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종합할인점 ‘돈키호테’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가 된 곳입니다. 온갖 언어가 뒤섞인 쇼핑객들로 늘 바글거립니다. 한국경제신문의 최근 기사 <“고객은 안이한 장삿속을 반드시 알아챈다”>에 나오는 묘사가 재미있습니다. “입구부터 펼쳐지는 ‘산만함’에 입이 떡 벌어진다. 물건은 박스째로 쌓여 있고, 가격표는 사방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늘 보따리상이 돼 문을 나선다.”
돈키호테 설립자인 야스다 다카오(安田隆夫) 최고고문이 쓴 <운(運)의 경영학(리더스북 출간)>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1989년 1호점으로 출발한 돈키호테는 50엔(약 500원)짜리 과자부터 명품잡화까지 닥치는 대로 팔아 연매출 2조 엔을 올리는 초대형 유통기업이 됐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의 소비불황에 빠진 일본에서 30년 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증가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입니다.
명문 게이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9세의 나이에 창업에 도전한 야스다 고문은 사업성공 비결을 “행운을 최대화하고, 불운은 최소화한 것”으로 요약합니다.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해 숱한 실패를 거쳤지만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운을 잘 관리한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운의 사전적인 정의는 ‘이미 정해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天運)과 기수(氣數)’이지만, 그는 다르게 봤습니다. “운은 결코 숙명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스스로 운을 개척할 수 있다.”
“주어를 전환하면 운이 따라붙는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유통업이라면 판매자가 아니라 구매자 관점에서 매장을 운영하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돈키호테의 전신인 ‘도둑시장’을 열면서부터 이 관점을 적용했습니다. “도둑시장은 ‘보기 편하고, 집기 편하고, 사기 편하게 진열한다’는 유통업계의 상식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의도적인 산만함을 통해 고객에게 보물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재미를 선사했다.”
야스다 고문은 돈키호테의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권한 이양’을 꼽습니다. “직원마다 담당구역을 정해주고 매입부터 진열, 가격 설정, 판매에 이르기까지 자율권을 줬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최대의 성과를 창출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그가 세 가지로 분류하는 운(개별 운, 조직 운, 종합 운)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운을 부르는 3대 조건’도 제시합니다. 첫째, 리스크를 감수하는 공격적인 태도입니다. “안전지대에 머무르며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없다.” 그가 2007년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적자투성이였던 종합 슈퍼마켓 ‘나가사키야’를 인수한 배경입니다. ‘메가 돈키호테’로 이름을 바꾼 나가사키야는 PPIH(돈키호테 운영회사)의 주력 사업부문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조건은 ‘도전’입니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 아시아 6개국에서 45개 점포를 운영하는 등 해외로 무대를 넓히고 있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미래를 낙관하는 자세’이며, 불운을 막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이를 위해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사람을 피해야 한다. 사실을 부풀리는 등 실제 이상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과도 거리를 둬야 한다.”
야스다 고문은 “편견에 치우친 사고는 오히려 집단 운을 저하시킨다”고 강조합니다. “조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시와 명령이 아닌 감사와 부탁으로 일하며, 노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직원들을 ‘열정의 소용돌이’에 끌어당긴 덕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일구는 것은 자기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장이 아니라 열정에 빠진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