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원장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흔히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보다 행복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채 살아가게 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젊은 시절보다 안 좋아진 신체 상태에 대해 불편함을 경험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죠.
누구나 노화 현상에 대해서는 불안해하고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시술이나 성형수술을 하는 등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피부를 가꾸며 운동을 하거나 면역력을 키워주는 영양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체적인 부분에서 건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젊은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말할 수있는 걸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무조건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30만 명 이상의 대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한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50대 초반에서 만족도가 가장 낮았지만,60대 이상에서 다시 그 수준이 증가하였고 80대에 이르러서는 10대 후반과 유사한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흔한 고정관념으로는 80대의 경우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해 왔고,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활동들을 경험할 정도로 에너지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며 주변에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고, 본인 또한 그러한 불안감이나 걱정을 앞두고 있을 정도이기에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노년층의
경우 과거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삶의 노하우가 많이 축적된 상황으로 새로운 일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정서적 혼란, 불안, 고민들을 느낄 가능성이 줄어들고, 안정감을 느끼며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노인
세대는 젊은 세대와 달리 정서적 수용성에 있어 부정적 정서에 더 이상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긍정 정서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집니다.
한 사회학자의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에 의해서도 젊었을 때는 나쁜 일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지만, 노인이 되어서는 좋은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노인들이 젊은이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젊은 사람들이
높은 빈도로 불행함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노인 중에서도 삶의 만족도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수준이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자산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낮춰 줄 수 있고, 특히 경제활동의 참여 비율이 낮은 노인의 경우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사회활동 참여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보통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 친목단체 활동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종교활동, 동호회 활동, 자원봉사 및 정치단체 활동 등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이를 먹게 되고, 노인이 됩니다.
그러니 지금의 젊은 시절이 없어질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향후 노년 생활에서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지금의 순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최대한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ᅠ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으려면
SNS나 유튜브, 브이로그를 보다 보면, 남들은 모두 화려하고 멋진 일상을 사는 듯 보입니다.
친구의
해외여행 사진, 유명 인플루언서의 고급스러운 라이프 스타일, TV 속 화려한 성공담까지. 이런 모습을 보다 보면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할까’, ‘내 노력이 헛된 건 아닐까’, ‘금수저가 아닌 내가 어떻게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비교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지만, 자주 비교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안·우울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사람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그룹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비교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요. 나와 남의 상대적 위치를 비교하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데, 만약 내가 타인보다 낮은 곳에 있다고 생각되면 박탈감과 우울감이 듭니다.
둘째,
미디어에선 멋진 순간만 골라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의 고단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하이라이트 릴(영상, 기록)’을 보고 비교하면, 상대는 완벽해 보이고 나는 부족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또,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가 올린 행복하고 화려한 순간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더 자주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친구나 인플루언서가 올린 여행 사진이나 영상은 두세 달 정도 간격으로 업로드되지만, 지켜보는 나에게는 더 자주 있는 일처럼 느껴지고, 그 사람에게도 ‘특별한 이벤트’일 수 있는 그 일이 ‘그 사람에게는
저런 이벤트가 일상이구나.’라고 내 머릿속에서 인식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비교가 반복되다 보면 ‘나는 안 될 거야’, ‘남들은 다 잘되는데 나는 왜 이럴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습니다.
이런 자기 대화(self-talk)는 ‘노력해도 소용없다’라는 무력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막아 삶의 활력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비교를 전혀 하지 않기가 쉽진 않은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나만의 기준을 세워보세요. 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성공 기준이 곧 나에게도 꼭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세요. 예를 들어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성취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가 있다’라고 느낀다면, 그 기준에 따라 내 성취를 돌아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미디어 사용을 조절해 보세요.비교하는 마음이나 열등감을 부추기는 계정이 있다면 잠시 팔로우를 멈추거나 알림을 꺼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신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콘텐츠, 일상의 작은 기쁨을 함께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계정을 더 찾아보세요. 혹은 주기적으로 알고리즘을 리셋해서 비교하는 마음을 들게끔 하는 콘텐츠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피드나 알고리즘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비교의 빈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감사 일기를 써보세요.하루에 내가 잘한 일이나 고마운 일을 세 가지 적다 보면, 화려한 모습보다 내 삶의 소소한 순간들이 더 크게 보입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경험을 의식적으로 기록하면, 비교로 인한 박탈감이 줄고 자존감이 회복됩니다.
비교할 때는 ‘상대의 장점만 보고 내 단점만 보는’ 인지 왜곡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럴 땐‘저 사람도 힘든 순간이 있었을 텐데’,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겠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보세요.시야를 조금만 넓혀도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자기 연민(self‑compassion)을 연습하세요.‘나는 왜 이럴까’라고 자책하기보다는 ‘나도 사람이고, 누구나 부족할 때가 있다’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겁니다.
자기 연민은 불안과 우울을 완화하고 다시 용기를 내게 해주는 큰 힘이 됩니다.
