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14년 만에 초인종 누른다

핵심만 콕콕
- 정부와 여당이 14년 만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대형마트 업계는 기대감을 보이는 반면, 의무휴업일 유지로 반쪽짜리 규제 완화에 불과하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는데요.
- 소상공인 단체와 노동계는 골목상권 붕괴와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정, 유통법 개정 합의했다
새벽 택배 가능해진다: 정부와 여당이 14년 만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정부는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는데요.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돼 있어 새벽배송 서비스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엔 온라인 거래에 한해 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입니다.
쿠팡만 키운 규제였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은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만 급성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는데요.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쿠팡 매출은 2024년 41조 3,000억 원으로,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37조 1,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에 당정이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의 해소를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죠.
이커머스(e-Commerce): 쿠팡, 네이버쇼핑, 아마존처럼 인터넷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전자상거래를 지칭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문·결제·배송까지 이뤄지며, 오프라인 매장 없이도 24시간 전 세계와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유통주 주가는 들썩들썩: 규제 완화 소식에 대형마트 관련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국내 대표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5일 전장 대비 9.52% 오른 10만 3,6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는데요. 호텔신라, 신세계, 롯데쇼핑 등 유통업종 다른 종목도 나란히 상승했죠. 업계는 대규모 추가 투자 없이도 전국에 산재한 대형마트와 점포 약 1,800개를 활용해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배송 전쟁 알리는 신호탄일까?
대형마트는 일단 환영: 대형마트 업계는 14년 만의 규제 해제에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이번 규제 완화를 계기로 폭넓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이미 각지에 점포나 물류센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력 배치와 재고 확충이 이뤄질 시 운영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죠. 규제가 본격적으로 완화된다면 현재 배송가능 지역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컬리도 당일배송 맞불: 경쟁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네이버와 협업한 컬리는 9일부터 오후 3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 자정 전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자정 샛별배송'을 시작했는데요. 기존 새벽배송뿐만 아니라, 하루 2회 배송 체계를 구축한 것이죠. 우선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점차 쿠팡과의 격차를 좁히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의무휴업일은 여전히 숙제: 다만 업계에서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아쉬움도 나옵니다. 대형마트의 또 다른 규제인 월 2회 의무휴업일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인데요. 이커머스의 핵심은 연속성 보장인데, 의무휴업 규제로 인해 주문 가능 시간이 제한되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상공인·노동계 반발 거세
골목상권은 이제 어떻게 지킬 건데?: 반면, 소상공인 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등은 반대 공동 성명을 냈는데요. 유통법의 영업시간 제한은 골목상권을 지켜온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을 개시하면 그 결과는 소상공인에게 "경쟁이 아닌 무차별 학살일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당정이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죠.
제2의 쿠팡 만들기?: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도 규제 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현재 이커머스 업체의 심야 배송이 노동자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이미 수많은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 노동자까지 죽음의 레이스로 내몬다며 비판했죠. 마트노조 역시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고강도 노동을 지적하면서, 새벽배송이 더 질 나쁜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여권 내부도 의견 분분: 한편,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옵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오세희 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불공정행위는 방치한 채 대형마트 규제만 푸는 것"이라며 향후 대형마트와 플랫폼사의 독점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는데요. 이렇듯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최종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