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디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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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보고서가 왜 이따위야(?)

미국 현지 마트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전자제품 가격이 관세 인상으로 10% 올랐다고 가정해 볼게요.
오른 가격 10%는 전부 소비자의 부담일까요? 아니면 물건을 만들어 판 수출업체나 마트가 일부를 떠안고, 나머지만 최종 가격에 반영된 걸까요?
최근 미국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관세율을 높이며 ‘관세를 올리면 미국에 물건을 수출하는 외국 기업이 부담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는데요.
이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알려졌기 때문이에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여러 지역의 연방준비은행(연은)으로 구성돼
있어요.
연은들이 함께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인 만큼, 연은의 공신력과 영향력은 대단해요.
이중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인상된 관세의 대부분을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했다’고 분석했어요.
이 연구 결과는 트럼프 정부가 주장해 온 ‘관세 정책의 효과’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해요.
많은 이들이 이 연구에 주목한 이유예요.
오늘의 디깅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실제로 누구에게 부담을 안겼는지, 그리고 이 논쟁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볼게요.
관세는 어떻게 작동할까?
관세는 해외에서 물품을 들여올 때 부과하는 세금을 말해요.
미국 관세는 미국으로 수입된 물품이 세관을 통과할 때 내는 거죠.
일단 법적으로 관세를 미국 정부에 내는 주체는 물품을 수출한 외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에 있는 수입업자예요.
예를 들어 미국 업체가 중국에서 전자제품을 들여오면, 해당 제품이 미국 세관을 통과할 때 미국 수입업자가 관세를 납부해요.
미국 정부에 돈을 내는 사람은 미국 기업이라는 뜻이에요.

다만 관세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해요.
수입업자는 관세를 부담한 만큼 물품의 최종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있거든요.
관세로 손해 본만큼 판매 가격을 올리면, 관세를 실제로 부담하는 건 소비자가 돼요.
관세의 실질 부담 주체는 수입업자나 소비자가 아닐 수도 있어요.
경우에 따라선 수출을 하는 외국 업체가 납품 가격을 내리는 방법으로 일부를 부담하기도 하거든요.
아무래도 수출이 절실한 업체가 이런 선택을 하겠죠.
미국 관세, 누가 부담했을까?결국 관세는 세관에서 한 번에 걷히지만, 실제 부담은 상황에 따라 소비자와 수입업자, 수출기업 등이 시장에서 나눠서 지게 되는데요.
앞서 언급한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실제로 누가 더 많은 관세 비용을 부담했다고 분석했을까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답은 명확했어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의 부담은 대부분 ‘미국에 있는 수입업자’가 떠안았다는 거예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관세 부담의 약 94%는 미국 수입업자가 떠안은 것으로 분석됐어요.
9~10월에는 이 비율이 92%, 11월에는 86%로 조금 낮아지긴 했어요.
그래도 관세 비용은 대부분 미국 업체가 부담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관세 부담이 대부분 미국 수입업자에게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통계자료. /출처=뉴욕 연방준비은행
보고서가 분석한 기간에 미국이 다른 나라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평균 2.6%에서 13% 수준으로 높아졌어요.
관세율은 국가와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이 실제로 수입한 전체 물품의 금액에 관세가 얼마나 매겨졌는지를 따져보면 대충 13%쯤 됐다는 뜻이에요.

2025년 기준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14.5%까지 급등했는데 이는 약 9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자료=U.S. Census Bureau (미국 인구조사국),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USITC,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Tax Foundation (조세재단)
뉴욕 연은 연구진은 관세 부담이 늘었을 때 외국 수출업체가 납품 단가를 크게 내려준 사례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어요.
미국 수입업자가 이전과 비슷한 가격에 수입하면서, 어쩔 수 없이 관세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당연히 수입업자는 손해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올렸을 가능성이 커요.
‘관세는 외국 기업이 부담한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를 완전히 반박하는 연구 결과예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 현황표를 들고 설명하는 모습.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185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상호관세는 기본관세 10%와 개별 국가별로 추가 적용되는 개별관세가 합산돼 책정된 바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왜 수입업자 부담이 컸을까?관세 비용을 대부분 미국의 수입업자가 부담한 건 많은 원료, 부품, 중간재(가공된 원료나 부품)의 경우 단기간에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어요.
오랫동안 거래하던 공급처를 관세율이 올랐다고 갑자기 바꾸기는
힘들었던
거죠.
또 외국에 있는 수출업체가 가격을 내려줄 의무도 없었어요.
수출하는 제품의 경쟁력이 충분하거나 미국 외에도 수출할 나라가 있다면, 굳이 가격을 내려가며 수출할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이런 조건에서는 관세 인상분을 미국 수입업자가 떠안을 가능성이 커져요.
미국인들의 소비 규모가 관세 부과 이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해요.
수입업자가 관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일부 올렸는데도, 소비는 꽤 잘 유지됐다는 뜻이에요.
결국 관세 부담은 미국 내부(소비자+수입업자)에서 대부분 지게 된 셈이죠.

