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십 년간 함께 지냈던 반려견을 떠나 보내게 되었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이었고 준비할 시간은 짧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함께한 사진들을 돌아보는데 거기에는 많은 추억과 함께 다양한 감정들, 행복과 기쁨, 익살스러움, 피곤하고 지친 모습들, 또 여러 번의 이사와 이런저런 사건(책 출간, 유학, 미국에서의 첫 직장생활) 등 지난 삶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덕분에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우리 반려견에게서 얼마나 많은 행복과 위로를 받았는지 되새길 수 있었다.
이별은 힘들지만 함께한 기쁨이 몇 배나 더 크기 때문에 과거로 되돌아가더라도 역시나 다시 함께하겠다는 선택을 내릴 것 같다.
괜히 생각하면 힘드니까 돌아보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했지만 열심히 추억하고 함께 많이 행복했음을 확실하게 느끼는 편이 더 후회와 슬픔을 많이 내보내게 도와주는 것 같다.
그런 한편 우리 반려견을 만나서 너무 행운이었고 감사하다는 생각은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추억 또는 노스텔지어란 과거의 아름다웠던 시간에 대해 아쉬움과 소중함, 갈망 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첼시 리드 찰스턴대의
연구자에 의하면 소중한 이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후회를 곱씹게 만들기보다 그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에 덜 집착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 2년 간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경험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한달 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함께한 추억을 자주 떠올리고 추억함으로써 고인을 기린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부정적인 곱씹기와 잠을 설치는 등의 스트레스 증상을 비교적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름다웠던 시간을 추억하는 행동이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감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들을
쭉 보다가 반려견과 처음 만난 첫 1년의 사진이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열심히 찾아서 겨우 다시 그 때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은 듯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자주 들여다보면서 (마음 속으로) 강아지 별에서의 안부도 묻고 다른 가족들과도 좋은 기억들을 많이 나누고 싶다.
좋은 액자도 하나 마련하고 나무도 하나 심어야지. 삶은 짧으니까 아름다웠던 순간이 있다면
최대한 요란하게 표시해둬야 티가 나지 않을까.삶의 시간이 모두 반짝이는 것은 아니지만 작게 반짝이는 추억들이 모여서 대체로 밝게 빛났다고 말 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줄 거라고 믿어본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붕괴하는 국민의힘' 왜 찌질한가
소종섭 기자
19%.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나온 국민의힘 지지도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물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15%였다.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높았다.
세대별로 봤을 때는 70대 이상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았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과 70대 이상의 결과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대·지역을 망라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려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추락하는 국민의힘에는 날개가 없다.
문제는 날개가 없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뀐 지금도 상대를 공격하기만 하면 되는 줄 생각하는 관성이 작동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지율이 회복될 것으로 보는 무사안일이다.
'명심보감'에
나오지 않나. '행유부득 반구제기(行有不得 反求諸己, 일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으면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아라)'. 스스로 반성하고 혁신하는 노력이 없다면 절대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하물며 소속 당 대통령이 탄핵 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가 아닌가. 그야말로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인식이 안 되니 행동이 따르지 않고, 행동이 없으니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변화가 없으니 인기가 없고, 인기가 없으니 어떤 주장을 해도 공허하게 들린다.
한때 나라를
움직이는 집권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왜 이렇게 찌질해진 것일까.우선 책임지는 이가 없다. '내 탓이오!'가 없다.
꼭 자신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속한 집단이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시 중책을 맡았던 이들이 제일 앞줄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거나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아무도 기득권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행여 놓칠세라 그 끈을 꼭 잡은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기득권에
연연하니 보수주의 철학, 보수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없다.
'계엄'에 대해 반성·사과하고 단호한 조처를 하는 것은 필수·선결 조건이다.
과감하면서도 상징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그것 없이 상대를 질타하는 것만으로는 박수받을 수 없다.
시대 흐름에 맞는 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더운 여름이 됐는데 두꺼운 겨울 외투를 계속 입고 있으면 되겠나. 또 '대구·경북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전진기지가 돼야지 안식처가 되어서는 발전이 없고 확장성을 가질 수 없다.
소장·개혁파들도
말은 많이 하나 전체를 아우르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파편화돼 목소리를 낼 뿐 조직화 되지 않았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고 조직화해서 목소리를 내야 힘을 가질 수 있다.
백마 탄 초인 같은 당 대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다가는 고사할 수도 있는 게 국민의힘의 지금 상황이다.
총선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신뢰를 잃은 집단에 미래는 없다.
