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삶, 진보의 삶

프랑스의 지식인 기조(Francois P. Guizot:1787~1874)의 행적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 학술원 회원으로 정계에 투신하여 장관과 대사를 거쳐 루이 필립 왕정의 치하에서 총리와 국회의장을 지낸 생애가 그만큼 복잡했다.
나는 그의 저술 가운데 한 경구(警句), 곧 “20대에 공화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심장이 없고, 30대가 지나서도 공화주의자인 사람은 두뇌가 없다”는 말이 오래도록 머리에 남아 있다.

기조가 활동하던 19세기의 정치 제도에는 왕정이 지배적이어서, 공화주의라는 이념은 진보적 사고로 여겨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경구는 “젊어서 진보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가슴이 없고, 늙어서까지 진보주의자로 남는 사람을 머리가 없다”로 변용되더니, 다시 한국에 들어오면서 “젊어 좌파가 아닌 사람은 심장이 없고 늙어서까지 좌파로 자처하는 사람은 두뇌가 없다”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좌우파가 좌우익으로 바뀌었다.

좌우익 협치와 공존 쉽지 않아
사회적 갈등 비용 GDP의 27%
서로를 적이 아닌 거울로 삼아
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가 돼야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본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용어는 프랑스혁명 직전까지 중세적 의회로 존재했던 삼부회에서 표결할 때, 섞여 앉은 의원들의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워 “이번 의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중앙 통로의 왼편에 서고, 찬성하는 사람은 오른편에 서게 한 데”에서 유래했다.
그러던 것이 우파라 함은 보수주의자요, 좌파라 함은 개혁주의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좌우파는 어떤 가치 충돌로 다투는가? 기본적으로 보수파는 재산이 미덕이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으며 좌파는 인간다운 삶의 가치에 무게를 둔다.
더 나아가 보수는 자유가 더 소중하고 진보는 평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보수는 고학력의 인텔리겐치아를 중심으로 하는 엘리트의 지배를 미덕으로 삼고 있지만 진보 진영은 민중주의에 집착하며, 보수에는 화이트칼라가 많고 진보에는 블루칼라가 많다.
이런 정향을 종합하여 나타내 보면 보수는 과거지향적이고 진보는 미래지향적이다.
누구에게는 석양이 아름답고 누구는 일출이 아름다울 수 있으며, 여행을 떠나면서 보수주의자들은 새 신발의 불편함을 타박하는 것과는 달리 진보주의자들은 신형의 장비에 집착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첫째로, 자본이 중요하다는 우익과 인간다움이 중요하다는 좌익의 대척에서 보수는 너무 게걸스러웠고, 진보는 터무니없이 인권을 요구했다.
강도가 침입했을 때 우파는 그에게 발포할 수 있지만 좌파는 발포를 거부한다.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면 재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는 부패로 무너지고, 진보는 분열로 무너진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보수의 탐욕은 “절제와 근검”의 측면에서 중용을 지키지 못했으며, 인간다움을 요구하던 진보의 청년층은 훈련되지 않은 자유 의지에 따라 거리로 뛰쳐나와 질주했다.
둘째로, 보수의 가치는 역사와 유산이며, 진보의 가치는 새로운 것의 창조이다.
그래서 보수는 유서(由緖)를 존숭하고 진보는 새로운 지식에 몰입한다.
황석영의 『부초』에서 석이 엄마는 “흘러간 것은 아름다웠어…”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지만, 젊은이들은 더 넓은 세상을 보러 배낭여행을 떠난다.
새해 아침에 동해의 일출을 보러 갈 것인가, 아니면 홍도의 낙조를 보러 갈 것인가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차이의 문제이다.
셋째로, 보수는 어른 노릇을 못 했고, 진보는 버릇없이 무례했다.
이 모든 것의 결과이자 원인으로 나타난 것이 가정의 붕괴이다.
이제는 할아버지의 꾸짖음이 없고, 사촌의 유대가 없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메마르고 퉁명스럽다.
어른은 영(令)이 서지 않고 젊은이는 “우리에게는 본받을 선학(先學)이 없다”고 외치면서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은 무리처럼 위로 치받고 아래로 걷어찼다.
넷째로, 고령사회로 갈수록 노령 빈곤이 심각한 것과는 달리 젊은층의 소비가 호사스럽다.
노인들은 일찌거니 가진 것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노년 무전(老年無錢)의 서러움에 고통받고 있다.
젊은이들은 부모들에게 눈 똑바로 뜨고 대든다.
자식의 잘못은 부모의 허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부자간에 상속과 부양을 둘러싼 소송을 보노라면 무너진 인륜에 가슴이 저린다.
그러니 어찌해야 하는가? 공부해야 한다.
공자(孔子)께서는 “공부를 충분히 했으면 벼슬길에 나가도 좋다”(『論語』)고 말씀하셨지만, 한국의 논객(ideologue)들은 공부가 부족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이념은 풋설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정치인은 공부하지 않고 설치는 무리(思而不學則殆)이다.
아무리 화사한 이념도 빵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은 공허하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6.1%이고, 가계부채 총액은 국내총생산과 같으며, 결식아동은 30만 명이다.
사회적 갈등 비용이 GDP의 27%였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2009)는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국 사회는 고도성장을 이루는 동안 음습한 늪지가 너무 많이 생겼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좌우익의 협치(協治)나 공존처럼 몽환적 공약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좌우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하고 양식에 따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섬멸해야 할 적이 아니라 서로의 거울이다.
좌파의 1세대 논객 리영희의 주장처럼, “새는 두 개의 날개로 날기 때문”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이 글은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가 중앙선데이에 기고한 칼럼으로,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지니는 가치와 갈등의 본질을 성찰하며, 결국 서로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통합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ߓŒ 핵심 요약: 「보수의 삶, 진보의 삶」 (신복룡)

