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밝혀낸 연애에서의 '정뚝떨' 현상


갑작스러운 호감 상실의 과학적 해석: '역겨움(the ick)' 현상

'역겨움' 현상의 이해와 과학적 분석

최근 연애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갑자기 흥미를 잃는 '역겨움(the ick)' 현상, 이른바 '정뚝떨(정이 뚝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역겨움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러브 아일랜드'를 통해 최초로 대중화되었으며, 이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바이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의 심리학자 클로이 인은 "영국의 러브 아일랜드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한 참가자가 갑자기 파트너에 대한 호감을 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설명하며 그녀는 그와 함께 있을지 말지 내적 갈등을 겪었고, 그의 사소한 행동들이 점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이 역겨움 현상은 단순한 흥미 상실을 넘어서는 복잡한 심리적 반응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아쉽게도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감정 변화를 수반한다.<BR> ©Getty Images

이 역겨움 현상은 단순한 흥미 상실을 넘어서는 복잡한 심리적 반응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아쉽게도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감정 변화를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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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겨움 현상은 단순한 흥미 상실을 넘어서는 복잡한 심리적 반응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아쉽게도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감정 변화를 수반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역겨움은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잠재적으로 부적합한 파트너를 식별하는 방어 메커니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작동하여, 사소한 특성이나 행동에도 강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심리학자들은 역겨움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 기대치, 그리고 과거 경험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 현상은 현대 데이팅 문화와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완벽한 파트너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도 연관되어 있다.

역겨움의 원인 분석: 소셜 미디어 연구 결과

연구자들은 역겨움 현상의 동기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틱톡을 활용한 혁신적인 연구 방법을 채택했는데,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theick' 해시태그를 사용한 86개의 틱톡 동영상을 수집한 후,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이 연애 상대에 대해 갑작스러운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를 정량화했다.
그들의 분석 결과, 역겨움을 유발하는 여러 주요 요인이 발견되었다.

  • 성별 불일치: 남성이나 여성이 자신의 성별에 '전형적'이고 '고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할 때 역겨움이 유발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기대와 관련이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는 성별 규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향력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된다.
  • 공개적 자기 망신: 공공장소에서 스스로나 다른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행동은 강한 역겨움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 '갑질'하는 태도나 자신이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자신보다 사회적 계급이 낮다고 판단하여 큰소리를 치는 모습들도 포함될 수 있다.
    그만큼 사회적 상황에서의 행동 방식은 파트너의 판단력과 사회적 지능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된다.
  • 짜증 나는 말투: 상대방의 특정 발언 방식이나 내용이 역겨움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목소리나 억양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 내용과 의사소통 방식에 관한 것으로, 가치관과 지적 수준의 불일치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 패션 '실수': 부적절한 옷이나 악세서리의 선택이 역겨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패션은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특정 스타일이 상대방의 기대나 취향과 맞지 않을 때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 여성 혐오: 상대방이 보이는 성차별적 태도는 특히 여성들에게 강한 역겨움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를 넘어 핵심 가치관과 존중의 문제와 연결된다.
  • 신체적 특징: 예를 들어서 '앉았을 때 여성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경우'와 같은 특이한 신체적 특징이 역겨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반응은 종종 비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배우자 선택과 관련된 본능적 반응일 수 있다고 분석된다.
  • 유행이나 소셜 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집착: 소셜 미디어 트렌드나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독립적 사고의 부재로 해석되어 역겨움을 유발할 수 있다.
  • 허영심: 과도한 자기애나 외모에 대한 집착이 역겨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상대방의 가치관이 지나치게 표면적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행동은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어떤 것들은 90년대 시트콤 캐릭터가 연인을 떠나기 위해 내세울 법한 신경질적인 이유처럼 보인다.
역대 가장 인기 있었던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렌즈'에서 나왔듯이 "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혹은 "그가 청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들이 얼마나 사소해 보이든 중요하지 않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감정이 실제로 강력하고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역겨움 요소가 종종 더 깊은 심리적 불안정성이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리는 표면적 이유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역겨움이 친밀감이 깊어짐에 따라 느끼는 취약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남녀의 역겨움 경험 차이와 심리적 특성

연구에 따르면 역겨움 요소는 성별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125명의 싱글로 구성된 표적 집단을 대상으로 역겨움 범주에 걸친 시나리오에 어떻게 반응할지 질문했으며 그들의 자기애적 성향이나 완벽주의적 특성도 함께 평가했다.


