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 년 전의 바위 그림 역사책…반구대암각화!

1971년 12월 25일 동국대 불교유적조사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대곡천의 반구대암각화. 2023. 5 ⓒ이상원

1971년 12월 25일 동국대 불교유적조사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대곡천의 반구대암각화. 2023. 5 ⓒ이상원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포함한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가 ‘한양의 수도성곽’과 함께 문화재청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우연히 접했다.
문득 8년 전 한번 가보고 잊고 있었던 반구대암각화를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날씨가 맑은 날 오후에 카메라를 챙겨 그곳으로 달려갔다.

오후 4시경이 되어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에 햇빛이 비치자 잘 보이지 않던 그림들이 고배율의 망원경으로 보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600mm 망원렌즈로 암각화가 그려진 암면의 사진을 찍었다.
그 뒤 암각화 건너편 물가까지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암각화를 가까이에서 보고 다시 촬영을 했다.
그렇게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나의 탐구가 시작되었다.
공부를 할수록 놀라운 비밀과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반구대암각화는 원효대사가 머물던 반고사(盤皐寺) 터를 찾던 동국대 불교유적 조사팀에 의해 1970년 12월 24일 ‘천전리각석’이 발견된 이후 1년이 지난 1971년 12월 25일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발견되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불린다.

반구대암각화는 울산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변의 너비 약 8m 높이 약 5m의 절벽 바위에 다양한 물상이 섬세하게 새겨진 그림이다.
캔버스가 된 바위는 상단부에 지붕처럼 암반이 튀어 암각화 바위를 가려주고, ㄱ자로 꺾여 있어 비바람과 눈보라를 피할 수 있었다.
또한 바위가 북서쪽을 향하고 있어 기온 차가 적고, 해가 비치는 시간이 적어 자연풍화가 덜했다.
바위 앞에 물이 흐르고 있어 아무나 바위까지 건너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선사인들이 암각화가 오랜 세월 보존될 수 있었던 천혜의 장소를 찾은 것이었다.

반구대암각화 바위에 새겨진 물상의 수는 근래 정밀 실측 보고서의 결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2018년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에서 밝힌 물상은 모두 353점(미확인 물상 포함)이다.
고래, 물개, 상어, 거북이, 가마우지 등 바다동물, 사슴, 멧돼지, 호랑이, 표범, 여우, 늑대, 너구리 등의 육지동물, 활을 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나팔을 부는 사람 등 사람의 모습, 배와 작살, 그물과 덫 등 고래와 육지동물 사냥 도구 등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바위 하나에 이렇게 압도적인 규모로 풍부하고도 섬세한 묘사를 한 경우는 세계의 수많은 암각화 중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7천 년 전의 바위 그림 역사책, 반구대암각화. 2023. 5 ⓒ이상원

7천 년 전의 바위 그림 역사책, 반구대암각화. 2023. 5 ⓒ이상원

반구대 바위에 새겨진 그림은 새겨진 시기와 새긴 사람도 다르다.
4개의 시기가 겹쳐져 그려졌고,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완성된 집단 창작 예술품이라 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처음 새겨진 것은 신석기시대로 육지 동물이 바위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고, 처음 바위에 암각화를 남긴 사람들은 사냥꾼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두 번째 새김은 화면으로 쓰인 바위면 대부분에서 긴 세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때는 표현 대상의 윤곽을 선으로 잡아낸 다음 선 안을 모두 파내는 ‘면 새김’ 기법을 썼다.
사슴류와 같은 육지에서 사냥할 수 있는 짐승들이 다수 새겨지고 그 외 멧돼지, 개과에 속하는 것들이 등장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세 번째 새김의 중심 주제는 고래 사냥이다.
이미 알려진 기법들을 모두 사용하면서 화면의 빈 곳을 최대한 활용했다.
57마리나 등장하는 고래의 모습이 집중적으로 새겨져 있어서 반구대 하면 고래를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그림들이다.
수천 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래마다 생태적 특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숨구멍으로 물을 뿜는 북방긴수염고래,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는 귀신고래, 머리 모양이 뭉툭한 향유고래, 잠수하는 혹등고래, 범고래, 돌쇠고래, 참돔고래 등의 종이 확인되었다.
해초 사이를 헤엄치는 고래, 잡은 고래를 어떻게 잘랐는지를 보여주는 그림도 둘 있다.
그 때문에 반구대암각화는 ‘고래도감’이라고도 불린다.

