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 다양하게 시도하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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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한 날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불안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서도 다 때려치고 떠나면 안 되고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 조절’이 중요한 일이 된다.
사람들이 감정 조절을 어떤식으로 하는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져 왔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많이 쓰이는 전략들이 있다.
우선 힘든 상황과 마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부정적 정서를 꾹꾹 누르는 식의 외면, 회피, 억누르기가 대표적이다.
술을 마시거나 폭식하는 것,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힘듦을 토로하거나 화풀이하는 행동들이 흔하게 나타난다.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거나 어려운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키기,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사람에게 조언 구하기,
가족이나 종교에 몰두하기,
상황을 나쁘게만 보지 않고 관점을 전환해 보기도 자주 나타나는 행동들이다.
마음챙김, 현재 상황에 집중하기,
세세한 부분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큰 그림 보기,
마음을 표현하는 글 쓰기,
주변 사람들로부터 응원과 위로를 주고받는 경험하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기,
여행가기,
운동하기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널리 추천되는 방법들이다.
주로 앞부분에 있는 것들이 다소 건강하지 않은 방법이다.
뒤에 나와 있는 것들이 보다 건강한 감정 조절 방법으로 여겨진다.
체이스 볼드윈 미시간대 연구자에 의하면 많은 사람이 한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기보다 여러 가지를 섞어서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건강한 방법들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매일 운동만 하기보다 오늘은 운동, 내일은 바람 쐬기,
모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조언 구하기 등 여러 가지를 섞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감정을 환기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만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활동만 하는 등 뭐 하나에만 몰두해 있는 경우 몰두 자체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야 서로 다른 감정 조절 방법이 가져오는 유익이 잘 어우러져서 보다 다양한 감정을 잘 소화시켜 줄 것 같기도 하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 해소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들이 합쳐져서 ‘종합 영양제’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독특한 감정 조절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의 경우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거나 때로는 아예 슬픈 영화를 봐서 펑펑 우는 것들이 도움이 되는 편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감정 조절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필자소개
박진영《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래드퍼드대 연구자 대니얼 베리에 의하면 예를 들어 나르시시스트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짧게나마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도우려는 모습을 ‘덜’ 보이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한다.

반대로 또 다른 세션에서는 평소 마음챙김 명상을 자주 하는 사람들의 경우 ‘화’를 덜 내고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을 더 잘 용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 이러한 마음 수련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더 너그러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마음챙김 수련 하나의 효과라기보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특성이 마음챙김과 합쳐져 친사회적인 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나르시시스트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챙김 명상이 되레 친절하고 너그러운 행동을 ‘덜’ 보였다는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마이클 풀린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심리학자의 연구에서도 평소 ‘독립적’인 자아관(자신을 규정할 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 나는 아름답다, 나는 독창적이다 등으로 규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관계적 자아관(사회적 관계와 역할: 누구의 딸, 어느 학교 학생, 어느 회사 직원 등으로 규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달리 마음챙김 명상이 도움 행동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에게 독립적인 자아관 또는 관계적인 자아관을 가지게 유도했을 때에도(각각 ‘나’ 또는 ‘우리’로 지칭되는 글을 읽게 함) 독립적인 자아관으로 사고하게 된 사람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했을 때 명상 말고 다른 활동을 한 통제 집단에 비해 봉사활동 의향을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관계적 자아관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통제 집단에 비해 봉사활동 의향을 더 많이 하려는 의향을 보였다.
생각해보면 원래의 마음챙김 수행이 가지고 있던 맥락(마음속 번민을 줄이고 자비를 실천할 것)을 떠나 그냥 기술적인 부분만 실시한다고 더 도덕적이고 자비로운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앞선 발견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 없이 무턱대고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 그냥 원래 가지고 있던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들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올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서 마음챙김은 벌써 3조 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사업이 되었다고 한다.
본질을 떠나 빠르게 위로받기에만 급급해진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감정 반격' 멈추면 갈등 사라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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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연인, 친한 친구와의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친해서 자주 만나는 사람일수록 부딪힐 일이 많을 수밖에 없고 친밀할수록 서로 기대하는 것도 더 많기 때문에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될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갈등의 유무보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된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부정적 정서의 상호 교환(negative-affect reciprocity)인데, 상대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때 일종의 보복 행위로 더 큰 비난이나 부정적 정서를 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에게 “요즘 당신이 집안일을 거의 안 하니까 내가 너무 힘들어”라고 말했을 때 남편이 “내가 집안일을 안 한다고? 너야말로 요즘 가족들한테 신경 안 쓰잖아!”라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나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요즘 약속에 왜 이렇게 자주 늦냐고 했을 때 “너는 약속 지킨 적이라도 있어? 항상 네 멋대로잖아!”라고 되받아치는 등, 서로 계속해서 공격을 주고받으며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이미 문제가 많은 관계일수록 불만이 제기되었을 때 “아 그래? 미안해. 앞으로는 안 그럴게”라고 하기보다 “내가 잘못했다고? 너는 잘했어?” 같은 식으로 맞받아치는 모습이 더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라이 핑켈 노스웨스턴대의 심리학자에 의하면, 다행히도 생각보다 쉬운 방법으로 이런 부적응적인 패턴을 바꿀 수 있다.

