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 명절을 앞둔 12일
춘천 다경다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새배교육을 받고 있다.
방도겸 기자
매년 반복되는 인사말이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이 말의 무게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따라 하던 말이었고, 한동안은 형식적인 문장이었지만, 이제는 쉽게 꺼내기 전에 잠시 생각하게 됩니다.
복이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빌어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입니다.
병오년은 말의 해입니다.
말은 멈춰 서 있기보다는 달리고, 망설이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인지 말띠 해에는 '도약'이나 '변화'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모든 달림이 속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방향이 더 중요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우리는 충분히 빨랐습니다.
뉴스는 숨 가쁘게 쏟아졌고, 하루는 늘 촉박했습니다.
잘 버텨낸 날도 있었고, 이유 없이 지친 날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많은 것을 얻었고, 누군가는 지키는 데에만도 온 힘을 써야 했습니다.
그렇게 또
한 해를 건너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복'은 예전과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큰 성공이나 극적인 변화보다는, 무사히 지나가는 하루, 별일 없이 끝나는 저녁 같은 것들입니다.
아프지 않은 몸, 끊어지지 않은 관계, 여전히 이어지는 일상. 예전에는 너무 평범해서 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병오년 새해에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는, 어쩌면 이런 마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말보다는, 지금 가진 것들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더 멀리 가라는 응원보다는,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에 가깝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에는, 사실 수고하셨다는 인사도 함께 들어 있죠. 여기까지 오느라 애쓰셨고, 다시 한 해를 시작할 만큼은 충분히 잘 살아냈다는 의미일 겁니다.
음력 설이 지나면 진짜 병오년이죠. 올해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향으로 달려가겠지만, 부디 너무 다치지 않고, 너무 외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올 한 해의 복이라는 이름이 거창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하루하루를 무사히 건너는 힘,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병오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김영희 ballove@kado.net
참나무
뿌리에 있는 미생물이 자연림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 제공장내 미생물이 사람의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면, 식물에는 뿌리 미생물이 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뱅거대 환경·자연과학부, 버밍엄대 미생물학·감염학 연구소, 산림청 삼림 연구소, 애버리스트위스대,
웨스트잉글랜드대 생명과학 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자연림에서 자라는 참나무를 관찰한 결과, 나무의 미생물이 가뭄이나 양분 부족, 해충과 세균 노출에 대한 회복력을 유지해준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세포 숙주와 미생물’ 2월 11일 자에 실렸다.
미생물은 토양 영양분 가용성 향상, 병원체 방어, 식물 면역 조절을 통해 식물의 건강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식물 미생물 군집에
관한 연구는 성장 속도가 빨라 생애 주기가 짧은 식물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나무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참나무처럼 수백 년을 살 수 있는 장수 식물 종에 대한 미생물 군집의 기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연구팀은 영국 노퍽 지역의 자연림에 있는 수령 35년의 참나무 144그루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일부 나무 주변에는 가뭄을 모방하기 위해 비를 차단하는 울타리를 설치했고, 다른 나무들은 수관과 영양관이 지나는 껍질을
벗겨내 물과 영양분 부족을 유도했다.
또 일부 나무에는 병원성 딱정벌레와 박테리아를 접종해 참나무 표면에 괴사성 상처를 유발하는 급성 참나무 쇠퇴증(AOD)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미생물 군집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2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표본을 수집하고, DNA 염기서열 분석으로 나무의 잎, 줄기, 뿌리와 연관된 박테리아와 균류를 구분했다.
그 결과, 참나무에는 잎, 줄기, 뿌리와 연관된 고유한 미생물 군집이 있었으며, 강우 차단, 껍질 제거, AOD 증상 발현은 미생물 군집 구성에 영향이 미미했다.
장기간 강우 차단으로 가뭄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나무뿌리 미생물 군집은 가뭄 내성과 연관된 방선균 박테리아와 그 밖에 박테리아와 병원균들이 다소 증가했다.
그러나, 나무들이 생리적
변화를 보이고 토양이 훨씬 건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생물 군집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참나무 관련 미생물 군집이 산림 생태계 안정성 유지에 잠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제임스 맥도널드 버밍엄대 교수는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의 증가에 따라 나무의 적응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그 핵심이 미생물 군집에 있다”며 “이번 연구는 나무가 가뭄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도록 숙주-미생물 상호
작용이 어떻게 돕는지 알려줌으로써, 나무에 유익한 미생물을 접종하면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심각한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현대인들이 화장실 변기에 머무는 시간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 치질 위험이 급증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위험이 하나 더 있다.