與 의원 포진 ‘민주당 내각’ 문제없나 [신율의 정치 읽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권력 분립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몽테스키외다.
몽테스키외가 권력 분립을 주장한 이유는, 권력의 속성이 무자비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무자비한 속성을 막기 위해 권력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 또 다른 인물은 존 로크다.
존 로크는 입법권 우위의 이중적·위계적 구조를 주장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은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얼핏 권력을 더 잘게 나누는 것이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권력을 둘로
나누는 권력 구조인 내각제를 실시하는 국가 대부분이 유럽 국가고 선진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권력을 둘로 나누든 아니면 셋으로 나누든 ‘실질적’으로 권력을 나누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권력을 나눈 것 외의 장치도 필요하다.
권력 분할 이외에 필요한 장치는 ‘임기의 불안정성’이다.
내각제에서의 실질적 권력 행사자는 총리다.
내각제 국가에서 총리 임기는 헌법 사안이 아니다.
때문에 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수시로 ‘교체할 수’ 있다.
이는 권력 분할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내각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융합된 상태에서 국정이 운영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임기가 헌법 사안이 아니라 권력을 수시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독재 출현을 방지하는 장치다.
즉, 독재적 혹은 독선적 행태를 보이면 국민이 바로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권력을 유지, 강화하고 싶어 하는 집권층에 언제 권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선사’해, 여론에 대한 반응성과 민감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역으로 말하면, 임기가 헌법적으로 보장되고 양당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융합될 경우, 권력자는 독재와 독선에 가장
빠지기 쉽다.
이런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은 권력 구조가 바로 대통령제 아래 여대야소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2차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거의 여소야대였다.
대통령제에서는 여소야대가 권력의 지나친 집중을 막아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견제할 수 있다.
지금 트럼프가 자의적으로 권력을 휘둘러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보면, 대통령제면서 여대야소가 형성될 경우의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권 당시 여대야소였다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도 과연 그것을
해제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친다.
다행스럽게도 여소야대였기에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큰 불행 중 하나가 될 뻔한 일을 막아냈다.
이렇듯 대통령제 아래서는 여소야대가 되어야 민주주의의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다.
반면 이재명정부는 ‘완벽한’ 여대야소이기 때문에, 자칫 독선에 빠질 수 있다.
그뿐인가. 이재명정부 인사 스타일이 지나치게 ‘여당 의원 위주’이기 때문에 여대야소를 넘어, 완전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융합 가능성도 보여준다.
역대 정권에서 내각에 여당 의원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특히 정권 초기일수록 여당 의원이 내각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이재명정부에서의 의원의 장관 겸직 비율은 44%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재명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의원들의 장관 기용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 같은 식구 봐주기’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이미 옛말이다.
진영이 극단적으로 갈린 이후부터는 동료 의원이 청문 대상자가 되더라도 절대 봐주는 법이 없어졌다.
이런 식의 해석보다는, 정치인이 장관이 되면 정무 감각이 있어
‘정책의 정치성’을 살리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국회와 정부 간 상대적으로 원활한 소통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청문회 통과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이들을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집행 과정에 있어 필요한 정무적 감각, 그리고 국회와의 소통 때문에 이들을 기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런데 단점이 더 많다.
가장 큰 단점은, 대통령제를 하면서 내각제식으로 국정을 운용한다는 점이다.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자칫 대통령제 단점과 내각제 단점이 혼합되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통령 임기의 헌법적 보장과, 내각제에서 나타나는 권력 융합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때 권력은 권위주의로 빠지기 쉽다.
대통령과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가 혼연일체, 한 몸으로 움직일 경우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더욱이 지금처럼 민주당 의석이 압도적일 경우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진다.
영국은 양당제 아래서 내각제를 실시한다.
이럴 경우, 특정 정당이 당연히 의회의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행정부도 구성한다.
이럼에도
영국에서 권위주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양당제라도 각 정당 내부에 다양한 계파가 존재해 서로를 견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는 다양한 계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니 우려가 커질 수밖에.그럼에도 이재명정부가 독선적인 정국 운영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여론 중시 기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 때문에도 그렇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이 임기가 끝난 이후에 다시 시작되어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말이 많다.
법무부 장관
내정자인 정성호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가 마땅하다는 주장도 한다.
국민이 재판 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뽑아주었으니,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당연히 이는 많은 법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자동으로 무죄가 된다는 논리 성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을 해소하면서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를 높여 사법 리스크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기세를 몰아 제23대 총선에서도 승리하면,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관리’될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면,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여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여론에 대한 반응성이 현실화된다면 대통령이 독선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만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테다.
사법 리스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