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끝난 것 같아”🎥


“우리는 이제 끝난 것 같아”


지난주 한 동영상이 세계를 놀라게 했어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 주요 뉴스를 장식한 15초 길이의 이 영상에서 유명 할리우드 스타인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는 치열한 격투를 벌여요.
폐건물 옥상을 배경으로 주먹을 날리고, 특정 인물의 죽음과 비밀 작전을 거론하며 대화도 주고받죠.

이 동영상을 아무 설명 없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천문학적 금액의 출연료로 유명한 두 배우가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고 생각할 만해요.
 
세계적 배우들로 평가받는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 출연한 건 1994년에 개봉한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뿐이었다고 하니, 영화 팬들은 새로운 작품에서의 호흡을 기대하며 조금은 설렜을 수도 있고요.

시댄스 2.0으로 생성한 동영상의 한 장면. 마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처럼 보인다. /자료=유튜브 채널 Ruairi Robinson

하지만 화제의 영상은 곧 공개될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한 중국 회사의 인공지능(AI)이 뚝딱 생성한 ‘AI 영상’이었어요.
 
심지어 회사 차원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것도 아니었죠. 일반 사용자인 한 영화감독이 단 두 줄의 명령어를 입력해 간단히 뽑아낸 영상이었어요.
그런데도 배우들의 움직임이나 대사에서도 별다른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거예요.

충격의 ‘시댄스’
소셜미디어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는 지난 10일 동영상을 생성하는 AI 모델 ‘시댄스(Seedance) 2.0’을 출시했어요.
 
두 할리우드 배우가 격투를 벌이는 영상은 시댄스 2.0 출시 다음날 아일랜드 출신 영화감독인 루어리 로빈슨이 생성해서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했죠.

사실 동영상 생성 AI는 이제 그다지 새롭지 않아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이미 2024년 2월에 ‘소라(Sora)’를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으니까요.
이후에도 구글의 베오(Veo), 중국 기업 콰이쇼우가 만든 클링(Kling) 등 비슷한 AI 서비스가 줄줄이 등장했어요.

그런데도 바이트댄스의 시댄스가 세계적 주목을 받은 건 기존의 동영상 생성 AI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 때문이었어요.
 AI가 만든 동영상은 이미 매우 사실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등장인물의 손이 어색하게 움직이거나 사물이 충돌하는 장면이 이상하게 표현되는 등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어요.

그런데 시댄스 2.0이 생성한 동영상은 인물의 움직임과 충돌 등이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워요.
간단히 명령어를 몇 줄 입력해 만든 영상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웬만한 상업 영화처럼 보이는 수준이에요.
심지어 인물의 대사 처리와 인물을 따라 움직이는 화면까지 자연스러워요.
 영화 ‘데드풀’을 쓴 각본가 렛 리스는 엑스(X)에 시댄스 2.0으로 생성한 영상을 공유하며 “이런 말을 하기는 싫지만, 우리(할리우드)는 끝난 것 같다”고 썼어요.

중국 동영상 AI의 뛰어난 성능에 정보기술(IT) 업계와 언론에서는 ‘시댄스 쇼크’라는 표현까지 쓰기도 했어요.
지난해 중국 AI 모델 ‘딥시크’가 세계에 안겼던 충격에 빗댄 표현이에요.

비상 걸린 할리우드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으로 불리는 미국 할리우드는 ‘시댄스 2.0’이 가져올 부작용을 지적하며 즉각 행동에 나섰어요.
 
시댄스 2.0가 공개되자마자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같은 유명 배우들을 활용한 AI 영상이 쏟아졌기 때문이에요.
스파이더맨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 등 유명 캐릭터가 등장하는 AI 영상도 줄줄이 생성됐어요.

넷플릭스, 소니, 유니버설 픽처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 주요 영화제작사들을 대표하는 미국영화협회는 “시댄스 2.0이 단 하루 만에 미국 저작권 작품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했다”고 비판했어요.
 월트디즈니컴퍼니도 시댄스 2.0이 디즈니의 캐릭터를 허가 없이 복제하고 배포했다며 저작물 사용을 중단하라는 요구서를 발송했어요.
시댄스 2.0이 디즈니의 캐릭터를 마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료처럼 제공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해요.
할리우드 배우 노동조합인 미국배우조합(SAG-AFTRA) 등 단체들은 시댄스가 배우들의 목소리와 얼굴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백만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비판했대요.

저작권과 초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바이트댄스는 실존 인물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시댄스 2.0에 업로드해 이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생성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또한 얼굴이나 음성을 합성하는 기능 제공을 중단하고, 이용자의 본인 인증 절차도 도입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아이언맨’이나 ‘배트맨’ 같은 유명 캐릭터의 이름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동영상이 생성되는 구조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할리우드 영화계는 우려해요.
 일단 바이트댄스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지식재산권과 초상권의 무단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고 밝혔어요.
보호 조치를 위한 구체적 방법은 밝히지 않았어요.

위기감 더 커지는 영화업계


동영상 생성 AI의 등장 이후 새로운 기술에 적응해 가던 영화·영상 제작 업계는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어요.
 
AI 동영상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점점 세부 묘사에 오류가 사라지고 있어 그래픽 처리 등 관련 종사자들의 일자리까지 빠르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명령어 단 몇 줄만 입력해도 고품질의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면, 수많은 제작 관련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게 되겠죠. 심지어 유명 배우들조차도 비싼 몸값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워요.

영화 산업계에서 AI의 발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곳은 할리우드예요.
 지난 2023년에 이미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배우조합(SAG-AFTRA)이 4개월간 파업을 통해 AI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며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동시에 AI를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 또한 거듭하고 있어요.

시댄스 2.0의 등장은 AI의 위협에 대처하고, AI의 발전을 활용하며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미국 할리우드에는 큰 부담이에요.
 
미국이 주도하는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 중국 기술 기업이 뛰어든 셈이죠. 시댄스는 소셜미디어 틱톡과 동영상 편집 앱 등에 연결돼 전 세계에 콘텐츠를 쏟아낼 테고, 수많은 시댄스 이용자들은 할리우드 영화 등 세계 주요 콘텐츠를 가져다가 쓸 가능성이 크니까요.

바이트댄스는 최근 연구개발(R&D)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자체 AI 반도체 개발까지 추진하며 AI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요.
 콘텐츠 제작과 유통 분야의 미·중 패권 다툼이 곧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해요.

물론 아직 시댄스 2.0의 성능이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존재해요.
15초 길이의 동영상만 생성할 수 있고, 영화업계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표준에 맞지 않는 영상이라 쉽게 편집하거나 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과연 시댄스와 동영상 생성 AI들이 바꿔놓을 미래의 콘텐츠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그 콘텐츠를 만드는 산업계는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지네요.

3줄 요약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동영상 생성 AI ‘시댄스 2.0’이 뛰어난 성능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음.

시댄스는 간단한 명령어로 유명 배우나 캐릭터가 등장하는 15초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음.

할리우드는 초상권과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았음. 일자리 감소 걱정도 고개를 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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