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의 증가로 노후생활 기간이 30~40년 길어지며 퇴직자도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
약간의 저축과 연금으로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평균 퇴직연령은 50대 중반인데, 국민연금 수령은 65세로 단계적으로 늦어져, 퇴직 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간 소득공백기가 발생한다.
퇴직자가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점진적 은퇴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점진적 은퇴’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바로 은퇴하지 않고, 일하
는 시간을 줄여 기간제 또는 일주일에 3번 정도 일하며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은퇴 기법이다.
생애 주된 직장에서 나오는 것을 ‘퇴직’, 소득활동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을 ‘은퇴’라 정의하면, 퇴직과 은퇴 사이가 점진적 은퇴기간인셈이다.
점진적 은퇴로 근로기간을 늘리면 소득공백기간도 줄어들고, 모아놓은 자산을 생계비로 소진하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점진적 은퇴는 일과 사회적 소속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은퇴 후 겪게 될 심리적·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고, 근로기간 연장으로 급격한 소득 감소를 줄여준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 퇴직 이후 생활 적응에 용이하고, 제2인생 설계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연금제도가 미성숙해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낮은 국가의 경우 부족한 연금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보완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성공적인 점진적 은퇴를 위한5가지 팁을 살펴보자.
Tip #1 직장인 때부터 제2인생 설계
노후의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고령층
취업자의
직업별 분포는 단순노무 종사자(24.4%), 기능 기계 조작 종사자(22.3%), 서비스·판매 종사자(22.1%),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13.7%) 순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가지려면 직장에 있을 때부터 제2인생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
준비된 사람은 퇴직 후에 충격도 덜하고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제2의 일자리’로 만들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퇴직 전후 5년이 제2
의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늦어도 퇴직 3년 전부터 일자리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Tip #2 재취업을 위한 사전교육
젊은 시절 취업을 위해 긴 시간의 공부와 노력이 필요했듯, 퇴직 후 재취업도 만만치 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은퇴를 앞두고 관심 있는 분야의 교육을 미리받고 자신의 인생 후반전을 맡길 만한지 진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인적자본에 3년을 투자해봐야 퇴직 후 몇 년 못 써먹기 때문에 효율성이 적었다.
이제는 3년을 투자하면 20년 이상 써먹을 정도로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요즘은 사이버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도 많고, 그 영역도 다양하다.
3년 정도 퇴근 후와 주말을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Tip #3 자신만의 주특기는 필수
젊은이들도 넘치는데 나이 50이 넘은 사람을 채용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다.
재취업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주특기(지식, 기술, 인맥)가 있어야 한다.
노후에 양질의 근로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 근로직이나 소자본 창업보다는 한 가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다.
나는 퇴직해도 곧바로 재취업할 수 있는 주특기가 있는가? 없다면 주특기를갖기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한다.
만약 퇴직 이전에 준비하지 못했다면 퇴직 후 2년 정도 집중 투자를 하는 방
법도 있다.
대학의 관심 있는 학과에 편입하거나 직업훈련원에서 한 가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다.
Tip #4 눈높이 낮추고 체면은 버려야
퇴직 후에는 재취업 기회도 줄고, 보수가 많은 정규직보다 저임금의 시간제 일자리가 많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156만5000원)은 정규직 근로자 임금(284만3000원)의 55% 수준이며, 특히 비정규직 중 시간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80만 원에 불과하다.
꼭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눈높이를 낮추고 체면을 버려야 한다.
기존에 근무하던 회사와의 비교는 금물이다.
자신의 나이를 고려해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Tip #5 소득공백기에 대비해야 한다
퇴직 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의 소득공백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 시기는 소득은 줄어들지만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경우가 많아 자녀교육비 지출이 여전하다.
소득공백기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근로기간을 최대한 늘려 국민연금 수령시점까지 계속 일을 하거나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가교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만 55세부터 수령할 수 있어 국민연금이 지급되기 전까지의 소득공백기에 가교연금으로 사용 가능하다.
