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z'를 선택한 이유

 

지난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FMS에 다녀왔습니다. ‘더 퓨처 오브 메모리 앤드 스토리지’, 이름 그대로 메모리와 저장장치의 미래를 다루는 행사입니다.

올해는 그 이름값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는데요. 분위기부터 지난해와 달랐거든요. 참가자가 3500명 안팎에서 4000명 수준으로 늘었고 부스가 늘어선 전시장은 첫날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메모리를 향한 관심이 예년과 다르다는 걸 현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AI 열풍이 반도체의 무게중심을 흔드는 장면을 이 행사장이 압축해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그 열기의 한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습니다. 두 회사 부스 앞은 유독 붐볐고 기조연설 무대도 나란히 올랐습니다. 저마다 차세대 메모리의 청사진을 들고서 말입니다. 처음 공개한 차세대 메모리 목업 앞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벽 앞에서,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승부수를 꺼냈습니다. 삼성은 zHBM, SK하이닉스는 HBF. 이름은 낯설어도 겨냥하는 지점은 같습니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왜 메모리가 화두로 떠오르는지, 그 실마리가 이 두 제품에 담겨 있습니다. 오늘 미라클레터에서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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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FMS에서 마이크론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전체 시스템 값의 10% 남짓이던 메모리 비중이 지금은 절반에 육박한다고요.


D램도 낸드도 공급이 빠듯한데 메모리는 한번 꽂으면 시스템을 통째로 뜯어야 바꿀 수 있어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파는 쪽이 아쉬울 게 없어진 겁니다.


그 힘의 이동은 이미 협상 테이블에서 드러났습니다. 최근 애플이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메모리값을 깎아달라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애플은 CXMT의 칩으로 테스트를 시작했고요. 


CXMT는 삼성·SK하이닉스와 같거나 더 비싼 값을 불렀고 화웨이·샤오미 물량으로 라인이 이미 꽉 찬 터라 애플이 급할 게 없었습니다. 세계 최강 구매자가 메모리값 앞에서 을이 된 셈입니다.


사는 쪽이 갑이던 시대가 이제는 정말 뒤집힌 것 같습니다.


물론 이 판이 마냥 화기애애하진 않습니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가 내놓은 HBF를 두고 상업화 전망이 아직 논쟁적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다음 표준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견제가 시작됐습니다. AI가 키운 건 모델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밑에서 데이터를 떠받치던 메모리의 몸값과 발언권도 함께 키웠습니다. 이번 FMS는 그 달라진 무게를 두 눈으로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올해 FMS에서 보여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새로운 구조는 ‘쌓기’였습니다. 오늘 점심 층층이 쌓인 햄버거 추천해 드립니다. 더 이상 옆으로 놓을 수 없는 메모리, 위로 쌓아올린 햄버거 드시면서 메모리의 새로운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여기서 가성비 좋고 맛 좋은 ‘인앤아웃 버거’로 점심을 때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inG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미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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