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자가 권력을 잡는 게 아니라, 권력을 쥐면 못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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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자가 권력을 잡는 게 아니라, 권력을 쥐면 못돼 진다

“새벽 3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 커다란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내 나는 어디에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됐다.
 … 나는 푹 잘 수 있었고, 아침이 빨리 오기를 고대했다.
” 1940년 5월, 영국 수도 런던이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 위기에 빠져있던 때 윈스턴 처칠이 쓴 일기의 한 구절입니다.
 대영제국 총리로 임명된 첫날밤의 환희를 적은 것입니다. 

‘권력은 사람을 외롭고 불행하게 만든다’는 게 세간의 통념입니다.
 미국 마피아 영화 <대부>에서 두목 마이클 콜레오네는 권력을 손에 넣을수록 고립되고 불행해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독일 심리학자인 카르스텐 C. 셰르물리는 ‘실상은 그 반대’라고 일깨웁니다.
“권력을 쥐는 순간 대량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고 강한 쾌감이 형성된다.
 권력은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처럼 작용하고, 상실의 순간에는 금단에 가까운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
”(권력의 중독, 셰르물리 지음, 미래의창 펴냄, 원제 Die Psychologie der Macht) 

권력이 무서운 것은 사람을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권력은 인지구조 자체를 바꾼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타인을 단순화하고, 고정관념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 ‘젊은이는 게으르고 뻔뻔해’ ‘이민자는 위험해’ 같은 단순 도식이 대표적입니다.
“권력자는 굳이 타인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런 일에 뇌의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니 행동이 무신경하고 거칠어집니다.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거침없이 표출하고, 무례함도 서슴지 않는다. ” 에이브러햄 링컨이 “어떤 사람의 진짜 성격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나르시시스트이거나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사람들만 권력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냉혹함이나 공격성, 과도한 우월감과 권력 획득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못된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게 아니라, 권력을 갖게 되면 못돼질 가능성이 높다.” 

권력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의 도덕성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권력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지, 타인의 말을 끊고 있지는 않은지 감지하는 게 출발점이다.” 불편한 피드백이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대 로마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트리움프’라는 개선 행진을 할 때, 최고의 영예를 누리는 동시에 견제를 받게 했습니다.
 개선장군의 전차 뒤에 노예가 서서 “당신도 결국 인간임을 기억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였고, 병사들은 그를 조롱하는 노래를 불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압도적인 찬사와 날카로운 경고가 공존했다.
 권력자가 스스로를 신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셰르물리는 이와 비슷한 장치로 권력분산(empowerment)을 제시합니다. “권력을 독점하는 대신 타인에게 권한과 자율성을 동시에 나눠주는 것, 다시 말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건강한 방식이다.” 권력이 책임감 있게 사용될 경우, 사람과 조직 그리고 사회의 이익을 위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습니다.“권력은 인간을 시험하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장치이며, 우리는 누구나 권력 앞에서 괴물이 될 수 있다.
 당신은 권력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경제사회연구원 이사