근로기간 연금저축과 IRP에 납입하면 노후 준비도 하고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도 챙길수 있다.
summary
• 기대수명 증가로 노후생활 기간이 30~40년으로 길어져 퇴직자는 계속 돈을 벌어야 함
• 퇴직연령이 국민연금 수급연령보다 빨라 소득공백기가 발생, 점진적 은퇴가 불가피
• 점진적 은퇴는 퇴직 후 바로 은퇴하지 않고, 일하는 시간을 줄여 오래 일하는 은퇴 기법
• 점진적 은퇴는 일에 대한 역할과 사회적 소속감을 주며, 급격한 소득감소를 완화함
• 양질의 일자리를 가지려면 직장에 있을 때부터 제2인생을 미리 설계하고 준비
• 재취업을 위한 사전교육과 준비 필요
• 자신만의 주특기(지식·기술·인맥) 한 가지 발굴
• 눈높이 낮추고 체면 버리기
• 근로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퇴직·개인연금을 준비해 소득공백기에 대비
QnA
Q. 은퇴 후 노후대비를 위한 자격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주택관리사(자격증 시험 1·2차), 사회복지사(13과목 이수, 1과목 실습),
문화관광해설사(자격증시험 필기, 실기), 숲해설가(교육 이수, 이론 및실습평가), 한국어교원(교육이수 수료증 획득, 한국어교원능력 검정시험), 농산물품질관리사(자격증시험 1·2차), 요양보호사(교육이수, 자격증시험)등이 대표적이다.
사회복지사,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1년이상이 소요된다.
Q. 소득공백기에 대비한 IRP, 그 장점은?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약자로, 퇴직금을 하나의 계좌로 모아 관리할 수 있는 개인별 퇴직금 전용 관리계좌를 의미한다.
매년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 700만 원 한도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총급여액 5500만 원 이하 16.5%, 5500만 원 초과 13.2%). 퇴직급여(퇴직금)의
경우, 연금수령 시 퇴직소득세 30%를 감면받을 수 있고, 운용기간 세금 납부를 이연시켜 재투자 수익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계좌에서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자료 제공 및 도움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하철규 수석연구원, 김은혜 책임연구원) 정리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은퇴 후 35만 시간, 노후를 디자인하라
글 _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저출산 고령화로의 인구구조 변화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난제이다.
여기에 따르는 진통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더욱 깊어지리라 보인다.
그런데 ‘저출산’을 뺀 ‘고령화’만을 놓고 본다면 축복이라 할 수 있다.
평균수명 증가로 더 건강하게 오랫동안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60세에 주된 직장에서 퇴직 후 10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35만 시간이 훌쩍
넘는 노후생활이 주어진다.
그런데 여기에는 ‘준비된’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충분한 준비를 거쳐 성숙하고 선진화된 사회는 구성원의 평균수명이 높으며 삶의 질 또한 윤택하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준비된 긴 노후는 축복받은 시간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고령사회, 준비되지 않은 개인의 노후와 은퇴생활은 감당하기 벅찬 짐이 된다.
변화가 진정한 축복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노후에 대한 인생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은퇴 후 삶의 철학과 우선순위 정하기
사실, 교사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매우 능숙한 분들이다.
학생과 소통하고 그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인생의 비전과 철학을 세워주고, 그들에게 헌신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잡고 실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것을 교사의 은퇴설계에 적용하면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교사의 소명은 은퇴를 기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은퇴 후의 소명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을 깨닫고 은퇴 후 삶의 비전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첫 단계가 되어야 한다.
은퇴 후 삶의 철학과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천 계획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의 은퇴설계는 깊은 자아성찰에 뿌리내린 인생 비전을 중심으로 은퇴 후 재정관리, 가족관계 및 인간관계, 건강관리, 취미와 여가 등의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망라해서 계획되어야 한다.
