층민과 하인들만의 언어로 고정된 거예요.
잉글랜드 하인들은 귀족들의 시중을 들기 바빴어요.
맛있는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를 요리해 서빙하는 건 잉글랜드 하층민의 몫, 프랑스 노르만 귀족들은 그저 음식을 음미하기만 하면 됐죠.
프랑스 귀족들은 쇠고기를 즐기면서 “c‘est bon, le boeuf”(쎼봉 르
뵈프·정말 좋은 소고기군)라고 외쳤어요.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잉글랜드 하인의 그 말이 머릿속에 쏙 박혔죠.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잰 체하며 쇠고기를 가리켜 이건 ‘beef’라고 소리친 배경이었어요.
영어에서 가축으로 키우는 소는 cow 혹은 ox라고 써요.
먹는 쇠고기에서만큼은 프랑스어 boeuf에서
따 온 beef를 사용해요.
프랑스어에서는 가축 소(boeuf)와 먹는 소(boeuf)를 구분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에요.
영국 왕실 문장 하단에 새겨진 'Dieu et mon droit'(신과 나의 권리)라는 프랑스어가 새겨져 있다.
이 역시 프랑스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한 노르만 왕조의 영향이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예요.
영어로 가축용 돼지는 pig라고 하지만 돼지고기는 pork라고 표기해요.
프랑스어로 돼지인 porc에서 따온 말이에요.
양(sheep)이 양고기(mutton)와
영어 표기가 다른 것도 프랑스어 mutton(양)의 영향을 받은 거고요.
프랑스 귀족을 따라하려는 잉글랜드 소시민의 허영이 새로운 단어를 창조한 거예요.
잉글랜드의 왕들은 계속해서 프랑스어를 고집했어요.
그러다 프랑스와 전쟁이 터지면서 왕실을 비롯한 귀족들도 잉글랜드에 동화되기 시작했죠.이후 제프리 초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같은
대문호의 등장으로 비로소 영어도 전성기를 맞았어요.
영국이 세계적인 대국으로 떠오르자 영어 역시 세계 공식 언어가 됐어요.
덩달아 beef와 pork같은 프랑스어 유래 영단어까지 우리에게 알려졌죠. 음식과 언어에 수많은 역사적 투쟁이 서려 있는 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