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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오늘까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화두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앤스로픽과 미 국방부의 정면 충돌입니다.
평소라면 기술 기업의 계약 분쟁 정도로 지나갔을 사안이었겠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주 초반부터 "국방부가 앤스로픽을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고, 내부 회의에서 오간 가상의 미사일 공격 시나리오까지 공개되면서 긴장이 빠르게 고조됐습니다.
앤스로픽은 "대규모 국내 감시와 완전 자율무기에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반면 국방부는 "합법적 사용이라면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물러서지 않았았고요.
결국 금요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습니다.
"모든 정부 기관은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상황은 단순한 계약 갈등을 넘어 정치적 충돌로까지 확전되는 분위기에요.
이 사안이 더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한 기업의 매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쟁과 국가안보 영역에서 AI의 통제권을 누가 쥘 것인가, 기술 기업의 ‘윤리적 레드라인'이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도 반응은 엇갈립니다.
일부는 "정부가 기술을 통제하려는 신호"라고 보고, 또 다른 쪽은 "기업이 국가안보를 좌우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과연 지난 한 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이 충돌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오픈AI에서 근무하다가 자신들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며 회사를 뛰쳐 나옵니다.
[사진=앤스로픽]
오래된 갈등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지난달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군이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생포하는 작전을 수행했고 이후 이 작전에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의 인공지능(AI)이 활용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군사작전에 상업용 AI가 실제로 투입됐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워싱턴과 실리콘밸리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AI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은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구체적인 해외 작전에 특정 기업의 모델이 쓰였다는 정황이 외부로 드러난 것은 상징성이 컸습니다.
AI가 더 이상 실험적 도구가 아니라, 실전 의사결정 과정에 편입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관련 기사가 나온 직후 앤스로픽은 팔란티어 측에 자사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됐는지 사실관계를 문의합니다.
계약상 허용된 범위 안에서 사용됐는지, 모델이 어떤 맥락에서 의사결정 보조 역할을 했는지를 확인하려는 취지였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팔란티어가 이 문의 내용을 국방부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국방부는 이를 단순한 기술적 확인이 아니라, 민간 AI 기업이 군사작전의 집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사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였다는 거죠. 군 내부에서는 "전장에서의 판단은 정부가 내린다"는 원칙이 강조됐다고 합니다.
물론 앤스로픽의 설명은 다릅니다.
앤스로픽은 "계약상 허용 범위와 기술적 사용 맥락을 확인하는 통상적인 절차였을 뿐"이라며 "군사작전에 이의를 제기한 적은 없다"고 밝혔거든요. 오히려 자사 정책이 오해받지 않도록 명확히 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미 양측의 인식은 크게 어긋나 있었습니다.
이후 갈등은 단순한 오해를 넘어 ‘AI 군사 통제권'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확장됩니다.
국방부는 클로드 모델을 합법적인 모든 용도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특정 사용을 계약으로 제한하는 것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합니다.
반면 앤스로픽은 미국인에 대한 대규모 감시와 인간 개입 없는 완전 자율무기에는 기술을 제공할 수 없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요. 이는 창립 초기부터 강조해 온 안전 정책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균열은 사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는 보도도 있어요. 당시 국방부 연구·공학 담당 차관이었던 에밀 마이클은 다리오 아모데이 CEO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상의 질문이 발단이었는데요.
"초음속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오고 있고, 앤스로픽의 AI가 요격에 기여할 수 있다면 자율무기 금지 정책 때문에 지원을 거부하겠느냐"는 질문이었어요. 이에 아모데이는 공격 상황에서 국방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해집니다.
국방부는 이를 긴급 군사 대응을 지연시킬 수 있는 태도로 받아들였고요.
앤스로픽은 이를 부인합니다.
회사는 미사일 방어에는 예외를 두는 방안을 제안해 왔고, 사전 허락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밝혔거든요. 실제로 최근 회동에서도 아모데이는 클로드가 미사일 방어 자동화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안보 목적의 합리적 사용에는 협력 의지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다만 무기 체계가 완전히 인간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유지합니다.
신뢰는 이미 크게 흔들린 뒤였습니다.
문제는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통제의 주체였어요. AI를 전장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 한계를 누가 규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양측을 갈라놓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계약 문구와 정책 표현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권력과 민간 기술 기업 사이의 권한 경계가 시험대에 오른 사건으로 읽힙니다.
베네수엘라 전부터 시작해서, 이제 AI는 전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습니다.
이미 AI는 정보 분석부터 시뮬레이션, 정보 해석 등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어요. [그림=제미나이]
국방부와 앤스로픽이 싸우는 이유
이러한 갈등은 결국 지난주 초 터져 나옵니다.
워싱턴 정가와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고,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어요. 그리고 24일, 양측은 펜타곤에서 직접 마주 앉았습니다.
그러나 회동은 합의 없이 끝났습니다.
오히려 회의 직후 국방부가 앤스로픽을 ‘국가안보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사태는 한층 격화됐어요. 이는 단순 경고 차원이 아닙니다.
해당 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연방 정부 조달 체계에서 사실상 배제될 수 있고, 방산과 연계된 민간 계약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었거든요.
쟁점은 단순했습니다.
국방부는 AI를 "합법적인 모든 용도"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정부 기관이 특정 기업의 내부 정책에 의해 사용 범위를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전시나 긴급 상황에서는 신속한 판단과 기술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고요.
반면 앤스로픽은 대규모 국내 감시와 인간 개입 없는 완전 자율무기에는 모델을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창립 초기부터 강조해온 안전 정책의 핵심이고요. 아모데이는 자사의 레드라인이 국방부의 합법적 군사 작전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방부는 금요일까지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양측 모두 상대의 우려를 형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방부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시에 AI를 사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인간 개입 없는 자율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AI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는 앤스로픽이 우려하는 지점과 닿아 있고요. 앤스로픽 역시 군사작전에 개입하거나 제동을 걸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합니다.
