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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통’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나면 편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오직 고통으로만 가득 차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는 물론 좋은 일도 가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존재하기에 그런 다양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는 것은 당연하고 그 외에도 아마 생기지도 않을 일들로 인해 과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며(예를
들어 만약 XX하면 어떡하지?), 진실과 거짓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허상을 좇는(예를 들어 XX만 있으면 행복해질 거야) 우리 마음의 경향 때문에 생기는 고통도 적지 않다.
또 자신의 잘못은 쉽게 합리화하면서 타인의 흠은 쉽게 판단하는 경향 역시 많은 고통을 만들어
낸다.
내 집단을 편애하고 외집단은 배척하는 편향, 또 내가(우리 집단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는 편향으로 인해 많은 집단 간 갈등과 차별, 소외, 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세상사 대부분의 문제는 내적·외적 과정을 아울러 ‘사람’의 문제라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우리가 ‘인간’인 한, 우리의 삶과 세상에는 많은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삶의 즐거운 일들은 고통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은 많은 즐거움이 그 자체로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중하기 때문에 집착하고 걱정한다(예를 들어 자식 걱정).사람이든 목표이든 소중한 만큼 잃었을 때의 상실감 또한 크고 심한 경우 삶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명절날 가족 모임을 괴로워하는 정도가
지구에서 가장 심하다는 한국인들은 특히 공감할 수 있겠지만 포기할 수도 쉽게 연을 끊을 수도 없는 대상들로 인해 평생 짊어지게 되는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싶어 하는 복잡한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다.
결국 인생은 고통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 이런저런 고통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이 생각에는 크게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불행은 ‘그럴 만한 사람들’, 열심히 살지 않았거나 착하게 살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찾아오고 열심히·착하게 산 자신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경우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공정한 세상 신념)처럼, 삶의 다양한 고통을 어떤 잘못에 대한 ‘벌’로 여기는 인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인생은 고생의 연속이지만 결국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식으로 고통을 반드시 극복해야 할 통과의례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경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그럴 만한 사람’으로 쉽게 판단하지는 않지만 그 어려움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경멸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칸 드림이나 자수성가 신화에 깊이 빠진 사람들의 경우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이들을 능력·성실성·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고 연민 또한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인간의 삶과 고통은 다양한 방식으로 얽혀 있다.
과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집착하고 허상을 좇는 우리의 마음 자체가 이미 큰 고통을 만들어 내지만 지긋지긋한 인연들처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요소들에서 비롯되는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여기에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천재지변, 질병,
경제난 같은 문제들, 더 나아가 역사적·사회문화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삶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점심을 먹었다고 해서 세상에서 기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겪지 않는다고 해서 그러한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기만큼은
다양한 고통을 판단하거나 재단하기보다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과 자비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필자소개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통점을 발견하는 능동적인 과정들이 사회적 연결감은 높이고 외로움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서 결국 외로움을 줄이는 데에 간편한 방법은 없고 ‘시간’과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함을 재차 확인한 듯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외로움은 심심함이나 쓸쓸함과는 달리 간단한 자극으로 쉽게 해소되지 않는 '깊은 유대감'에 대한 배고픔이다.
예를 들어 외로움과 큰 관련을 보이는 지표들은 인간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친구가 백 명, 천 명 있어도 그중에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외로움을 느끼는 반면 친구가 많지 않더라도 진짜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사람이 한두 명 있으면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피상적인 교류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능동적인 교류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당연한 발견인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마음 깊이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동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평생을 부대껴온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속속들이 아는 ‘가까운 사이’인 것은 아닌 것처럼 옆에 있어도 능동적으로 대화하고 다가가는 시도들을 하지 않으면 가깝고도 먼 사이로 남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나누려고 하는 시도일 것이다.
물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깊은 관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꼭 가까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외롭다면 적어도 깊은 관계에 대한 허기를 느끼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좋을 것 같다.
내 마음이 깊은 관계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적어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사람들이 있을 때 조금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행복 빼앗는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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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다 서로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말처럼 사람이 불행해지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필요한 무엇을 가지지 못해서, 가족이나 친구의 사랑이 부족해서,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중요한 일에서 실패를 맛보아서, 일이 너무 힘들어서, 건강이 악화되어서, 잦은 이직과 이사 때문 등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살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상황을 겪게 된다.
