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돌연사 부르는 ‘비후성 심근병증’...조기 발견하려면?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의 근육층이 증식하는 질환이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의 근육층이 증식하는 질환이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심장은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데 이 심장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기능이 저하되고, 심한 경우 돌연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병이 있다.


바로 ‘비후성 심근병증’이다.
젊은 운동선수의 급사 원인 중 하나로 자주 지목되는 이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500명당 1명꼴(약 0.2%)로 발생할 만큼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문제는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질환 자체에 대한 경각심도 부족해지기 쉽다는 점이다.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고려대학교 안산병원)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 요인이 큰 질환이므로, 가족 중 갑작스러운 심장사 이력이 있다면 정기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비후성 심근병증의 원인부터 진단, 관리 방법까지 김 교수의 설명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숨은 돌연사 위험, ‘비후성 심근병증’이란

비후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은 심장 근육, 특히 좌심실 벽이나 심실 중격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주로 청소년기부터 중년층까지, 특히 20~4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이 많이 보고되며,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좀 더 흔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근육이 두꺼워지면 더 튼튼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심장에서는 오히려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심장 근육은 액틴(actin)과 마이오신(myosin)이라는 단백질 섬유가 서로 결합하고 풀리기를 반복하며 수축과 이완 운동을 수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혈액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데, 비후성 심근병증에서는 이 결합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심장이 충분히 이완되지 못하고, 심실 내 공간도 좁아진다.

그 결과 혈액을 받아들이는 용적이 줄고 심장에서 내보낼 수 있는 혈류량도 감소하게 된다.
또한, 두꺼워진 심근은 심장 내부 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바꾸고, 전기 신호가 흐르는 경로에도 영향을 주어 심장의 전기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이로 인해 부정맥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구조의 변화와 혈류 장애 정도에 따라 질환은 크게 폐쇄성과 비(非)폐쇄성으로 나뉜다.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실 내막이 두꺼워지며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가는 혈류가 물리적으로 막힌 경우로,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며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비폐쇄성은 눈에 띄는 혈류 저항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심장 기능 저하와 부정맥 등의 위험이 동일하게 존재한다.

주요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다.
특히 심장 근육의 수축에 관여하는 단백질 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이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노화 등 후천적 요인이 질환의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어…실신·돌연사로 발견되기도
비후성 심근병증은 대부분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해 ‘조용한 병’으로 불린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운동 시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흉통 등이 흔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이 진행되면 심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고 점차 숨이 쉽게 차거나 다리가 붓는 등의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게 된다.

특히 위험한 점은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부정맥에 의해 발생하는데,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던 환자에게도 예고 없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상당수 환자가 우연한 계기로 병을 발견하게 된다.
 김용현 교수는 “건강검진 중 심전도나 심장 초음파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라며 “가족 중 돌연사 이력이 있어 검사를 받다가 진단되거나, 실신 등의 갑작스러운 증상을 계기로 병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진단은 심장 초음파로 좌심실 벽의 두께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필요에 따라 심장 MRI로 심근 섬유화와 손상 정도를 확인하고, 24시간 심전도나 운동부하 검사로 부정맥 발생 위험을 평가한다.
특히 비후성 심근병증은 고혈압이나 대동맥판막 협착증처럼 심장에 부담을 주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이들 질환에서도 심근이 두꺼워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병력이 명확하고 치료에 반응해 비후 정도가 제한적이다.
반면 비후성 심근병증은 겉보기에 뚜렷한 유발 요인이 없어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유전적 이상 등 내부적 원인에 의해 심한 비대가 진행될 수 있어 정밀한 진단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심실 사이의 벽인 좌심실 중격이나 심장의 끝부분인 심첨부처럼 특정 부위가 국소적으로 두꺼워진 경우에는 비후성 심근병증 가능성이 크다”라며 “반면 심실 전체가 균일하게 두꺼워진 경우는 감별이 쉽지 않아 병력, 가족력, 유전자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약물·수술 등 맞춤 치료...폐쇄성 심근병증에 ‘캄지오스’ 새 대안
비후성 심근병증의 치료 목표는 현재 증상의 완화와 향후 합병증의 예방에 있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 등 약물 치료를 통해 심장 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인다.
특히 좌심실 유출로가 좁아지는 폐쇄성 환자 중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술로는 심장 근육 일부를 제거하는 중격 절제술과, 알코올을 주입해 국소적으로 비대한 부위를 줄이는 알코올 중격 절제술이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표적 치료제인 ‘캄지오스(성분명: 카마바캄텐)’가 등장하며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 약물은 심근 수축에 관여하는 단백질 마이오신의 작용을 억제하여 좌심실 유출로 폐쇄를 개선하는 기전을 가진다.
특히 기존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폐쇄성 환자에게서  의미한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2024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감소했다.