1. 보수와 진보, 심장과 머리의 은유

  • 기조(Guizot)의 말:
    “20대에 진보(공화주의자)가 아닌 이는 심장이 없고, 30대에도 진보인 이는 머리가 없다.”
  • 이 경구는 한국에서 “젊어 좌파가 아니면 심장이 없고, 늙어 좌파면 두뇌가 없다”로 변형됨.
  • 좌우 개념은 단순히 정파적이기보다, 시대적·세대적 삶의 방식 차이로 접근할 수 있음.
  • 2. 보수 vs 진보: 가치의 충돌

    항목

    보수 (우파)

    진보 (좌파)

    핵심 가치

    자유, 재산, 질서

    평등, 인간다운 삶, 인권

    사회적 기반

    엘리트·화이트칼라

    민중·블루칼라

    지향성

    과거·유산 존중

    미래·창조 지향

    사회상

    절제 부족, 탐욕

    훈련 없는 자유, 혼란

    문화적 성향

    낙조, 석양

    일출, 신기술

    3. 한국 사회의 문제점

    • 이념의 미성숙: 보수는 지나친 탐욕, 진보는 과도한 인권 요구로 균형 상실.
  • 가정 붕괴: 세대 간 단절, 어른의 부재, 무례한 젊은 세대.
  • 세대 갈등: 고령층은 빈곤에 시달리고, 청년층은 소비지향적.
  • 공부 없는 정치: 이념 논객들의 학문 부족이 갈등의 원인.
  • 4. 제언: 공존과 상생의 시선

    • 좌우는 서로를 섬멸할 적이 아닌 ‘거울’.
  • 협치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양측이 각자의 양식으로 성숙한 역할을 수행할 때 가능.
  • “새는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리영희 인용) — 양측의 조화 없이는 사회도 비행할 수 없다.

  • ߧ­ 요점 정리

    “보수는 지나치게 지켰고, 진보는 너무 무례했다. 그러나 둘 다 사회의 필수 날개다. 갈등보다 공존, 주장이 아닌 공부가 필요하다.”

     

    신복룡 교수는 프랑스 지식인 기조의 경구, "20대에 공화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심장이 없고, 30대가 지나서도 공화주의자인 사람은 두뇌가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합니다.
    이 경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젊어서 진보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가슴이 없고, 늙어서까지 진보주의자로 남는 사람을 머리가 없다"로 변용되었고, 한국에서는 "젊어 좌파가 아닌 사람은 심장이 없고 늙어서까지 좌파로 자처하는 사람은 두뇌가 없다"로 바뀌어 사용된다고 설명합니다.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는 프랑스 혁명 직전 삼부회에서 표결 시 의원들이 앉았던 위치에서 유래했으며, 이후 우파는 보수주의자, 좌파는 개혁주의자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좌우파의 가치 충돌

    신 교수는 좌우파가 어떤 가치로 대립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보수파: 재산이 미덕이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으며,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고학력 엘리트의 지배를 선호하며, 화이트칼라 계층이 많습니다.
      과거지향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 진보파: 인간다운 삶의 가치에 무게를 두며,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민중주의에 집착하며, 블루칼라 계층이 많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 한국 사회 좌우의 문제점

