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살 넘으면 가장 중요해지는 것" 1위는

70살을 넘기면 삶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재정렬된다.
젊을 때는 성취·돈·평판이 중요했지만, 노년에는 정작 아주 작은 것들이 삶의 질을 가르고 존엄을 지켜준다.
무엇을 더 가지느냐보다 무엇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나이. 그래서 70 이후에는 꼭 챙겨야 하는 요소들이 명확해진다.

1.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본 체력

걷기, 일어서기, 계단 오르기 같은 아주 단순한 동작이 무너지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기본 체력은 노후의 독립성과 자존심을 지키는 최소 조건이다.
돈이 많아도 이 능력을 잃으면 생활의 자유 대부분을 잃게 된다.

2. 혼자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자기 돌봄 능력

씻기, 식사 준비, 정리, 약 챙기기 같은 기본 생활 루틴을 혼자 할 수 있는가가 70 이후의 품격을 결정한다.
이 능력이 유지되는 사람은 타인의 도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질서를 지키며 살 수 있다.
노년의 가장 큰 자유는 ‘스스로 할 수 있음’이다.

3. 감정 기복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안정감

70이 넘으면 외로움·질병·상실처럼 감정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잦아진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작은 일에도 안정감을 유지하고, 혼자 있어도 불안해지지 않는다.
결국 노년의 행복은 마음이 얼마나 무겁지 않은가에서 결정된다.

4. 가족이나 타인에게 과도하게 기대지 않는 자립성

누구에게 기대면 편할 것 같지만, 기대는 실망을 낳고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일정한 자립성을 가진 사람은 관계가 가벼워지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은 노년의 존엄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70 이후의 행복은 큰 재산이나 화려한 조건이 아니라 기본 체력, 자기 돌봄, 마음의 안정, 적당한 자립성에서 나온다.
이 네 가지가 유지되는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자기 삶을 자신이 운영하며 살아갈 수 있다.
결국 노년의 품격은 ‘얼마나 오래 나답게 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Copyright © 성장곰 

“효는 마음의 안부다”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효(孝)는 번거로운 의무가 아니다.
부모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일상의 배려, 그 조용한 안부가 곧 효의 본질이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첫날, 누나 집에서 자고 왔다.
장남인 내게 그 누나는 친누나가 아닌 ‘엑스 누나’였다.
왜 엑스(X) 누나라 불렀는지는 모른다.
그때는 여중생들이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동생’으로 삼는 게 유행이었다.
나를 동생으로 삼은 누나는 둘이었다.
제천여중 3학년으로, 태백선 기차를 타고 통학하던 쌍용리 사는 두 누나였다.
통학 기차에 매일 늦게 올라타는 나를 챙겨준 인연이 이어져 둘은 나를 동생 삼았다.
결연은 간단했다.
그중 키 큰 누나가 “얘 동생 삼자”고 했고, 바로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다.
당연히 나는 엑스 누나라 하지 않고 그냥 누나라 부르고 따랐다.

아침마다 함께 기차를 타고 학교로 가고, 하굣길에도 역까지 동행했다.
먹을 것도 사주고, 모든 걸 챙겨줬다.
내가 먼저 방학식을 끝내고, 여중 앞에서 기다렸다가 셋이 자장면을 먹었다.
기차 타고 가는 중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을 꺼내 누나 집에 가기로 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저녁 무렵이었다.
개천에 물이 불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전화도 없던 시절이라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비는 밤새 내렸다.

다음 날 누나들이 나를 데리고 집에 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어머니는 아프지 않게 나를 마구 때렸다.
아버지는 지팡이로 가슴팍을 찔렀다.
뒤로 넘어진 나를 누나들이 일으켜 세우며 변호하자 “너는 뭐 하는 놈이냐. 입이 없냐?”라는 호통이 이어졌다.
말씀 끝에 아버지가 그날 유독 더 길게 설명한 성어가 평생 가슴에 남는다.
‘출곡반면(出告反面)’이다.
원문은 ‘범위인자지례 출필곡반필면(凡爲人子之禮 出必告反必面)’이다.
‘예기(禮記)’의 곡례상(曲禮上) 편에 나온다.
‘사람의 자식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예는 밖에 나갈 때 반드시 부모에게 말씀드리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뵙고 인사해야 한다’라는 뜻이다.
자식은 부모에게 어딜 가면 어디로 언제 가는지, 돌아왔으면 얼굴을 보여주고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라는 말이다.