반구대암각화 중 작살이 꽂힌 고래 그림이 인류사적 가치가 가장 큰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작살 옆에는 배를 타고 있는 사람과 물에 뜨는 기구인 부구가 함께 새겨져 있다.
2010년 8월 울산시 황성동 유적에서 사슴뼈 작살(골촉)이 박힌 고래뼈가 발견되어 연대 측정 결과 7천년 전 신석기 중기 이전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해안에서 신석기시대부터 고래 사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로써 반구대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으로 평가되었다.
이전까지는 노르웨이 사마족의 ‘알타 암각화’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으로 알려졌으나 반구대암각화로 인해 고래 사냥의 역사가 뒤바뀌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모습이 암벽에 새겨진 반구대암각화와 대곡천 일대. 2023. 5 ⓒ이상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모습이 암벽에 새겨진 반구대암각화와 대곡천 일대. 2023. 5 ⓒ이상원

수천 년 전 작은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 사슴뼈로 만든 작살로 수십 톤이 넘는 고래를 사냥하는 일이 어디 쉬웠겠는가.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기도 했을 것이고, 성공확률이 높지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고래 한 마리로 한 부족의 반년치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고래 사냥을 했고, 그 경험과 기억, 소망을 담아 반구대 바위에 암각화를 그렸다.
그렇게 이 땅의 신석기인들은 그들의 모험과 활약을 세계 최초로 고래 사냥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반구대암각화의 네 번째 새김은 주로 사나운 맹수류들, 호랑이나 표범 같은 것들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고래를 새기던 사람들이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나 새롭게 이곳을 찾은 이들은 바위를 쪼아서 맹수를 새기고 선과 무늬를 깊게 갈아서 더 뚜렷하게 보이도록 했다.
맹수가 경외의 대상이었기 때문이고, 주술적, 종교적인 행위와 관련해서 해석되고 있다.

육지동물을 사냥하던 사람들, 고래잡이를 하던 사람들, 맹수를 경외하던 사람들이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자신들의 생업과 관련된 대상을 익숙한 기법으로 새긴 것이 반구대 암각화이다.
그래서 반구대암각화를 ‘인류 이동의 비밀지도’라고도 한다.

신성한 공간이었던 반구대 암각화 바위는 언제부턴가 더 이상 사람이 찾지 않는 장소가 되어 수천 년 동안 잊혀졌다.
발견된 이후에도 처음 잠깐 언론과 일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으나 잊혀지다시피 했다가 20년이 지나서 그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1995년에야 국보로 지정되었다.

1965년 12월 울산공단의 공업용수를 공급키 위해 축조된 사연댐. 2023. 5 ⓒ이상원

1965년 12월 울산공단의 공업용수를 공급키 위해 축조된 사연댐. 2023. 5 ⓒ이상원

반구대암각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연댐이다.
사연댐은 울산의 공업용수 전용댐으로 1962년 만들어져 1965년에 물이 채워졌다.
지금은 2005년 상류에 만들어진 대곡댐과 함께 울산 시민의 생활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반구대암각화가 발견되기 전에 댐이 건설되어 암각화가 연중 8개월 가량 물에 잠긴 기간이 50년 간 이어졌다.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으로 대곡천의 유로변경, 암각화 앞에 차수벽과 생태제방 설치 등의 방안이 장기간 검토되고 모형 실험까지 시도되었으나 모두 실효성이 낮고 원형 보존이라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실행되지 못했다.
7천년 동안 보존되어 온 소중한 보물이 불과 50년 사이에 물에 잠기었다, 나왔다 반복하는 사이에 그 훼손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 되었다.
이 땅의 신석기와 청동기시대의 역사의 증거물이자 선조의 삶이 새겨진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사연댐의 만수위는 60m인데, 수위가 52m이면 암각화 하단, 56m이면 암각화 상단에 이르러 암각화가 잠기게 된다.
지금은 대곡댐의 수위 조절 등으로 수위를 49m 이하로 유지하고 있어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고 있으나 홍수 때는 대곡천의 여러 지류 하천에서 모여드는 물로 여전히 잠길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암각화 보존 대책으로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방안이 여러 유관기관의 협의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곡천에는 암각화뿐만 아니라 백악기 공룡발자국이 많이 발견되고 있고, 댐으로 물에 잠긴 곳에 다른 암각화를 보았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다수 있어 또 다른 암각화가 발견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사연댐에 수문이 설치되어 갇혀 있는 물길이 열리면 소중한 유적을 새롭게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때이른 기대도 하게 된다.