비교를 전혀 하지 않기가 쉽지는 않지만, 비교가 내 자존감을 갉아먹지 않도록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미디어 환경을 바꾸며, 감사와 자기 연민을 실천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만의 기준으로 나를 돌아볼 때,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나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내 삶을 만들어가는 힘’이 생깁니다.
작은 변화가 모여 더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혼자 먹는 밥, 혼자 견디는 마음 - 노인 우울과 혼밥
여러분, 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일까요? 우리는 흔히 ‘한 끼 챙겨 먹었다’는 말로
식사를 표현하곤 합니다.
더 나아가 어떨 때는 “끼니를 때웠다”거나 “배를 채웠다”고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밥은 우리의 신체 건강만 아니라 마음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한 끼를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었느냐에 따라 마음의 영양 상태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식사를 누구와 함께 하느냐’는 점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혼자 식사하는 노인은 함께 식사하는 노인에 비해 우울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노인들의 혼밥과 우울과의 연관 관계는 우리 사회의 노인들이 겪고 있는 고립과 심리적 빈곤을 보여주는 단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식비를 아끼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스턴트 음식이나 저렴한 음식을 찾게 되고,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때 식사비용이 부담스러워지면서 혼자 밥을 먹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이 같은 사실은노인 혼밥의 이면에 경제적, 심리적, 관계적 어려움과 고립, 그로 인한 심리적, 신체적 악영향이라는 다층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삶의 변화와 도전들, 극복해야 하는 문제들 속에서 경제적, 심리적,
관계적 측면에서의 어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혼밥인 것이죠.
나이가 들면 신체의 기능만 저하되는 것이 아닙니다.
역할 상실,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
경제적 제약, 일상의 단조로움은 자연스럽게 노인의 정서적 기반을 흔들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울감’은 은근히 스며들어 오랜 시간 마음을 짓누르는 대표적인 정신건강 이슈입니다.
연구에 따라 노인인구 중 우울증 유병률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약 10명 중 1명 이상이 임상적으로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노인, 저소득층, 독거노인, 만성질환을 앓는 분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인 우울증은 젊은 세대의 우울증과는 양상이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슬프다거나
눈물이 난다는 표현보다는, 입맛이 없거나, 잠이 잘 안 오거나,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거나,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식의 신체적 고통 호소, 무기력한 표현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살아봐야 뭘 하나’라는 말들이 그 자체로 우울의 언어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혼밥’은 왜 문제일까요?식사라는 행위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사회적 교류와 정서적 안정의 시간입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나누는 짧은 안부 인사, 밥맛에 대한 공감, 누군가의 표정을 마주 보는 일은 생각보다 우리의 정서에 깊은 영향을 줍니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동반자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관계가 없다’는 감정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 감정이 반복되면 자아존중감은 떨어지고, 외로움은 점점 깊어지며 우울증의 위험은 높아집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관계의 회복과 작은 일상의 연결은 노인의 우울을
예방하고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복지관, 경로당, 마을식당 등에서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동 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노인들의 식사와 정서적 소통을 함께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독거노인분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공공이나 민간단체의 지원 서비스 등은 노인들의 고립감과 외로움 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식사를 함께 나누고, 얼굴을 마주보는 시간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마음을 나누는 정기적인 만남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웃이나 자녀들이 주기적으로 식사를 함께 하거나, 함께 마트를 가고 간단한 반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울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정책적, 사회적 노력과 함께 어르신들 역시 개인적으로도 할 수 있는 노력이 있습니다.
혼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식사 시간을 정해두고 조명을 켜고, 라디오나 음악을 틀어놓으며‘혼자지만 허투루 먹지 않는’ 식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거나, 식사 후 산책이나 전화 통화 같은 ‘마무리 루틴’을 만들어두는 것도 정서적 고립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더불어,노인 우울은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질환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약물치료나 단기 상담, 집단 프로그램 등은 회복의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식사는 마음의 연결입니다.
함께 먹는 밥 한 끼가 외로움의 강도를 줄이고, 정서적 회복을 돕습니다.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이 식탁에서 혼자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마음속에서도 혼자가 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작은 연결을 만들어갈 때입니다.
마음의 허기까지 살펴주는 사회, 그리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식탁을 차리는 일상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준비해야 할 ‘건강한 식사법’입니다.
ADHD인 배우자 때문에 힘이 들어요
전형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원장
사연)
결혼1년차신혼부부입니다.
저희 남편은 성인 ADHD로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주말 연애를 했던지라 그의 평소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한 번은남편이 좀
우울감을 느꼈는지 동네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한번 받았는데 성인 ADHD 같다고 관련 책을 주시며 읽어보고 다시 오라고했다더라고요. 그 뒤로 다시 가지는못했고요.
평소에 업무 실수 빈번하고, 깜빡깜빡 기억이든 물건이든 잘 잃어버리고, 충동조절, 분노조절
잘 안 되어 매번 사람들과 싸우고, 충동구매하고, 좋아하고 재밌는 것만 좇아서 하려고 하고, 잘 못 참고.. 이런 단편적인 부분들만 봐도 성인ADHD라고충분히 추측 가능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절제를 못하는 것은 게임인데요. 한번 하면 항상 약속한 시간을 어기고 어떨 때는밤을새우고게임을
하고 와서는 다음날 직장에 병가를 내거나 연가를 냅니다.
