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먹어 분해한 뒤 지방으로 저장하는 애벌레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체내에서 분해해 지방으로 저장하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위키미디어 제공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체내에서 분해해 지방으로 저장하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위키미디어 제공

플라스틱을 섭취한 애벌레가 대사작용을 통해 이를 분해하고 체내 지방으로 저장하는 새로운 생태적 메커니즘이 확인됐다.
플라스틱의 생물학적 분해 경로를 밝히고 이를 응용한 플라스틱 폐기 방안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이언 캐손 캐나다 브랜던대 교수 연구팀은 먹어치운 플라스틱을 대사작용으로 분해하는 애벌레의 대사 경로와 건강 상태 변화를 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실험생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꿀벌부채명나방(Galleria mellonella)의 애벌레인 '왁스웜'에 주목했다.
왁스웜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PE)을 섭취하고 이를 짧은 시간 내에 분해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선 약 2000마리의 왁스웜이 0.5g 무게의 폴리에틸렌 비닐봉지 한 장을 24시간 이내에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왁스웜은 섭취한 플라스틱을 분해해 지방으로 바꿔 축적했다.
연구팀은 분자생물학, 생리학, 유전체학, 재료과학 분석 기법을 동원해 왁스웜의 체내에서 플라스틱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추적했다.
플라스틱 분해와 지방 저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대사 경로도확인했다.
플라스틱이 애벌레 체내에서 어떻게 화학적으로 변화하는지 잔여물과 배설물의 화학 조성 변화도 살폈다.

분석 결과 왁스웜은 플라스틱을 소화 과정에서 지방산으로 분해한 뒤 이를 인간의 지방세포처럼 체지방으로 저장했다.
캐손 교수는 “사람이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체지방으로 저장되듯이 왁스웜도 플라스틱에서 분해된 지방을 에너지로 활용하지 않고 체내에 저장한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만 먹인 왁스웜은 며칠 안에 폐사하며 체중도 급격히 감소했다.
플라스틱만 섭취하는 왁스웜은 오래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다.
캐손 교수는 “적절한 당류 등의 보조 영양원을 함께 제공할 경우 왁스웜의 분해 효율을 유지할 수 있으며 생존력도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왁스웜의 플라스틱 분해 능력을 활용한 응용 방안을 두 갈래로 제시했다.
먼저 당류 등 보조 영양소를 함께 제공하는 폴리에틸렌위주 식단을 통해 왁스웜을 대량 사육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물학적으로 처리하면서 분해 주체인 왁스웜 개체를 늘릴 수 있다.
순환경제 시스템 안에서 운영된다는 장점이 있다.
왁스웜은 하루 만에 비닐봉지 한 장을 분해할 수 있는 강력한 분해 능력을 가진 만큼 플라스틱 분해에서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데 중요한 대사 과정을 따로 추출해 애벌레 없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새 방법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팀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나 장내 미생물을 찾아낸 뒤, 생명공학 기술로 재구성해 실험실이나 공장 등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왁스웜 자체도 새로운 자원으로 주목받는다.
연구진은 왁스웜이 고단백 생물체로서 양식 산업에서 어류용 사료 등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캐손 교수는 “실험에 따르면 왁스웜은 식용 어류에 적합한 고영양 공급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거친 삶의 바다에서 마음 근육 키우기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삶은 거친 바다와 같아서 어제까지 잔잔하다가도 오늘 갑자기 실패를 맛보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실을 경험하거나,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끔찍한 사건에 간접적인 트라우마를 겪기도 하는 등 살아있는 한 우리는 다양한 풍랑을 만나게 된다.
다만 주어진 환경이나 성격, 본인의 사고방식 등에 따라 사람마다 반응하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회복이 힘겨운 사람이 있다.

흔히 멘탈이 강하다고 하는 이런 특성은 물론 환경이나 타고난 성격의 영향도 크게 받지만, 다행히도 ‘생활 습관’ 의 영역에 가까운 평소의 사고방식이나 일상적인 활동들의 영향 또한 크게 받는다.
즉 회복 탄력성은 ‘근육’과 같아서 타고난 체격의 영향도 받지만 그 근육을 꾸준히 사용하고 발달시키는 사람의 영향 또한 크게 받는다.