연구자들은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하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네 달에 한 번씩 총 세 번(7분씩 총 21분)에 다음과 같은 생각 연습을 하도록 했다.

우선 서로 갈등을 빚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고 두 사람을 모두 잘 알고 있고 진심으로 둘을 응원하는 제3자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이라면 이 갈등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그 사람이라면 이 갈등에서 어떤 긍정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 떠올리도록 했다.

그리고파트너와 대화할 때 ‘중립적인 제3자’의 시선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특히 갈등 상황에서 이런 시선을 취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 요인이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4개월 동안 갈등 상황에서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데 도움이 될 구체적인 전략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했다.

그 결과 이런 짧은 생각 연습만으로도 이후 약 1년간 관계 만족도나 사랑, 친밀감, 신뢰 등이 이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많은 갈등들이 화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심한 말을 내뱉는 일 때문에 돌이킬 수 없게 나빠지곤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하는 정도의 작은 노력으로도 금방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역시 말은 쉽게 하기보다 어렵게 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코소보 전쟁.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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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들여다보면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다른 종교나 민족 등을 이유로 갈등을 빚어온 지역들이 있다.
코소보를 둘러싸고 세르비아인들과 알바니아인이 충돌해 온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는 이 지역의 긴장감이 완화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여전히 갈등의 고조와 완화가 반복되며 양쪽에 많은 상처를 내고 있다.

한국 역시 이웃 나라 일본, 중국과 오랜 시간 반목해 온 역사가 있고 식민지 시절을 겪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기에 역사적 비극이 반복되는 것이 남의 이야기 같지만은 않다.

이슬람 보린카 그로닝겐대 연구팀은 855명의 알바니아인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세르비아인들이 과거에 자신의 국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게 했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세르비아 정부 관계자가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게 했다.
또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사과의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소식을 듣게 했다.

그 결과 보통의 세르비아인들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후회를 내비치고 사과의 마음을 전달하는 내용의 메시지에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크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가 사과했을 때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후회의 마음을 내비쳤을 때 알바니아 사람들은 더 세르비아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의향을 크게 내비쳤다.

또한 정부 관계자보다 보통의 세르비아인들에게 사과를 받았을 때 세르비아인들도 자신들과 비슷한 '인간'이라는 인식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을 빚고 있는 외집단을 향해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거나 짐승, 바퀴벌레 같은 존재라며 해당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인격을 깎아 내리는 '비인간화'가 흔히 나타난다.

이러한 비인간화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향해 학살 같은 일도 서슴지 않고 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세르비아 일반인들로부터 사과를 받았을 때 알바니아인들은 상대를 더 '인간화' 해서 바라본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러한 인간화가 우리 집단이 타 집단보다 더 큰 피해를 봤다고 하는 '경쟁적 피해의식' 또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나 민족 단위의 사람들이 겪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해 시간이 지났으니 그만 잊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과거의 상처가 지금까지도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는데도 마치 과거와 현재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개인적인 상처도 그렇지만 개인과 집단 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의 문제들도 최소한의 '종결'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 잘못이었고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대화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미 끝났는데 자꾸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아직 이 문제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얘기하는 것이고 계속 얘기해야 조금이라도 더 모두에게 이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함께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성찰의 시도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도 생각하기 귀찮아서, 심각한 분위기가 싫어서, 나의 고통은 위로받지 못했는데 남의 고통이 위로 받는 걸 보는 게 배 아파서, 그냥 현상 유지하는 것이 좋아서, 내 기분이 편안한 것이 가장 중요해서, 남이 고통받든 말든 나만 잘 살면 돼서, 또는 찔리는 것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결국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나만 잘 사는 것'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법이다.
누군가의 고통이 쉽게 잊혀지는 사회에서는 나의 고통 또한 가볍게 여겨질 수 밖에 없음을 기억해보자.

상대 행동에 '악의적 해석'하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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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관계는 물론 인간관계 전반에 있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갈등을 겪고 양질의 관계를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Jensen-Campbell et al., 2009).

●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대체로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Erez & Judge, 2001). 누군가를 만나면 저 사람은 얼마나 좋은 사람일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저 사람은 또 얼마나 이상한 사람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편이다.