믿음직한 테두리가 되어주는 가족·친구가 없거나, 가족·친구 중 누군가가 커다란 빚을 지고 있거나, 크게 상심해 있을 때에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의 문제로 덩달아 골치 아파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은 탓에 건강이 악화되고, 늘 신경이 곤두서서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게 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친한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는데 어느새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사람은 아주 다양한 방식과 경로로 불행해질 수 있다.
사실 삶의 모든 영역에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가 더 희귀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는 항상 크고 작은 슬픔과 불행의 요소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여기에 작은 문제도 크게 부풀려 걱정하고, 없는 문제도 만들어 두려워하고,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신경 쓰고, 행복(해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문제들을 회피하는 우리의 성향을 고려하면 불행의 요소들은 내용과 정도가 다를 뿐 언제든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단면만 보고 행복한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시도는 쓸모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고, 내 경험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나만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친절할 필요가 없으며, 큰 배려와 보상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고를 하기도 한다.
에밀리 지텍 코넬대 심리학자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고방식은 오히려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타인에게 더 차가운 태도를 보이게 만든다.
공감하기는커녕 경멸적인 태도를 보이며 남을 돕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된다.
문제는 정작 화를 낼 대상이 아닌 만만한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서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이 가장 심각하고 가장 힘들었다고 주장하며 누가 더 억울한지를 놓고 경쟁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는 ‘경쟁적 피해의식(competitive victimhood)’이라 불린다.
많은 사회적 갈등에서 이미 소외된 계층끼리 누가 더 피해자인지 다투는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문제(애초에 아무도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됐다는 사실이나 해결 방법에 대한 논의)가 사라진다.
이런 점에서 누가 '왜' 힘들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도움이 되더라도 누가 '얼마나,제일' 힘들었는지는 생산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든 억울함을 털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삶은 원래 힘들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그렇다.
그래서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족·친구의 존재가 중요하며, 나 또한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루 24시간을 나와 관련된 문제에만 집중하며 살다 보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연말에라도 나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을 떠올려 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모른다'고 말 못하는 AI…환각 통제하는 알고리즘은 '인간의 주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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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언어모델을 쓰면서 가장 불편한 순간은 틀린 답을 확신에 찬 말투로 내놓을 때다.
이른바 ‘AI 환각(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AI의 숙명처럼 여겨왔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아는 건 아니므로 엉뚱한 답을 내놓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에
다른 관점이 제기되고 있다.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른다고 말할 수 없어서’ 틀린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AI 환각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AI에게 진실보다 확신을 가르친 건 누구인가.
AI 언어모델은 ‘정답’을 배우지 않는다.
대신 지금까지 인류가 생산한 방대한 텍스트 속에서 어느 단어 다음에 나올 단어의 확률을 계산하며 문장을 완성하도록 학습한다.
‘하늘은’이란 단어 뒤에 ‘파랗다’가 올 확률이 높다고 계산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AI는 문장을 생성할 때 문맥의 자연스러움을 최우선으로 삼고 그 문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읽기에 매끄럽지만 실제로는 사실과 다를 수 있는 문장, ‘그럴듯한 거짓’이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AI 환각은 AI의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AI가 진실을 보장하기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추측하는 방식으로 학습된 결과, 표현이 매끄럽기 때문에 진실처럼 보이는 환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24년에 오픈AI 연구팀이 이 구조적인 문제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doi:10.1145/3618260.3649777) 이 증명의 핵심은 AI 언어모델이 확률적 예측에 기반해 작동하는 한 일정 비율의 오류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성 AI가 환각 현상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AI가 자신이 모르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챗GPT에게
학습 데이터에 없는 정보를 물으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챗GPT가 모르는 특정한 논문 저자의 생일을 물을 때도 챗GPT는 “모릅니다”라고 답하지 않는다.
대신 매끄러운 문장으로 전혀 다른 날짜를 제시하거나 같은 질문을 물을 때마다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
마치 외국어를 배울 때 “I don’t know”라는 표현을 아예 가르쳐주지 않은 것과 같다.