운동도 아무거나 막 한다고 해서 근육이 발달하지 않는 것처럼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데에도 알아두면 좋은 가이드라인이 있다.
미국 심리학회(APA)에 의하면 다수의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우리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우선 첫번째는 관계를 만드는 것(build connections)이다.
힘든 일이 닥쳐올 때면 우리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고 아무도 나의 힘듦을 몰라주는 것 같다는 고립감을 느끼곤 한다.
가뜩이나 힘든데 여기에 더해 기댈 사람이 없다는 단절감까지 느끼는 바람에 더 희망을 잃고 싸우길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평소에 적어도 한 두명 마음을 털어놓고 기댈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혼자가 아니며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이 힘들 때 우리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트라우마가 되는 큰 충격을 받았을 때면 혼자 고립되어 있기 보다 애써 친구와 전화 통화라도 하고 식사라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서포트 그룹을 만들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혼자라면 싸워볼 엄두도 내지 않겠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며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 무시무시하게 강해질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우리의 감정은 기본적으로 누가 “그랬구나. 힘들었구나 하고 알아주기만 해도 사그라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심각한 질병, 실직, 상실 등 충격적인 일을 겪었을 때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이후 삶의 의지를 비롯해서 회복하는 속도에 큰 차이가 난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두 번째는 셀프 케어(self-care)다.
부모가 어린 아이를 돌보듯 내가 미숙한 나를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이다.
트라우마나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이 마음에 한정되면 좋겠지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처럼) 정신적 충격은 몸에도 상처를 남긴다.
따라서 힘들 때일수록 잘 먹고 잘 자고 적절한 신체적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을 하거나 종교활동, 일기 쓰기, 살면서 감사했던 일이나 기뻤던 기억들 떠올려보기 같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활동도 좋다.
당장의 힘든 감정을 지우겠다고 술에 빠지거나 애먼 곳이 화풀이를 하고 다니거나 또는 자포자기하는 등의 자기 파괴적 행동들은 피해보자.

세 번째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의미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사람들이 살면서 자신의 삶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행복할 때이다.
따라서 소중한 사람들 또는 강아지, 고양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영혼을 위로해주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작품에 빠져보는 등 “내가 이것 때문에 살지라는 벅찬 느낌을 절로 불어넣어주는 활동들을 한 두 가지 알아두도록 하자.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또 한 가지 방법은 바로 ‘남을 돕는 것’이다.
해봤다면 알겠지만 우울하고 인생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의 지갑을 찾아주거나 자리를 양보하는 등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돕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급격히 기분이 들뜨곤 한다.
친구에게 재치있는 선물을 줘서 감동을 전하면 그 배로 더 뿌듯한 마음이 내게 돌아오기도 한다.
자존감 즉 ‘자기 가치감’은 사회적 동물에게 있어 곧 쓸모있음감(내가 남에게 쓸모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느낌)과도 직결되어 있다.
때문에 누군가 나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아직 필요로 여겨지는 사람이라는 느낌과 함께 자존감이 상승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만약 의미를 찾고 자시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면, “오늘 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 한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새로나온 노래 듣기, 편의점 가서 아이스크림 사오기 같은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내가 해낸 것이 있다면 뭐가 되었든 내가 해낸 것으로 순순히 인정하도록 하자.

나의 경우 심한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뒷 산에 나가서 30분 산책하고 와서 나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다.
나의 메인 시스템들이 고장나서 작동하기를 거부하는 상태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사실 인간승리다.
많은 사람들이 해낸다고 해서 대단한 일이 대단한 일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인간인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내가 애썼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자.

또 나의 성취들이 평범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삶은 곧 시간이요 그 시간의 대부분을 채우는 것은 어차피 숨 쉬고 잠깐 TV 보다가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하는 평범한 순간들이다.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매 순간이 특별하기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현재는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이 평범하다며 실망하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10년 전 오늘 내가 들었던 음악, 친구와 함께 나누었던 대화, 그 때 했던 생각 같은 사소한 것들이 내 삶의 작지만 중요한 한 조각으로 남는 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마음 근육 운동법들을 보면 대체로 생활 습관 같이 사소한 것들이다.
건강한 마음 근육은 어느 날 큰 깨달음에 의해 급 형성되기 보다 평소 어떤 건강한 생각을 먹고 건강한 활동을 해왔느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방법들이 사소하다는 사실은 사소한만큼 더 쉽게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주기도 한다.