사람들의 별다른 의미 없는 행동에도 색안경을 끼고 저 행동은 분명 나를 무시해서/싫어해서 하는 행동일 거라고 생각하며 상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쉽게 상처를 받곤 한다.

사람들이 수근거리기라도 하면 왠지 내 욕을 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경우나 누군가 웃기라도 하면 자신을 비웃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좋은 예가 되겠다.

● 상대의 행동에 악의적이고 극단적인 해석을 내린다

별다른 의미 없는 행동도 가급적 안 좋게 해석하는 편인데 만약 상대가 실제 조금이라도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는 등 부정적인 사인을 보내오거나 말 실수를 저지르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저건 분명 나를 싫어해서, 나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가급적 악의적이고 극단적인 해석을 내리는 편이다.

그저 그날 따라 그 사람에게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혈당이 낮아서 기분이 나쁘거나 (저녁 시간 동안 혈당수준이 낮을수록 부부싸움 확률이 올라가고 상대방의 이름이 쓰여져 있는 인형을 주었을 때 인형에 바늘을 꽂는 행동이 높게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Gailliot et al., 2007)단순 실수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냥 그 사람이 원래 이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서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리곤 한다.
그 결과 작은 일로도 상대에게 쉽고 빠른 실망을 하고 ‘상처’ 또한 쉽게 받는다.

● 상처를 잘 준다

상처를 잘 받을뿐 아니라 상처를 잘 주기도 한다.
파트너에게 오해받고 있다는 억울함, ‘나를 그 정도로 밖에 보지 않다니’라는 실망감 등다양한 부정적 정서를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처음에는 전혀 나쁜 의도가 없었던 파트너의 공격성을 실제로 이끌어 내는 경향을 보인다.

관계에 스스로 씌운 부정적 예언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역시 인간은 나빠’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더 부정적으로 보고 더 열심히 오해한다.
-> 상대방을 공격한다.
-> 상대방으로부터 공격받는다.
-> 다시 상대방을 오해한다”의 싸이클이다.

● 갈등을 잘 해소하지 못한다

상대의 행동을 가급적 악의적으로 해석해버릇하는 습관 때문에 같은 갈등 상황에 처해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화를 심하게 내는 편이며 상대를 비난하는 강도 또한 높은 편이다.
용서도 잘 못 하는 편이다.

대화로 차근차근 오해를 풀어나가기보다 무조건 화부터 내는 편이어서 한 번 갈등이 생기면 적응적으로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갈등의 유무보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중요할 수 있는데 여기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조언이나 도움을 받을 친구 또한 많지 않은 편이며 혼자 담배나 술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성격 특성 중 신경증(neuroticism)과 관련된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결혼했을 경우 관계의 질이 별로 좋지 못하고 자신의 행복도가 낮을 뿐 아니라 ‘상대의 행복도’ 또한 낮추는 경향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비교적 높은 이혼율을 보이기도 한다(Karney & Bradbury, 1997).

관계는 문제의 실재 여부를 떠나 내가 상대방을 좋거나 나쁜 사람으로 바라보는 정도, 상대의 행동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머리 속 상상이 나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주어 실제가 되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한계가 많은 인간이기에 누구나 삶이 힘들 때 이런 행동 양식을 보일 수 있지만 만약 지속적이고 다양한 관계에 걸쳐 안정적으로 이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면 조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괴롭힘을 방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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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나 성적 괴롭힘을 방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가 '제3자의 적극적개입'이다.
교실 한 구석에서 뻔히 잘못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 본체만체 그냥 넘기는 것은 가해자에게 계속 폭력을 휘둘러도 된다고 용인하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반면 “그건 아니지. 선을 넘었네. 하나도 재미있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막거나교사나 경찰 등상황을 중재할 다른책임자에게 알리면 괴롭히는 상대에게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줄 수 있다.

성적 괴롭힘 또한 마찬가지다.
가정과학교, 직장, 혹은스포츠팀이나 화장실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성희롱과 성추행뿐 아니라여성이 머리가 짧다거나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사상 검증을 하고 트롤링(인터넷상에서 고의적으로 공격적이거나 불쾌한 글을 올리는 행위)에 시달리게 하는 '성차별적 학대' 역시 사회에서 “괜찮지 않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줘야만 근절할 수 있다.
그냥 "쟤네 왜 저러냐"며멀리서 구경하기보다 더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종류의 학대나 괴롭힘에 연루된가해자들은 가만히 놔두면 괜찮은 줄 알고 계속 하는 성향을 보인다.
가정폭력과성폭력도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다'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라'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더 많이 일어난다.