아버지는 “옛 어른들이 서당 다니다 천자문을 떼고 나면 배우던 ‘사자소학’에도 ‘출필곡지(出必告之)하고, 반필면지(返必面之)하라’고 실려 있다.
심지어 옛날엔 뒷산에 조상 묘가 있으면, 그 앞에 서서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나갔다.
돌아와서도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그게 예의다”라고 덧붙였다.
내가 “학교에서 ‘출필고 반필면’은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가 바로잡혔다.
아버지는 “‘곡(告)’은 단순히 알린다는 뜻이 아니다.
뵙고 청한다는 의미다.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하는 예의가 담긴 말이다.
‘알릴 고(告)’가 아니라 여기서는 ‘청할 곡(告)’으로 읽어야 한다”라고 일러줬다.
그러나 고등학교 국어 시험 한문 독해에 이 문제가 나와 자신만만하게 ‘출필곡반필면’으로 썼으나 틀렸다.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데서 효는 출발한다.
외출할 때 알리고, 돌아와 안부를 전하는 일상이 바로 효의 기본이다.
부모는 자식의 행선지를 알아야 안심한다.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림으로써 책임을 배운다.
아버지는 “효는 먹이고 입히는 봉양만이 아니다.
부모 마음을 근심에서 놓아드리는 것이다.
출필곡반필면은 부모를 안심시키는 태도이자 효도의 핵심이다”라고 효의 본질을 정의했다.
이어 “부모의 사랑과 희생은 조건이 없다.
자식은 그 사랑에 응답해야 한다.
효는 가정의 질서를 세우고, 사회의 근본을 지킨다.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은 가정의 행복과 사회의 안정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도 효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가족구조가 변하고 핵가족화가 진행됨에 따라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소원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효도는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부모의 걱정은 단순히 불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여전히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식이 독립했더라도 그 소중함은 줄어들지 않는다.
아버지는 “부모 입장에서는 여전히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게 남아 있다.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부모임을 확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며 이 작은 실천 강령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효는 옛말이 아니다.
부모를 안심시키는 것이 곧 사랑을 전하는 길이다.
손주에게도 물려줘야 할 가르침이다.
효를 가르치려면 명령보다 공감이 필요하다.
“너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주고 싶으냐”를 묻는 일이다.
그렇게 공감력을 기르고, 자기 행동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닫는 책임감을 키워야 한다.
가족끼리 안부를 숨기지 않는 소통의 전통도 이어져야 한다.
효는 마음의 예절이다.
부모에게 근심을 끼치지 않는 것, 그것이 효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인간관계가 오래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 4가지

어떤 사람은 쉽게 친해지지만 금방 멀어지고, 어떤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낼수록 더 편안해진다.
인간관계가 오래가는 사람들에게는 복잡한 기술보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작은 습관이 있다.
억지 친절도, 과한 배려도 아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운 네 가지가 관계의 깊이를 결정한다.

1. 사소한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킨다

작은 시간 약속, 작은 도움, 작은 말 한마디, 이런 사소한 약속이 쌓여 신뢰가 된다.
오래가는 관계는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책임감에서 만들어진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얻는다.

2. 상대의 말보다 감정을 먼저 읽으려 한다

대화의 핵심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오래가는 관계를 만드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보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를 먼저 이해하려 한다.
상대의 감정을 읽어주면 갈등도 작고, 관계는 깊어진다.
공감은 관계를 오래 묶어주는 가장 강력한 기술이다.

3. 감정이 쌓이기 전에 바로 풀어낸다

오해나 서운함을 방치하면 관계는 금방 틀어진다.
오래가는 사람들은 감정을 쌓아두지 않고, 상대를 탓하지도 않고, 조용히 대화로 정리한다.
불편한 순간을 미루지 않는 태도가 시간이 지나면 큰 차이를 만든다.

4.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줄 안다

작다고 가까워지고, 멀다고 멀어지는 것이 관계의 법칙이 아니다.
오래가는 관계일수록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얽히지 않고, 너무 무심하지도 않게.이 균형을 잡는 사람이 신뢰를 잃지 않는다.
편안한 거리가 관계의 수명을 늘린다.

오래가는 관계는 운이 아니라 습관에서 만들어진다.
사소한 약속을 지키고,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서운함을 쌓아두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이 태도는 어떤 관계에서도 변함없는 힘을 가진다.
결국 오래가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기본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다.