※필자소개

박진영《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귀하가 제공한 글은 회복 탄력성(resilience), 즉 삶의 풍랑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능력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미국 심리학회(APA)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핵심 요소들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또한, 글에서 언급된 세 가지 주요 요소—관계 형성, 셀프 케어, 삶의 의미 발견—를 중심으로 각 요소의 중요성과 실천 방안을 간략히 분석하겠습니다.

1. 관계 형성 (Building Connections)

중요성: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고립감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충격적인 사건(예: 질병, 실직, 상실) 후에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고 삶의 의지가 강합니다. 이는 관계가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감정을 공유하고 인정받는 과정이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기 때문입니다.

실천 방안:

  • 신뢰할 수 있는 관계 구축: 평소 1~2명의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이 됩니다.
  • 소셜 서포트 그룹 참여: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교류(예: 서포트 그룹)는 공감과 연대감을 제공하여 고립감을 줄입니다.
  • 작은 교류 시작: 힘들 때라도 친구와의 전화 통화나 식사 같은 가벼운 상호작용을 시도하여 고립을 방지합니다.

2. 셀프 케어 (Self-Care)

중요성: 정신적 스트레스는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식사, 수면, 신체 활동은 신체적·정신적 회복의 기반이 됩니다. 또한, 명상이나 일기 쓰기 같은 활동은 감정을 정화하고 내면의 안정감을 증진시킵니다.

실천 방안:

  • 기본적인 신체 관리: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예: 산책)을 유지하여 신체적 회복력을 강화합니다.
  • 정서적 돌봄: 명상, 종교 활동, 감사 일기 쓰기 등을 통해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고 긍정적 사고를 키웁니다.
  • 자기 파괴적 행동 피하기: 술, 과도한 화풀이, 자포자기 등의 행동은 단기적 위안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회복을 저해합니다.

3. 삶의 의미 발견 (Finding Meaning in Life)

중요성: 삶의 의미는 행복과 직결되며, 이는 자존감과 회복 탄력성의 핵심 동력입니다. 특히, 타인을 돕는 행위는 ‘쓸모 있음’을 느끼게 하여 자존감을 높이고, 작은 성취는 무기력 속에서도 자기 효능감을 증진시킵니다. 평범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 또한 삶의 지속적인 의미를 제공합니다.

실천 방안:

  • 작은 행복 찾기: 가족, 반려동물, 취미 활동(예: 음악 감상, 좋아하는 음식 즐기기) 등에서 기쁨을 찾는 습관을 들입니다.
  • 타인 돕기: 작은 친절(예: 자리를 양보하거나 선물하기)을 통해 타인의 기쁨을 경험하며 자존감을 높입니다.
  • 소소한 성취 인정: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작은 목표(예: 산책, 간단한 쇼핑)를 설정하고 이를 성취한 자신을 인정합니다.
  • 평범함의 가치 수용: 일상의 소소한 순간(예: 친구와의 대화, 사소한 기억)이 삶의 중요한 조각임을 받아들이고, 모든 순간이 특별할 필요는 없음을 인식합니다.

종합: 회복 탄력성의 실천적 접근

회복 탄력성은 타고난 성격뿐만 아니라 일상적 습관과 사고방식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이는 마치 근육처럼 꾸준한 연습과 관리로 강화될 수 있습니다. 위의 세 가지 요소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 단순함 덕분에 누구나 실천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희망을 줍니다. 예를 들어, 하루 10분 산책, 친구와의 짧은 대화, 감사한 일을 떠올리는 5분의 시간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입니다. 이러한 습관들이 쌓여 마음의 근육을 단단히 만들고, 삶의 풍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회복력을 키워줍니다.


음성 지시 따라 수술…돼지 담낭 제거한 로봇

사람의 음성을 들으며 로봇이 돼지 담낭 제거 수술을 수행하고 있다.<BR>

로봇이 사람의 음성으로 지시를 받으며담낭 제거 수술을 수행하고 있다.
Credit Ji Woong (Brian) Kim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지시에 따라 여러 단계의 수술을 스스로 수행하는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로봇은 돼지의 담낭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에서 외과의사의 개입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술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완수했다.