이 계획은 은퇴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은퇴 이전의 구체적인 준비 활동이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즉 은퇴 시점에 맞추어 단절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 기간을 거치며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전에 계획 세우고 교육훈련 등 미리 준비하기
\
교사의 은퇴 후 역할이 매우 다양해졌다.
사회운동, 봉사, 비즈니스, 교육의 연장, 학문 분야, 취미, 예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이 퇴직 교사의 손길을 기다린다.
다만 미리 준비하지 않기에 이 분야들이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전통적 교육 영역이든 새로운 영역이든 은퇴 이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고 교육훈련 등을 통해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은퇴에 즈음하거나 직후에 갑작스럽게
역할을
찾으려 한다면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 있다.
건강을 챙기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 역시 훌륭한 은퇴설계다.
건전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교사의 특성상 일반 직업인보다 건강관리가 뛰어나다.
그렇지만 건강상 취약점이나 지병을 지닌 교사도 꽤 있다.
이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해야 할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에 소홀한 점이 없는지를 깊이 대화하고 공동의 은퇴설계를 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서적 측면의 준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나는 교사가 적어도 이 영역의 은퇴설계에서만은 탁월하리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뜻밖에도 많은 분이 은퇴에 대한 두려움, 은퇴 후의 상실감, 무력감, 우울감 등에 휩싸이는 것을 보았다.
교사라고 해서 은퇴와 나이 듦의 고통이 피해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은퇴 후의 비전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준비를 하며 긍정적 은퇴관 아래 체계적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때,
그리고 배우자, 가족, 새로운 커뮤니티와 연합하며 관계를 돈독히 할 때 은퇴 증후군으로부터 자유로우리라 믿는다.
이렇듯 은퇴 후의 비전을 바탕으로 한 종합 은퇴설계를 하되, 준비 계획과 이행 계획을 함께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서로 작성하고 준비하는 동안 계속 보완하며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다.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계획 세우기
교사의 은퇴를 떠올려보면 경제적인 면에서 여유만 있다면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니까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은퇴 후 넉넉한 시간이 오히려 고통이라는 분들이 많다.
시간이라는 게 부족할 때는 한없이 소중한데, 넘치게 있으면 주체하기 힘든 속성이 있다.
은퇴 전에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못한 일이 꽤 많았을 텐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그것은 단순히 하고 싶은 일, 희망 사항 정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은퇴 후 풍부한 시간에 짓눌리는 데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은퇴한 후에 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스치는 정도로는 목표가 아니다.
구체적인 도달 단계가 정해져야 한다.
둘째, 시간표가 없다.
매일 일상을 어떤 일정에 의해 움직일지에 대한 하루 일과표와 은퇴 후 첫 1년은 어떻게 보낼지, 3년 차에는 무엇을 할지 등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
셋째,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가나 취미, 오락이라 하더라도 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은퇴설계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점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은퇴생활자금이나 은퇴 후 직업에 대해 비전을 갖고 장기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지만, 휴식이나 여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놀고 쉬는 데 무슨 준비가 필요하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다.
여가 생활도 미리 준비한 사람이 잘한다.
퇴직 후 시간관리에 실패해 TV시청과
음주, 2가지를
중심으로 은퇴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나쁠 뿐 아니라 서서히 자존감을 잃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계획이 필요다.
0.7의 법칙을 인생에 적용하자
은퇴를 인생의 두 번째 시즌으로 규정하고 의미 있는 시간계획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해볼 것을 권한다.
일단,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취미, 그래서 그것을 직업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취미생활이면 좋겠다.
이런 취미생활을 부부가 함께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취미를 통해 다른 사람, 다른 세대와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다면 좋다.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영역의 취미 역시 좋은
여가활동이다.
취미와는 다른 영역이지만 교사의 사회봉사는 세상에 굉장히 유익하다.
사회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본인 삶의 의미를 높일 수 있다.