여성들은 남성 파트너가 보이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나 짜증 나는 말투에 더 쉽게 역겨움을 느꼈다고 한다.<BR> 반면 남성들은 여성 파트너의 신체적 외모의 특이점이나 지나치게 허영심이 있어 보이는 것에 더 쉽게 반발했다.<BR> ©Getty Images

여성들은 남성 파트너가 보이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나 "짜증 나는 말투"에 더 쉽게 역겨움을 느꼈다고 한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 파트너의 신체적 외모의 특이점이나 지나치게 허영심이 있어 보이는 것에 더 쉽게 반발했다.
©Getty Images

여성들은 남성 파트너가 보이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나 "짜증 나는 말투"에 더 쉽게 역겨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는 여성들이 정서적, 지적 연결과 상호 존중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또한 여성들은 남성의 사회적 행동,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방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 파트너의 신체적 외모의 특이점이나 지나치게 허영심이 있어 보이는 것에 더 쉽게 반발했다.
남성들은 여성이 지나치게 사회적 인정을 추구하거나 그룹이나 집단의 압력에 쉽게 영향받는 것으로 보일 때 역겨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것은 남성들이 파트너 선택에 있어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는 또 다른 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역겨움 경험 사이의 중요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일상생활의 다른 부분에서도 혐오감을 더 쉽게 느끼는 사람들이 역겨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혐오 내성이 높은 사람들보다 더 높은 빈도로 경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역겨움이 일반적인 감정적 반응 패턴의 일부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자기애와 완벽주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역겨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완벽주의자들은 파트너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며,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소한 결함에도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파트너의 특성에 더 비판적일 수 있다.

여성들은 역겨움 개념에 더 익숙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빈도로 느낀다고 보고되었는데, 연구자들은 이것이 여성들의 관계적 위험에 대한 높은 민감성 때문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여성들은 파트너 선택에 있어 더 신중하고 선택적일 필요가 있었으며, 이러한 성향이 현대 데이트 맥락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역겨움 현상이 종종 더 깊은 불안감이나 애착 문제를 가리는 표면적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BR> ©Getty Images

심리학자들은 역겨움 현상이 종종 더 깊은 불안감이나 애착 문제를 가리는 표면적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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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심리학자들은 역겨움 현상이 종종 더 깊은 불안감이나 애착 문제를 가리는 표면적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불안정 애착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친밀감이 발전함에 따라 취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관계를 종료할 이유를 무의식적으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 역겨움 현상의 사회적 맥락

현대의 데이트는 소셜 미디어와 데이팅 앱의 영향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팅 앱이 크게 발전하진 않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남녀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엄청난 선택의 폭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완벽한 파트너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조성하고 있다.
호주 노트르담 대학의 심리학 연구원 라켈 필은 이러한 현상을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현대의 데이팅 장면은 친밀한 파트너에 대한 높고 아마도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진 개인들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들에게 선택의 폭은 넓지만, 자신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임은 거의 없는 것 같이 보이며 다른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완벽한 선택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사람들이 자신의 최선의 모습만을 선별적으로 공유하는 경향이 있어, 현실적인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타협의 필요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보이는 완벽한 커플이나 완벽한 개인의 이미지는 실제 관계에서 마주치는 일상적인 모습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비교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BR>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비교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Getty Images

가장 우려스러운 점으로 심리학자들이 소셜 미디어가 '비교의 문화'를 조성하여 자신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의 (종종 미화된) 관계와 지속적으로 비교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의 파트너나 관계에 대한 만족도를 낮추고, 사소한 결함에도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할 수 있기에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비교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에 따르면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역겨움 현상을 더 자주 경험하고 이에 대해 더 개방적으로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이들 세대가 소셜 미디어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했으며, 개인적 성취와 자기만족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적 맥락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연구자들은 역겨움을 유발하는 특정 행동들이 문화적 트렌드와 소셜 미디어 영향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특정 패션 스타일이나 취미가 소셜 미디어에서 촌스럽다고 낙인찍히면 이것이 역겨움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매우 빠르게 전파될 수도 있다.