반구대암각화가 포함된 반구천 일원이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후 2021년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과 세계유산 <우선지정목록>으로 선정된 후, 금년 4월에 <등재신청후보>에 선정되었다.
향후 문화재청은 <등재신청대상>으로 선정 후 유네스코에 ‘예비평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려면 여러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고, 등재 후에도 보존과 관리를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에도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이 유지되지 않아 등재가 취소된 사례가 전 세계에서 세 군데나 되고, 탈락 위기에 처한 곳도 여러 곳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우리나라와 지역 주민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또한 가치와 지명도가 높아져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유적의 보존 관리가 유적 주변에 사는 주민의 일상과 갈등을 빚고, 늘어난 관광객과 관광개발로 인해 그들의 삶터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유적의 보존 관리와 주민의 삶의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행정적 조치가 이루어지고 상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반구대암각화는 햇빛이 비칠 때 그림이 잘 보이는데, 4월부터 9월 중순 사이 맑은 날 오후 4시경이 가장 잘 보이는 시간이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말까지는 햇빛이 전혀 안 비쳐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
햇빛이 비치더라도 알려진 그림을 모두 제대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보인다고 해도 어떤 의미를 담은 그림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관광지의 풍경 하나로만 보지 않고, 조금씩 공부를 하며 그 가치를 알다 보면 하나 둘씩 보이고, 이 암각화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를 차츰 알게 된다.
퍼즐을 맞추어가는 재미와 함께 위대한 유산을 남긴 조상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그 후예임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세계 유명한 학자들이 ‘연대 측정이 가능한 인류 최초의 포경 기록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 ‘유례없는 인류 최고 유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소중한 보물!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염원을 담아 바위에 그림으로 그린 역사책! 그것이 반구대암각화이다.

U자형 굽어진 하천에 한마리 거북이가 동쪽을 향해 엎드린 형상인 반구대. 2023. 5 ⓒ이상원

U자형 굽어진 하천에 한마리 거북이가 동쪽을 향해 엎드린 형상인 반구대. 2023. 5 ⓒ이상원

반구대(盤龜臺)는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옛이름 반고천)은 예부터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풍류의 장소였고, 구곡문화를 간직한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포은 정몽주가 귀양을 와서 시를 남겼고, 2008년에는 겸재 정선이 남긴 반구대의 산수화가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내게 반구대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1960년대 후반 초등학교 시절 그곳으로 소풍을 간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이 허술하게 싼 도시락을 들고 걸어서 왕복하기에는 꽤나 먼 거리였다.
그때 이미 사연댐이 만들어진 터라 물이 가득한 계곡을 작은 나룻배를 타고 반구대까지 건너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강가에서 찍은 흑백사진 한 장이 내 앨범에 보관되어 있다.

고려 말 대학자 포은 정몽주가 언양 요도 귀양살이의 시름을 담은 한시를 지어 포은을 추앙하던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반구대와
대곡천.
2023. 5 ⓒ이상원

고려 말 대학자 포은 정몽주가 언양 요도 귀양살이의 시름을 담은 한시를 지어 포은을 추앙하던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반구대와 대곡천. 2023. 5 ⓒ이상원

처음으로 반구대암각화를 찾았을 때 그곳에서 만났던 문화관광 해설사로부터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고향 마을 이름을 얘기했다.
그 분은 자신이 KBS방송국에 근무할 때 그 마을에 사는 ‘이종능’이라는 100세 노인을 ‘6시 내고향’이란 프로그램에 방송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우리 할아버지여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었다.
그 인연이 나를 다시 반구대암각화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19세 때 동학에 입교하여 평생 천도교인으로 꼿꼿하게 사셨던 분, 어릴 적 나의 바둑 스승이었고, 돌아가시기 몇 년 전까지도 내 바둑 친구였던 분, 103세에 하나 있는 아들이 갑자기 먼저 세상을 떠나자 자신이 너무 오래 살았다며 맑은 정신으로 곡기를 끊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셨던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 왔다.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는 긴 세월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하고 있다.
그 숨겨진 수많은 비밀을 아직 풀어내지 못하는 게 많고,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더 깊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컨텐츠와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7천 년의 기억을 담고 있는 반구대암각화!

