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엔비디아 GPU 5만개를 구매하고,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삼성그룹과 같은 큰 회사에 GPU는 필요하고, 오픈AI와 함께 건설하는 데이터센터에도 엔비디아의 GPU는 필요합니다. 이는 SK그룹도 마찬가지로, SK가 건설하는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GPU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GPU를 구매할수밖에 없었죠. 이것은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네이버도 마찬가지 입니다. 세 회사에게는 ‘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엔비디아 GPU를 남들보다 빨리 받을 수 있다’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젠슨 황의 방문에서 놀라운 것은 현대차가 엔비디아의 GPU를 5만개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피지컬AI에 엔비디아와 현대차가 30억 달러를 투자하고, 국내에 엔비디아와 현대차의 연구소가 각각 설립되며, 인력도 양성하게 된다고 하죠. 이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중 대부분은 현대차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어서, 현대차에게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 구매한 GPU는 자율주행차 개발, 로보틱스 개발, AI 팩토리 운영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실 제일 관심을 받는 것은 자율주행차 개발일거에요.
소비자들은 자율주행 현대차를 원한다
자율주행차 관련 엔비디아의 서비스는 크게 세가지인데요.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관련 플랫폼인 드라이브 AGX 토르, AI학습을 시키는 슈퍼컴퓨터를 뜻하는 DGX, 그리고 학습에 필요한 가상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옴니버스의 세가지에요. 이 세가지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기 때문에 현대차가 얼마나 이를 섞어서 사용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자율주행차에서 빠르게 앞서고 있는 중국 전기차 회사들(BYD, 샤오미, 지커 등)이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토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GM도 최근에 엔비디아 파트너십을 맺고 이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현대차도 충분히 투자를 해볼만하다고 결정한 것 같아요.
현재 현대차는 모빌아이, 퀄컴 등 여러 기업들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고, 텐스토렌트 등 외부 스타트업, 자체 반도체 개발 등 여러가지를 모색하고 있어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내세운 플레오스25와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것도 과제에요. 한국에서도 미국 테슬라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타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 반도체 도입이 현대차의 개발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해줄지가 궁금해요.
정의선 회장이 젠슨 황과 함께 무대에 선 것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것 같아요, 또한, 현대차가 한국 기업들 중 가장 앞선 로보틱스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도 엔비디아의 기술 도입이 로봇 분야에서도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