관련 자료

'역겨움' 현상: 혐오감, 나르시시즘, 완벽주의가 배우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 (The ick: Disgust sensitivity, narcissism, and perfectionism in mate choice thresholds), Collisson et al. 2025

더우면 더 빨리 늙는다 “한국 여름 폭염 일수 10% 증가하면 1년에 0.115년 빨리 노화”

▲ 더위와 생물학적 노화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졌다.<BR> ⒸGettyImages

▲ 더위와 생물학적 노화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GettyImages

올해 여름에는 역대급 폭염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위가 빨리 시작되는 것은 물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극심한 더위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도 제기됐다.
더우면 더 빨리 늙는다는 연구 결과다.

주변 환경에 따른 생물학적 노화 판단

생물학적 연령은 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연대기적 나이와 일치하지 않는다.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생물학적 연령에 대한 고려가 더 필요하다.
생물학적 연령이 높을수록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간, 극한 더위에 노출되는 것이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등 부정적 건강 결과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왔지만, 폭염과 생물학적 노화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불분명했다.

노화 속도를 판단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은 후성유전학 생체시계를 확인하는 DNA 메틸화 검사다.
메틸화는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DNA에 메틸기(-CH3)가 달라붙는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혈액을 채취해 시간 흐름에 따른 메틸화 수준을 분석하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적할 수 있다.


▲ DNA는 주변 환경에 의해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는데, 이를 DNA 메틸화라고 한다.<BR> DNA 메틸화 분석은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BR> ⒸWikimedia

▲ DNA는 주변 환경에 의해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는데, 이를 DNA 메틸화라고 한다.
DNA 메틸화 분석은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Wikimedia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56세 이상 미국인 3,600명의 혈액에서 DNA 메틸화를 6년간 추적·분석하여 극심한 더위에 더 많이 노출되면 노인의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제니퍼 에일샤 교수와 한국인인 최은영 박사는 참가자들의 혈액에서 노화 관련 유전자의 DNA 메틸화 변화를 시기에 따라 분석했다.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각 시점에서의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하고, 이후 생물학적 연령 변화를 각 거주 지역의 열지수 및 폭염 일수와 비교했다.
단순 기온이 아닌 열지수까지 함께 분석한 것은 습도의 효과를 고려하기 위함이다.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는 냉각되는데, 습도가 높은 곳에 있으면 냉각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 2010~2016년 미국의 폭염 일수. 색이 진할수록 폭염 일수가 많음을 의미한다.<BR> ⒸScience Advances

▲ 2010~2016년 미국의 폭염 일수. 색이 진할수록 폭염 일수가 많음을 의미한다.
ⒸScience Advances

미국 기상청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기준으로 ‘주의’, ‘매우 주의’, ‘위험’의 세 가지 단계로 열지수 값을 구분한다.
26.7~32.2℃가 주의, 32.2~39.4℃가 매우 주의, 39.4~51.1℃가 위험 단계로 이번 연구에서는 세 단계에 해당하는 날을 모두 폭염으로 정의했다.

분석 시기 동안 최대 2.48년 빨리 늙어

연구진은 세 가지 생물학적 시계(PCPhenoAge, PCGrimAge, DunedinPACE)를 노화의 지표로 삼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세 지표 모두에서 모두 폭염 일수가 많은 지역 거주민일수록 생물학적 나이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차이와 신체 활동·음주·흡연 등 생활 습관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유의미한 차이였다.

분석 기간인 6년을 기준으로 폭염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 거주민의 생물학적 나이는 PCPhenoAge에서 2.48년, PCGrimAge에서 1.09년, DunedinPACE에서 0.05년 증가했다.
가령, PCPhenoAge 지표 기준으로 출생일에 따른 실제 나이는 6살 많아졌지만, 몸은 8.48살 노화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온과 유사한 ‘주의’ 단계의 폭염 일수가 10% 증가하면, PCPhenoAge가 0.115년 더 빨라졌다.