AI는 사실을 이해하기보다는 언어의 패턴과 문맥의 자연스러움에 최적화된 답변을 생성하도록 학습됐기 때문이다.
AI는 의도를 갖고서 거짓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문맥상 그럴듯한 답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우연한 오류’를
낳는 구조를 갖게 된 셈이다.

옥장판이 있는 방의 풍경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입력하자 생성 AI가 만든 이미지. 생성 AI는 한국 외의 지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유사과학 제품인 옥장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옥장판을 그릴 수 없다고 답하는 대신에 억지스러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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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몰라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
AI가 사전학습에서 ‘모른다’는 개념 자체를 배우지 못했다면 사후학습(RLHF)에서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계에서 문제는 더 악화된다.
예를 들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이란 질문에 “한강”이라고 답하면 1점, “무라카미 하루키”는 0점이다.
그런데 AI가 정답을 모르는 경우에 “확실하지 않습니다”라고 정직하게 답해도 역시 0점이다.
사후학습이 반복되면서 문제가 드러난다.
사전학습 데이터가 정답이
맞는지 불확실한 질문 100개에 AI가 전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면 0점이지만 전부 추측하면? 우연히 일부는 맞아서 평균 15~20점을 받을 수 있다.
오픈AI 연구팀은 2025년 9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발표한 후속 연구에서 이런 사후학습 구조가 AI의 틀린 답변을 장려하도록 설계된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doi: 10.48550/arXiv.2509.04664) 연구진은 이를 추측 보상 편향(guess-reward bias)이라 부른다.
정답 여부만으로 점수를 매기는 과정을 반복하며 AI는 틀릴 가능성이 있어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 있게 답하는 법을 배운다.
AI가 추측을 넘어 확신을 학습하게 된다.
‘아마도’ 같은 불확실성 표현은 감점 요인이 되고 ‘~입니다’ 같은 단정적 표현은 더 높은 점수로 이어진다.
침묵은 감점, 추측은 가점, 확신은 더 큰 보상을 받는 법칙이다.
사전학습에서 ‘모른다’를 못 배운 AI가, 사후학습에서는 ‘확신 있게 틀리는 법’을 배운다.
결국 AI의 환각은 불확실성을 용납하지 않는 보상 구조로부터 학습된 확신에서 발생한다.
● ‘모를 자유’로 다가가는 AI의 첫걸음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오픈AI 연구진이 제시한 방법은 불확실성 자체를 언어로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 방법의 핵심은 간단하다.
모른다는 답이 결함이 아니라 중요한 정보라는 것을 AI와 AI 평가 시스템 모두에게 가르쳐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AI 언어모델의 학습 방식은 답변을 만들 때 내부적으로 이미 확률값을
계산하고 있다.
‘이 답이 맞을 확률이 95%인가, 30%인가?’ 같은 식이다.
지금까지는 이 확률값은 무시하고 문맥상 가장 그럴듯한 답을 출력했다면 새로운 접근법에선 이 확률값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답변의 내부 확률값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정보가 불충분합니다” 또는 “이 주제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라는 문장을 출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모델에서는 답변과 신뢰도 점수를 함께 제시한다.
“답변: 한강입니다(신뢰도: 95%)” 또는 “답변: 무라카미 하루키일 것으로 추정됩니다(신뢰도: 40%)” 같은
식이다.
사용자는 이 신뢰도를 보고 AI 답변을 얼마나 믿을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평가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정답 개수’만 세는 방식에서 벗어나 ‘모를 때 침묵할 수 있는 판단력’도 인정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최근 AI 연구에서는 틀린 추측보다 정직한 침묵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평가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추측 보상 편향을 뒤집는 시도다.
구글의
제미니와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불확실성 표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AI들의 공식 문서에는 “모델이 ‘모르겠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란 안내가 있다.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들이 실험 중인 모델은 신뢰도 점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답변의 확신이 낮을 때 그 이유까지 설명한다.
“여러 출처에서 이렇게 나오지만 최근 업데이트된 정보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는 “A와 B 자료는 이를 지지하지만 C 자료에는
다른 내용이 있습니다” 같은 식이다.
