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대처 방법을 배워야 한다.
2024년 가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폴스 타운십에 있는 한 화물 운송 회사의
주차장에는 폭풍으로 파손된 테슬라 자동차 한 대가 임시로 세워져 있었다.
몇 주가 지나자 이 테슬라 자동차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고 자동차는 몇 초 만에 통제 불능의 화염에 휩싸였다.
일부 불길은 무려 10m 가까이 치솟았다.
지역 소방서에서는 해당 자동차에 7,500리터가 넘는 물을 뿌리며 불을 끄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소방관들은 하워드 맥골드릭(Howard McGoldrick) 의용소방대장이 이끄는 인근 브리스틀 타운십의 소방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맥골드릭 소방대장은 1989년부터 화재를 진압해 왔지만, 이번 화재는 이례적이었다.
이 화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자체적으로 열과 연료, 산소를 공급하여 발생한 화재였다.
쉽게 말해서 진압하기 매우 어려운 화재였다.
맥골드릭 소방대장은 이런 화재를 점점 더 자주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경주용 드론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과충전되어 내부에서 발화하는 바람에 연립 주택 여러 채가 심각한 화재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사고에서는 고철 처리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되는 낡은 생체의료기기가 폭풍우에 젖으면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테슬라 화재를 겪으면서 맥골드릭 소방대장은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는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소방대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패트릭 더럼(Patrick Durham) 대표를 만나게 됐다.
더럼 대표는 스태치드 트레이닝(StacheD Training)이라는 회사의 대표이며, 이 회사는 긴급 상황 발생
시 가장 먼저 도착하여 사고를 해결하는 경찰, 응급 구조요원, 소방대원 등 ‘최초 대응자’에게 전기차 화재를 포함하여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에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민간 기업이다.
이러한 민간 기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발생 빈도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는 없지만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거나 애초에 화재를 피하는 표준화된 방법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은 재빠르게 각 차량의 비상 대응 매뉴얼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불타고 있는 자동차 앞에 서 있을 때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공백 속에서 더럼 대표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영상 튜토리얼부터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대면
워크숍까지 최초 대응자에게 풍부한 자료를 제공한다.
더럼 대표는 2024년에만 미국 전역에서 약 2,000명의 최초 대응자를 교육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더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화재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년도 지나지 않아서 더럼 대표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거의 3만 명에 육박하게 됐다.
(미국은 현재 전기차 화재 발생 빈도나 원인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 않지만, 올해 미국 소방청과 소방안전연구소(Fire Safety Research
Institute)는 소방서를 위한 새로운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이다.)
삭발한 머리에 갈색 눈동자, 두꺼운 콧수염이 입 주위를 감싸고 있는 외모에 신중한 성격을 가진 더럼
대표는 이전에 전기차용 배터리 박스를 개발하는 기계공학 엔지니어로 일했다.
의용소방대원이기도 한 더럼 대표는 2020년 지역 소방서에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관한 첫 번째 교육을 제공했다.
그때부터 그의 명성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현재 더럼 대표는 자신의 회사인 스태치드 트레이닝을 운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또한 미시간주 트로이에 있는 지역 의용소방대의 대장이기도 하다.
도로에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더럼 대표는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의 증가뿐만 아니라 화재의 강도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차량 화재와 비교하면 전기차 화재의 강도는 상당히 강하다”고 말했다.
더럼 대표가 제공하는 교육을 받은 미시간주 시골 지역의 짐 스티븐슨(Jim Stevenson) 소방서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목격했던 기존의 자동차 화재는 거의 대부분 엔진룸에서 시작된다”며 따라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엔진룸 쪽으로 가서 보닛을 열고 불을 끄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만약 불이 자동차 내부로 번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호스로 물을 뿌리면 금방 꺼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티븐슨 소방서장은 전기차 화재에 대해 “일반적인 자동차 화재와 완전히 다른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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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WN HAZEN
전기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수천 개의 배터리 셀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으며, 각 배터리 셀은 배터리
모델에 따라 AA 건전지와 크기가 모양이 비슷한 것부터 편지봉투 정도의 크기인 것까지 다양하다.
만약 배터리 셀 하나가 찌그러지거나 과충전되거나 침수되는 등의 손상을 입으면 열폭주(thermal runaway)라는 과정을 통해 해당 배터리 셀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가열될 수 있다.
