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헌 옷을 추적했어?
국내 헌 옷의 경로를 끝까지 따라가면 뭐가 나올지 궁금했어. 플라스틱 쓰레기에 추적기를 달아 보도한 외국 사례에서 힌트를 얻었어. 헌 옷은 플라스틱 못지않게 지구에 나쁜 영향을 주지만 국내에선 잘 안 다뤄진 주제야.
️총 153개의 옷과 신발에 추적기를 어떻게 달았어?
소매와 주머니의 겉감과 안감 사이에 공간이 있어. 올을 살살 뜯어서 그 안에 엄지손가락만 한 추적기(스마트 태그)를 넣고 박음질했어. 신발은 깔창 아래 본드로 붙였고.
️손이 많이 갔겠다.
옷에도 그냥 본드로 붙이면 편한데 여러 가지 접착제를 써 봐도 잘 안 붙었어. ‘옷들이 덥고 습한 나라로 선박을 타고 오랫동안 이동하면서 접착제가 녹을 수 있다’는 헌 옷 수출업체 대표 조언을 듣고는 박음질로 최종 결정했지. 결국 팀원 네 명이 올 뜯고, 추적기 넣고, 박음질하고, 153개 옷과 추적기 명단을 기록하느라 5일은 걸린 것 같아. 30시간 정도.
️그걸 어떻게 의류수거함에 넣었어?
전국 헌 옷 수거함이 10만개가 넘어. 지역마다 헌 옷이 수거돼 옮겨지는 경로가 다를 수 있으니까 전국에 골고루 넣었어. 강원도에 사는 삼촌한테 헌 옷 택배 보내서 부탁하고 충청도 사는 친구한테도 부탁하고. 비수도권 지역에 취재갈 때 헌 옷 가져가서 넣고.
️옷이 국외로 가다가 추적기가 떨어지거나 망가졌을 거 같은데?
사실 보내고 나서 걱정 많이 했지. 위치 신호가 오지 않으면 현지 취재도 아예 할 수 없게 돼버리니까.
️국외 나가서 뭘 확인하고 싶었던 거야?
우선 현지에 한국에서 간 헌 옷이 정말 있는지 궁금했어. 또 하나, 그 헌 옷들이 현지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하고 싶었고.
️사람이 궁금했구나.
환경 문제를 취재하다 보면 지구도 아프지만, 사람도 아프겠단 느낌이 올 때가 있어. 쓰레기 산이 생기는 과정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주변 사람들이 그 영향을 받아 아프게 되니까.
️결국 추적기 신호가 잡힌 거지? 몇 개나?
추적기를 붙인 153개의 옷과 신발 중 40개 정도는 신호가 안 잡혔어. 31개가 국외에서 신호가 잡혔고. 문제는 국외에서 신호가 잡힌 추적기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거였어.
️추적기 달았다고 바로 알 수 있는 게 아니었구나.
응. 정말 어려웠어. 구글링을 아무리 해도 쓰레기 매립지 정보가 안 나오는 거야. 일단 인도랑 타이로 가서, (추적기 신호가 잡힌 곳 가까이 가서) 사람들에게 정확한 매립지 위치를 물었어. 다행히 현지인 통역사가 수소문해서 찾아내 줬고.
️쓰레기 더미에서 추적기를 찾는 것도 힘들었겠다.
추적기 달린 옷과 신발을 찾는 건 거의 불가능했어. 그곳에 다른 한국 헌 옷들이 있는지 찾아본 거지. 인도 파니파트는 ‘헌 옷의 수도’라고 불릴 만큼 헌 옷 재활용 산업이 큰데, 공터에서 쓰레기를 무단 매립하고 소각하는 곳을 찾아갔어. 쓰레기를 버리는 트럭 운전사 말로는 그런 공터가 17곳이나 있대. 거기서 불태우고 남은 잔해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한국 상표 두세 개를 발견했어.
️엄청 기뻤겠는데?
그보다는 한국 사람들이 여기에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추적기 신호를 따라 간 거였으니 한국 헌 옷이 거기 있을 줄은 알았지만, 정말로 여기 와서 이렇게 버려졌구나 확인한 거니까.
️매립지면 악취가 심했을 텐데.
인도 파니파트에선 공터에서 수시로 쓰레기를 불태워서 매연이 너무 심했어. 헌 옷 재활용하는 공장은 먼지 구덩이였고, 헌 옷 표백 공장에 들어갔을 땐 락스 냄새를 코 가까이에 대고 맡는 느낌이었어. 악취는 타이 롱끌르아 시장 근처 매립지가 정말 심했어. 넓이가 5㎢나 되는 매립지인데 침출수가 여기저기 흐르고 있어서 숨쉬기 어려울 정도였어. 다녀온 날 피부에 두드러기가 났고. 침출수에 한 번 빠졌는데 그 신발은 결국 냄새가 안 빠져서 버릴 수밖에 없었어.
️정말 심각한데?
우리가 삶에서 필수적인 것 이상으로 많은 옷을 사고 버려서 다른 국가 주민의 생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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