답의 내용뿐 아니라 그 답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무엇이 불확실한지까지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 결과 AI 대형언어모델(LLM)의 환각 발생률을 평가하는 공개 AI 벤치마크인 벡타라(Vectara) 환각 순위의 2025년 4월 발표에 따르면 구글 제미니 2.0은 0.7%, 오픈AI o3-미니-하이는 0.8%를 기록했다.
2023년 말 가장 우수한 성능을 기록한 GPT-4의 환각 발생률이 3%였던 데 비해 약 1년 반 만에 가장 우수한 AI 모델의 환각 발생률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2025년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방문해 인터뷰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공지능(AI) 인프라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인 엔비디아는 네모 가드레일 등 AI 환각 현상을 완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제공
● 자신 없어 보이는 AI와 살아가기
그동안 AI 언어모델은 자신이 모르는 상황을 직면할 수 없는 구조에 처해왔다.
AI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모른다”고 말할 자유다.
확신이 아닌 불확실성을 정보로 다루는 이 구조적 변화가 AI를 진정한 지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길이다.
그 여정에서 AI의 환각을 통제하는 마지막 알고리즘은 그것을 해석하는 인간의 주의력이다.
우사마 파이야드 미국 노스이스턴대 인공지능응용연구소 소장은 대학의 공식 뉴스 채널에서 “‘환각’이라는 말을 쓸 때 모델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덧붙이고 있는 셈이다.
의도와 의식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AI가 인간처럼 사고하길 기대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AI의 한계는 기술의 결함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디까지 신뢰하고 책임질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결국 AI 환각 또한 인간이 이해하고 확인하며 감당해야 할 영역이다.
AI는 여전히 확률의 언어로 세상을 설명한다.
따라서 AI의 답변을 대하는 태도는 위키피디아나 네이버 지식인, 구글링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해야 한다.
빠르게 정보를 줄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권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건강, 법률, 금융처럼 중요한 영역에서는 AI를 브레인스토밍 도구 정도로만
활용하고 실제 결정은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내려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믿을 만한 AI는 자신 없어 보이는 AI다.
“정확한 답을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델이, 틀린 정보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환각을 일으키는 모델보다 훨씬 신뢰할 만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사용하는 AI 모델의 불확실성 응답이 강화됐는지 검토하고 신뢰 점수, 추가 근거, 맥락 설명 기능을 활용해 정확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장내시경으로 용종 찾으면 '걱정보단 안심'

문정락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대장내시경으로 조기 발견한 용종은 내시경 시술로 제거할 수 있어 대장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낮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대장암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문정락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용종을 조기에 발견·제거하면 대장암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며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이 발견되면 걱정보다는 안심하는 편이 맞다"고 밝혔다.
대장은 소장에서 이어지는 소화기관의 마지막 부분이다.
수분을 흡수하고 대변을 만드는 곳이다.
대장의 점막 일부가 혹처럼 돌출된 것을 용종이라고 한다.
대장 용종은 흔히 발생하며 특히 40대 이후 발생 빈도가 높다.
명확한 원인은 없지만 가족력이나 유전, 식습관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
용종은 선종성 용종, 과형성 용종, 염증성 용종 등으로 다양하다.
모든 용종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선종성 용종은 그냥 두면 악성 종양인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발견 즉시 제거해야 한다.
선종성 용종이 발견됐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문 교수는 "작은 선종은 대장암으로 진행되기까지 평균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내시경 중 발견해 제거하면 대장암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용종을 발견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내시경 검사다.
발견 후 바로 제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항문을 통해 대장에 내시경을 삽입해 용종을 관찰하고 필요시 절제해 제거한다.
5mm 미만의 작은 용종은 뜯어내거나 태워 없애고, 5mm 이상 용종은 올가미 모양의 기구를 이용해 절제한다.
제거된 용종은 조직검사를 통해 종류를 명확히 분류하고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평가된다.
결과에 따라
추적검사 주기가 달라진다.
위험도가 낮고 용종이 완전히 절제된 경우는 3~5년 후 검사를 권하지만 완전히 제거된 것을 확인하기 어렵거나 용종이 여러 개인 경우, 혹은 용종 크기가 1cm 이상이면 환자에 따라 더 일찍 추적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는 장을 깨끗이 비우는 정결 과정이 필수적이다.