이학영 드림


못된 사람이 권력을 잡을까, 권력이 사람을 못되게 만들까

행복감 제공하는 권력, 도파민 분비로 중독 불러
권력자는 연민·공감 잃을 가능성도 높아
권한 나누는 ‘임파워먼트’, 성숙한 권력의 조건

권력은 황홀한 도파민을 분출시키고 공감 능력을 빼앗는다고 ‘권력중독’은 주장한다.
사진은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지난 2023년 1월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오랫동안 사람들은 ‘권력은 사람을 외롭고 불행하게 만든다’고 믿어왔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 속 마이클 콜레오네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는 권력을 손에 넣을수록 점점 고립되고 불행해지는 인물이었다.
한국 현대 정치사를 돌아봐도 권력의 끝이 비극으로 마무리된 장면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권좌에 있는 순간의 경험은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처칠은 1940년 대영제국 총리로 임명된 첫날 밤 이렇게 썼다. “새벽 3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 커다란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내 나는 어디에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마치 지금까지의 인생이 바로 이 시간과 이 시험을 위한 준비였던 것처럼 느껴졌다.
(중략) 나는 푹 잘 수 있었고, 오히려 아침이 빨리 오기를 고대했다.
나는 어떤 꿈도 필요하지 않았다.
현실이 꿈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권력의 본질에 훨씬 가깝다.
수많은 심리학 연구와 조사에서 권력은 인간에게 강력한 행복감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높은 권력의 위치에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열정과 활력, 자신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더 자주 경험하고, 수치심이나 걱정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덜 느꼈다.
처칠이 말한 ‘어디에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자신의 삶과 타인,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 즉 자유감과 자기주도성, 자기효능감을 강화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보필 덕분에 강력한 안전감까지 경험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권력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한다.
도파민 분비가 폭발하면서 권력 경험 자체가 강력한 쾌락으로 작동한다.
한번 권력의 감각을 경험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워진다.
황홀한 도파민 분비를 끊을 수가 없어서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기가 힘들다.
이것이 독일 심리학자가 쓴 ‘권력중독’의 핵심 요지다.

하지만 권력자는 중독 이전에 이미 다른 변화를 겪는다.
연구에 따르면, 권력자는 필연적으로 연민과 공감 능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권력자는 타인을 고정관념화하고 대상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젊은이는 게으르고 뻔뻔해’ ‘이민자는 위험해’ 같은 단순한 도식이 대표적이다.
고정관념은 사고를 단순화하는 인지 전략이다.
오류를 낳을 순 있지만 생각을 쉽고 빠르게 만든다.
권력자는 굳이 타인을 개별적인 존재로 세심하게 인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정관념을 적극 활용한다.
반면, 권력이 없는 사람은 상황이 정반대다.
그들은 권력자를 주의 깊고 정교하게 관찰해야 한다.
대인 관계에서의 잘못된 판단 하나가 미래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약한 위치일수록 타인에 대한 관찰은 더 섬세해진다.

이런 고정관념은 대상화, 탈개인화, 비인간화를 가속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공감 능력을 앗아간다.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 “권력과 특권은 공감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공감 능력은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롭게도 권력자는 타인에 대한 감각보다는 자신의 내부 감각, 예컨대 심장박동 감지 같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감각성이 훨씬 더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니 행동은 무신경하고 거칠어진다.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거침없이 표출하고, 무례함도 서슴지 않는다.
권력이 행동의 억제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다.“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어떤 사람의 진짜 성격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

권력중독 l 카르스텐 C. 셰르물리 지음, 곽지원 옮김, 미래의창, 1만9000원이 지점에서 심리학자들은 또 다른 의문이 생겨났다.

‘혹시 원래부터 나르시시스트이거나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가설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권력자로 등극하게 되는 것인지 성격의 다양한 변인과 리더십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냉혹함이나 공격성, 과도한 우월감과 권력 획득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반면, 외향성, 성실성, 개방성은 리더십을 얻는 데 확실히 유리했다.

결론은 못된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지게 되면 못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권력이 인간의 심리와 신경 체계를 바꾸며 그 과정에서 공감은 줄어들고 자기중심성은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권력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많은 사람은 권력을 정치인이나 조직의 최고위층 문제로만 여긴다.
하지만 책은 권력을 성숙하게 다루려면, 우선 권력과 위계, 서열 같은 개념이 일상에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두 사람만 있어도 위계와 권력이 발생하는 게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다.
부부 사이, 부모 자식 사이, 친구 사이에도 미묘한 위계와 권력이 작동한다.
권력은 뇌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기 때문에 원하는 방식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 본능을 인정하는 순간, 권력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된다.