    신 교수는 이러한 좌우 이념 대립이 한국 현실에서 어떤 문제로 나타나는지 네 가지 측면에서 지적합니다.
    1. 탐욕과 무절제 vs. 터무니없는 인권 요구: 자본을 중요시하는 우익은 너무 게걸스러웠고, 인간다움을 강조하는 좌익은 터무니없이 인권을 요구했습니다.
      보수는 탐욕으로 인해 '절제와 근검'의 중용을 지키지 못했으며, 진보의 청년층은 훈련되지 않은 자유 의지로 인해 거리로 뛰쳐나가 질주했다고 비판합니다.
  • 과거 집착 vs. 무분별한 신념: 보수는 역사와 유산을 중요시하고 진보는 새로운 것의 창조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보수는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고, 진보는 새로운 지식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 가정의 붕괴: 보수는 어른 노릇을 하지 못했고, 진보는 버릇없이 무례했습니다.
    이로 인해 할아버지의 꾸짖음, 사촌의 유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져 사회생활이 메마르고 퉁명스러워졌다고 진단합니다.
  • 노년 빈곤과 젊은층의 호사스러운 소비: 고령사회로 갈수록 노령 빈곤이 심각한 반면 젊은층의 소비는 호사스럽습니다.
    부자간 상속과 부양을 둘러싼 소송은 무너진 인륜을 보여준다고 개탄합니다.

  • 해법: 성찰과 건강한 삶

    신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공부하지 않고 설치는 정치인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며, 아무리 화려한 이념도 빵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 공허하다고 지적합니다.
    국가부채, 가계부채, 결식아동 등의 심각한 사회 문제와 더불어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2009)에 따르면 사회적 갈등 비용이 GDP의 27%에 달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한국 사회가 좌우익의 협치나 공존과 같은 몽환적 공약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좌우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하고 양식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좌우는 서로 섬멸해야 할 적이 아니라 서로의 거울이며, 리영희 교수의 주장처럼 "새는 두 개의 날개로 날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 글을 통해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보수의 삶, 진보의 삶' 칼럼 요약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님의 칼럼 '보수의 삶, 진보의 삶'은 좌파와 우파라는 이념의 역사적 기원부터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갈등 양상,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좌우 이념의 기원과 변용

    프랑스 혁명 이전 삼부회에서 표결 시 의원들이 앉았던 위치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가 유래했습니다.
    초기에는 공화주의와 왕정주의의 대립을 나타냈으나, 점차 '보수주의'와 '개혁주의'로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용어가 '좌우익'으로 변용되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2. 좌우파의 가치 충돌

    칼럼에서는 좌우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보수파: 재산을 미덕으로 여기고,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고학력 엘리트의 지배를 선호하고, 과거 지향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 진보파: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중시하고,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민중주의에 집착하고, 미래 지향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3. 한국 사회에서의 좌우 이념

    신복룡 교수님은 한국 사회에서 좌우 이념이 보여주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 탐욕과 인권 요구의 과도함: 자본을 중시하는 우익은 '게걸스러웠고', 인간다움을 요구하는 좌익은 '터무니없이 인권을 요구'하여 중용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 가치관의 충돌: 보수는 역사와 유산을 중시하는 반면, 진보는 새로운 것의 창조에 몰입합니다.
      이는 세대 차이와도 연결됩니다.
    • 가정의 붕괴: 어른은 권위를 잃고 젊은이는 무례해지면서, 가정의 유대와 사회생활이 메말라가는 현상을 언급합니다.
    • 노년 빈곤과 젊은층의 소비: 고령사회에서 노인들은 자식에게 물려주고 빈곤에 시달리는 반면, 젊은층은 호사스러운 소비를 하며 부모에게 불효하는 모습이 나타나 인륜의 붕괴를 비판합니다.

    4. 나아가야 할 방향

    교수님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식 없는 정치인을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국가부채, 가계부채, 결식아동, 사회적 갈등 비용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하며, 좌우익의 '협치'나 '공존'과 같은 몽환적인 공약에 매달리기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하고 양식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론적으로, 좌파와 우파는 서로를 섬멸해야 할 적이 아니라 '서로의 거울'이며, 리영희 선생의 말처럼 "새는 두 개의 날개로 날기 때문"에 양쪽 모두의 건강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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