▲ 폭염과 세 가지 생물학적 노화 관련 후성유전학적 지표와의 연관성. ⒸScience Advances

▲ 폭염과 세 가지 생물학적 노화 관련 후성유전학적 지표와의 연관성. ⒸScience Advances

에일샤 박사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의 경우 2024년 기준 37.7℃의 더위가 무려 113일 동안이나 지속됐다”며 “1년에 ‘매우 주의’ 폭염 일수가 절반 발생하는 지역에 사는 참가자는 1년에 폭염 일수가 10일 미만인 지역 거주 참가자에 비해 최대 14개월가량 생물학적으로 노화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위가 많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빨리 늙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폭염으로 인한 후성유전학적 노화는 단기간(7일)과 중기간(30~60일) 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더위로 인한 변화가 단기간 노출에 의해서도 빠르게 일어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됨을 나타낸다.

최은영 박사는 “온난화와 고령화는 전 지구적 문제인 만큼 더 현명한 완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버스 정류장의 위치, 나무 심기, 도심 녹지 조성 등 도시 인프라를 개선할 때 기온을 고려한 연령 친화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별을 빠르고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 네 단계의 이별, 알면 더 효과적인 극복이 가능하다?

어려운 이별을 최대한 빠르고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 혼자라 느낄 테지, 그 마음 형도 다 알아 짜샤... 사람을 믿었고 사람을 잃어버린 자, 어찌 너뿐이랴” (그룹 노라조 ‘형’ 가사 중)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서로 무관심해지며, 늘 다투기만 한다.
혹은 관계가 일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들의 관계가 어긋나고 가슴에 상처가 쌓이는 데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안 맞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이별이라는 결과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러한 관계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을 본인 스스로 이미 자각할 수도 있다.
물론 상대방은 이를 예상하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즉, 떠난 사람은 남겨진 사람과 이별을 다르게 느끼거나, 커플이 서로 상의하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할 때에도 서로가 느끼는 감정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관계의 끝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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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공통점을 들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관계의 끝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도리스 울프(Doris Wolf)는 파트너 혹은 남녀 사이의 이별은 단순히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 이상의 의미로 인생의 설계 전체가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토록 힘들고 어려운 이별을 최대한 빠르고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별을 경험할 때 어떠한 과정이 일어나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실연한 사람들의 뇌에는 공통적인 신경전달물질이 활성화된다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실연당한 학생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능 자기공명영상 장치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실연을 안겨준 사람들의 사진과낯선 사람들의 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뇌 영상을 찍었는데, 실연당한 학생들의 뇌에서는 사랑이 시작됐을 때나 진행할 때 나타나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코르티솔 등 신경전달물질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갑자기 분비되는 데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먼저 도파민이 분비되는 이유는 사랑에 빠졌을 때의 행복감을 기억하는 뇌에 실연 감정이 떠올려지며 상실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핍된 사랑을 더욱 갈망하게 되며 도파민이 분비된다.
즉, 과거 경험으로 인해서 쾌락 중추가 자극되지만, 상대방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집착이 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뇌는 ‘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 순간 분노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이 급격히 분비된다.
참가자들의 가슴이 뛰고 혈압이 올라가며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무한 반복을 겪게 된다.
이내 몸은 앓아눕게 되는데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 때문이다.


실연당한 학생들의 뇌에서는 사랑이 시작됐을 때나 진행할 때 나타나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코르티솔 등 신경전달물질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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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경험했을 때에도 이와 비슷한 단계가 이어진다.
심리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별을 4단계로 나누어서 구분하는데,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부분 위 4단계를 반드시 경험한다고 한다.