사실 분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본인이 간절히 원하고, 즐거워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은퇴들 앞둔 모든 사람들이 교사의 멋지고 아름다운 은퇴를 보고 배울 수 있다면, 그리고 은퇴를 보며 감동하고 그것을 본받으려 한다면, 은퇴는 교사로서의
존엄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은퇴 후 35만 시간에 대한 디자인은 분명한 목표가 시작이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다소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지금처럼 정보량이 많고, 세상이 복잡할 때는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 경륜과 지혜가 중요하다.
‘빨리 빨리’라는 강박감을 버리고 ‘0.7의 법칙’을 인생에 적용하자. 자기 나이에 0.7을 곱하면 부모님 세대에서 자신의 실질적인 나이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가령 50세면 부모님 세대에서 35세인 셈이다.
필자는 직접 다양한 상담을 하면서 이 말이 허황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은퇴하는 중장년층들이 몸과 마음이 굉장히 젊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게 존재하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잘 맞아 들어가는 것 같지는 않다.
주된 직장에서 정년을 맞은 후라 해도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 어려운 나이는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나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시간이 부족하단 말이 말버릇이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가질 않아 지겨워죽겠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전자는 주로 현업 종사자고, 후자는 주로 은퇴자다.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현업 종사자와 은퇴자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 통제의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현업 종사자의 시간을 통제하는 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자신이 속한 조직이다.
이에 비해 은퇴자는 스스로 시간을 통제해야 한다.
즉 은퇴한다는 것은 시간 수용자에서 시간 통제자로 신분을 전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시간을 조직의 지시에 따라 보내는 삶을 청산하고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다니.
하지만 이런 자긍심은 착각임이 금방 드러나고 만다.
지금까지 시간의 주인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부모와 학교의 시간표에 나의 삶을 맞추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직의 시간표에 나의 일상을 맡긴다.
은퇴하고 나서야 비로소 시간이 온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니 낯설 수밖에. 은퇴 이전에 아무리
많은
명성과
돈을 얻었더라도 후반을 망치면 전체 인생이 일그러지고, 전반 인생이 지난했더라도 후반이 좋으면 그 인생은 빛나 보인다.
즉 인생의 승자는 은퇴 이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것을 잘해내기
답은 바로 시간을 지배하는 것은 심리와 공간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말은 심리와 공간을 지배하면 시간을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심리 지배를 통해 시간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다.
여기서 심리를 지배한다는 것은 내면의 자아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것을 뜻한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도 성에 차지 않고 항상 불안이 꼬리표처럼 붙는다.
이런 상황에서 헤어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취미 찾기다.
이것이 어렵다면 ‘사람은 누구나 하나 이상의 재능을 타고난다’는 말을 떠올려보자. 재능이 내가 잘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취미는 내가 하고 싶은 그 무엇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결국 둘은 이웃사촌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잘해내지 못하면
오래가기
힘들다.
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해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은퇴전문가들이 취미생활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취미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먼저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누구든 하나 이상은 있을 것이다.
특히 어떤 일을 함으로써 부모님으로부터 혼났던 일은 없었는지 떠올려보자. 아니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받았던 일, 또는 무엇과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는지
생각해보자. 이는 내가 잘하는 그 무엇을 알아내는 유용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여 취미를 찾았다면 실행에 옮기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의 주인이 되는 두 번째 방법을 잘 체득해야 한다.
다양한 동선을 개발
시간의 주인이 되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공간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공간의 지배자는 있을 곳과 가야 할 곳을 망설임 없이 결정 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아무리 좋은 취미도 그것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간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동선을 몇 개 정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이쪽으로,
내일은 저쪽으로’처럼 몇 개의 동선을 개발하면 삶이 다양해지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같은 동선이라도 이동방법을 달리하거나 샛길 등을 이용하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선택하는 게 사정상 여의치 못한 사람들에게는 지역사회 무대에의 데뷔를 권하고 싶다.