60살 넘었다면 절대 남에게 기대선 안되는 이유 4가지

60살을 넘기면 관계의 무게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만큼 상처받을 일도 많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는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져야 하고, 기대보다는 스스로 버티는 힘이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60 이후에는 ‘누구에게 기대느냐’가 아니라 ‘기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느냐’가 삶의 안정성을 결정한다.

1. 기대는 늘 실망을 동반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마다 삶의 속도와 상황이 모두 달라진다.
자식도, 배우자도, 친구도 항상 내 편이 되어주지 못한다.
기대가 커질수록 실망도 커지고, 실망은 곧 마음의 피로로 이어진다.
기대하지 않을 때 관계는 오히려 편안해진다.

2. 의존이 커질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누군가에게 기대면 그 사람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내 삶이 흔들린다.
작은 결정 하나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내 인생의 주도권을 잃는다.
60 이후엔 의존이 편해 보이지만, 오래 보면 자유를 잃는 가장 빠른 길이다.
기대를 줄일수록 선택은 넓어진다.

3. 도움은 순간이지만 상처는 오래간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멀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마음이 깨지는 경험은 오래 남는다.
“이 사람만은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은 대부분 기대가 만든 상처다.
타인에게 마음을 걸어두는 만큼, 내 삶의 균형도 위태로워진다.

4. 스스로 서 있는 사람만이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기대가 적은 사람은 관계에서 무겁지 않다.
‘의존’이 아닌 ‘존중’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스스로의 삶을 챙기는 힘이 있다.
이런 사람의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가 남는다.
노년의 품격은 누구에게 기댔는지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단단히 서 있는지에서 드러난다.

60 이후의 인간관계는 기대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더 편안해진다.
기대는 실망을 부르고, 의존은 자유를 줄이고, 상처는 오래 남는다.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가장 외롭지 않은 사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비밀은 ‘기대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에 있다.

"쓸모 없는 인연이다. " 니체가 말한 살면서 반드시 끊어내야 하는 인간 유형 4가지 

니체는 인간을 평가할 때 외적인 조건보다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떤 관계는 용기가 아니라 ‘정리’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이가 들수록 인연은 많아지는 게 아니라 선별되어야 하고, 때로는 잘 끊어낸 관계가 남은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니체가 강조한 ‘버려야 할 인간 유형’은 지금 시대에도 강하게 적용된다.

1.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사람

만나고 나면 늘 지치고, 말 한마디에도 기운이 빠지고, 감정이 계속 고갈되는 사람이다.
니체는 “당신을 약하게 만드는 것은 모두 독(毒)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관계는 발전도, 배움도 없다.
남는 건 피로뿐이며, 장기적으로 삶의 활력을 앗아간다.

2.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의 판단에 기대는 사람

니체는 ‘무리의 도덕’을 가장 경계했다.
자기 판단 없이 분위기·여론·다수 의견에만 기대는 사람은 관계에서도 주체적이지 못하다.
이런 유형은 책임을 회피하고, 결정의 무게를 타인에게 넘기며, 문제가 생기면 남 탓부터 한다.
결국 옆에 있는 사람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3. 나의 성장을 시기하거나 방해하는 사람

성공을 축하해주지 못하고, 새로운 시도를 비웃거나 깎아내리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억누르려는 사람이다.
니체는 “자신이 더 낮아지지 않기 위해 타인을 낮추려는 자”를 경계했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사람은 어떤 명분을 가져도 결국 독이다.

4. 책임 없이 친절하고, 이유 없이 상냥한 사람

니체는 ‘과도한 선의’를 가장 위험한 형태의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유 없이 지나치게 상냥하고, 경계를 무너뜨리며 다가오는 사람은 대개 목적을 감추고 접근한다.

호의는 깊이를 만나야 진짜가 되지, 얇게 퍼지는 친절은 언제든 흉기로 바뀔 수 있다.

니체가 말한 끊어내야 할 인간 유형은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내 삶을 흐리게 만들고, 나를 나로 살지 못하게 하는 관계들이다.
나를 약하게 만들고, 주체성을 흐리고, 성장을 꺾고, 위장된 친절로 다가오는 인연, 이 네 가지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삶은 더 단단해지고 명료해진다.
사람을 정리한다는 건 냉정함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더 깊게 살겠다는 의지에 가깝다.