이번 연구에선 로봇에 '단계적 자율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자율 수술 시스템의 의료현장 적용 가능성을 한층 앞당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자평했다.

10일 학계에 따르면 김지웅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수술 절차 전체를 여러 개의 ‘하위 작업’으로 나누고 이를 언어 지시로 관리하는 계층형 프레임워크(구성체계) ‘SRT-H’를 고안했다.
이를 적용한 로봇이 돼지 담낭 제거 수술에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자율 수술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기존 자동화 기술과 달리 수술 전 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복강경 수술처럼 환자의 조직 구조가 다양하고 출혈로 인해 시야가 제한되는 환경에선 고도의 판단력과 조정 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 시스템은 한두 가지 동작을 자동화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실제 수술 환경의 복잡성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프레임워크는 자연어로 수술 단계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동시에실제 로봇 팔의 움직임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담관을 식별하고 클립을 부착한 후 절단하라는 지시를 주면 로봇은 이를 이해하고 최적의 위치를 탐색한 뒤 정밀한 손동작을 수행하는 식이다.
수술 도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움직임을 교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에 개발된 프레임워크는실제 수술용 로봇 '다빈치'에 적용돼 성능이 검증됐다.
실험에선돼지의 담낭을 절제하는 복강경 수술 가운데 ‘클리핑 및 절단’ 단계가 수행됐다.
이 수술 과정은 담관과 동맥을 식별한 뒤 각각 클립을 부착하고 절단하는 고난도 과정으로 총 17단계로 나뉜다.

연구진은 총 8개의 돼지 담낭 샘플을 활용해 모든과정을완전 자율 모드로 시행했다.
그 결과 모든 실험에서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실험 내내 사람의 개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로봇은 수술 속도 면에서는 인간 외과의사보다 다소 느렸지만 움직임은 더 부드럽고 경로는 더 짧았다.
수술 경로란 클립을 붙이기 위해 기구를 어느 위치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뜻한다.
사람이 조작할 때보다 로봇이 설계한 경로가 더 효율적이었다.
복잡한 수술 환경 속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로봇이 수술 과정을 하나의 묶음이 아니라 세부 단계로 인식하고, 이를 언어 지시로 받아들이며 오류까지 스스로 수정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자율 수술 시스템이 실제 임상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율 수술 기술이 널리 확산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술 로봇이 더 많은 상황을 학습하고 능동적으로 판단하려면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제 환자 수술 영상이나 의료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공개가 어렵고 인공지능(AI) 훈련용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환자 대신 가상 수술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또 공장 로봇에서 사용하는 다지점 조작 데이터를 의료 영역에 응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지점 조작 데이터는 로봇이 두 개 이상의 도구를 동시에 조작한 과정을 기록한 자료다.
예를 들어 공장용 로봇이 한 손으로 부품을 잡고 다른 손으로 조립하는 작업을 수행할 때그 움직임과 힘, 경로 등을 정밀하게 기록한 데이터다.
전문가들은 수술 역시 양손 조작이 핵심이기 때문에 이런 산업용 데이터를 의료 로봇에 활용하면 환자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자율 수술 능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산업용 로봇의 학습 모델을 수술용 로봇에 적용하면 별도의 환자 데이터 없이도 유사한 맥락에서 AI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포 다루는 기술로 노화 정복까지 노린다

지난달 30일 경기 판교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원일 메디포스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BR> 메디포스트 제공

지난달 30일 경기 판교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원일 메디포스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제공