많은 환자가 힘들어하는 단계다.
최근 알약 복용 등 다양한 형태의 장 정결제가 도입돼 환자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다.
문 교수는 "다만 안전한 시술을 위해 시술 전 반드시 의료진에게 복용 중인 약제를 알려야 한다"며 "특히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제나 항응고제 등을 복용 중이라면 의료진과 상의해 시술 3~5일 전에 약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은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장한다.
최근 40대 이하에서도 용종이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가족력이 있거나
불규칙한 식습관, 음주나 흡연을 하는 경우 더 일찍 검사받는 것도 좋다.
문 교수는 "용종 예방을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보다는 채소·과일·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고,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이 도움 된다"고 밝혔다.
"적게 먹고 낙관적 태도 유지하라"…80세 이후에도 건강하게 사는법

워싱턴포스트가 80~100대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노인들의 사례와 연구를 종합한 결과 가공식품 피하기, 소식하기, 꾸준히 운동하기, 사람들과 어울리기, 건강 악화 후에도 회복 시도하기, 낙관적 태도 유지하기 등 5가지 생활 습관이 공통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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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먹고 꾸준히 움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역경에도 회복을 시도하며 미래를 낙관하라."
80대 이상 고령에도 20~30년 젊은 사람 못지않은 기억력과 신체 능력을 유지하는 노인들과 연구자들이 전하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5가지 습관이다.
25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올해 보도한 장수 노인 사례와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조건을 정리했다.
유전적 요인이 일부 작용하지만 장수한 노인들의 삶을
관통하는 공통된 생활 습관은 비교적 명확했다.
● 가공식품 피하고 소식하기
89세 영양학자 마리언 네슬은 장수의 핵심으로 "가공한 음식을 많이 먹지 말고 주로 식물성으로 먹는 것"을 꼽았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감소하는 만큼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7세로 별세한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도 전형적인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했다.
모레라는 생애 마지막 10년간 하루에 플레인 요거트 세 개를 먹었고 생선·올리브유·과일 위주의 가벼운 식사를 이어갔다.
● 강도보다 지속성 있게 운동하기
92세 단거리 선수 엠마 마리아 마첸가는 주 2~3회 달리기와 쉬는 날 걷기를 병행하며 4개의 연령대별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 번에 약 1시간씩 무리한 강도보다는 반복성과 규칙성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다.
마첸가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의사와 먼저 상담한 뒤 꾸준히 하라"고 조언한다.
77세 마라토너 제니 라이스는 75~79세 연령대 모든 거리에서 여자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런던 마라톤에서 3시간 33분 27초의 세계 기록을 세운 직후 측정한 최대 산소 섭취량은 25세 여성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35세에 달리기를 시작한 라이스는 현재 주 50마일(약 80ckm), 마라톤 준비 기간에는 주 70~75마일(약 112~120km)을 달리며 주 3회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한다.
바스 반 후렌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교수는 "꾸준한 훈련과 좋은 유전자가 노화 과정을 부분적으로 늦출 수 있다"며 "운동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했다.
에릭 토폴 미국 스크립스 중개연구소 설립자이자 심장내과 전문의는 "운동은 전신 노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확인된 유일한 방법"이라며 유산소 운동 30분 이상과 함께 근력 운동을 권장했다.
● 사람들과 어울리기
최근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운동, 건강한 식단, 사회적 교류, 두뇌 게임을 병행하면 인지 저하나 치매 위험이 있는 노인의 인지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반면, 사회적 유대가 강하면 인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장수 사례로 소개된 고령자 다수는 요양시설이나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렸다.
모레라는 요양시설에서 다른 입주자들과 교류하고 방문객을 반겼다.
라이스는 중요한 경기 전을 제외하고 춤을 추러 나가는 등 사회생활을 활발히 한다.
니콜라스 에플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행복은 큰 사건보다 작은 긍정적 경험이 얼마나 자주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긍정적 활동을 습관처럼 쌓아가는 게 좋은 삶"이라고 말했다.