무엇보다 돌연사 예방은 중요한 치료 목표 중 하나다.
 김용현 교수는 “실신 경험, 가족력, 심근 섬유화 정도, 심실빈맥의 유무, 비후의 범위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급사 위험도를 판단한다”라며,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는 이식형 심실제세동기(ICD) 를 예방적으로 삽입해 심정지를 방지한다”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심부전으로의 진행 역시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수축 기능은 잘 유지되지만, 일부에서는 질환이 진행되며 심근이 경직되고 펌프 기능이 약화되는 ‘말기 단계’로 악화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ACE 억제제나 ARB와 같은 심부전 예방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비후성 심근병증에서의 효과는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기적인 심장 기능 추적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김 교수는 “심방세동이나 협심증과 같은 합병증이 흔히 동반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와 조기 관리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용현 교수|출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김용현 교수|출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저·중강도 수준의 운동 권장...“가족력 있다면 정기 검진 필수”
비후성 심근병증은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면 예후가 비교적 양호한 질환으로, 상당수 환자는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만으로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운동과 관련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게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무리할 경우 돌연사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교수는 “저강도에서 중강도 수준의 운동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안전하며, 오히려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며 “다만 최대 심박수의 70%를 초과하는 고강도 운동은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에게 유익한 고강도 운동도,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게는 부정맥 발생이나 혈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구조적 이상이 크지 않은 일부 환자는 충분한 검사와 평가를 거쳐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전문가와의 논의가 필수적이다.

생활 관리의 기본 원칙은 다른 심혈관 질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과음을 피하며,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 교수는 “흡연은 음주만큼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심혈관 건강 전반을 위해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행기 조종사, 버스 기사, 군인 등 다수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군의 경우, 더욱 철저한 위험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 요인이 큰 질환이므로, 환자의 직계 가족은 증상이 없더라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환자 가족이라면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놓치기 쉬운 심장질환 신호 4…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장면은 심장 질환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다.
하지만 모든 심장질환이 이처럼 명확한 증상과 함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런던 웰린턴병원의 심장내과 전문의 올리버 구트만(Oliver Guttman) 박사는 데일리메일(Daily Mail)을 통해 "심장 이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은근하고, 일상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급 상황이 벌어지기 전, 심장 질환은 간헐적이고 애매한 신호가 먼저 나타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가 놓치기 쉬운 심장질환의 전조 증상은 무엇일까. 구트만 박사는 다음 네 가지 신호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장 질환의 초기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은근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놓치면 늦는다”… 심장이 보내는 조용한 신호 4

1. 가슴 부근 불편감
첫 번째 신호는 가슴 부근에서 느껴지는 불편감이다.
무겁게 짓누르거나 조이는 듯한 압박감으로 나타나며, 흔히 ‘가슴을 띠로 조이는 느낌’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또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처럼 타는 듯하거나 묵직한 통증으로 나타나 위장 문제로 오인되기도 한다.