그러면 엄청난 열과 가연성 기체가 방출되면서 자체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여 다른 배터리 셀로 확산되는 것이다.
더럼 대표는 “구형 리튬이온 배터리 팩은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파이프 폭탄’처럼 폭발했다”며 “그러나
현재 배터리 팩에는 안전밸브가 있어서 열폭주 중에 화염을 방출하여 폭발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아래 차축 사이에 있는 보호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데, 배터리의 이러한 위치 또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물론 배터리가 엔진룸이나 트렁크에 들어있을 때보다 자동차 아래에 위치하는 것이 충돌로 인한 손상 위험을 방지하는 측면에서는 훨씬 더 안전하지만,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 아래에 있는 배터리에 접근해 화재를 진화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2024년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Rivian)의 공장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화재들이 발생했다.
리비안의 공장에서는 전기차 한 대에 화재가 발생해 근처에 주차된 약 50대의 차량이 불에 탔다.
또한 2023년 플로리다주 할리우드에서는 테슬라 자동차가 실수로 부두에서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
심지어 화재 발생 당시 해당 자동차는 물속에 있었다.
더럼 대표는 고속 충돌 사고로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붙을 경우 불길이 너무 거세서 소방대원이나 응급
구조요원이 차량 내부에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화재를 진압하는 데는 30분 정도의 시간과 몇백 리터의 물로도 가능할 수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진압에 1만 5,000 리터 이상의 물과 몇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상용 트럭의 경우 훨씬 더 많은 물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년 캘리포니아 북부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테슬라 세미(Tesla Semi) 전기 트럭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대원들은 19만 리터에 달하는 물을 뿌리고 해당 고속도로를 15시간 동안 폐쇄해야
했다.
게다가 전기차의 경우 불이 완전히 꺼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배터리가 손상되거나 배터리 화재가
초기에 진압된 후 몇 주 또는 심지어 몇 달이 지난 후에도 자동차에 불이 붙거나 다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더럼 대표는 일례로 플로리다에 발생한 허리케인으로 인해 침수된 지 308일 만에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되어 화재가 발생했던 테슬라를 언급했다.
이 차는 처음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배터리 팩이 바닷물로 침수되자 결국 부식되어 나중에 열폭주가 발생했다.
더럼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차량이나 집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변 지역을 보호하면서 전기차가 불에 타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화재가 계속되도록 내버려두면 나중에 발화할 수 있는 모든 배터리 셀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소방관의 본능에 반하는 행동이다.
더럼 대표는 “전기차 화재에 대응할 때 소방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물을 뿌린다”며 “하지만 물을 뿌리는 건 실제로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슨 소방서장은 행인들이 화재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방관들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한다.
그는 “사람들의 눈에는 소방관이 길가에 서서 불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소방관들을 나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서 “그렇다고 해도 배터리 화재를 완전히 진압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더럼 대표가 제공하는 교육은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소방대원을 비롯한 최초 대응자가 실제로 취할
수 있는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간단하지만 중요한 조치는 소방담요를 사용하여 화재가 발생한 차를 덮어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맥골드릭 소방대장과 대원들은 지난해 가을 테슬라 화재에 대응할 때 아직 더럼 대표의 교육을 받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정확히 이 방법을 사용했다.
지게차를 사용해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를 주차장의 외딴곳으로 옮긴 후 소방대원들은 차에 소방담요를 덮었다.
맥골드릭 소방대장은 “그 자동차는 며칠에 걸쳐 여러 번 다시 불이 붙었지만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며 “우리는 차를
그냥 공터에 놓아두고 다 타버리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더럼 대표는 “이는 소방대원들이 받아들여야 할 중요한 문화적 변화”라면서 “또한 전기차 화재 현장에
처음 도착하는 순간부터 개인 보호 장비를 더욱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화재와 내연기관 자동차 화재로 인한 독성을 비교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는 아직 없지만, 더럼 대표는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화재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준의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중금속을 흡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더럼 대표는 “전기차 사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차를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차에서 해당 배터리를 분리하여 파쇄하고 완전히 재활용할 때까지는 항상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글을 쓴 마야 카푸어(Maya L. Kapoor)는 수상 경력이 있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며 주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환경 정의에 관한 글을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