국가안보 목적의 합리적 사용에 대해서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도 반복했고요. 그럼에도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정치적 맥락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급진 좌파적 기업이 우리 군을 좌지우지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정책적 논쟁을 이념적 대립 구도로 전환하는 강한 메시지로 보이는데요.
안보 문제를 '기업의 이념 성향'과 연결 지은 순간, 갈등은 기술적·계약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상징성을 띠게 됐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요.
앤스로픽도 쉽게 물러설 수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매출과 생태계 안정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 특히 유럽처럼 인권과 데이터 보호 규제가 엄격한 지역에서는 윤리적 기준을 완화했다는 인식이 치명적일 수 있어요. 무엇보다 '안전하고 책임 있는 AI'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릴 경우 내부 인재와 고객 신뢰 모두에 타격이 갈 수 있습니다.
AI 기업에게 신뢰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핵심 자산입니다.
샘 올트먼이 2일(현지시간) 자신의 X에 올린 글입니다.
지난 금요일 국방부와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기회주의적이고 엉성했다고 표현했는데요. 그러면서 국방부와의 문서에 보다 명확한 내용을 추가했다고 밝힙니다.[사진=올트먼 X]
- 다른 모든 사항에 더해, 다음과 같은 문구를 추가하도록 계약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 명확히 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국방부는 상업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나 식별 가능한 정보를 포함하여 미국인 또는 미국 국민에 대한 의도적인 추적, 감시 또는 모니터링을 금지하는 것으로 이 제한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기회? 역풍 맞은 오픈AI
앤스로픽은 올해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매출은 빠르게 늘었고, 클로드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되는 코딩 보조 AI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코드 생성과 디버깅 성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스타트업과 대기업 개발팀 모두에서 채택이 확산됐습니다.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면서 기업가치가 3,800억 달러 수준까지 거론됐고,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논의됐습니다.
‘안전 중심 AI'라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행정부가 ‘공급망 위험' 지정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습니다.
성장 스토리의 한가운데에서, 회사는 단숨에 정치·안보 이슈의 중심으로 이동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군과 거래하는 계약업체나 공급업체가 앤스로픽과 상업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히 정부 부처 한 곳과의 계약이 끊기는 차원이 아닙니다.
미 국방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방산 기업, 클라우드 사업자, 시스템 통합업체들이 협력 구조를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거든요. 연방 정부 매출 자체는 아직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매출 규모'가 아니라 ‘거래 신뢰도'입니다.
안보 리스크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민간 기업들 역시 법적·평판적 부담을 이유로 거리를 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 반도체 파트너십, 기업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에서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한 축이 흔들리면 의외의 지점까지 파장이 번질 수 있습니다.
앤스로픽은 해당 조치에 대해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회사는 소송 방침을 분명히 했고, 필요하다면 법원에서 권한 남용 여부를 다투겠다고 밝혔어요.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방부 권한이 조달 영역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기업의 광범위한 상업 활동까지 포괄적으로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인데요. 실제 소송이 제기될 경우 가처분이나 집행정지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고요. 다만 법적 공방이 길어질수록 경영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상수로 편입되는 셈이니까요.
이 와중에 오픈AI는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펜타곤과 기밀 네트워크 내 모델 배치 계약을 공식화하며 안전 기준을 강조했습니다.
대규모 국내 감시 금지와 무력 사용에 대한 인간 책임 원칙을 포함했다고 밝혔고, 단순한 정책 문구가 아니라 기술적·계약적 안전장치를 통해 통제권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델이 중앙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운용되며 필요할 경우 개입·차단이 가능하다는 점도 부각했습니다.
이는 정부 협력을 수용하되 안전 프레임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어요. 그러나 발표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시점이 겹치면서 'AI와 군사작전'이 추상적 논쟁이 아니라 현실 사건과 연결돼 보였기 때문인데요.
일부 이용자들은 유료 구독 해지를 선언했고, 클로드는 미국 앱스토어 1위에 오르며 상징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었습니다.
샘 올트먼 CEO는 온라인 질의응답을 열어 위헌적 명령이 내려질 경우 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동시에 이번 계약이 서둘러 진행됐고, 겉으로 보기에 좋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인사말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과 정부 부처의 충돌로 축소하기 어렵습니다.
AI가 이제 국가 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누가 한계를 설정하고 누가 최종 책임을 질 것인지가 공개적으로 충돌한 첫 사례에 가깝습니다.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포괄적 권한을 요구합니다.
기업은 윤리와 브랜드, 그리고 장기적 신뢰를 이유로 선을 긋습니다.
겉으로는 계약 문구와 사용 조건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 권력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뢰'가 있습니다.
정부는 민간 기업이 국가 안보를 제약할 수 있는 상황을 경계합니다.
기업은 행정부의 의지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고요. 이용자들은 기업의 선언과 정부의 약속을 비교하며 각자의 판단을 내립니다.
투자자들은 브랜드 가치와 정치적 리스크를 동시에 계산합니다.
이제 AI 기업은 단순히 더 빠르고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 정부와 함께할 것인지, 어떤 선을 끝까지 지킬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번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정책 조정으로 봉합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AI가 전력망이나 통신망처럼 국가 기반시설의 일부가 되는 순간, 기술 기업은 더 이상 '플랫폼 기업'에 머물 수 없습니다.
그들은 정치와 안보, 윤리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번 충돌은 그 불편한 현실을 처음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큰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일 가능성도 크고요.
과연 미 국방부, 아니 미 행정부와 앤스로픽의 갈등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미라클레터는 이 사안을 계속해서 전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