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하버드대, 10년 연구 성과 발표
리튬 손실이 알츠하이머병 촉진
리튬화합물로 기억력 회복 성공
곽노필기자
고령화 시대를 맞은 인류의 최대 건강 위협 가운데 하나인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는 걸까?
전기차,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2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이 알츠하이머병 치매 예방과 치료의 강력한 후보 물질로 급부상했다.생쥐 실험에서 뚜렷한 효과가 나온 데다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고, 특허 대상이 아닌 물질로 희귀금속이지만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약물로서의 잠재력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암석과 바닷물에 극히 낮은 농도로 존재하는 리튬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은백색의 금속 원소다.
곡물, 양배추, 토마토 같은 식품이나 식수를 통해 인체에 미량 흡수된다.
1940년대
우연한 발견 이후 리튬화합물인 탄산리튬은 조울증(양극성 장애)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사람의 뇌 조직 분석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리튬화합물 중 하나인 리튬 오로테이트가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연구를 이끈 하버드대 의대 브루스 얀크너 교수(유전학·신경학)는 1990년대에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 응집체(플라크)에 독성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밝혀낸 바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뇌 속에 비정상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쌓이고 엉켜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 가운데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원래 신경세포 밖에서 신경세포를 보호해주는 단백질이다.
그런데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쌓여 플라크를 이루면 신경세포간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주변 뇌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초기 단계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뇌 부종과 출혈 등의 부작용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의 애슐리 부시 교수(신경과학)는 네이처에 “이번 발견은 아밀로이드 같은 한 가지 표적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모든 주요 문제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획기적 연구”라고 말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아밀로이드 영역에 리튬 3배 더 많아
리튬은 뇌에서 신경섬유를 보호하는 미엘린 형성을 돕고,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세포 파편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얀크너 교수는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 레스트(REST)
연구에 리튬을 사용하면서 리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단백질의 감소도 치매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은 우선 사후 뇌 조직 은행을 통해 인지 기능이 정상인 사람부터 중증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람까지 서로 다른 인지 기능 단계에 있는 285명의 뇌와 혈액에서 27가지의 금속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각 단계별로 수치가 뚜렷하게 변하는 금속은 리튬이 유일했다.
리튬의 수치는 기억 상실 초기단계부터 변화했으며 인지기능 저하될수록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예컨대 기억과 의사 결정에 중요한 뇌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의 리튬 수치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평균 36%, 경도 인지 장애 환자는 23% 낮았다.
사라진 리튬은 어디로 간 것일까?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에는 다른 뇌 부위보다 리튬이 3배나 많은 걸 발견했다.
(아래) 알츠하이머병 신경섬유다발 단백질인 타우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Yankner Lab 제공
질병의 시작은 아밀로이드의 리튬 포획
연구진은 이어 생쥐 실험에서 리튬 결핍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촉진하다는 걸 알아냈다.
건강한 생쥐에게 리튬 섭취량을 92%까지 줄인 식단을 제공하자 뇌의 리튬 수치가 낮아지면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형성 속도가 빨라졌다.
또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는 친염증성 세포로 돌변해 아밀로이드 베타 분해 능력을 떨어뜨렸고, 시냅스와 축삭, 수초(미엘린)가 손실되면서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떨어졌다.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리튬 수치가 낮아지면 아밀로이드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리튬 수치를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리튬 손실은 타우 단백질의 엉킴도 가속화했다.
둘 사이에 정전기 반응이 일어나 리튬이 아밀로이드에 잡혀버렸다.
연구진은 리튬 수치가 낮아짐에 따라 기억 상실 같은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확인했다.
얀크너 교수는 “아주 초기엔 뇌의 리튬 흡수력이 떨어지고, 병이 진행되면서부터는 뇌에 있는 리튬이 아밀로이드와 결합돼 줄어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뇌세포 유전자 분석 결과, 리튬이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APOE)의 발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리튬 수치의 정상 범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는 리튬을 영양소 균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예컨대 2017년 덴마크 연구에서는 평소 마시는 식수에 리튬 수치가 높은 지역일수록 치매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얀크너는 “리튬은 철분이나 비타민 C처럼 환경에서 얻는 다른 영양소와 같다”며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생물학적으로 의미있는 자연 수준으로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Yankner Lab 제공
알츠하이머병 단백질 줄여주는 ‘리튬 오로테이트’
연구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생쥐의 뇌에 리튬 화합물 중 리튬 오로테이트를 투여했더니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줄어들고 기억력이 회복됐다.
오로트산은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DNA, RNA) 생성에 관여하는 물질로, 리튬 이온이 세포막을 더 잘 통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리튬 오로테이트를 물에 섞어 생쥐에게 주자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히 진행된 고령 생쥐에서도 기억력을 포함한 여러 증상이 개선됐다.
연구진은 특히 어린 시절부터 리튬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면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현재 조울증 치료에 쓰는 탄산리튬은 농도가 높다.
따라서 신장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 등의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리튬 오로테이트는 탄산리튬보다 ‘1000분의 1’ 적게 써도 효과가 있었다.
성체가 된 이후 평생 리튬 오로테이트 투여를 받은 생쥐에서도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탄산리튬은 뇌에 작용하기 전에 아밀로이드 베타에 잡혀버렸지만, 리튬 오로테이트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얀크너 교수는 “생쥐 모델을 섣불리 일반화해서는 안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리튬이 알츠하이머병의 다양한 증상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며 “이 질병을 연구해온 이래 이런 효과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Yankner Lab 제공
저렴하고 독성 없어 임상시험 기대감 높여
이번 연구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건 있다.
뇌의 리튬 수치 감소가 애초 어떻게 시작되느냐는 점이다.
얀크너 교수는 “환경이나 다른 유전적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거의 평생 동안 리튬을 투여받은 쥐에서도 리튬 관련 독성이 나타나지 않은 점은 임상시험에 유리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의 리튬 수치 변화를 연구하면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한 리튬 목표 수치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구진은 그러나 “리튬이 아직 인간의 신경 퇴행을 예방하는 데 안전하거나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의로 리튬화합물을 복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쥐 실험에서 인간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러면서도 리튬 오로테이트나 비슷한 화합물이 가까운 미래에 임상시험에 들어가 알츠하이머병 치료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리튬의 잠재력은 치매가 아닌 다른 영역에도 통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지 장애가 없는 사람들 중 리튬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특정 기억력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걸 발견했다.
네이처 등에 따르면 고령 조울증 환자의 경우, 부작용 위험이 높은 표준 치료법 탄산리튬보다 오로트산리튬을 복용하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리튬은 원소이기 때문에 특허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캐나다 달하우지대 정신과 의사 토마스 하젝은 네이처에 “어떤 제약 회사도 리튬으로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수준의 증거와 이 정도로 안전한 파이프라인(신약 개발-생산 과정)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리튬은 엄청나게 싸다”고 강조했다.
*논문 정보 Lithium deficiency and the onset of Alzheimer’s disease. Nature (2025). https://doi.org/10.1038/s41586-025-09335-x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배터리 원료인 ‘이것’…“치매 예방 물질로 급부상” 연구 결과 나왔다
정회하 기자