● 건강 악화 후에도 회복 시도하기
노화를 일방적인 쇠퇴로 보는 시각과 달리 지난 9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연구는 60세 이후에도 신체 기능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회복에 도움이 되는 요인으로는 정신 건강, 사회적 관계, 금연,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가 꼽힌다.
82세 무렵 잦은 낙상을 겪었던 플로렌 슈버는 동네 헬스장을 찾아 트레이너와 상담한 뒤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91세인 슈버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더 젊고 몸이 강해진 느낌"이라며 "나이 들어서도 몸은 좋아질 수 있지만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낙관적 태도 유지하기
101세 참전 용사 시 리버만은 5세 때 트럭 사고 39세 심장마비 89세 심장 수술 등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군 폭격기 B-24 리버레이터의 무선 사수로 나치 독일에 대한 13회 폭격 임무를 수행했다.
임무 중 탑승 비행기가 적의
대공포에 여러 차례 맞았지만 살아 돌아왔다.
리버만은 수많은 역경에도 일관된 낙관주의를 유지해 왔다.
리버만은 "힘든 시기를 겪어도 견뎌내면 상황이 나아진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태도의 중요성을 간과하는데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가 80~100대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노인들의 사례와 연구를 종합한 결과 가공식품 피하기, 소식하기, 꾸준히 운동하기, 사람들과 어울리기, 건강 악화 후에도 회복 시도하기, 낙관적 태도 유지하기 등 5가지 생활 습관이 공통점으로 나타났다.
"비만치료제 갑작스런 중단,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

비만치료제 위고비(왼쪽)와 마운자로. 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 제공.
세계보건기구(WHO)는 12월 1일(현지시간) 비만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치료제 사용을 조건부로 권장했다.
GLP-1 치료제가 비만을 극복하고 관련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비만치료제에 평생 의존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부작용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 사용 중단 이후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조언과 맞춤형 계획 설정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약 150만명이 사비를 들여 비만치료제 주사를 맞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전세계 연구결과에서 비만치료제 장기 사용에 따른 부작용들이 드러나고 있다.
BBC는 비만치료제로 체중을 감량한 후 사용을
중단하는 두 여성의 사례를 조명했다.
● "갑작스러운 사용 중단,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
대형 피트니스 기업의 영업 매니저인 타냐 홀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위고비 투여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과체중 체형 때문에 업계에서 내 의견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주사제 형태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치료를 시작한 후 홀 씨는 체중 감량에 성공하고 전보다 더 존중받는다고 느꼈다.
효과를 체감한 것이다.
치료 초기 몇 달 동안 수면 불량, 두통, 탈모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급격한 체중 감소의 잠재적 부작용으로
해석된다.
홀 씨는 총 38kg을 감량한 후 위고비 사용을 중단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사용을 중단하자마자 며칠 만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며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매번 중단을 시도할 때마다 체중이 다시 급격히 증가할까 봐 두려움이
커진다"며 "결국 약을 다시 사용할 이유를 찾게 된다"고 밝혔다.
생활 습관 전문의인 후세인 알주바이디 영국 울버햄튼대 교수는 "목표 체중에 도달하자마자 최고 용량에서 약을 끊는 환자를 자주 본다"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영국 의약품 규제기관인 국립보건임상평가원(NICE)은 환자들이 비만치료제 치료 중단 후에도 최소 1년간 지속적인 조언과 맞춤형 행동 계획을 제공받으며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고 체중을 유지하며 건강을 지키도록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WHO도 "약물 치료만으로는 전세계 비만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며 두 번째 권고사항으로 집중적 행동치료(IBT)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체계적인 운동과 식이 목표 설정, 에너지 섭취 제한, 주간 상담, 정기적인 치료 진행 상황 평가 등이
포함된다.
알주바이디 교수는 "비만은 GLP-1 결핍이 아니다"라며 "과도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추가 지원이 없다면 사회 전반의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때문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만치료제 사용 중단에 시스템적인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정적 폭식증 환자였던 엘런 오글리 씨는 비만치료제 중단의 좋은 사례로 소개됐다.
심한 과체중으로 중요 수술을 앞두고 수술 중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면책 동의서에 서명해야 할 정도였다.
오글리 씨는 위고비와 비슷한 주사제형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사용하면서 음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다.
