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묘약, 몽상은 축복이다”


“어느 날, 잠에서 깨니 얼굴이 굳어있었다.
두 뺨은 딱딱했고, 목부터 정수리까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
20년 경력의 프랑스 신경과학자 미셸 르 방 키앵에게 안면마비가 찾아왔습니다.
과로가 원인이었습니다.
신경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학병원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하던 그였기에 충격이 더 컸습니다.
모든 활동을 취소하고 몇 주간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처방에 낙심했지만, 한 달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지고, 체력과 기력이 회복됐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

르 방 키앵은 당시의 연구 결과와 깨달음을 담아 쓴 책 <뇌를 위한 침묵 수업(원제 Cerveau et silence, 어크로스 펴냄)>에서 “현대인들은 심각한 ‘행동중독’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나는 현대인의 삶이 침묵이 없어 병든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삶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채워 넣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삶은 무너지고 있다.

그가 말하는 침묵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뭔가를 채우려고 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멈추는 행동’입니다.
이런 침묵이 우리의 기억력과 주의력, 심지어 면역력에까지 놀라운 회복을 가져다 준답니다.
“뇌가 열심히 일하면서 생성한 노폐물을 청소하는 것은 (수면 또는 비수면 상태의) 휴식을 취할 때다.
푹 자고 일어난 뒤 또는 명상을 하고 난 뒤 개운함을 느끼며 휴식의 재생효과를 실감하는 것은 뇌의 이런 독소 제거와 관련이 있다.

르 방 키앵은 “모두가 ‘쉬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쉬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괴로워하는 ‘행동중독’에 빠져 있기 때문이랍니다.
한 실험결과를 예로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게 없고, 하지 않아도 되는 빈방에 한 사람씩 6~15분 정도 가뒀다.
얼마 뒤 전기 충격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자, 상당수(남성 67%, 여성은 25%)가 자신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동을 보였다.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차라리 고통을 선택할 만큼 ‘신체의 침묵’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 신체는 이런 행동중독 상태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면역력이 악화돼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암에 취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신체기능 전반이 망가진다.
행동중독으로 인한 손상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 ‘신체의 침묵’을 통해서만 복구할 수 있답니다.

뇌를 멍하니 쉬는 상태인 디폴트모드로 돌려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몽상과 상상의 세계는 자기 안의 성을 건설하고 정신적 균형을 공고히 하는 과정이다.
뇌의 디폴트모드는 회복탄력성과 창조성의 원천이 된답니다.
“우리는 뇌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타고 났지만 현대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그 능력을 모두 빼앗긴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몽상을 유아적인 행동으로 치부해왔지만, 인류를 발전으로 이끈 수많은 과학적 발견이 몽상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독일 화학자 아우구스트 케쿨레는 꿈속에서 벤젠의 분자 구조를 발견했고, 찰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항해할 때가 아니라 영국에 돌아와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을 때 종의 기원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다.

간헐적으로라도 침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스스로 멍 때릴 시간을 허락하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가 아니다.
멈춤의 시간은 재충전, 창의성, 내면의 탐색에 필요불가결하다.
연결을 해제하는 이 시간은 뇌에 절대적으로 이롭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사실, 그가 방 안에서 가만히 쉴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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