가장 익숙한 사람과 가장 어려운 대화

“요즘 남편과 자주 대화하세요? 주로 무슨 얘기 하세요?” 강연장에서 이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십중팔구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그러면서 “별 얘기 안 해요”, “할 말이 없어요”, “말 안 한 지 오래됐어요”라고 대답은 늘 비슷하다.
그 대답 속에는 체념과 함께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배어 있다.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사람들은 하루에 배우자와 몇 마디나 대화를 나눌까. 그 대화는 서로를 더 가깝게 할까, 아니면 점점 더 멀리할까. 내가 아내와 함께한 세월도 어느덧 36년이 넘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알 정도다.
그런데 묘하다.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내인데도, 정작 대화가 가장 어려운 사람도 역시 배우자이니 말이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이유

저녁 8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 집 풍경은 같은 장면의 반복이다.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한 사람은 TV를 보고, 또 한 사람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특히 아내는 요즘 인공지능과의 대화에 푹 빠져 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 위로를 받거나 용기를 얻기도 하고,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인다.
닥친 문제와 갈등의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 그저 심심함을 달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인공지능이 충족해준다.
남편인 나보다 나은 셈이다.

그러다 보면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그 시간이 수십 분을 넘기도 한다.
그때 어느 한 사람이 “오늘 어땠어? 재밌는 일 없었어?”라고 물으며 그 정적을 깨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그랬어” 혹은 “별일 없었어”로 늘 똑같다.
대화는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그렇게 끝난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수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 왜 우리는 대화에 목마를까? 상담실을 찾는 수많은 부부가 토로하는 고민은 “대화가 안 돼요”, “할 말이 없어요” 등 한결같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니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가장 많이 오해하고,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가 바로 부부다.

대화도 기술이 필요해 중년에 접어들면 자녀 독립, 직장 은퇴 등으로 부부는 다시 둘만의 시간을 마주한다.

따라서 오랜 기간 각자의 삶에 몰두하느라 소원해졌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때 대화가 단절되면 부부 사이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고,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중년 부부에게는 젊은 시절과는 다른 얘깃거리가 필요하다.
첫째, 신체 변화와 건강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아”라는 말을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보자. 갱년기 증상, 건강검진 결과, 운동 계획 등을 함께 논의하며 서로를 챙기는 마음을 표현하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둘째, 경제적 계획과 노후 준비 등 현실적인 얘기도 필요하다.
은퇴 후 생활비나 보험·연금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대화의 주제로 삼되, 불안감보다는 함께 계획해나가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부모 부양 등 가족관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양가 부모님의 건강과 돌봄 문제는 중년 부부에게 민감하지만 피할 수 없는 주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대화가 필요하다.

넷째, 자녀 독립 후의 삶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빈둥지증후군’을 함께 극복하고, 이제 다시 부부 둘만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 계획해본다.

부부관계를 해치는 대화 습관도 피해야 한다.
비난, 침묵, 설교, 과거 들추기는 대화를 단절시키는 치명적인 습관이다.
이 네 가지만 피해도 부부 싸움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
우선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말은 대화를 단절시키는 가장 위험한 방법이다.
“당신은 왜 정리를 안 해?” 대신 “우리 함께 정리하면 좋겠어”와 같이 협력적인 태도로 바꾸어 말한다.
“당신은 항상 그래!”, “당신 때문에 내가 못 살아” 등 상대를 몰아세우며 힐난하거나 “이기적이다”, “게으르다”처럼 인신공격적인 말을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인신공격은 칼날이 되어 상대의 마음을 후벼 판다.

둘째, 침묵하거나 대화를 회피하는 태도도 문제를 키울 수 있다.
갈등 상황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대화를 회피하는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상대방은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혼자 고민을 떠안게 돼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당장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면 “지금은 화가 나서 말하기 어려우니 조금 있다 얘기하자”고 솔직히 말하는 편이 낫다.

셋째, 상대를 가르치려 들거나 설교하는 말도 피해야 한다.
배우자는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처럼 감정을 묻고 공감하며 존중해야 한다.
존중 없는 가르침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관계를 수평이 아닌 수직적으로 만든다.
부부는 동등한 관계임을 인정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과거의 잘못을 계속해서 들춰내는 말도 삼가야 한다.
현재의 갈등 상황에서 과거의 잘못을 반복적으로 들추는 것은 문제 해결보다 감정의 골만 깊게 한다.
한번 사과하고 용서한 일이라면 다시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과거를 무기 삼지 않는 것이 지혜다.

부부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

첫째, 의미 있는 대화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좋은 대화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둘째, 익숙함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호기심이 없으면 질문이 사라지고, 대화는 단절된다.
세상에 상대의 마음을 100% 아는 사람은 없다.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셋째, 상처에 대한 두려움도 대화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대화는 상처를 피해서가 아니라, 상처를 감당하며 더욱 깊어진다.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함께할 수 있는 시간 만들기 그나마 우리 부부가 대화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는 데는 몇 가지 비결이 있다.