뉴욕 연은 비판한 백악관보고서가 공개된 후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어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 연구를 두고 “연준 역사상 최악의 논문”이라고 직격했어요.
심지어
“이 논문에 관여한 사람들은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대요.

연방준비은행의 연구를 이 정도로 문제 삼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에요.
해싯 위원장은 한때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친트럼프’ 성향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트럼프의 ‘관세는 외국 기업 부담’이라는 논리를 지키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돼요.
해싯은 이 보고서가 관세에 따른 가격 변화만 분석했을 뿐, 수입 물량 감소나 임금 상승효과 등 더 다양한 경제 효과들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어요.
관세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임금을 올려서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예요.
하지만 이 발언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왔어요.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특정 연구 결과가 행정부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징계를 거론하는 것은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거든요.
정책 논쟁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로 번진 순간이었어요.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까?해싯의 반응이 격했던 이유는 단순히 연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관세가 미국에서 소비자 물가를 올린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요.
기준금리 조정의 첫 번째 목표는 ‘물가 안정’인데 물가 상승 요인이 늘어났으니까요.
금리 인하 또한 물가 상승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겠죠.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는 점이에요.
미국 정부의 재정 정책이 주된 이유예요.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막대한 빚을 졌어요.
국가가 정책을 위해 빚을
지고
갚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20%를 넘겨서 주요국 중 최상위권 수준까지 높아졌어요.

금리는 돈을 빌릴 때의 이자율이잖아요.
아무리 미국 정부라도 돈을 점점 더 많이 빌리면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금리까지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막대한 돈을 이자 갚는 데에만 쓰게 돼요.
미국은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쓰는 국가로 유명한데요.
이미 2024년 기준으로 미국 정부가 이자를 갚는 데에 쓴 비용이 국방비(약 8200~83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해요.
같은 해 우리나라
1년 전체
예산(약 600조원)의 약 2배에 해당하는 1200조 원 이상을 이자 갚는 데에만 쓴 거예요.
이러니 나라 살림을 하는 미국 정부는 급할 수밖에 없어요.
기준금리를 내려야 정부의 이자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금리가 더 오르기라도 한다면?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미국 정부 입장에선 정말 곤란한 상황을 맞게 돼요.
결국 뉴욕 연은의 보고서는 관세 효과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전략과도 맞물린 민감한 보고서였던 셈이에요.

다시 강조되는 연준의 독립성관세가 물가에 영향을 준다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연준의 판단은 물가 지표를 참고해서 이뤄져야 해요.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되죠.
그래서 연준은 법적으로 미국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에요.
기준금리 결정이 재정 부담이나 정치적 요구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식이 생기면, 금융시장의 신뢰는 흔들릴 수 있어요.
이번 사례가 민감한 이유는 관세 논쟁이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재정 부담과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에요.
관세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분석은 금리 인하 명분을 약화할 수밖에 없고, 이건 미국 정부가 원치 않는 방향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어요.
고금리가 경제를 위축시키고 정부 부담을 키운다는 이유예요.
얼마 전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죠.
워시는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트럼프 진영과 가까운 인물로
평가돼요.
트럼프의 연준 의장 후보자 지명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암시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연준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어요.
가장 큰 걱정은 사람들이 ‘정책의 일관성’을 의심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통화정책 결정이 정치적 필요와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시장은 점점 정책 결정의 원칙을 믿지 않게 될 테니까요.
이제 뉴욕 연은의 ‘관세 보고서’에 백악관이 왜 격하게 반응했는지, 이 보고서에 전 세계 언론이 왜 그렇게 관심을 보였는지 이해되시나요? 숫자가 10% 커진 미국 마트의 가격표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네요.
3줄 요약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인상된 관세의 대부분을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했다고 분석, ‘관세는 외국 기업이 낸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다른 결론을 내놨음.
이에 대해 백악관, 특히 케빈 해싯 NEC 위원장은 해당 연구를 강하게 비판하며 징계까지 거론했고, 논쟁은 연준의 독립성 문제로까지 번졌음.
관세가 물가를 자극하면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이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