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한 장의 교통 위반 딱지가 화제입니다.

뉴욕 시내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속도 위반을 했다는 이유로 부과된 50달러 벌금의 주인공. 놀랍게도 박물관에 전시 중인 차량이었습니다. 그것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드라마 속 ‘드림 카’였죠. 시카고 인근에 위치한 ‘볼로 자동차 박물관’에 있는 자동차, ‘K.I.T.T.’ 말입니다.

지금 혹시 ‘설마… 그 키…트…?’ 하며 반가워하실 분, 분명 있으리라 믿습니다. 1980년대 국내에도 더빙판으로 방영돼 큰 인기를 누린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Knight Rider)’에 등장한 차죠.

“킷! 와줘야겠네, 친구.”

“지금 갑니다, 마이클.”

이런. 대사까지 기억나버리셨다고요? 맙소사. 그럼 제가 디테일 몇 개 더 말씀 올려야겠습니다.

말하는 차, 키트 역의 남궁윤 성우. 그리고 주인공 마이클 역의 이정구 성우. 두 분의 티키타카가 꽤 찰떡같았던 기억. 마치 전생의 추억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돌아보니 키트는 시대를 진정 앞서간 작품이네요.
미국에선 1982년부터 방영됐죠. 그런데 키트와 마이클이 누비는 그 시절 화면을 보고 있으면 자율주행, 인공지능, 스마트워치 같은 미래 기술이 빼곡합니다. 이거 제작자가 미셸 드 노스트르담(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본명)이었나.

오랜만에 ‘전격Z작전 오프닝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봤어요.
‘제공’(이라 쓰고 광고 목록이라 읽는)을 보면 삼성전자, 삼성시계, 대우전자가 나란히 표기되는 가운데 계몽사, 정식품 옆에 ‘네슬라’란 세 글자가 떠서 무척이나 혼란스럽습니다. ‘네슬레’를 잘못 쓴 것 같은데 ‘테슬라’가 연상돼 또 한 번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사뭇 비장한 내레이션에도 빵 터졌네요.
그러다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마이클 나이트. 그가 선하고 힘없는 사람들, 그리고 정의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훗날인 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이 설마 여기에서 영감을…?!

전격Z작전에 등장하는 키트. 위키미디어커먼스

전격Z작전에 등장하는 키트. 위키미디어커먼스

아차, 의문의 과속 고지서 이야기로 시작해 놓고 그만 추억의 블랙홀에 풍덩 빠져버렸네요.
그 얘길 마저 하죠. AP통신에 따르면, 1982년부터 1986년까지 NBC TV에서 방영될 당시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키트 차량은 약 20대라고 합니다. 지금은 다섯 대만이 남아 있다고요.
박물관 쪽은 뉴욕시에서 과속하다 찍힌 번호판을 단 키트는 최소 몇 년 동안 전시실 밖으로는 단 1㎝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뉴욕시의 단속 카메라엔 번호판 ‘KNIGHT’를 단 검은색 폰티악 파이어버드 차량이 정확하게 찍혀 있다네요.
더구나 이 차량은 2024년부터 뉴욕에서 발생한 또 다른 교통 법규 위반에 대한 5건의 미납 사례와도 연루돼 있다고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해야겠죠?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그냥 영화 제목이 아니었나 봐요.
1980년대에 정말 핫하디 핫했던 우리의 데이비드 핫셀호프(마이클 역) 형님이 밤마다 심심해서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에 대고 “와줘야겠네, 친구”를 연발한 건 아닐지….

온갖 상상에 망상을 거듭하며 찾아본 전격Z작전 오프닝 영상에서 또 다른 ‘심쿵’ 포인트는 바로 음악입니다. 드라마 제작자인 글렌 라슨이 작곡가 스튜 필립스와 머리 맞대고 함께 만든 테마곡. 반음을 오가는 긴박하고 리드미컬한 선율 전개가 당시로선 첨단의 신시사이저로 구현된 박진감 넘치는 연주입니다. 키트 앞 범퍼의 불빛처럼 현란하게 느껴지던 신시사이저 사운드. 에스파의 ‘Whiplash’ 못잖게 세련됩니다. 물론 멜로디만 보면 당대 ‘맥가이버’ ‘에어울프’의 가슴 벅찬 드라마에 비할 바 아니지만….

아뿔싸. 큰일입니다. ‘맥가이버’ ‘에어울프’ 오프닝은 어땠더라…. 오늘 밤, 잠은 다 잤네요.

임희윤 문화평론가(전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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