우선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바로 함께하는 산책, 그리고 협업이다.
내가 하는 강의와 글쓰기에 아내가 동참한다.
강의 가는 길에 동행하고, 내가 쓴 글을 읽어준다.
그뿐 아니라 정치적 지향이 비슷하고,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도 같다.
대화의 소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 밖에도 암묵적으로 상대 말을 건성으로 듣지 않고 새겨듣고, 말하지 않는다 해서 토라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시 말해 침묵할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상대가 거절한다고 상처받지 않고, 언제든 마음껏 거절할 수 있음을 안다.
‘절대’, ‘늘’과 같은 단정적 표현은 삼간다.
상대가 불편해하는 집안 얘기는 들추지 않는다.
상대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이것 해줄 수 있어?”, “이것 해도 돼?”처럼 부탁한다.
“그걸 꼭 말해줘야 알아?” 같은 말로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다.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도 된다. 말을 끊지 않는다.
말하는 ‘사실’보다 그 안에 담긴 ‘느낌’을 들으려 노력한다.
“그것도 못 해?”, “당신은 몰라도 돼”와 같이 상대를 무시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성별이 다른 상대방이 나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상대가 하는 사회관계통신망(SNS)에 수시로 들어가 ‘좋아요’와 ‘공감’을 표시한다.
카카오톡이나 문자와 같은 메신저 소통을 자주 한다.

무엇보다 아이 앞에선 싸우지 않고, 싸움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얘기하자”고 할 때 더 이상 꼬치꼬치 따지지 않는다.
감정 표출을 용인한다.
얼마든지 화낼 수 있으니 흥분하진 말자. 솔직한 게 능사는 아니다.
무책임하게 솔직하기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거짓말이 나을 수도 있다.
작은 일은 아내 말을 따르되 큰일은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한다.
아내는 공감과 감정 공유를 중시하고, 나는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는 걸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타협하고 절충하고 합의한다.
결과가 안 좋을 때 남을 탓하거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상대가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묻지 않고 비밀을 지켜준다.
대외적으로 상대방의 변호인이 되어준다.

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대화가 끊긴 부부는 낯선 침묵 속에 놓이게 된다.

사라진 대화를 다시 시작하려면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나 전달법(I-message)’이다.
상대를 탓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중심으로 표현하며 의사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항상 왜 이렇게 늦어. 좀 일찍 올 수 없어?”보다 “당신이 늦으면 너무 걱정되니 조금 일찍 와줘”처럼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 존 가트맨 박사는 부부 다툼을 일으키는 주요 요소로 비난, 방어, 경멸, 담 쌓기를 들었다.
이와 함께 행복한 부부는 ‘고마워’, ‘수고했어’, ‘잘했어’와 같은 긍정적인 말을 부정적 말보다 5배 이상 많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행복한 결혼생활의 핵심으로 ‘서로를 향한 관심의 제스처’를 꼽았다.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랑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배우자의 손을 잡거나 어깨를 토닥이는 등의 작은 몸짓 하나가 대화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몸에 익힌 대화법이 있다.
남의 말을 들을 때는 가급적 상대를 이해하며 들으려 했고, 동시에 핵심을 요약했다.
그리고 말하지 않은 내용을 유추하며 들은 후, 그 내용에 공감을 표했다.
다시 말해 남의 말을 이해, 요약, 유추, 공감하며 들었다.
말할 때도 의문, 의심, 반박, 거절을 염두에 두었다.
내 말의 뜻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상대가 의문을 갖지 않도록 말하려 했고, 의심하는 대목이 없도록 했다.
내 말에 대해 상대가 반박과 반론을 펼칠 대목은 없는지, 그리고 내 제안과 건의에 대해 거부할 상황을 가정해보고, 이를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며 말했다.
이는 아내와의 대화에서도 변함없이 적용됐다.

36년간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좋은 부부관계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정원을 가꾸듯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핵심에는 바로 ‘대화’가 있다.
대화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미래를 그려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그 상처마저 함께 치유해나갈 때 진정한 부부가 된다.

중년 부부에게 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남은 인생을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와의 소통이 단절된다면, 그보다 외로운 일이 어디 있을까. 오늘부터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작은 대화 하나하나가 모여 큰 사랑을 만든다.
그 사랑이야말로 중년을 넘어 노년까지 함께할 우리 부부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