그 그림이 주는 의미와 할아버지를 함께 떠올리며 나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고,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을까.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떤 인간으로 기억될 것인가…

여러 생각을 하며 나는 한없이 숙연해졌다.
이상원

바위에 새긴 선사시대 삶…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확실시’


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우리 정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BR> 등재 여부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BR> 사진은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우리 정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등재 여부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사진은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을 포함해 선사시대 한반도인의 삶을 드러내는 울주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26일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에 대해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등재 권고’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세계유산 분야 자문·심사기구인 이코모스가 ‘등재’·'보류'·'반려'·'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가운데 등재를 택할 경우 이변이 없는 한 해당 유산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된다.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BR>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울주 대곡리에 위치한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에 대한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ICOMOS), 이코모스)의 심사결과 세계유산 목록의 '등재 권고'를 통지받았다고 26일 밝혔다.<BR> 사진 국가유산청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울주 대곡리에 위치한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에 대한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ICOMOS), 이코모스)의 심사결과 세계유산 목록의 '등재 권고'를 통지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사진 국가유산청

울주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를 아우르는 단일 유산이다.
암각화란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 즉 바위그림을 뜻한다.
서로 2㎞ 정도 떨어진 이들 바위그림은 1970년대 초 잇따라 발견됐다.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자리해 있다.
높이 약 4.5m, 너비 8m(주 암면 기준) 면적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약 300여점이 빼곡하다.
특히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포함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학계에서 주목해왔다.

이보다 1년 전인 1970년에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높이 약 2.7m, 너비 9.8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로 추정되는 글도 포함돼 있어 6세기 무렵 사회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이들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 과정에서 대곡천 침수에 따른 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암각화 발견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이 홍수 조절 등을 위해 수위를 높일 경우 그림이 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도상 훼손 논란이 일었다.
최근 10년 동안에도 연평균 42일간 물에 잠겨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문제는 반구천 암각화가 2010년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데 이어 반구천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하 추진단)이 2021년 7월 출범하면서 공론화됐다.
식수원 관리와 문화유산 보존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 논란은 정부 차원에서 ‘사연댐 수문 추가 설치’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환경부는 사업비 647억원을 책정해 오는 2029년 말까지 사연댐 하단에 수문 3개를 설치할 예정으로 이 경우 문제되는 수위를 상당 부분 낮추는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우리 정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BR> 등재 여부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BR> 사진은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경. 사진 국가유산청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우리 정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등재 여부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사진은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경. 사진 국가유산청

지난 3월 서울 중구 동국대 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보묵천향(寶墨天香)―보배로운 먹, 하늘의 향기' 개막식에서 참석자가 '반구대 암각화 탁본'을 살펴보고 있다.<BR>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중구 동국대 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보묵천향(寶墨天香)―보배로운 먹, 하늘의 향기' 개막식에서 참석자가 '반구대 암각화 탁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진단에서 학술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최현숙 울산암각화박물관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간 이미 도상이 상당히 훼손됐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지난 10여년 간 암각화에 대해 수차례 3D 스캔을 한 결과 최초 발견 당시로부터 크게 변화한 게 없다고 조사됐다”면서 “유네스코 측이 실사를 왔을 때도 이 부분을 신중하게 따졌고 향후 대책도 면밀히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코모스 측은 ‘반구천의 암각화’ 등재 권고를 밝히면서 ^탁월한 관찰력에 바탕해 한반도에 살았던 이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창의적으로 풀어낸 걸작이며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증거이자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문화의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7월 6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국은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를 시작으로 가야고분군(2023년)까지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17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선사시대 삶 담긴 바위그림…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눈앞

김예나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오늘 논의…'등재 권고' 판단 받아 확실시
한국 17번째 세계유산 될 듯…北 금강산 등재 여부도 결정 앞둬

세계유산 등재 앞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세계 산 등재 앞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 위치한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2025.7.3 yongtae@yna.co.kr

(파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선사시대 삶과 문화를 품은 울산 반구천의 두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의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결과는 최종 심사를 거쳐 이날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암각화는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유산으로,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돼 있다.

세계유산 등재 앞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세계 산 등재 앞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 위치한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2025.7.3 yongtae@yna.co.kr

대곡리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1년 12월 발견된 이 암각화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와 함께 있는 고래 등 다양한 고래 모습과 사냥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대곡리 암각화보다 1년 먼저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바위 면을 따라 동물은 물론, 마름모와 동심원 등 기하학적 문양과 수많은 명문(銘文)이 남아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

두 암각화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상황이다.