“줄기세포 치료제는 태생적으로 변수가 많습니다.
기증자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르고 세포 반응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도 20년 넘게 단 한 번도 배양 실패 없이 의약품을 출하해왔습니다.
메디포스트만의 '전주기 노하우'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기판교 본사에서 만난 오원일 메디포스트 대표는 "‘세포를 다루는 기술’이야말로 줄기세포 치료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세포는 온도, 시간, 공기와의 접촉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치료 효능을 가진 세포라도 균일하게 대량 생산하지 못하면 제품으로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유래 동종 중간엽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다.
출시 13년차를 맞은퇴행성·외상성 연골 손상 치료제 ‘카티스템’은 지금까지 약 3만3000건 이상 투여됐으며 단 한 건의 배양 실패도 없었다.
오 대표는 "줄기세포를 개별 시술의 재료가 아닌 바이오의약품으로 정착시킨 첫 사례"라며 "그 기반이 된 것이 바로 생산 공정과 품질관리"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 교수로 재직하던 오 대표는 2004년 메디포스트에 합류했다.
줄기세포 연구 초창기 산업계로 뛰어든 그는 "줄기세포가 단순한 학문적 연구 대상을 넘어 실제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확장성을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확신했다"고 말했다.

동종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는 퇴행성 또는 반복적 외상으로 인한 골관절염 환자(ICRS grade IV)의 무릎 연골결손 치료제인 카티스템. 메디포스트 제공

무릎 연골결손 치료제인 카티스템. 동종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한다.
메디포스트 제공

● 전주기 생산경험이 만든 경쟁력...CDMO 시장에서 이어간다

최근 메디포스트는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에서 임상, 생산, 품질관리, 시판, 환자 투여까지 전 단계를 경험한 기업은 드물다.
오 대표는 이 '전주기 경험'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CDMO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세포를 실험실에서만 다룬게 아닌 개발, 허가, 판매, 환자 투여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한 회사"라며 "어떤 품질 기준이 실제로 환자 안전에 직결되는지, 어떤 공정이 실패를 부르는지몸으로 배웠다고 강조했다.

생산뿐 아니라 세포 선별, 배양, 품질관리(QC), 규제 대응까지 통합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줄기세포 CDMO는 단순한 위탁이 아니라 파트너십 모델이어야 한다며 “자체 개발 플랫폼을 토대로 맞춤형 공정개발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메디포스트는 최근 몇몇 바이오벤처와 고효능 동종 줄기세포 기반의 공동개발 및 CDMO 계약을 타진 중이다.
항노화, 면역세포치료, 재생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전임상부터 임상 GMP 생산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동남아 및 북미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CDMO 허브 구축도 검토 중이다.

오 대표는 “한국은 고난도 세포치료제 공정개발 인력과 노하우가 풍부한데 반해 CDMO 플랫폼은 제한돼 있다며 “메디포스트는 전주기 노하우를 앞세워 세포 기반 치료제의 상업화를 함께 실현할 수 있는 CDMO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차세대 플랫폼 ‘SMUP-Cell’…고효능 세포를 선별한다

제대혈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과 스멉셀 기술 설명 개요. 메디포스트 제공

제대혈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과 스멉셀(SMUP-Cell)기술 설명 개요. 메디포스트 제공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품질 균일성과 대량생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을 때 가장 큰 제약은 ‘균일한 세포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포는 기증자에 따라, 채취 시점에 따라, 배양 과정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메디포스트가 차세대 기술로 개발한 ‘스멉-셀(SMUP-Cell)’은 바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오 대표는 “카티스템 개발 당시 수술실에서 직접 환자에 투여되는 세포는 반드시 고효능이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며 “SMUP-Cell은 치료 효능이 크고 품질 편차가 적은 줄기세포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SMUP'은 좋은 세포의 선별기술(SMall cell),반복 계대배양시 줄기세포능유지(Ultra Potent), 상용화에 적합한 대량생산기술(Scale UP) 조건 확립의 약자다.
메디포스트는 수많은 배양 데이터를 통해 세포 크기와 분화 단계에 따라 효능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줄기세포 능력이 뛰어난 소형 세포만을 선별해 저산소 환경에서 배양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칼슘과 마그네슘이 포함된 특수 배지를 사용하고 계대배양 과정에서도 증식률과 줄기세포 특성이 유지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정 기술도 도입됐다.
기존에는 세포 분리와 세척, 분주 과정에서 사람 손이 개입될 여지가 많았지만 SMUP-Cell 플랫폼은 자동 세척 및 자동 분주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생산 간 균일성을 확보하고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대량 배양을 가능케 하는 전용 배양기 기반의 생산 설비를 구축해 산업화 기반을 갖췄다.