권력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제시한다.
임파워먼트란 권력을 독점하는 대신 타인에게 권한과 자율성을 나누어 주는 것, 다시 말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건강한 방식이다.
권력을 내려놓을수록 공동체의 신뢰와 존중이라는 더 큰 보상이 돌아오도록 사회적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권력을 비난하거나 찬양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왜 권력을 원하고, 권력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그것을 어떻게 성숙하게 다뤄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권력에 대한 인간적이고 심리학적인 통찰서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평범했던 사람도 … 권력 쥐면 '본성' 나온다

최현재 기자

권력 쓰면 뇌속 도파민 활성화쾌락 느낄수록 더욱 원하게 돼점점 고집불통·안하무인 변화늘 쓴소리할 조언자 곁에 두고조직 성향 따져 권력 분산해야권력 중독의 폐해 피할 수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권력은 한 사람의 성격을 드러내는가. 이 질문에 동의하는 이들은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을 떠올릴 것이다.
그의 발언으로 알려진 "어떤 사람의 진짜 성격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는 문장은 격언이 돼 한 인간의 가면을 벗기는 권력의 그림자를 환기해왔다.
동시에 그의 격언은 독선적이고 잔인한 권력자들의 결함을 성격 탓으로 돌리는 기제로 작동해왔다.
정말 권력을 쥔 이들의 악행은 개인의 문제일 뿐인 걸까.

독일 SRH 베를린 응용과학대 경영심리학 교수인 카르스텐 셰르물리가 쓴 '권력 중독'은 진화생물학과 심리학 연구 결과를 끌어모아 인간을 타락시키는 권력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누구나 공감 능력이 결여된 비인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타락한 권력이 낳는 폐해를 막기 위한 대안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권력은 '통제'와 관련이 깊다.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타인을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기 위해 권력을 추구한다.
권력을 원하는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보통은 더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더 높은 권력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이보다 평균적으로 더 행복감과 열정, 쾌활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낀다.
자신의 내적 욕망과 가치관을 좇아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려서다.
심지어 권력은 '중독'과도 밀접하다.
권력을 행사할 때 뇌 속 도파민 보상 회로는 활성화된다.
쾌락을 가져다줄수록 더 원하게 된다.

권력 중독 카르스텐 셰르물리 지음, 곽지원 옮김 미래의창 펴냄, 1만9000원

권력이 주는 자유와 쾌락의 대가는 크다.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영향력 안에 있는 타인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해악이 발생한다.
저자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권력을 쥐게 될수록 공감 능력이 약해지고,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으며, 공격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꼬집는다.
폐해는 조직 구성원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판과 견제의 진공 상태에 놓인 권력자들은 점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억제력을 잃어간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원래 그런 성향의 사람이 권력을 쥐기 유리한 것은 아닐까. 높은 권력욕, 공격성과 관련 있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거나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이에게 권력은 자리를 내어주는가. 저자는 이를 부정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심리학적 연구 결과에서는 '나쁜 사람이 권력을 더 잘 잡는다'는 통념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누구라도 괴물로 만들 수 있는 권력은 어떻게 교정되어야 할까. 저자는 개인 스스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갖고 있는 권력과 권력욕을 성찰할 것을 주문한다.
곁에 건설적인 비판을 해줄 조언자를 두는 것도 유효하다.
보다 효과적인 방안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영향권 내에 있는 사회적 환경 안에 '심리적 안전감'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아랫사람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새로운 시도를 해도 부정적인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뜻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권력 감수성을 지닌 리더를 선별하고, 조직 내 분산된 권력 구조를 만들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탈권위적 조직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수평적 조직'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통념을 뒤엎는다.
직위를 단순화하는 방법으로 위계를 없앨수록 권력이 소수에게 더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서다.
가령 중간관리자들에게 분산됐던 권력이 소수의 임원진에게 집중되는 식이다.
저자는 조직의 성향과 구성원의 숫자를 고려해 정밀한 권력 분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저자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스스로 해결사를 자처하는 권위적인 리더에게 기대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각국의 스트롱맨이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는 지금, 그들이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에 취한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다.
"두려움 때문에 권위적인 리더십을 선택하거나 맹목적인 복종을 받아들이지 말라. 권위주의로 인한 대가는 상상 그 이상이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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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미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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