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BMS와 막판 협상…초음파 급여로 진단 증가세
신약 국내 허가 후 심근병증 치료 패러다임 변화 일어날까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그동안 치료제 부재로 환자 치료가 어려운 분야로 꼽혔던 비대성 심근병증.
최근 신약의 등장과 진단검사 급여로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치료제 급여 적용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BMS제약은 지난 8월부터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제 '캄지오스(마바캄텐)'의 급여 적용을 위한 약가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이하 oHCM, 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은 두꺼워진 좌심실 근육이 전신으로 나가는 혈류를 차단해 호흡곤란에서부터 심부전, 실신, 심장 돌연사까지 발생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희귀 심장 질환이다.
캄지오스는 oHCM의 발생 원인인 심장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로 2023년 5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구체적인 적응증은 증상성(NYHA class II-III, 경증 및 중등증)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의 운동 기능과 증상 개선이다.
오랜 기간 동안 치료제 부재로 근본적인 치료 대신 오프라벨 약제로 증상관리만 이뤄졌던 상황에서 '캄지오스'의 등장은 치료 패러다임을 뒤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는 9년 만에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캄지오스를 치료옵션 중 최초로 가장 높은 근거 수준인 A로 권고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는 "현재까지 oHCM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 완화 및 합병증 예방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며 "oHCM은 여러 합병증이 젊은 시절에 발생할 수 있어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병인만큼 신약 허가가 환자들에게 더 좋은 치료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단검사 활성화 속 치료제 '급여' 허들
문제는 신약이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이른바 재정독성, 약값 부담으로 인해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이 낮다는 것.
더구나 최근 진단 검사에 대한 환자부담이 낮아져 환자수가 늘어나는 추세인 점도 치료제 급여 허들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2023년 기준 심평원에 등록된 국내 전체 oHCM 환자 수 는 약 2만명이다.
다만, oHCM 유병률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비대성 심근병증은 일반 인구의 200~5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유병률을 국내 전체인구에 적용하면 약 10~25만명이 비대성 심근병증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행히 2021년부터 비대성 심근병증을 진단 할 수 있는 심초음파 검사가 심장질환이 있거나 의심되는 경우 급여가 적용되면서 국내 비대성 심근병증 진단율도 상승하고 있다.
특히 캄지오스의 치료대상인 oHCM 환자 역시 2021년 심초음파 검사 급여가 확대된 이후 진단율이 늘어나고 있다.
2021년 oHCM 진단 환자는 466명으로, 심초음파 검사 급여확대전인 2020년 291명보다 약 1.6배 증가했다.
다시 말해, 진단검사 급여화로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치료제 급여 '장애물'로 임상현장 치료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현재 급여 적용 논의의 마지막 단계인 '약가협상' 타결 여부를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7월 한 차례 보류 끝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뒤 약가협상 타결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전체 예상 청구액과 이에 따른 재정분담 수준에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 차례 보류 끝에 약평위를 지난 7월에 통과했지만 약가협상 시작 시점은 8월"이라며 "60일인 약가협상 기간을 고려하면 10월 초 협상기간이 마무리 될 것 같다.
일단 10월 등재 대상에 없었던 만큼 타결 시 일정 상 올해 말 급여로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먹는 수술' 캄지오스, 건강보험 급여는 난망
작년 5월 허가 후 1년여 동안 급여 여부 무소식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먹는 수술'이라는 평가를 받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HCM) 신약 BMS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의 건강보험 급여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신약 가치 인정을 위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개별 치료제에 대해서는 급여 적정성 평가와 급여 결정은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 치료옵션 캄지오스
캄지오스는 oHCM을 유발하는 병태 생리를 표적하는 최초의 치료옵션이다.
과거에는 치료옵션이 없어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등 항고혈압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증상 조절 효과가 미미하거나 장기적인 개선이 어렵다는
한계는 여전했다.
항고혈압제 복용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계속되는 환자들은 최후의 선택지로 심장 근육을 절제하는 심근절제술을 선택해야 했다.
학계에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보니 진단받는 환자 수가 적어, 실제로는 약 8~23만명에 달하는 HCM 환자가 정확한 병명도 진단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캄지오스는 oHCM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증상성 oHCM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EXPLORER-HCM 연구에서 캄지오스는 위약군 대비 증상과 운동능력을 모두 유의하개 개선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심장 근육 리모델링 효곽까지 입증했다.
학계에서는 캄지오스를 '먹는 수술'이라고 평가, 혁신성을 기대했다.
실제 한국심초음파학회는 캄지오스 등장으로 비후성 심근병증 연구회를 발족하고
oHCM 인지도 향상과 진단 및 치료 관련 정보 전달에 힘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급여 적용 답보 상태에 애타는 환자들

문제는 건강보험 급여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된 이후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으면서 급물살을 탈 것 같았지만
현재까지 급여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 환자들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수술 대신 신약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달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한 환자는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돈 때문에 치료를 미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환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가슴에 들고 산 지 30년이 넘었다.
심장이 아플 때마다 가슴을 부여잡아 팔이 항상 가슴 부근으로
굳어져 있다"며 "캄지오스를 비급여로 처방받아 복용하면서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우울감, 불면의 시간까지도 이해가 됐다.
지금도 환자들은 걷고 뛰고 아이를 들어올리는 평범한 일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BMS제약은 캄지오스 급여 적용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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