브루스 얀크너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 교수 연구팀은 7년간의 연구 끝에 최근 리튬 금속 손실이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리튬이 부족하면 인지 기능이 약해진다는 점을 알아냈다.
건강한 쥐에게 리튬 함량을 92%까지 줄인 식단을 제공하자 뇌 속 리튬 수치가 낮아지면서 시냅스가 망가지고 기억력도 감퇴한 것이다.
이들 쥐에게 다시 리튬 오로테이트를 투여했더니 기억력이 생후 6개월의 젊은 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리튬 오로테이트는 리튬과 오로트산의 화합물로, 리튬 이온이 세포로 더 잘 스며들도록 돕는다.

리튬은 뇌의 신경세포 간 소통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세포 찌꺼기를 제거하는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활동도 돕는데, 리튬이 부족해지면 이 세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또 리튬이 부족해지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조각) 형성이 빨라진다.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는 다시 리튬을 가두어 뇌 기능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리튬 손실은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의 엉김도 촉진한다.
이렇게 생긴 덩어리는 신경세포 사이 소통을 방해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게 된다.

미세아교세포 역시 리튬 오로테이트를 투여하자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리튬 농도와 인지 기능 간 연관성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교에서도 드러났다.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 ▲초기 인지장애 환자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등 노인 세 그룹의 뇌와 혈액에서 금속을 측정했다.
그 결과 초기 인지 장애 환자와 중증 알치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분석된 27종의 금속 중 리튬 수치만 유의미하게 적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리튬이 뇌세포에 수행하는 구체적인 역할, 노년기 리튬 결핍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체내 리튬 농도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전부터 위험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성과다.
리튬 오로테이트는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보다 더 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얀크너 교수는 “리튬이 아직 인간 대상 치료제로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추가 검증 전까지는 리튬 복용을 권장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정회하 인턴기자
리튬의 치매 예방·치료 효과 확인: 하버드대 연구 성과 요약
1. 연구 배경 및 핵심 발견
- 리튬의 역할: 2차 전지 소재로 알려진 리튬이 알츠하이머병 치매 예방 및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하버드대 연구진의 10년 연구를 통해 확인됨.
-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리튬 수치가 평균 36% 감소했으며,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리튬이 3배 더 많이 포획되는 현상 발견.
2. 생쥐 실험 결과
- 리튬 결핍 시: 아밀로이드 플라크 증가, 기억력 저하, 신경세포 손상 등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빠르게 진행됨.
- 기존 치료제(탄산리튬)보다 1/1000 농도로도 효과적.
3. 임상적 의의
- 예방 가능성: 어린 시절부터 리튬 수치를 안정화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지연 또는 예방 가능.
4. 한계 및 주의사항
- 인간 적용 필요: 현재 생� 실험 결과이며,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 재검증 필요.
5. 향후 전망
- 치료 패러다임 전환: 기존 아밀로이드 단일 표적 치료와 달리, 리튬은 알츠하이머병의 다양한 병리적 과정(아밀로이드, 타우, 염증 등)에 광범위하게 작용해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음.
이 연구는 《Nature》에 게재되었으며, 치매 치료 영역에서 리튬의 잠재력을 입증한 첫 번째 체계적인 연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