내가 거주 중인 지역사회에는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각종 동호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민센터나 각종 단체 등에서도 은퇴자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지역사회 무대에 어렵지
않게 데뷔할
수
있다.
느슨하게 즐기라
마지막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느슨한 시간표’다.
시간적으로 타이트한 생활은 은퇴와 함께 던져버리고 느슨한 일상에서 느린 삶을 즐겨야 한다.
이는 은퇴자의 특권이자 시간의 지배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타이트한 일상을 길게 유지할 만큼 은퇴자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요일 단위로
느슨한 시간표를 작성하고
이에 맞춰 일상을 영위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의 지배자가 되어 은퇴생활을 진두지휘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여행으로 은퇴생활을 즐길 만큼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충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시간의 지배자가 되는 길이야말로 행복한 은퇴생활의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나는 아내에게 꼼짝 못하며 산다.
결혼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모님 집에 삼 년 넘게 얹혀살았다.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더 잘하려 했지만 그게
이유는
아니다.
지금 내가 은퇴한 처지라서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살아오며 아내의 삶에서 나오는 태도와 지혜에 하나둘 수긍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 있었다.
시작은 내 공부 때문에 가족 모두 프랑스에서 생활하던 초기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큰애가 유치원에 들어간 지 며칠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던 때다.
의사는 병증이 심해 일주일 정도 입원이 필요하다 했다.
부모라도 밤에는 병실에서 아이와 같이 있을 수 없지만, 아내는 아이가 낯선 외국 생활에서 적응하는 단계라 심리적
불안이 심하다며 간호사에게 통사정했다.
겨우 허락을 받아낸 아내는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며 큰애를 간호했고, 결국 사흘 만에 조기 퇴원할 수 있었다.
당시 사흘 낮밤을 오로지 애에게 헌신하는 아내를 보며 엄마라는 존재에 대단함을 넘어 경외심을 느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유학을 마치고 복직하여 열정적으로 일하던 때다.
내 직장은 공공기관으로, 당시 기관장은 전제 군주처럼 독단적인 데다 직원을
노비 부리듯
하는 사람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간부는 수시로 교체됐고, 모멸감을 견디지 못한 일부 직원은 사표를 내고 스스로 조직을 떠나기도 했다.
간부든 일반 직원이든 모두 불안감에 떨었다.
그러다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어느 날, 그가 연임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단순히 추진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연임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 몇몇 직원들이 연임을 반대하는 건의문을 작성하여 감독기관에 제출하자고 뜻을 모았다.
나에게까지 연통이 왔다.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복직하여 생활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나로서는 결정이 간단치 않았다.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가 다시 임명되면
강제 퇴사가 뻔히 예견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며칠을 고민하다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아내는 조직의 여러 사정을 꼬치꼬치 캐묻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돈 버는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돈벌이만으로 직장에 다녀요? 한두 해도 아니고. 당신 생각대로 해요.
나는 아내의 말에 용기를 내어 서명에 동참했다.
건의가 받아들여졌는지 결국 그 기관장은 연임되지 못했고, 다행히 나는 계속 다닐 수 있었다.
후에 아내에게 걱정되지
않았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아내는 사실 속으로는 떨려 죽을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나를 이해해 주고 배려하는 마음에 그저 고마웠다.
또 있다.
정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때다.
마흔 넘어 얻은 둘째 때문에 은퇴하더라도 새로운 직장이나 일을 더 찾아봐야지 않나 싶어 갈등하는 내 모양새를 보고 아내는 일에 대한 집착이라 타박하며 말했다.
정년까지 돈 번 것만으로 당신은 의무와 책임을 다했어. 돈이 조금 부족한 게 오히려 아이를 건강하게 해주지 않을까 싶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사는 것도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 은퇴한 나는 돈은 조금 부족해도 아내와 마음 가는 대로 나들이하고 산책하며 여유를 한껏 즐긴다.