구트만 박사는 이 같은 감각이 협심증의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협심증은 동맥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질환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심근경색 위험이 커진다.
그는 “만약 이와 함께 메스꺼움, 식은땀, 어지럼, 불안이 동반된다면 심장이 심각한 부담을 받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2. 일상 생활 중 숨가쁨
두 번째 신호는 일상적인 활동에서 나타나는 숨가쁨이다.
운동 후 약간 숨이 가빠지는 것은 정상 범위에 속하지만, 평소 하던 일을 하면서 숨이 차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조차 깊게 숨을 들이쉬기 어렵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밤에 숨이 막혀 갑자기 깨거나 베개를 여러 개 받쳐야만 편히 잘 수 있고, 재채기나 기침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심장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숨가쁨이 점차 심해지거나 사소한 활동조차 힘들어진다면 심장 질환의 가능성이 크다.
구트만 박사는 “예전에는 쉽게 오르던 계단 한 층이 힘들어지고, 빨래를 들고 방을 가로지르는 것만으로 숨이 차거나, 신발 끈을 매려고 몸을 숙일 때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는 경우는 심부전과 연관된 폐 내 체액 저류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3. 지속적인 피로와 쇠약감
세 번째 신호는 지속적인 피로와 쇠약감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피곤함을 느끼지만, 심장 문제에서 비롯된 피로는 지속적이고 극심하며 휴식으로도 회복되지 않는 점이 다르다.
진공청소기를 돌리거나 설거지하는 것, 차에서 가게까지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되거나, 장 본 물건을 들기조차 힘든 갑작스러운 무력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에너지가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단순한 운동조차 끝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피로가 이어진다.

구트만 박사에 따르면 이는 심장이 근육과 장기에 충분한 산소 공급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특히 여성은 가슴 통증 같은 전형적인 증상 없이 이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심장질환의 초기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4. 심장 두근거림과 불규칙한 맥박
네 번째 신호는 두근거림과 불규칙한 맥박이다.
휴식 중에도 가슴이 파르르 떨리거나 심장 박동을 건너뛰는 듯한 느낌, 심계항진이 나타나거나, ‘쿵’ 하는 듯한 감각이 몇 초에서 몇 분간 이어지기도 한다.

조용히 앉아 책을 읽을 때 이런 두근거림을 느끼거나, 박동이 건너뛰면서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이나 현기증이 스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뇌졸중과 심부전의 위험 요인인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지속적이거나 심하다면 심전도(ECG) 등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구트만 박사는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 그리고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가 심장 건강에 필수적”이라며 “심장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치료제'가 심장도 살린다… 심부전 사망 위험 최대 58% 낮춰

美 하버드 의대 연구팀, 대규모 임상 데이터 분석

'세마글루타이드·티르제파타이드'계열 약물, 심부전 입원·사망 위험 최대 58% 낮춰

비만·당뇨병 치료제, 심부전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최근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와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성분)' 계열 약물이 특정 유형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최대 58%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Brigham and Women's Hospital, Harvard Medical School)은 실제 임상 환경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소규모 임상시험의 가능성을 실제 진료 데이터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축적된 미국의 대규모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들이었다.
이는 심장의 펌프 기능 자체는 정상이지만, 심장이 충분히 이완되지 못해 혈액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유형의 심부전이다.
연구팀은 이들 중 본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와 티르제파타이드(GLP-1·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 복용을 시작한 환자 그룹을 다른 종류의 당뇨병 약을 복용한 그룹과 최대 1년간 비교 관찰했다.

주요 평가지표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복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었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사용군은 주요 평가지표의 발생 위험이 42% 낮았고, 티르제파타이드 사용군은 58% 낮은 것(HR 0.42)으로 나타났다.
두 약물 모두 심부전 입원 및 사망 위험을 40% 이상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것이다.

연구의 제1저자인 닐스 크뤼거(Nils Krüger)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비만과 당뇨병을 동반한 박출률 보존 심부전이라는, 치료가 어려웠던 분야의 환자들에게 이 약물들의 사용을 지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Semaglutide and Tirzepatide in Patients With 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의 효과)는 25년 8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됐다. 

운동만 하면 '헉헉' 호흡곤란…"이 검사 꼭해라" 심장의 경고

정심교 기자

故 임수혁의 발인식이 9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 친지 및 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BR>  지난 2000년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경기 도중 2루타를 치고 1루에서 2루로 뛰던 중 갑자기 의식불명을 일으키며 쓰러져 10년간 병상에 누워있던 임수혁(전 롯데 자이언츠)은 지난 7일 새벽 병세가 악화돼 급히 강동 성심병원으로 급히 옮겨 졌지만 아침 8시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BR>  한편 임수혁의 장례는 성남 화장장에서 고인의 시신을 화장한뒤 경기도 하남시 가족납골당에서 안치돼 영면을 취하게 된다.<BR>/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사진=지형준
우리나라에 전 국민 대상 국가건강검진이 도입된 지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 등에 한정됐던 국가건강검진 적용대상이 1995년부터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까지 확대하면서 사실상 모든 국민이 무료로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건강검진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가건강검진이라는 전 세계적 유일무이한 제도 덕분에 정해진 시기만 놓치지 않으면 누구나 다양한 질환을 일찍 발견해 예방·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건강검진에는 모든 검사가 포함되는 게 아니므로 개인의 건강 상태나 가족력, 환경적 요소 등을 고려해 검사 항목을 따로 신청하는 게 현명하다.