이별의 네 단계 ‘4단계 모델’

이별 초기에는 충격과 불신에 빠지게 되며 상대방을 되찾으려는 노력 그리고 이에 대한 다소 당황스러운 시도가 이어진다.
이후 슬픔, 절망, 죄책감, 괴로움, 격렬한 분노의 감정적 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울프는 이 모든 단계가 매우 큰 혼돈이지만 대부분 네 가지 단계로 잘 구분되는 일종의 ‘질서가 있는 혼돈’이라고 말한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4단계 모델’이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울프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위 4단계 모델은 결국에는 끝날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자신의 진료실에서는 이 모델이 매우 효과가 있다고 덧붙인다.
울프는 이러한 모델을 이해하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정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특정 단계에 갇혀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별의 4단계 모델은 각 단계에 갇혀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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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모델’에 따르면 이별의 네 단계는 부정, 감정의 분출, 새로운 방향성 찾기, 미래로 향하는 관점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 단계는 고유한 감정선이 지배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거부’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 없이는 못 산다고 생각하는 감정이 당신을 지배한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계속 전화할 것이며 이번엔 다를 거라고 약속하곤 한다.
더 다정하고 사랑스러워지려 노력하며 옛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무력감과 통제력에 대한 상실 때문이다.
울프는 무력감에 대해서 위험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울프는 이 단계에서 헤어 나오기 위하여 하루빨리 전 애인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은 모두 버리라고 조언한다.
울프는 상대방의 흔적만 보더라도 절망감에 빠질 수 있기에 이별을 상기시키는 물건을 치우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는 이 단계에서 자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분출하는 감정’ 단계로 ‘사랑해’, ‘그리워’, ‘미워’라는 3개 단계가 계속해서 지속된다.
그리고 당신의 모든 간청과 부탁, 애원에도 관계 회복이 실패했다면 이제 고통, 외로움, 두려움, 분노, 자괴감, 죄책감을 느낄 때이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이별은 흔한 일이며 어떤 사람들은 이별을 수도 없이 겪는다.
하지만 이별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별을 극복하기가 정말 어렵고, 이는 우울증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치료사 울프는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감정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울프는 이 단계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되기를 기대하는 대신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일기를 쓰거나 친구,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등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을 견디는 것보다 더 쉬운 마약, 무분별한 성관계, 과도한 업무 등을 택하지만 이는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감정을 견디는 것은 매우 힘들다.
얼마나 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울프는 매일 의식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고, 삶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삶은 어떻게든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노는 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노’는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경우라도 결국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중요한 신호이다.
화가 나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더 이상 무력감을 느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노는 다음 단계로 가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분노는 건강한 표출 그리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분출이 뒷받침된 분노이다.


분노는 다음 단계로 가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분노는 건강한 표출 그리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분출이 뒷받침된 분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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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단계는 ‘새로운 방향성 설립’ 단계로, ‘어쩌면 당신 없이도 계속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을 느끼는 단계라고 한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갑자기 인생은 계속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보통 이 단계에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매우 소중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하는 동안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고 한다.
처음 두 단계에서는 상실한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이 계속 진행되었다면, 세 번째 단계에서는 분노를 통해 자신에게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울프에 따르면 이 단계에서는 심지어 사별 등의 이유로 이별을 했을 때에도 이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울프는 이 시기에 새로운 관계를 찾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경고한다.
이제야 헤어진 이유를 파악하기 시작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너무 빨리 다시 사랑에 빠지면 새로운 파트너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미래의 관점’ 단계로 ‘상대방이 있어서 좋았고, 떠나서 좋다’는 감정을 느끼는 단계이다.
울프는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별은 내게 일어날 수 있었던 최고의 일이었다고 평가한다고 한다.
이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슬픔, 분노, 수용, 그리고 헤어진 관계에 대한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감정은 과거의 일일뿐이다.
그리고 오래된 관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골절처럼 느껴지더라도 지금 단계야말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실연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를 바탕으로 실연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이는 이별의 두 번째 단계에서 벌어지는 일로 전문가들은 이 단계가 현실을 직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하루 20분 정도 자신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불안에 대해서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불안감을 해소하고 도파민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 행복한 음악을 듣는 것을 들 수 있다.
행복한 느낌의 음악은 실제로 도파민의 증폭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이별 음악이나 슬픈 음악은 이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단계 및 방향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동안 그들이 살아온 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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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새로운 단계 및 방향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동안 그들이 살아온 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를 통해서 세 번째 이별 단계에서 네 번째 이별 단계로 가는 과정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

유독 기억력 좋은 사람 뇌의 비밀 우리 뇌가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기억을 형성하는 상세 메커니즘 규명