세계유산 등재 앞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세계 산 등재 앞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 울주군 두동면에 위치한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지난 5월 유네스코 자문 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를 권고했던 만큼 사실상 등재는 확실시된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당시 이코모스 측은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천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울산=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2025.5.27 kane@yna.co.kr

등재가 확정되면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17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2023년 가야고분군까지 현재 총 16건(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의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선사 미술 전문가인 전호태 울산대 명예교수는 "다른 암각화 유산과 비교하면 반구천 암각화는 한 장의 캔버스에 작업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그동안 국제 선사미술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공인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울주 반구천

울주 반구천

(울산=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천 전경. 

이와 함께 한민족의 명산으로 꼽히는 금강산도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북한 측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에 대해서도 권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금강산은 반구천 암각화보다 늦게 등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면 북한의 3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 등 세계유산 2건과 인류무형문화유산 5건을 보유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엽서

금강산 관광 엽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에 금강산 관광엽서가 전시되고 있다.

선사시대 삶의 기록 ‘반구천 암각화’ 한국 17번째 세계유산 됐다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BR> 사진은 울주 반구대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사진은 울주 반구대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선사시대 한반도인의 삶을 드러내는 울주 반구천 암각화가 한국의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고 15년 만의 결실이다.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자 최응천 국가유산청장(가운데 한복차림)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BR> 사진 외교부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자 최응천 국가유산청장(가운데 한복차림)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이날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며,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하여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BR>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고 15년 만의 결실이다.<BR> 사진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고 15년 만의 결실이다.
사진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단일 유산이다.
1970년대 초 잇따라 발견됐고 특히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학계에서 주목해 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 과정에서 암각화가 접해있는 대곡천의 사연댐이 침수 훼손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고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하며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의 역할을 공식화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요 개발계획에 대해 세계유산센터에 알릴 것을 권고했다.

지난 5월 27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모습.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한반도 암각화 및 고분벽화를 40년간 연구해온 전호태(역사문화학) 울산대 명예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세계적으로 선사시대 미술 유물이 희귀하고, 특히 반구천 암각화의 경우 육지 수렵과 해양 수렵이 함께 표현돼 있어 독자적 가치가 크다”면서 “수천년간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지며 선사 및 역사시대 흔적이 남아있는 암각화 유적이 지속가능하게 관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황선익(한국역사학) 국민대 교수도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사연댐 논란을 포함해 십수년간 암각화 보존에 관한 논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 큰 성과”라면서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경관이 유지·관리될 수 있게 지자체와 해당 부처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은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를 시작으로 반구천 암각화까지 총 17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 6일 개막한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16일까지 계속된다.
15일엔 내년도 제48차 위원회의 개최국가(도시)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한국은 부산을 개최지 후보로 제출한 상태다.

동물·사람 그림 수백여점 바위에 빼곡…댐에 침수 훼손 논란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BR>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고 15년 만의 결실이다.<BR> 사진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고 15년 만의 결실이다.
사진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 국가유산청

울주 반구천 암각화는 서로 2㎞ 정도 떨어진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를 아우르는 단일 유산이다.
1970년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높이 약 2.7m, 너비 9.8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로 추정되는 글도 포함돼 있어 6세기 무렵 사회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이듬해인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자리해 있다.
높이 약 4.5m, 너비 8m(주 암면 기준) 면적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약 300여점이 빼곡하다.
특히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포함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학계에서 주목해왔다.

이들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 과정에서 대곡천 침수에 따른 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암각화 발견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이 홍수 조절 등을 위해 수위를 높일 경우 그림이 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도상 훼손 논란이 일었다.
식수원 관리와 문화유산 보존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 논란은 정부 차원에서 ‘사연댐 수문 추가 설치’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환경부는 사업비 647억원을 책정해 오는 2029년 말까지 사연댐 하단에 수문 3개를 설치할 예정으로 이 경우 문제되는 수위를 상당 부분 낮추는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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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반구천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됐다 고대 선조들, 고래·맹수 사냥 모습 그린 바위그림

    노형석기자
    12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 유산 등재가 결정된 직후 최응천 국가유산청장(가운데 한복입은 사람)과 김두겸 울산시장(최 청장 왼쪽) 등 한국 대표단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BR> 국가유산청 제공

    12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 유산 등재가 결정된 직후 최응천 국가유산청장(가운데 한복입은 사람)과 김두겸 울산시장(최 청장 왼쪽) 등 한국 대표단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바다에서는 덩치 큰 갖가지 고래들을 잡고, 산 속에서는 호랑이와 멧돼지들을 사냥했던 선사시대 한반도 선조들 삶의 흔적들이 전 세계가 인정하는 인류 문화유산 반열에 올랐다.