이 기술은 차세대 관절염 치료제 ‘SMUP-IA-01’에 적용됐다.
수술이 아닌 주사로 투여되는 이 제품은 수술 부담이 크거나 연령, 기저질환 등으로 수술이어려운 환자를 위해 개발 중이다.
냉동제형으로 만들어져 장기 보관과 해외 수송도 용이하다.
현재 임상 3상준비 중이다.
오 대표는 "카티스템이 환자 맞춤형 제품이었다면 SMUP-IA-01은 글로벌 보급형 모델"이라며 "유효기간과 공정 효율성, 환자 편의성을 모두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항노화 R&D 본격화…“노화 속도 늦추는 단백질 찾아냈다

지난달 30일 경기 판교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원일 메디포스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BR> 메디포스트 제공

지난달 30일 경기 판교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원일 메디포스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제공

줄기세포 치료제는 난치성 치료에 국한되지 않는다.
메디포스트는 항노화 R&D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제대혈 유래 단백질이 피부세포 노화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리쥬버네이션 리서치(회춘 연구)'에 발표했다.
메디포스트는 이를 활용해 항노화 기능성 제품과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핵심은 제대혈 유래 성분이 가진 세포 재생력과 노화 억제 효과다.
치료제를 넘어 기능성 제품과 면역세포 치료제까지 포괄하는 ‘건강한 노화(well-aging)’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에선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 노화 모델과 자연 노화 모델에서 각각 사람 피부세포에 제대혈 혈장을 처리해 그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노화 지표로 알려진 'SA-β-gal' 세포 수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세포 손상 및 노화 관련 유전자 'p16', 'p21', 'γH2AX'의 발현 수준도 현저히 낮아졌다.
항산화 효소인 카탈라아제 농도는 성인 혈장 대비 약 3배 이상 높았다.
제대혈 성분이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해 노화 진행을 억제하는 기전을 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메디포스트의 항노화 R&D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제대혈 유래 성분을 기반으로 피부 항노화 기능성 제품을 개발 중이다.

자회사 ‘이뮤니크(IMMUNIQUE)’를 통해 제대혈 유래 면역세포 기반 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주로 조절 T세포와 자연살해(NK)세포 등 면역세포를 활용하며 항노화뿐 아니라 면역질환과 항암 분야응용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오 대표는 “성인 유래 면역세포보다 증식력과 장기보관 안정성이 뛰어난 제대혈 기반 면역세포는 항노화 면역치료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는 ‘치료계획형’ 트랙을 통해 대규모 임상 없이도 치료 접근이 가능해졌다.
메디포스트는 이 트랙을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 ‘뉴모스템’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오 대표는 “첨단재생의료는 과학과 시술의 경계에 있는 만큼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치료계획형 트랙과 기존 허가 트랙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Q. SMUP-Cell의 가장 큰 기술적 차별점은 무엇인가.

“SMUP-Cell은 단순한 배양기술이 아니다.
고효능 세포를 선별해 배양하고 세포 내에 축적된 치료 능력을 유지한 채로 완제품까지 연결하는 전주기 기술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한정된 자원에서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Q. 메디포스트가 제대혈 기반 줄기세포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대혈은 신생아의 탯줄 혈액으로 성체 세포보다 건강하고 면역 반응도 적은 특징이 있다.
자가 줄기세포는 환자마다 품질 편차가 크고 생산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제대혈 기반 동종 세포는 미리 생산해 비축할 수 있다.
미리 제조 ·보관하고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오프 더 셸프(off-the-shelf)’ 치료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Q. 제대혈 기반 치료제의 단점이나 제약은 없나.

“기증자에 의존하는 만큼 철저한 품질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메디포스트는 치료효능을 예측할 수 있는 세폭 역가(potency) 마커와,공정 내 통제지표(IPC)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3만 건이 넘는 투여 사례에서 단 한 번도 출하 실패가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지점이다.

Q. 향후 10년, 메디포스트가 그리고 있는 최종 목표는.

“카티스템의 글로벌 허가, SMUP-IA-01의 시판, 그리고 항노화 플랫폼의 확보다.
줄기세포를 일회성 시술이 아닌 반복 가능한 치료로 나아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메디포스트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