▲ 알츠하이머병 등 기억 장애 치료를 위한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BR>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기억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새로운 유형의 뇌세포가 규명됐다.<BR> ⒸCJ 엔터테인먼트

▲ 알츠하이머병 등 기억 장애 치료를 위한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기억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새로운 유형의 뇌세포가 규명됐다.
ⒸCJ 엔터테인먼트

익숙한 물컵, 익숙한 사진, 익숙한 사람들까지. 우리는 기억에 새겨진 익숙함 속에 산다.
기억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형성하고,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영츠하이머’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나이를 불문한 기억력 감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쉽게 깜빡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 본 물건, 처음 본 영화를 귀신같이 기억 잘하는 사람도 있다.
뇌과학자들은 유독 기억력 좋은 사람 뇌의 비밀을 풀어냈다.

사물 기억을 돕는 새로운 유형의 뇌세포 발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사물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새로운 유형의 뇌세포를 발견하고, 그 연구 결과를 2월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했다.
연구를 이끈 마크 셈브로우스키 교수는 “사물 인식 기억은 우리의 정체성과 세상과의 상호작용 방식에 핵심적”이라며 “사물이 익숙한 것인지, 새로운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생존을 넘어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결정 짓는다”고 설명했다.


▲ 쥐 해마 속 활성화된 타원 세포의 모습. ⒸCembrowski Lab/UBC Faculty of Medicine

▲ 쥐 해마 속 활성화된 타원 세포의 모습. ⒸCembrowski Lab/UBC Faculty of Medicine

연구진은 쥐의 뇌 샘플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매우 독특한 유전자 발현을 보이는 작은 세포 군집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 세포들이 달걀과 비슷한 모양을 지녀, ‘타원 세포(ovoid cell)’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은 타원 세포의 정확한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활성화될 때만 형광을 내도록 세포를 조작했다.
이후 실험 결과, 타원 세포는 생쥐가 낯선 물체를 마주쳤을 때만 형광을 냈다.
물체를 기억하게 되고 익숙해지면 형광 반응을 멈췄다.
제 역할을 다했다는 의미다.

제1저자인 아드리엔느 킨먼 연구원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자신의 이름, 비밀번호,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 등 익숙한 것을 잊는다”며 “타원 세포를 조작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한다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예방하거나 역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마크 셈브로우스키 교수(왼쪽)와 제1저자인 아드리엔느 킨먼 연구원이 쥐 해마 타원 세포의 모습을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BR> ⒸCembrowski Lab/UBC Faculty of Medicine

▲ 마크 셈브로우스키 교수(왼쪽)와 제1저자인 아드리엔느 킨먼 연구원이 쥐 해마 타원 세포의 모습을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Cembrowski Lab/UBC Faculty of Medicine

새로운 정보 처리와 기억 형성 과정의 ‘동기화’가 핵심

기억은 한 가지 사물만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이면서 형성된다.
가령, 영화로 치면 등장 이름의 얼굴, 이름, 사건의 흐름 등을 통합적으로 기억해야 나중에 내용을 잘 회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간 새로운 정보 처리, 기억 형성 그리고 회상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우리 뇌 속 해마가 어떻게 통합적으로 조율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성균관대 연구진은 지난 1월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해마가 기억 형성과 회상에 관여하는 여러 인지 과정을 조율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유독 기억력 좋은 사람 뇌의 비밀도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웹드라마를 보여주며 뇌 신호를 측정했다.
대학생들의 연애와 우정, 그리고 삼각관계와 이별 등 갈등을 이야기로 전개됐다.
분석 결과, 새로운 정보가 적은 장면일수록 참가자들이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새로운 정보를 감지하는 과정과 기억 형성 과정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유독 잘 기억하는 사람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신호 패턴과 기억을 형성하는 신경 신호 패턴이 서로 조화를 잘 이루는 특징이 있었다.<BR> ⒸGettyImages

▲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유독 잘 기억하는 사람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신호 패턴과 기억을 형성하는 신경 신호 패턴이 서로 조화를 잘 이루는 특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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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구진은 해마가 새로운 정보 감지와 기억 형성 등의 기능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알기 위해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참가자들의 뇌를 살폈다.
이 과정에서 해마의 정보 처리 과정의 핵심 신경 신호 축인 ‘기억 형성 공간’, ‘기억 회상 공간’ 그리고 ‘새로운 정보 처리 공간’을 추출했다.