만에 하나 괴롭힘이 나타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더라면, 어떤 종류의 사회적 제지나 처벌이 가해졌다면 지금처럼 여성이나 특정 개인을 향한 묻지마식 폭력이 만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소견이다.

그만큼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폭력에 침묵하는 문화가 형성돼 작동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기도 하다.
도둑질이나 살인 같은 강력범죄들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가해자를 제압하려 애쓰면서 성차별적 학대와 폭력에 왜 다같이 입을 다물게 된걸까.

최근 국제학술지 실험 사회심리학지에 소개된 미국의 심리학자 레이첼 굿윈의 연구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평소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일어나는 상황을 봤을 때 반드시 가해자를 만류하고 신고하겠다고 응답하지만 실제 상황에선 가해자에 대적하거나 신고하는 비율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세 명이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만들고 미리 두 명의 참가자와 짜고 이 중 남성에게 상황을 아는 다른 여성 참가자에게성희롱 발언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예를 들어 여성 참가자가 자신의취미가 서핑이라고 말하면 남성 참가자가 "수영복 입은 섹시한 엉덩이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식이다.


이렇게 눈 앞에서 성희롱이 일어났을 때 상황을 모르는 나머지 한 명이가해 남성을 저지하고 연구진에게 성희롱이 발생했다고 알리는지가 연구팀의 관심사다.

사전 조사에서 64%에 이르는 사람들은누군가 성적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을 지켜본다면 적극적으로 가해자의 행동을 가로막고신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실제 상황이 눈 앞에서 벌어지자 가해자의 행동을 문제삼거나 막아선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이 자신만은다른 방관자들과는 다르며 자기만큼은 정의롭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침묵을 선택한다는 씁쓸한 결과다.


실제로 이는 미국에서 학생 15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드러난다.
이들 가운데 약 3만명은 학교에서 성적 괴롭힘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보고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겨우 18%의 학생들만이 가해자를 막아섰다.

연구자들은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특히 침묵하거나 반대로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살펴봤다.
목격자가 남성일 때보다 여성일 때 더 상황을 중재하고 신고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도덕적 용기'가 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상황에 적극개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도덕적 용기는 위험성이큰 상황에서도 잘못된 일은 잘못된 것이라며 도덕적 행동을 관철하는 용기를 말한다.


가해자가 어른일 경우나 직장 상사인 경우처럼 불의와 맞서는 행위가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고 불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큰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 의지라고 보면 된다.


또다른 구성원들이 조직이미지가 나빠지니 문제를 조용히 덮고 넘어가자며 집단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결연히 맞서는 용기도 포함한다.


성적 괴롭힘은 주로직장에서 ‘위계 질서’를 이용하기 쉽고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에서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고발했을 때 불이익이나 집단 압력이 큰 편이다.
즉 성적 괴롭힘의 방조자가 되지 않으려면 단순히 성적 괴롭힘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에 더해투철한 용기와 강하고 구체적인 실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마음이 따듯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흔히 착하고 원만한 사람들이 피해자를 위해 나설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평소 원만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갈등을 피하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동기가 커서 피해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가해자와의 관계까지 신경쓰는 경우가 많다.


평소 성격이 원만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적 괴롭힘을 더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공정함이나 정의 같은 가치보다 ‘충성’, ‘의리’ 같은 가치를 더 중시하는 사람들 역시성적 괴롭힘을 막으려는 행동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조직에서 '모난 돌' '내부 고발자'가 되는 일이 불의를 방조하는 것보다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의 여러 연구에서 성적 괴롭힘을 방관하는 행동과 관련을 보인 또 다른 특성은 ‘나르시시즘(자기애의 집착)’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특별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등 자아가 비대한 편이다.

따라서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주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 다른 사람을 이용할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이런 사람은 평소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착취하고 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데성희롱이나 성추행 역시 자기가할법 한, 그리나쁘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입장에 더 잘 이입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여성을 바라볼 때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자기 만족을 위한 도구 정도로 보는 오만함 또한 장착하고 있는 편이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원래 나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를 내 마음대로 쓰는데 뭐가 잘못 됐냐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다.

그밖에도 무시를 당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상처를 입히고 심지어 살해까지 저지른 일부 범죄자들의 비대한자아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도덕성이란 올바른 말만 입에 담는 것보다 현실에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도덕적행동을 관철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괴롭힘도 당하는 사람에게는 현실 속의 괴롭힘이며 심리적 피해도 현실이다.
당장은 사소해 보여도 가만히 두면 어느 순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에서 작은 괴롭힘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주변에 알리는 습관을 길러두자. 가해자의 변명에 함께 맞장구 치지 않아야 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이런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며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도록 하자. “그게 바로폭력이야. 선을 넘었어. 하나도 재미있지 않아. 신고한다”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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