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진웅. 콘텐츠웨이브 제공

서정민 | 문화스포츠부장요 며칠간 배우 조진웅 사태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지난 5일 온라인 연예 매체 디스패치 보도로 조진웅이 고등학생 시절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조진웅은 다음날 지난 과오에 책임을 지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사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논점과
생각거리를 남겼다.
이제 하나씩 곱씹어보자.1. 소년범은 ‘주홍 글씨’인가?청소년 범죄를 성인 범죄와 구분해 소년법으로 다루는 이유는 분명하다.
나이 어린 청소년들은 변화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의 특징”이라고 적었다.
조진웅은 과거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만 10~19살 소년에게 형벌 대신 ‘보호·교화·교육’을 목적으로 내리는 조처다.
관련 기록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 것도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조진웅에겐 소년범 이력이 주홍 글씨처럼 작용했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수준의 중범죄라는 것이다.
소년법의 취지와 죄의 무게 사이의 균형추는 어디쯤에서 맞출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2. 배우여서? 정의로운 척해서?소년법의 취지에 동의하고 이미 법적 처벌을 받은 걸 인정하더라도, 피해자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진웅이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배우가 됐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통은 더욱 커졌을 테다.
조진웅은 은퇴를 선언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명확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
한편에선 조진웅이 2021년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유해 국내 봉환 당시 ‘국민 특사’로 참여하고 올해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한 일, 12·3 불법 내란 비판 등 소신 발언을 이어온 점을 들어 “가증스러움”을 꼬집기도 한다.
그런데 과거 범죄를 저질렀다 해서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고 소신을 밝히면 안 되는 걸까? 범죄자 출신도 사회적으로 각성할 수 있지 않을까?3.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번 사안을 단독 보도한 디스패치는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어두운 면을 폭로하는 것으로 유명한 매체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범죄를 보도했다면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비공개가 원칙인 소년범 이력을 30년 지난 시점에 보도하는 게 공익을 위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집필노동자’ 이하나씨는 페이스북에 “계속해서 과거를 들춰내 몇명씩 삭제하는 데에 앞장서는 디스패치와 같은 언론사가
정의롭다고 착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비공개가 원칙인 개인의 이력을 터는 것이 과연 공익을 위한 것인가?”라고 썼다.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디스패치 기자 2명에 대해 “소년법 제70조를 위반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과거 죄의 대가를 어디까지 치러야 하느냐는 철학적 난제 앞에서 조진웅의 정치적 발언과 관련지어 진영 논리를 작동시키는 정치권과 이를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는 제 논에 물 대는 격이다.
한겨레도 이번 사안을 보도하면서 어느 선을 지킬 것인지 고민했다.
아직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4. ‘두번째 시그널’ 어찌할까?이번 사태 이후 방송가에선 ‘조진웅 지우기’ 중이다.
에스비에스(SBS)는 조진웅이 해설을 맡았던 다큐멘터리 ‘갱단과의 전쟁’ 내레이터를 교체해 방송했고, 한국방송(KBS)도 다큐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2021)를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문제는 내년 방송 예정인 ‘두번째 시그널’(tvN)이다.
한국 장르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시그널’(2016)의 10년 만의 속편으로, 김은희 작가와 김혜수·조진웅·이제훈 주연 3인방이 그대로 참여해 큰 기대를 모아왔다.
이미 지난 8월 촬영까지 마쳤기에 제작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배우가 물의를 일으키면 출연 작품의 공개가 연기·취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간 공동 작업물이다.
한 사람 때문에 사장된다면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공개는 하되 대중의 판단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종이에
아크릴(21×30㎝)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납니다.
고민도 있고, 즐거운 상상도 있고, 황당한 공상도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생각들은 점점 더 거대해집니다.
머릿속은 꽉 차버리고,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이 안 볼 때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나씩 슬쩍 길에 흘려버립니다.
그리고 좋은 생각, 예쁜 생각만 간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리는 아프지만,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유정훈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