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라클러님? 한국은 지금 징검다리 휴일이라죠? 지난 주 저희 원호섭 기자가 전해드린 메타의 새로운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에 대한 내용 기억하시나요. 너무 훌륭한 정리인데 꼭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라이언을 계기로 저는 왜 우리가 넥스트 스마트폰을 찾아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 테크세계 중심의 소비자 디바이스
- 개인 컴퓨터 시장의 40년간 성장
- 스마트안경이 다음시대 컴퓨터일까
- 인공지능 대모가 만든 스타트업
- 모닝브리핑
이 그림에는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챗GPT/달리> |
스마트 안경이 과연 다음 시대의 '컴퓨터'일까 미라클러님이 다 알고 계시는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메 타의 오라이언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테크 산업이 크게 도약하고 성장한 것은 새로운 개인 컴퓨터의 등장 덕분이었어요. 새로운 개인 컴퓨터에 대한 수요, 그리고 이 새로운 컴퓨터를 기반을 만들어지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그리고 새로운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수요가 플라이휠을 돌리면서 큰 기업을 만들어내고 일자리를 창출해냈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 메타 오라이언은 모두 ‘페이스 컴퓨터’가 다음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보는 제품들이에요. 최초의 PC가 책상에 앉아서 사용하고 전원이 연결되어야하는 모빌리티(이동성)가 낮은 컴퓨터였다면, 스마트폰은 손으로 들고 다니는 모빌리티가 매우 높은 컴퓨터라고 볼 수 있죠. 페이스 컴퓨터는 말 그대로 사람의 얼굴에 컴퓨터를 씌우는 것인데요. 이는 기존의 컴퓨터 대비 몇가지 장점이 있어요.
1. 사람의 시각에 3D 컴퓨터 이미지를 결합시킬 수 있어요.
비전 프로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고 패스스루를 통해 외부를 볼 수 있는 MR(혼합현실)기기. 오라이언은 투명한 안경렌즈에 디스플레이를 띄우는 개방된 AR(증강현실) 기기.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우리의 시각위에 3D 컴퓨터 이미지를 덮어씌운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이 3D 이미지는 우리의 손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마치 실제 물건을 집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죠. 가상의 레고 블록을 쌓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2. 양손과 보행의 자유가 생겨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써야해요. 그리고 모빌리티가 높기는 하지만 보행을 하면서 쓰기가 쉽지 않죠(요즘 스몸비라고 보행 스마트폰족도 많긴 하지만요 3.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을 컴퓨터도 보고 듣게 됩니다.
비전 프로와 오라이언에는 카메라와 스피커가 있는데요. 카메라는 내가 보는 것을 찍고, 스피커는 음악을 듣거나, 내가 컴퓨터에게 말을 하기 위해서 사용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보는 것을 컴퓨터가 보고, 내가 듣는 것을 컴퓨터가 듣죠. 이론적으로는 24시간 녹화하는 것도 가능해요! 이 데이터는 나의 맞춤형 AI에게 입력되서 내 AI를 학습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어요. |
오라이언 발표 후 메타가 좀 신난 것 같습니다. <메타> 컴퓨터 혁명은 UI 혁명 이런 가능성을 보고 애플이나 메타는 페이스컴퓨터를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요. 메타의 오라이언으 기존 제품과 비교해서도 혁신적이었어요.
사람과 컴퓨터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 인터페이스인 것 알고 계시죠?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가 PC의 대중화를 앞당겼고, 터치가 스마트폰의 편의성을 높인 것처럼요. 그런데 페이스컴퓨터가 되면 어떻게 컴퓨터와 소통해야할까요?
애플 비전 프로는 손과 눈동자로 인터페이스를 개선시켰어요. 우리의 눈동자를 트래킹해 눈으로 보는 곳으로 커서가 움직이고, 전방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것이 선택되는 것. 여기에 음성과 AI도 인터페이스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오라이언은 여기에 근전도 손목밴드를 도입했어요. 이를 통하면 손을 전방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도 클릭과 스크롤 등이 가능해요. 손목밴드 만으로 완벽하게 인터페이스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여러 인터페이스와 결합해 페이스 컴퓨터의 종합적인 인터페이스 품질을 높여줄 것 같아요. 근전도 손목밴드는 기존의 스마트워치와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앞서 원호섭 기자가 잘 설명해드린대로 오라이언은 별도의 연산장치(컴퓨팅 퍽)를 통해 무게와 배터리 문제를 해결(이라고 쓰고 우회)했어요. 그런데 이 퍽은 스마트폰 성능의 개선을 통해 스마트폰과 일체형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오라이언은 훨씬 편리한 기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
성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간지입니다. <스레드> 성장과 기회는 새로운 디바이스에서 나온다 새로운 디바이스의 등장은 그 전의 디바이스를 완전히 죽여버리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와도 사람들은 랩탑을 잘 쓰고 있어요. 고성능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데스크탑이 인기입니다. 하지만 사용시간의 비율이 달라집니다. 스마트 안경이 보편화된다고 해도 스마트폰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기로 남아있을거에요. 사.람.들.의. 주.머.니.속.에서 말이죠! 이는 애플이나 구글이 절대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오라이언이 절대 Next 스마트폰이 될 수 없는 이유. 여전히 많습니다. 너무 비싸고요, 여전히 무겁고요, 안경을 안쓰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요, 배터리 사용시간도 길지 않을 거구요.. 등등. 무엇보다 오라이언의 출시는 빨라도 2027년. 대중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제품이 되려면 2030년은 되어야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앞서 PC와 스마트폰의 역사를 보면, 진짜 큰 시장은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할 때 나왔어요.
물론 오라이언과 같은 페이스컴퓨터가 스마트폰(제1 디바이스)이 될지, 태블릿PC(보조 디바이스)가 될지, 이어버드(지원 디바이스)가 될지는 아직 모른답니다. 하지만 메타의 오라이언은 지금까지 나왔던 수많은 XR기기 중에서는 회의론자들을 가장 많이 설득한 제품이었어요. 한순간에 애플의 ‘비전 프로’가 잘못된 길을 들었던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에요. |
마크 저커버그가 VR헤드셋을 만드는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이 2014년. 이번 발표는 일종의 10주년을 기념한 발표였을 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메타가 10년간 쏟아부은 투자금은 거의 500억달러 정도가 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R기기가 컴퓨터의 미래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해요. XR기기가 10년 후의 미래일지, 20년 후의 미래일지 모른다는 거에요. 아니면 영원히 XR기기는 스마트폰에 종속되는 보조기기로 머물다가 뇌에 직접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의 시대로 세상이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기술이 무엇일 될지, 그것이 상업적으로 현실화가 언제 될지는 사실 저같은 기자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과거를 돌아보고 이런 흐름이 있었다고 후술할 뿐이죠.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사업화하고, 고객과 끊임없이 만나는 기업에 계신 엔지니어분들이야말로 기술의 미래를 알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래서 엔지니어분들께 부탁(?)을 남기면서 레터를 끝맺음해보려고 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해주세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세요.
더 큰 꿈을 가져주세요.
우리의 미래는 여러분 손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