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묵은 플로리다 주의 리츠칼튼 어밀리아 아일랜드 호텔에 기린 인형 ‘조시(Joshie)’를 깜빡 놔두고 왔습니다.
아이 아버지로부터 “조시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리츠칼튼 측은 인형이 호텔 곳곳에서 휴가를 즐긴 것처럼 사진을 찍어 인형과 함께 보내줬습니다.
뛸 듯이 기뻐한 가족은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고, 기린
인형 조시는 페이스북 팬 페이지까지 생겼습니다.
리츠칼튼의 이 기린(giraff) 인형 서비스는 ‘고객 만족을 넘어선 감동(Wow!
Stories)’이라는 뜻의 ‘지라핑(Giraffing)’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고,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고객 서비스 철학을
담은 용어로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본의 브랜드전략 컨설턴트 에가미 다카오가 최근 쓴 책 <슬로브랜딩(김영사 펴냄)>은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살아남은 브랜드들의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수고로움과 비효율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겨우 끌어올린 매출이 급락하고,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속도보다 이탈하는 고객이 더 많으며, 할인할 때만 팔리는 제품의 문제로 고민하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 브랜딩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이기고 살아남는 브랜드의 곁에는 ‘스쳐 가는 소비자’가 아니라 ‘열렬한 지지자’가 있다.” 구매자들이 고장 나면 고쳐 쓰고, 다시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제품을 받기 위해 몇 달을 대기하더라도 곁에 두고 싶어하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이 공식석상에서 자주 입는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그런 예입니다.
이 브랜드는 다른 명품들과 달리 존재감을 과시하는 로고가 전혀 없는데도 한
벌에
몇 백만 원씩에 팔리며 ‘캐시미어의 제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화려한 로고가 없어 위화감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몽골과 히말라야 고산지대 염소의 최상급 속털 만을
원사(原絲)로 엄선하는 ‘타협 없는 품질 최우선주의’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싶다”는 창업자의 열망에서 비롯됐답니다.
세계 각국 정상의 만찬장에 와인을
올리는 코코 팜 와이너리는 지적장애인들을 채용, 누가 봐도 손이 더 많이 가는 방식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야생 효모를 쓰고 가열 살균을 생략하며, 포도
20만 송이의 봉지를 손으로 직접 씌운다.
원생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발휘하게 하면서도 궁극의 맛을 지닌 와인을 만들겠다는 브랜드 철학 때문이다.” 이런 브랜딩은 마케팅 비용을 크게 아끼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브랜딩이란 기업이나 상품에 지속적인 가치를 부여하며 고객을 붙잡아두는 ‘장기적인 마케팅’이다.
반대로 마케팅은 기업이나 상품의 즉각적인 가치를 강조해 전략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단기적인 브랜딩’이다.” 리츠칼튼, 브루넬로 쿠치넬리, 코코 팜처럼 ‘효율’에 얽매이지 않을 때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 단단한 연결고리가 생긴답니다.
에가미 컨설턴트는 ‘나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만드는 철학으로 네 가지를 꼽습니다.
①그 누구도 훔칠 수 없는 나만의 내러티브를 만든다.
②본질에 닿을 수 있다면 비효율도 마다하지 않는다.
③기분 좋게 소비자의 기대를 배신한다.
④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 “
번거롭고 느릴 것 같은 ‘슬로 브랜딩’이야말로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를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다.”
경제사회연구원 이사
이학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