새로운 정보 처리 공간과 기억 형성 공간은 신경 활동이 특정 축을 따라 조율 및 정렬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했다.
여기서의 정렬은 신경 신호 패턴이 서로 유사하게 배치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해마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한 뒤 이를 기억 형성과 통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기억 회상 공간은 기억 형성 공간과만 정렬되어 있고, 새로운 정보 처리 공간과는 정렬되지 않았다.

새로운 정보 처리 공간과 기억 형성 공간의 정렬이 더 잘 이뤄진 참가자일수록 영화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심원목 교수는 “자연스러운 경험 속에서 뇌 활성화 패턴을 분석해 기억 형성과 회상 과정을 조율하는 해마의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라며 “해마가 기억을 형성할 때 신경 신호 패턴이 얼마나 잘 정렬되는지가 기억력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사랑의 과학: 뇌 속에서 일어나는 중독과 같은 메커니즘 관계 치료와 상담, 정신 건강 관리, 그리고 사회적 인식 변화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연구 결과

마약 중독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감정, ‘사랑’

최근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 뇌에서 일으키는 반응은 마약 중독과 그 패턴이 유사함이 밝혀졌다.
즉, 우리가 흔히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 비유가 아닌, 실제 과학적 현상임을 입증하는 결과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 비유가 아닌, 실제 과학적 현상임이 밝혀졌다.<BR> ©GettyImages

우리가 흔히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 비유가 아닌, 실제 과학적 현상임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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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알토 대학교의 페르틸리 린네 박사 연구팀은 fMRI를 활용한 뇌 영상 분석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마약 중독환자들의 뇌 활동과 놀랍도록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특히 도파민과 관련된 보상 체계가 활성화되는 양상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연인 관계에 있는 참가자들과 최근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의 뇌 활동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마약 중독자가 중독 물질을 접했을 때 반응하는 영역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약 중독자의 금단 현상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이별의 고통’

주목할 만한 점은 이별 후 겪는 고통의 메커니즘이다.
연구진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마약 중독자의 금단 현상과 매우 유사한 신경학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왜 많은 사람들이 이별 후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별 후 경험하는 증상으로는 심각한 불면증과 식욕 부진, 극심한 불안과 우울감, 신체적 통증과 피로감, 집중력 저하와 일상생활의 어려움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마약 중독자들이 금단 현상으로 겪는 증상들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연구진은 이러한 중독과 유사한 메커니즘이 진화 과정에서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발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강력한 유대감과 애착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고, 커플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즉, 사랑이 중독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이는 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진화적으로 발달된 적응 메커니즘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연구가 시사하는 바

사랑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특히 관계 치료와 상담, 정신 건강 관리, 그리고 사회적 인식 변화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 결과는 관계 치료와 상담, 정신 건강 관리, 그리고 사회적 인식 변화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BR> ©GettyImages

연구 결과는 관계 치료와 상담, 정신 건강 관리, 그리고 사회적 인식 변화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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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통해 이별 후 회복 과정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가능해지고, 중독 치료 방법론의 응용 가능성이 제시될 수 있으며, 실연으로 인한 우울증의 의학적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실연의 고통을 단순한 감정적 문제가 아닌 신체 메커니즘 관점으로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지원과 치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반증도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흥미로운 과학적 발견을 넘어, 관계의 형성과 상실, 회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더 나은 정신 건강 관리와 관계 치료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 준다.

물론 후속 연구의 필요성 또한 제기된다.
특히 사랑의 신경학적 메커니즘과 개인차 연구, 건강한 애착 형성을 위한 과학적 접근법 개발, 이별 후 회복을 돕는 새로운 치료법 연구, 사랑과 중독의 차이점에 대한 더 깊은 이해 등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별 후 회복을 위한 과학적 접근과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한 조언을 제시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사회적 지지 시스템 구축,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 요청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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