그는 영양학을 공부하며 건강한 식습관을 재설계했다.
16주간 약물을 복용한 후 6주간 서서히 감량을 시작했다.
22kg을 감량한 후에는 운동량을
늘렸다.
마운자로 사용 중단 후에 체중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오글리 씨는 생활 방식 변화를 통해 현재까지 총 51kg 이상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오글리 씨는 "사람들이 마운자로 이후의 삶도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美 노년층, 비만치료제 1년 내 절반이 중단…"비용 부담·부작용"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내 65세 이상 노년층 비만치료제 투여·복용 환자 약 절반이 1년 내 치료를 중단하는 주된 이유로 비용과 부작용을 꼽았다.
올해 1월 3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환자는 젊은 환자보다
약물 중단 가능성이 20~30% 높았고 재사용 가능성도 낮았다.
노년층 환자에게 비만치료제 사용 중단은 체중 증가뿐 아니라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등 주요 건강지표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첫 번째 문제는 부작용이다.
기존에 알려진 위장관 장애뿐 아니라 근육량 감소 사례가 다수 보고되면서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다.
의사들은 GLP-1 사용자에게 근력 운동을 포함한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권고한다.
두 번째는 비용이다.
현재 보험 대다수는 당뇨병에 대해서만 GLP-1 치료제 사용을 보장한다.
1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 발표에 따르면 GLP-1 약물의 메디케어 적용 대상을 기존 당뇨병에서 비만까지 확대할 예정이지만 아직 세부사항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노년층, 일부 장애인과 만성 질환 환자 등을 위한 연방 정부 주도의 건강보험이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생활습관 권고와 더불어 공급 부족과 비용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 "비만, 치료 필요" 인정…GLP-1 비만치료제 조건부 권장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치료제 사용을 조건부로 권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치료제 사용을 조건부로 권장했다.
또 각국 정부가 비만치료제에 공평하고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WHO는 GLP-1 치료법에 관한 공식
지침을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WHO는 "비만은 유전학, 신경생물학, 섭식 행동 등 복합적 상호작용과 생활방식 변화, 식품 생산·마케팅의 세계화와 산업화로 인한 비만 유발 환경에서 기인한다"며 "전세계 10억명 이상이 영향받고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례가 증가하는 공중보건 도전 과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비만과
관련한 사망자 수는 370만명으로 추산된다.
WHO는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2030년까지 비만 인구가 20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30년까지 비만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3조달러(약 44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GLP-1 비만치료제는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를 각각 촉진·억제해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승인됐다.
2015년까지 식욕 조절과 포만감 촉진 등 중추신경계 영향과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만성 체중 관리 약물로도 승인됐다.
2025년 10월 기준 12종의 GLP-1 치료제가 제2형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로
승인됐다.
WHO는 GLP-1 치료제가 비만을 극복하고 관련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WHO는 첫번째 권고 사항으로 임산부를 제외한 성인의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치료제를 6개월 이상 장기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권고된 GLP-1 치료제는 성분명(대표 제품명) 기준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오젬픽),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등 3가지다.
WHO는 "약물 치료만으로는 전세계 비만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며 두 번째 권고사항으로 집중적 행동치료(IBT)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T에는 체계적인 운동과 식이 목표 설정, 에너지 섭취 제한, 주간 상담, 정기적인 치료 진행 상황 평가 등이 포함된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주요 해결 과제로 지목됐다.
WHO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저렴한 GLP-1 복제약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에는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지원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WHO가 비만을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닌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사실상 인정하고 구체적인 치료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제 보건의료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이러한 지침이 비만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해 전세계적인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40%에 육박하고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도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며 "국내에서도 비만을 건강보험급여 대상 질병으로 재분류하고 예방-치료-관리를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의 주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미용 목적의 과도한 (GLP-1 치료제) 사용이 우려된다"며 "미용 목적의 과도한 사용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권고안은 바쁜 일상 중에도 약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하며 근본적인 생활 습관 행동 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존 와일딩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대사의학 교수는 "WHO 지침이 환영받을 만하다"며 "치료제 접근성 개선과 더불어 식품 시스템과 신체활동 환경 검토를 포함한 공중보건 분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