    12일 저녁(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남쪽의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 1회의장에서는 한국 대표단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첫 안건으로 올라온 ‘(울산)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에 대한 진행을 맡은 불가리아의 니콜라이 네노브 교수가 논의 결과 등재가 확정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순간 최응천 국가유산청장과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등 국가유산청·울산시 대표단 관계자들은 손을 치켜들어 환호하고 박수를 치면서 2년 전 가야고분군에 이은 한국의 17번째 등재를 자축했다.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이뤄진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공식 등재신청 절차를 마쳤고, 지난 5월 유네스코 자문 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등재를 권고해 등재결정이 력시되어 왔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전면 모습. 울산시 제공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전면 모습. 울산시 제공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을 일컫는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를 대표하는 예술품으로, 반구천 암각화는 사냥 도상의 특이성과 생동하는 묘사력 등에서 전세계 암각화들 가운데서도 첫손 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아왔다.
    1971년 12월 당시 청년 역사학자 문명대, 이융조, 김정배씨 등이 발견한 반구대 암각화는 가로 8m, 세로 4.5m의 절벽 너른 바위면에 긴수염고래, 귀신고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래들이 헤엄치는 모습과 이들을 작살로 잡고 해체하는 인간의 작업 등 다기한 고래 모습과 사냥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천전리 암각화는 대곡리 암각화보다 1년 앞서 발견됐으며, 가로 9.8m, 세로 2.7m의 바위에 고래, 사슴, 말 등의 바다·육상 동물은 물론 용 같은 상상의 동물까지 새겨놓았다.
    또한 마름모와 동심원 등 여러 종류의 상징적인 기하문양, 신라 법흥왕 시대 왕족과 화랑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답사기록까지 남아있는 역사적 보고로 평가된다.
    이코모스 쪽은 지난 5월 두 유적에 대한 등재권고를 하면서 “선사시대부터 약 6천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며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1971년 발견 당시 처음 찍은 반구대 암각화 초탁본. 동국대박물관 제공

    1971년 발견 당시 처음 찍은 반구대 암각화 초탁본. 동국대박물관 제공

    천전리 암각화 정면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천전리 암각화 정면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이번 등재 확정으로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2023년 가야고분군에 이어 올해 반구천 암각화까지 모두 17건(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의 세계유산을 갖게 됐다.
    한편, 한반도의 최고 명산으로 꼽히는 북한의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은 한국시간으로 13일 밤 등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데, 역시 이코머스 심의에서 등재권고 판정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남북한이 나란히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곡리 암각화의 다양한 동물 도상들을 표시한 도해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대곡리 암각화의 다양한 동물 도상들을 표시한 도해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파리/노형석 기자nuge@hani.co.kr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된다

    짐승·사람·기하학적인 무늬 등
    선사시대 삶 보여주는 바위 그림
    유네스코 심사기구 "등재 권고"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확실시된다.<BR> /국가유산청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확실시된다.
    /국가유산청

    선사시대 한반도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의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로부터 “한국이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권고한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코모스로부터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반구대 암각화 중 세계 최초의 포경(고래잡이) 그림. 음각 안에 양각으로 작살과 새끼 모습까지 묘사한 기법은 한층 고도의 암각화 기법이다.<BR> /사진가 강운구

    반구대 암각화 중 세계 최초의 포경(고래잡이) 그림. 음각 안에 양각으로 작살과 새끼 모습까지 묘사한 기법은 한층 고도의 암각화 기법이다.
    /사진가 강운구

    강운구, '반구대, 한국'(2019). 반구대 암각화 속 서 있는 고래들 위로 가장 높은 곳에 사람이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서 있다.<BR> 선사시대의 '생각하는 사람'이다.<BR> /뮤지엄한미

    강운구, '반구대, 한국'(2019). 반구대 암각화 속 서 있는 고래들 위로 가장 높은 곳에 사람이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서 있다.
    선사시대의 '생각하는 사람'이다.
    /뮤지엄한미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신석기시대 바위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는 사냥 대상인 짐승부터 사람, 도구, 기하학적 무늬 등 312점이 확인돼 ‘한국 미술사의 기원’이라 불린다.
    근처 천전리 암각화는 신석기시대 동심원과 겹마름모 같은 기하학적 무늬부터 신라시대의 글과 행렬도까지 625점이 새겨져 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국가유산청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국가유산청

    이코모스는
    ▲암각화의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며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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