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수십억을 빌려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고, 욕설이 포함된 맞춤법도 뒤죽박죽인 알 수 없는 글들로 도배되어 있다.
의문이 든다.
해킹당한 것인가? 술을 먹다 잘못 보낸 것인가? 밤사이 섬뜩하지만 해킹 정도로 치부해 잠든 다음날, 회사로 어제밤 카톡을 보낸 직원의 어머니가 연락이 오셨다.
OO가 사실 정신과적 질환으로 정신병원으로 입원하게 되어 더 이상 출근이 어려울 듯한데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그리고 밤 사이 보내온 카톡은 그 직원이 보낸 게 맞다는 것이란다.
6개월이란 짧은 기간의 근무이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던 직원이기에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노무법인을 운영하는 필자에게 있었던, 잊을 수 없는 실제 사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인사담당자들을 만나 업무상담을 하다 보면 정신적 질환을 겪는 근로자에 대한 처우와 관리방안을 두고 고민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최근에 갑자기 불거진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언제든지 우리 주변에서 겪고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더불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도화되며 피해자가 자살 등의 안타까운 인생의 결말을 택했다는 보도를 접하면 이 역시 기업 내의 관계와 감정, 정신에 관한 일들로 빚어진 일이라 생각되어 근로자의 정신과 감정에 대한 보호와 관리방안이 실질적 관점에서 더욱 넓고 세심하게 이루져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편 정신과적 질환에 대해서는 근로자 스스로가 이를 숨기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도 확인된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정신과적 질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회사에서 이상한 징후가 감지되는 근로자가 있어 인사담당자가 상담을 하더라도 별일 아니라고 하거나 이를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직원들은 무섭다거나 불안하다고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인사담당자는 '치료가 늦어지는 것 같고 주변에 피해가 발생하면 어쩌나' 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정신적 아픔에 대해서는 우리 몸의 장기나 근골격의 통증과 진배없이 일상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직장에서 고려되어야 할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 점에서 회사로서는 정신과적 질환이 의심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건강검진을 안내하고 가족에 대한 연락과 소통으로 정확한 상황의 직시가 공감,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 관리의 첫 걸음이 된다.
여기서 다행히 해당 근로자와 가족 모두가 수긍한다면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향후 꾸준한 치료와 회복을 중심에 두고, 근로자 동의를 전제한 휴직·휴가 등이 이루어지고, 업무적 원인에 기인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거쳐 법률 또는 내부규정에 따른 지원 등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해당 근로자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경우라면 회사로서는 부득이 강제적인 휴직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보건법령상으로는 조현병 등 일정한 정신적 질환에 한해 격리조치 등을 인정하고 있고,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직권휴직의 업무적 필요성 관점에서 근로자의 건강상에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 판단되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한 직권휴직도 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다.
물론, 그 내용으로서는 객관적 병적증세에 관한 진단서 확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업무수행이 병적 증세를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의 소명, 동료와의 관계에서 오는 함께 근무하는 것의 불안요인 등이 상세히 설명될 수 있어야 하고, 병적 증세가 호전되거나 완치될 경우 언제든지 회복하였다는 진단서를 제출해 복귀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어야 한다.
처우에 있어서도 휴직기간은 치료를 위한 기간으로 명확히 하고, 급여지급에 있어서도 내규에 따를 수 있는 점과 판례상 무급의 경우도
인정하고 있는 점을 살펴 휴업급여 수준까지 고려함으로써 치료와 회복 중심의 제도로서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직권휴직의 배경은 근로자의 건강에 대한 치료와 회복을 돕는 과정에 해당하므로 증세가 미미하다고 생각되면, 우선적으로는 업무적 경감과 지속적 상담과 모니터링 등의 배려가 함께 작동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불어 직장 내에서 언제든지 오픈되고 상담할 수 있는 문화가 든든히 버텨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법에서도 ‘정신적 고통’을 특정 제도 성립 인정요건으로 둘 만큼 직장에서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제반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에 맞는 기업의 효과적 예방관리와 인식 개선의 성숙함이 돋보여야 할 때다.
이를 헤아린 기업의 격리, 휴직 지정에 관한 법령상의 보완과 확대도 수반되어야 한다.
법령 개정 과정에서 의료진이 포함된 실효적인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면 근로자의 회복지원 방안은 확대될 것이고,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기업의 관리능력도 높아질 것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