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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에 격하게 반발하는 노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는 피할 수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부터 그렇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도 결국 잦아들 수밖에 없었다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맹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인공지능 3대 강국’과 ‘반도체 2대 강국’의 꿈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꿈이 밝고 화려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어두운 그림자도 크고 짙어지는 법이다.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섣불리 거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자칫하면 화려한 국정과제가 ‘철학 없는’ 허접한 기술 낙관주의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키 190센티미터, 몸무게 90킬로그램의 아틀라스는 360도 회전하는 골절을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스스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능력도 갖췄다.
별도의 임금이나 노동권을 요구하지도 않고 폭염이나 한파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유지비 1400만원으로
1년 365일 연속 가동이 가능하다.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챙기도록 해주는 보배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아니더라도 로봇과 사무자동화(RPA)는 이미 우리 기업에게 익숙한 기술이다.
노동운동이 본격화한
1990년대부터 원시적인 산업용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업에서는 조립·검사·용접·도장(塗裝) 등에서 고난도 작업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고 물류·유통에서는 분류·포장·출고가 자동화의 핵심이다.
서비스업도 예외가
아니다.
데이터 입력이나 고객 응대 등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사무자동화(RPA)·챗봇·음성인식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21년 이후 계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4년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수가 1012대에 이른다.
싱가포르(770대)·독일(429대)·일본(419대)·중국(470대)·미국(295대)을
크게 앞선 상황이다.
현장의 근로자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그 결과다.
대표적인 서비스업인 은행의 사정도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1만1955명의 콜센터 인력이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사정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2년 후에나 미국의 공장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뿐인 아틀라스에 대해서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틀라스와의 조화로운 ‘공존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창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다.
일자리를 빼앗긴 근로자의 암울한 현실을 고려하면
인공지능과의 조화로운 공존은 함부로 들먹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근로자에게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에도 미치지 못하는 ‘창업’은 사실상 ‘자영업’을 뜻한다.
코로나19 이후에 자영업이 참혹하게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일자리를 빼앗겨 절망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무분별한 희망 고문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산업화 기술의 등장으로 농경·목축의 전통 사회가 막을 내린 산업혁명 이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세기 동안 전기화·자동화·정보화가 이룬 성과는 대단했다.
인구는 5배가 늘었고 평균수명은 2.4배가 길어졌고 총생산은 34배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상 최고의 풍요·건강·안전·민주화도 가능해진 것도 역사적 진실이다.
오히려 AI가 단순히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도구일 수도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주장도 똑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긍정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은 명백하게 정부와 기업의
몫이다.
새로운 노동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인간 근로자는 로봇이 흉내 낼 수 없는 감성과 공감 능력, 종합적 판단과 책임감으로 돌발 상황을 통제하고 차별화·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자리를 빼앗긴 근로자에게 그런 역량을 섣불리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근로자를 대체하는 AI·로봇의 높은 생산성으로 ‘떼돈’을 버는 일만 챙기겠다는 탐욕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인간’을 배려하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투자와 노력이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 자신을 위한 일이 될 것이라는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제 막 태어나고 있는 AI를 섣부르게 관리·규제하겠다는 어설픈 시도는 확실하게 포기해야 한다.
나랏돈을 풀어서 허접한 일자리 2만 8000개를 만들고 국민에게 창업을 핑계로 예산을 퍼주는
일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 역량 중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국정과제 탓에 일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인간 근로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 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3200여 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질병의 연금술》《지금 과학》을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