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부터 나와 밤늦게까지 가게를 지키는 사장이 있습니다. 손님도 오고, 일도 바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돈은 남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 사장은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실리콘밸리의 사업컨설턴트 마이클 가버는 “그런 생각은 틀렸다”고 말합니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방식이 틀렸기 때문이다.” (사업의 철학, 원제 The E-Myth Revisited, 가버 지음, 라이팅하우스 펴냄)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창업을 하고, 그중 40%가 창업 1년 안에 문을 닫습니다. 5년 안에는 80% 이상이 폐업합니다. 그때까지 살아남은 기업 중 80%는 그다음 5년 안에 망합니다. 창업기업이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단 4%에 불과합니다. “창업 후 실패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몰랐던 걸까? 성공궤도에 올라선 4%의 사람들은 무엇을 알았던 걸까?” 가버가 던진 질문입니다.
그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 상당수가 정작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들은 기술적인 일을 잘해낸다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으리라는 치명적인 가정 위에서 독립을 감행했다.” 요리사는 식당을, 헤어디자이너는 미용실을, 프로그래머는 IT사업에 진출하지만, 그 잘못된 믿음 때문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거버는 이런 치명적인 오해를 ‘기업가 신화(E-Myth)’라고 부릅니다. “빵을 잘 만든다고 해서 빵집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버는 “우리 마음속에는 세 가지 인격이 싸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미래 비전을 꿈꾸는 몽상가로서의 기업가(10%), 과거 데이터를 보며 질서를 잡는 현실주의자로서의 관리자(20%), 당장 눈앞의 실무를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행동대장으로서의 기술자(70%). 기업가는 고객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으면 어떤 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기술자는 먼저 내부를 살피며 자신의 기술을 규정한 다음에 외부를 살피며 이렇게 묻는답니다. “어떻게 팔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생겨난 사업은 거의 대부분 일을 하는 방식이나 팔아야 할 고객이 아니라, 상품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 사업은 고객이 아닌 상품을 만든 기술자를 만족시켜 줄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가에게는 사업 자체가 곧 상품입니다. “기술자에게 고객은 늘 골칫거리다. 고객은 기술자가 제시한 가격을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가에게 고객은 언제나 기회다. 고객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채워줘야 하는 욕구가 계속해서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기술에 앞서 브랜드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깊이 새깁니다. “마케팅은 다른 경쟁자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브랜드의 과제는 수많은 소음 너머로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고객의 언어를 배워 능숙하게 말하는 것이다.” 사업에 실패하는 것은 창업자가 재무·마케팅·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 때문이랍니다.
가버는 맥도날드, 페덱스, 디즈니, 월마트 등 탁월한 기업을 일군 사업가들이 성공한 이유로 ‘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늘 만족할 줄 모르고 더 알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짚습니다. “사업의 성패는 남모르는 노하우나 비법들에 달려 있지 않다. 사업가가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