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권을, 당대표가 아닌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길
상향식 공천 법제화를 둘러싼 한동훈의 승부수, 그 명분과 실현 가능성
오늘의 발언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31일 SNS를 통해 "공천권을 당대표가 아닌 국민이 가져야 한다"며 상향식 공천 법제화의 필요성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공천권을 당대표가 아닌 국민이 가져야 지금처럼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당권만 잡으려다 민심과 멀어지는 여의도 정치'를 바꿀 수 있다. 바꾸면 이긴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앞서 한 언론사 포럼 강연에서 밝힌 구체적인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하루 사이 두 자리에서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보수 재건을 가로막는 세 가지 두려움
한 의원은 포럼 강연에서 공천권 문제를 '두려움'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습니다. 그가 짚은 보수 재건의 걸림돌은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 공천 결정권을 쥔 소수에게 줄을 서야 한다는 압박감
— 극단적 세력으로부터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
— 계파·강성 지지층 눈치 보기로 확장성을 잃는 구조
한 의원의 논리는 이 세 가지 두려움의 근본 원인이 결국 '공천권을 누가 쥐고 있는가'라는 한 지점으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공천권이 국민에게 넘어가면, 정치인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당 지도부가 아니라 유권자가 되고, 그래야 극단으로 쏠리지 않는 중도 확장형 정치가 가능해진다는 주장입니다.
상향식 공천이란 무엇인가
상향식 공천(bottom-up nomination)
정당의 공천관리위원회나 당 지도부가 후보를 낙점하는 하향식 방식과 달리, 당원 투표나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지역 당원과 유권자의 의사를 직접 반영해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누가 공천을 주느냐'에서 '누가 표를 주느냐'로 결정권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제도입니다.
지금까지 상향식 공천은 각 정당이 당헌·당규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도입해 온 관행에 가까웠습니다. 총선이나 당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경선 비율이 늘었다 줄었다 하며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이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돼 왔습니다.
한동훈의 구체적 대안
한 의원은 이번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제화'라는 카드를 제시했습니다. 당헌·당규가 아니라 법률이나 시행령에 명문화하자는 것입니다.
직전 선거에서 일정 비율(%) 이상 득표한 지역, 즉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구를 법적으로 규정
해당 텃밭 지역구의 80~90% 이상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도록 법률 또는 시행령으로 강제
당선이 사실상 확정적인 텃밭 지역일수록 공천 잡음이 크다는 점에서, 이 구간을 집중 관리해 계파 갈등과 '전략공천' 논란을 줄이겠다는 구상
왜 하필 '텃밭 지역'을 콕 짚었을까요. 경쟁력이 약한 지역은 어차피 경선을 해도 인물난이 크지 않지만, 당선 가능성이 높은 텃밭 지역일수록 공천을 둘러싼 계파 다툼과 밀실 거래 논란이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픈 지점을 법으로 못 박겠다는 전략인 셈입니다.
장단점, 균형 있게 짚어보기
- 당 지도부 사천 논란 차단지도부의 자의적 판단이나 계파 안배로 후보가 결정되는 '밀실 공천' 시비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 민심과 당심의 간극 축소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대표되기 쉬운 구조에서 벗어나, 일반 유권자의 표심이 후보 선출에 직접 반영됩니다.
- 중도 확장성 강화극단적 메시지보다 본선 경쟁력 있는 인물이 살아남기 쉬워, 정당의 외연 확장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 제도적 일관성 확보선거 때마다 바뀌는 당규가 아니라 법으로 규정하면, 정치 상황에 따라 원칙이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정당 자율성 침해 논란후보 선출은 정당의 핵심 자율 영역인데,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헌법적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 조직 동원력의 역설일반 유권자 참여를 늘려도 결국 경선에서는 지역 조직력이 탄탄한 후보가 유리해, 오히려 기존 기득권이 재생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 여성·청년 등 전략 공천 축소경선을 100% 원칙으로 못 박으면, 대표성 강화를 위한 전략공천·우선추천 등 보완 장치가 함께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 현실 정치권의 수용성기존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스스로 축소하는 법안에 동의하기 쉽지 않아, 입법 동력 확보가 관건입니다.
정치적 함의와 전망
왜 지금인가
무소속 신분인 한 의원이 '당 밖'에서 던지는 의제라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 개혁 담론의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바꾸면 이긴다'의 의미
공천 시스템 개혁을 '도덕적 명분'이 아니라 '선거 승리 전략'으로 프레이밍한 점이 눈에 띕니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으려는 화법입니다.
입법 현실성
법제화까지 가려면 여야 합의와 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기존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단기간 내 입법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여론의 반응
'공천권을 국민에게'라는 프레임 자체는 대중적 공감을 얻기 쉬운 의제입니다. 다만 세부 설계(경선 비율, 참여 자격 등)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공천권이 국민에게 있을 때
정치는 비로소 민심을 두려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