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16? 강제 정년연장하면 벌어질 일들


Again 2016? 강제 <BR>정년연장하면 벌어질 일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2024년말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도달했다는 소식이다.
그런 가운데 노동력 감소, 노령개시 연령 상향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령 노동력 활용을 위해 법정
정년을 연장하자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과연
정년 연장이 답일까?한국은행이나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정년연장의 혜택은 모조리 유노조·대기업에 돌아갔고 오히려 청년고용은 위축되고 조기퇴직은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실제로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약 1명 감소했고 대기업과 같이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그 현상은 두드러졌다.

또한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는 2024년 기준 21.8%에 불과한데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3%가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고, 300인 미만 사업체 중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는 21.0%에 그치고 있으므로
정년 논의는 결국 이미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또다른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눈을 전세계로 돌려 보면
정년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유는 다 아는 것처럼 고용이 유연해서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일할 수 있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일찌감치 해고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와 일본은 고용이 경직되어 있어 해고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나이를 정해 두고 개인적인 능력 여부와 무관하게 직장에서 내보내는 억지제도를 만든 것이다.

정년제도가 근로자측에서 보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지만 사용자측에서 보면 비로소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몇 안 되는 진리 중 하나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다.

정년제도 때문에, 능력이 떨어지는 근로자 때문에 능력이 충분한 근로자가 사업장을 떠나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정년제도나
정년연장은 사회적 효율성 제고나 사업장의 수요와는 동떨어진 상태에서 논의되는 것이고 다른 많은 노동 규제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수단 중 하나다.

정년연장을 이야기하면서 근로자가 고된 노동 끝에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권리에 관하여 고민하는 걸 보기는 참으로 힘들다.
오히려 출산절벽으로 인하여 야기된 생산연령 감소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든지, 고령기 국민에 대한 재정지출 부담의 감소라든지 하는 식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년연장은 청년세대의 희생을 통해서 국가의 재정지출을 줄이고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악일 수 있다는 의심을 늘 가슴에 품고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다.
또한
정년연장 논의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고용유연성이 지나치게 낮아 결국은 사회적으로 난제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유노조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한정된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번
정년연장의 혜택도 그들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에 또다시 2016년과 같은 방식의
정년연장은 우리 사회의 이중구조를 악화시키고, 청년실업 문제를 심화 시키며, 생산성의 심각한 저하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강제적
정년연장은 답이 아니다.

우리나라 문화적 특성 중 하나가 ‘빨리빨리’이지만
정년연장을 다시 논의하기에는 너무 빠르다는 감도 없지 않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그와 관련해 '60세
정년 – 65세 고용확보 – 70세 취업기회 확보'로 이어지는 제도를 1998년부터 2025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차근차근 준비했다.
특히 65세 고용확보는 법정 의무화까지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였으며 적용대상 연령도 3년마다 1세씩 늘리는 방식으로 연착륙을 도모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초고령화 진행속도나 경제인구 감소가 한가로운 논의를 불허하는 형편이지만 급하더라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차근차근 기존
정년연장의 공과를 따져 보고
정년연장을 매개로 임금제도나 해고제도의 개선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정한 연령에 달하면 성과를 기초로 해고를 할 수 있게 하거나 적어도 근로조건을 다시 정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호봉 승급을 정지한다든지, 승진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호봉승급을 제한한다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이와 같은 제도 개선이 전제된다면 강제적인
정년연장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번
정년연장에서 보았듯이 노동계의 반대로 그와 같은 제도 개선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에 강제적인
정년연장은 선택지가 아닐 것이다.
결국은 60세
정년 후 재고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정년연장에서 임금피크제와 같은 최소한의 임금제도 개선조차 명문화하지 못해서 많은 소송이 제기되었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고용을 시행하게 되더라도 근속기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른바 기대권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1년씩 기간 연장을 할 것인지 등등 여러 이슈를 면밀히 검토하고 입법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과보호 상태에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소외 계층, 미래세대에게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꿈같은'
주4일제 근무, 모두가 행복해질까