특히 요즘처럼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나는 시기엔 온열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부담까지 커지므로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
무더위로 바깥 온도가 높아지면 체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 혈관이 확장하는데, 이를 위해 맥박이 빨라지고 심박출량이 증가하면서 심장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심장 질환은 일반적인 건강검진 항목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워,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개인 상태에 따라 추가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심장 검진에서 대표적으로 시행되는 검사는 '심전도 검사'다.
심전도 검사는 가슴·팔목·발목에 전극을 붙여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부정맥·심근경색 위험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10초 동안의 심장 전기 신호만 기록한다.
이 때문에 '일시적' 증상은 발견하지 못할 수 있으며, 심장 근육의 두께·구조적 변화까지 정확히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심장 근육의 두께나 구조적 이상과 관련된 심장 질환을 보다 정확히 진단하려면 '심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심초음파 검사는 초음파를 이용해 심장 크기·기능, 심장 근육 두께 등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검사 시간도 20~30분으로 비교적 짧고, 통증도 없어 일상에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2021년 9월부터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심장 질환이 있거나 의심되는 경우, 혹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검사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

심초음파 검사로 일찍 발견할 수 있는 질환으로 '비후성 심근병증'이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져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아예 없거나, 운동이나 격한 신체 활동 시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병이 진행하면 부정맥·심부전 등 각종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지고 심장 돌연사 위험도 있다.

특히 심장 돌연사는 10~35세의 아동과 젊은 성인에게서 운동 중에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2010년 사망한 롯데 자이언츠 임수혁 선수는 사망 10년 전인 2000년 프로야구 경기 도중 1루에서 2루로 이동했다가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쓰러져 식물인간으로 지냈다.
그의 사망원인 역시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추정된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흔한 유전성 심장 질환으로, 부모 중 한 명에게라도 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자녀에게 50%의 확률로 유전될 수 있다.
최신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선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직계가족이면 심전도, 2D 심장 초음파 검사를 권장한다.
또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병원성이 있거나 병원성이 높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직계가족의 유전자 검사도 권고된다.

건강한 심장(왼쪽)과 근육이 두꺼워진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오른쪽). /그림=서울아산병원
건강한 심장(왼쪽)과 근육이 두꺼워진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오른쪽). /그림=서울아산병원

검사를 통해 비후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으면 증상의 유무와 좌심실 유출로 폐쇄 정도 등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한다.
최근엔 단순 증상 조절을 넘어 질환의 병태생리를 표적해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인 '마바캄텐(제품명: 캄지오스)'이 등장하며 근본 치료를 목표로 하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증상성 폐색성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제로 건강보험까지 적용되면서 치료 접근성도 좋아졌다.

증상성 폐색성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임상연구(EXPLORER-HCM)에 따르면, 마바캄텐은 1차 평가변수인 증상의 정도(NYHA 등급)와 운동 능력(pVO2)을 모두 고려한 복합 평가변수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3년 이상의 장기 치료에서도 이런 효과·안전성을 유지했다.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도 좌심실 유출로 압력 차를 유의하게 줄였고, 환자 58.1%에서 증상 정도가 한 단계 이상 호전됐다.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발생 확률이 높은 유전성 질환"이라며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질환이 발병되는 건 아니지만 환자마다 증상 발현 시기·양상이 다르고, 격한 운동할 때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스스로 질환을 알아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후성 심근병증 가족력이 있거나 호흡곤란·가슴 통증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건강검진에 심장 초음파 검사를 추가해 심장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재형 교수는 "최근엔 질환의 병태생리에 직접 작용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까지 등장하며 치료 효과가 입증된 만큼, 이 병을 일찍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한다면 환자 삶의 질도 크게 향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