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들의 '권력암투'
한자로 번역된 추기경(樞機卿)에서 '추기'라는 말도 중추가 되는 기관을 말하고 '경'은 높은 벼슬에 대한 경칭이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지위다.
교황을 직접 보필하면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직접 관할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한 추기경들[EPA=연합뉴스]추기경 임명은 교황의 고유권한이다.
일단 추기경이 되면 신분상 지위는 종신직이지만 80세가 되면 법률상 자동으로 교황 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직무가 끝난다.
현재 교황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은 135명이다.
모두가 교황 후보도 된다.
이 가운데 110명 안팎을 역대 가장 진보적이었다는 평가가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후임 교황도 전임 교황의 유지를 이어받을 추기경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있다.
그간 교황청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온 보수파 추기경들이 조직적으로 대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달 7일 차기 교황 선거(콘클라베)를 앞두고 가톨릭계의 치열한 보혁대결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2019년 한 행사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부른 영상이 최근 SNS를
통해 다시 확산하면서 논란이 커졌는데 교계 안팎에선 이 영상의 재등장이 타글레 추기경을 겨냥한 의도적 공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 배후로는 캐나다의 보수 가톨릭 매체가 지목됐다.
타글레 추기경은 아시아 출신 가운데 유력한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개혁 진보 성향 성직자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비판적이었던 이 캐나다 매체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충격적이다.
타글레 추기경이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불렀다.
가톨릭 교리에 대한 배신인가? 이 곡은 종교, 천국, 그리스도의
왕권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찬가"라고 주장했다.
이매진 노래에서 특히 문제로 삼은 대목은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Imagine there's no Heaven)라는 부분인데 이런 가사가 반기독교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최근 영화 '콘클라베'를 통해 교황 선출의 이면이 조금씩 알려지긴 했지만 교황을 둘러싸고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현실은 여전히 낯설다.
이런 상황이 우리 정치 현실에 비춰 위로가 된다는 이들도 있다.
종교 지도자들도 자리를 두고 암투를 벌이는데 현실 정치판이야 오죽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
한국 정치판에선 어이없고 희한할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은 시작에 불과했다.
제1당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국민의 선택을 받을 자격을 잃을 수도 있는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받았다.
곧바로 탄핵 정권의 2인자가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내려놨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국회의 탄핵소추가 시작되자 사퇴했다.
결국 국무위원 서열 4위 권한대행에게 국가 운영 책임이 맡겨졌다.
참으로 이 나라엔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과 진영의 이익만 좇는 이들밖에 없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