'꿈같은' <BR>주4일제 근무, 모두가 행복해질까

최근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4일제가 거론되고 있다.
논의의 추이를 살펴 보면 노동계의 주장을 반영한 대세론 내지 낙관론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주로 근로시간 감소를 통해 근로자의 ‘워라밸’ 보장을 통해 육아의 어려움이나 저출산 문제 해결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생산성 향상 및 이를 통한 국민경제적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주4일제는 정말 이처럼 만병통치약일까?
주4일제가 그리는 미래는 실제로는 ‘장밋빛’이지 않을 수 있으며, 충분한 고민 없이 시행할 경우 심지어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찬성론자들은 보통 아이슬란드 등 외국에서 실행된
주4일제 실험 결과 생산성이 더 향상되었다면서 도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혹 외국에서 이루어진 제한적인 ‘실험’에서 생산성 향상이 관찰되었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국가 산업 전반에도 그러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마다 경제상황, 산업 및 노동시장의 구조, 기업 및 직장 문화 등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제한적으로 실시된 실험을 성급하게 성공모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의 대부분은 서비스업 및 제조업으로 구성되는데(2023년 기준 우리나라 산업별 GDP구성을 보면 서비스업이 64%, 제조업이 27%이고 이 비율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에 적시 대응해야 하는 서비스업이나 계속공정을 수행해야 하는 제조업에서 근로시간 감소는 생산성 감소 내지 서비스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결국 기업들은 추가 채용을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인건비 등 산업비용의 증가는 상품의 가격상승 및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서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여 워라밸을 확대하면서도 기업의 생산성을 유지 내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

또한
주4일제 찬성론의 다수는 ‘급여수준’은 그대로 유지하고 노동시간만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성 향상 및 국민경제적 선순환이 모두 가능하다는 논지를 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등 고정비용 증가를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임금삭감을 적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용유연성이 타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4일제가 시행될 경우 기업들은 양질의 일자리는 줄이고 그 대신 비정규직·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주4일제 도입이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고 비정규직·시간제 일자리의 확대에만 그치게 된다면 노동시장에서 여성·청년 등 취약집단의 지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줄어든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여가시간’에 여러 개의 부업을 하게 되어 ‘N잡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주4일제는 주로 대기업 사무직이나 공공부문 종사자, IT 산업 종사자 등 유연근무가 가능한 업종에만 혜택이 집중되어 제조업 내지 교대근무 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기타 육체노동 직군이나 자영업자의 박탈감과 사회적 갈등, 나아가서는 노동시장 불평등을 더욱 심각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생산성의 유지 또는 향상을 전제로 하여
주4일제를 도입할 경우, 결국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같은 업무량을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하도록 요구할 수밖에 없다.

주4일제를 시행할 경우 근무일의 생산성은 기존에 비해 평균 25% 이상 높아져야 하므로 당연히 노동강도는 증가하게 되며, 업무성과에 대한 압박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근태관리 강화의 차원을 넘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집중적 인사관리 내지 모니터링도 강화될 것이다.
여전히 ‘업무상 필요에 의한 업무지시’와 ‘괴롭힘’의 경계가 모호한 채로 적용되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혼란과 맞물리게 될 경우 전반적인 기업문화는 경색되고 기업 내 갈등은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업무시간에 개인용무를 보거나 자리에 앉아서도 사적인 용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의 직장문화를 생각해 보면 생산성 유지 및 업무효율성을 실현하는 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AI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므로 근로시간을 줄여도 기업의 생산성이나 국가경쟁력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앞서 언급된 막연한 낙관론이 가깝다.
물론 AI 관련 기술이 생산성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하는 일부 업종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은 직종이 더 많다.
또한 무한경쟁시대에 AI 관련 기술로 기업 생산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해서 그만큼 근로시간이 당위적으로 감소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
또한,
주4일제 도입을 논의하기 앞서 근로시간제도의 유연화를 통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먼저다.

주4일제 도입의 논거로 거론되는 워라밸 확보나 육아·출산율 문제 해결 가능성도 사실
주4일제의 일률적인 시행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에 관한 규율이 유연화됨으로써 달성되는 측면이 더 크다.
근로시간이 지금보다 길었던 과거 44시간제 때가 지금보다 출산율이 더 높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근로시간 감축 자체가 출산율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미약하다.
나아가 근로시간제도 개혁을 반드시 국가산업 전반에 전면적,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업종 및 담당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서는
주4일제나 기타 근로시간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제도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시행하는데 집착하기 보다는 업종별, 직종별 특수성을 반영해 각 업종 및 기업의 사정에 맞는 근로시간제도를 고안해야 할 것이다.


주4일제 도입시 워라밸 강화 등 일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고려할 때 깊은 고민 없이 이를 시행한다면 단점이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4일제 도입은 구체적인 고민 없이 ‘대세론’이나 여론 등에 편승해서 도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일률적인 근로시간 감축을 법률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규율하고 기업이 각 사업장의 사정에 맞는 제도를 스스로 실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 타당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종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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