지난 4일 외신 미러에 따르면 신경과 전문의 바이빙 첸 박사는 자신의 틱톡을 통해 이러한 습관이 심각한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첸 박사는 자신의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뇌출혈 스캔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기절하면서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 경막하혈종이 생길 수 있다”며 “50세 남성 환자가 화장실에 30분 동안 앉아 있다가 기절했고,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위험해질까. 첸 박사는 “위험 시간은 개인마다 다르다”며 “수분 섭취량, 자율신경계 상태, 신체 능력 등에
따라 미주신경성 실신 발생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했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기립성 저혈압’과 ‘미주신경성 실신’이 함께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중력 때문에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리는데, 이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서면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부족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자율신경계
조절이 일시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혈압과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는 미주신경성 실신까지 겹치면 기절 위험은 더욱 커진다.
갑작스러운 긴장이나 스트레스, 장시간 서 있는 자세, 밀폐되고 더운 환경 등도 주요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평소보다 화장실에서 더 위험한 이유는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행동이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첸 박사는 “발살바 기법처럼 강하게 힘을 주면 혈관이 확장되고 심박수가 떨어져 뇌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힘을 주면 가슴에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량이 줄어들어, 갑자기 일어설 때 뇌로 혈류가 감소하는 위험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방을 위해서는 화장실 이용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좋다.
위장 질환 등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배변을 오래 끌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과 식이섬유 섭취로 배변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들고 가지 않는 것이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BIDMC) 연구팀이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성인 124명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화장실에서 5분 이상 머무를 확률이 약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변비 여부와 힘주기 습관을
보정한 뒤에도 차이가 유지됐다며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체류 시간을 늘릴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신은 낙상으로 이어질 경우 머리 외상 등 2차 사고를 초래할 수 있어 어지럼증이 느껴질 때는 천천히 일어나고, 증상이 반복된다면 의료진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을 미워하기 전에, 지금의 나를 사랑하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우린 대개 자기 자신부터 비난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문제의 시작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우리 신경계는 균형을 찾고 그것은 곧 남에 대한 이타심으로 발전한다./ Unsplash의Darius Bashar
어떤 실패 앞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한 사람을 벌한다.
대개 그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왜 그랬어.”“그럴 줄 알았어.”“역시 나는 안 돼.”
이 지점에서 마음은 조용히 무너져 내린다.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은, 미움이 된다
미움과 증오는 흔히 타인을 향한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뿌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거부인 경우가 많다.
내가 느낀 좌절, 수치심, 두려움을 견디지 못할 때 그 감정은 바깥으로 흘러간다.
이때 필요한 태도를 세계적 명상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타라 브랙은 ‘급진적 받아들임(Radical
Acceptance)’이라 불렀다.
그녀의 책 『받아들임』(불광출판사)은 고통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고통과 싸우지 않는 법을 말한다.
RAIN, 고통을 다루는 네 단계
타라 브랙이 제안한 RAIN은 4개의 단어로 축약된 명상이자 심리적 태도(훈련)이다.
- R (Recognize∙알아차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감정을 알아차린다
- A (Allow∙허용):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피하지 않고 잠시 허용한다
- I (Investigate∙탐구): 이 감정이 일으키는 몸과 마음의 반응을 살펴본다
- N (Nurture 돌봄): 자신의 고통을 주의 깊게 돌본다.
일반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명상이나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를 지극히 당연한 신경생리학적 공식으로 받아들인다.
예전의 나도 이 뜻을 이해 못했지만 지금 나는 잘 이해한다.
실제로 웬만한 감정의 파도는 이 공식을 대입해 ‘서핑(surfing)’하듯 알아차리고 그 흔들림에 맡기면 얼마후 마음이 잔잔해진다.
마음이 힘들어질 때 스스로 취하는 이 RAIN의 4단계 과정은 “좋아질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는 위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좋아지거나 괜찮지 않아도,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저 마음에서 벌어지는 미움, 분노, 두려움, 그리고 고통을 바라보면 된다는 얘기다.
받아들임은 포기가 아니다
받아들임은 체념도, 자기합리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긍정도, 낙관도 아니다.
그것은 신경계가 다시 균형을 찾도록 돕는 태도다.
심리학과 정신의학 연구에서도 자기비난이 강할수록 신경계 기능은 조화를 잃고 우울과 불안이 깊어진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반대로 자기연민과 수용의 태도는 뇌파를 느리게 하고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 회복탄력성과 정서 조절 능력을 강화시킨다.
받아들임은 나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인간이란 유기체의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남을 미워하지 말고, 지금의 나를 사랑하라”
이 말은 윤리적 당위나 도덕적 말씀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기술에 가깝다.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은 언젠가 누군가를 공격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을 비롯 전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현상에서 나타나듯.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도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타라 브랙은 이 책에서 말한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과 싸우는 것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