저와 게임 때문에 다툰 날은 어김없이 PC방을 가서밤을새우고다음날 안 들어오기도합니다.
당연히 직장은 연가 내고 안 가고요.
이번에는 그게 심해져서, 게임 절제 못한다고 싸운저번 주월요일 이후부터 일주일
내내 집에 들어오지 않고 직장도 나가지 않았어요. (PC방과 모텔 전전) 그리고 일요일 밤에 들어와서는 이제 게임을 끊겠다고 잘못했다고 해놓고, 어제(월) 밤 다시 게임을 하러 PC방에 갔고이번 주일주일을 또 연가를 냈습니다.
오죽하면 남편 직장에서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책임감이 없다며 저에게까지 전화가왔고요.
이 모든 상황은 오로지 저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남편의 부모님, 저희 부모님, 남편의 가까운
친척, 친구들 아무도 모릅니다.
남편이 게임에 빠졌는지, 직장을안 나가고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직 저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남편은 자기도 힘들다며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는 저로서는남편의 부모님께도, 우리 부모님께도 그 누구에게도
말도못 하고괜찮은 척하며 오로지 저 혼자 감당하고 있습니다.
도움도 요청하지 못하고, 이해를 구하지도 못한 채 말입니다.
이제는 제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조언을 구합니다.
제가 혼자 감당하기가 너무 힘든데, 남편은보이는걸
또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 걱정시키기 싫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자기 성인 ADHD나 이런 상황을 얘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혼자 너무 힘들고요. 남편의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
남편이어젯밤에다시 게임하러 나간 이후 저는 한숨도못 자고출근을
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남편의 부모님께 알려서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저희 둘 다 아직 어리고, 이 상황을 알아서 해결해 나가기에는 방법도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알리는 걸 극도로 싫어하지만.. 이러다 제가 돌아버릴 것 같아서너무답답합니다.
주변에 알려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 혹시 성인 ADHD 환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아니면 도움이 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p.s. 저희는 지방에 살고 있는데 성인 ADHD 검사를 서울에서 받아보려고 합니다.
검사 결과는당일에
바로 나오는지 아니면 얼마의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확진이 내려지고 나면 병원 통원은 얼마에한 번씩해야 하는지궁금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입니다.
언급해주신 남편분의 증상을 보면 성인 ADHD를
의심하게 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본인도 힘들겠지만, 작성자 분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속적인 어려움을 보이는 상황에서 치료에 대한 반응이 충분하지않은경우 성인 ADHD를 고려해 볼 수 있는데, 다행히 문제를 빨리 파악하여 치료를 생각하고 계신 점은 다행이라고 봅니다.
주변에 알려서 도움을 받겠다는 작성자님의 생각과 알리기 꺼려하는 남편분의 입장 모두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상황에서 남편분의 문제를 다른 가족들과 상의하는 것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장점이 더 많아 보입니다.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외부에서 제어 장치 역할을 해줄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부모님과 같은 경우). 그리고 도움을 제공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위 글에서 언급된 남편분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이해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증상으로 인한 행동적인 문제와 감정적인문제(감정기복,우울, 불안 등)가 함께 있는 상태에서주변 사람들의부정적인 반응으로 감정적인 문제가악화되면상황은 더악화될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남편분의 증상에 대해 공감해주고, 문제를 이해해주는 입장을 보이길 바란다면가지고 있는 문제를 주변에 솔직하게알리는 편이 낫습니다.
남편이 극도로 알리기를 꺼리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인 ADHD의 진단은 증상에 대해 면담 및 척도를 이용한 평가와 더불어 지능검사나 주의력 검사
등이 부가적으로 시행됩니다.
MRI나 뇌파검사 등에서 특징적인 소견을 보이기도 하지만 진단에 이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성인ADHD 환자가다른 정신과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85% 이상이기
때문에 공존질환(불안 장애, 기분 장애, 충동조절장애, 물질 사용 장애 등)에 대한 평가도 필수적으로 시행됩니다.
결국 성인 ADHD에서는 검사 결과 자체가 진단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증상에 대한 임상가의
판단을 돕는 정도가 되기 때문에, 검사 기간이 얼마가 걸릴지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한차례의 면담으로 진단이 될 수도 있고, 애매한 경우에는 수차례 면담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단 이후 약물치료증량과정은대개 주 단위로 진행하지만, 개개인마다 약물의 효과
및 부작용에 차이가 있어 정확하게 언제라고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는 치료자와 상의하여 유연하게결정 할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진단 과정 역시 치료 과정에 포함된다는 점,꾸준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셔서 검사를 받는 것보다편하고 자주 방문 하실 수 있는 거주지나 직장 근처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편분의 문제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부분에서 답변을 드렸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