ⓒ 정승주
아내의 조언대로 나는 ‘명함 없는’ 은퇴 생활을 택했다.
내가 퇴직한 요즘 아내는 자기를 합리화하려는 건지 예비 은퇴자 남편 때문에 고민이 많은 친구나 동네 지인을 만나면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 이렇게 말해 주곤 한단다.
정년까지 돈 번 남편에게 더 돈 벌어오라 하면 그건 절벽에서 미는 것과 같아. 새끼 사자야 독립심을 키우기나 하지. 환갑 넘은 남편이 새끼 사자도 아닌데.
지금 나는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고 글도 쓰며 자유롭게 산다.
돈은 조금 부족해도 아내와 마음 가는 대로 나들이하고 산책하며 여유를 한껏 즐긴다.
뒤늦게 그리는
재주가 있음을 알게 되어 그림도 그린다.
무엇보다 돈과 명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어 너무 좋다.
전적으로 아내 덕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서 아내와 견줄 만한 친구가 없다.
삶에서 오는 절망, 불안, 고단함 등 모든 상념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반자는 아내뿐이다.
내가 여자를 잘 만난 복 많은 사내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팔불출임을 드러내면서까지 내가 아내를 자랑하는 이유이자 복종하며 살아가는 이유다.
은퇴 3대 불안은 건강·통장·고독
인생 대선배들의 금쪽 해결법
[왕개미연구소]
퇴직하면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아무리 유능하고 성실한 직장인이라도 언젠가는 마주쳐야 하는 정년. 약간의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때가 닥친다.
불안하고 막막한 퇴직 이후의 삶,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나보다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조언이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80대 선배들이 퇴직하고 나서 이걸 하길 참 잘했다, 시간을 되돌려도 이것만은 꼭 하겠다고 추천하는 건 무엇일까?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가 이달 초 80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조선일보 [행복한 노후 탐구]가 ‘퇴직 후에 해서 참 좋았던 3가지’를 정리해봤다.

80대가 되고 나서 시작하면 늦다.
여든살에 들어서면 몸이 하나둘 고장나기 시작한다.
보청기, 틀니, 지팡이, 약보따리가 일상이 되는 시기가 바로 80대다.
그래서인지 현재 건강 수준에 만족하십니까?란 질문에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80대는 전체의 14.5%에 불과했다.
오히려 ‘만족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대답이 21.5%로 더 많았다.
인생 후배들을 위한 건강 관리법에 대한 질문에는 ‘평소에 열심히 걸어라’라는 응답이 전체의 77%로 가장 많았다.
젊을 때부터 관리하면 좋을 신체 부위로는 응답자의 81%가 ‘치아’를 꼽았다.
그 다음 허리, 하반신, 눈, 머리(두발) 순이었다.
김현정 서울대 치대 교수는 구강 건강이 나빠지면 노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나와 있을 정도로, 구강 건강은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한다면서 치아와 잇몸이 부실한 고령자는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력이 금방 쇠하는데, 이렇게 되면 근력 저하와 반복적인 낙상, 만성질환 악화 등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고령 환자들 중엔 씹을 때마다 아파서 먹는 게 겁난다는 하소연을 많이 합니다.
구강 관리의 기본은 올바른 양치질입니다.
양치질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하고,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노후가 달라져요. 양치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치아가 썩고, 식욕 저하로 만성적 영양 불량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이 갑자기 식사량이 줄면 치과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2️⃣자식한테
손 안 벌릴 만큼은 모아둬라
노후 생활비는 평생 동일한 금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은퇴 직후엔
바깥
활동이 여전히 왕성하기 때문에 은퇴 이전과 비교해 생활비는 비슷하게 든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외부 활동은 뜸해지고, 배우자 사망 등의 변수도 생겨 가계 씀씀이는 점점 감소한다.
80대엔 50~60대에 쓰던 생활비의 절반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은퇴 전문가도 있다.
베스트셀러 <87세 비즈니스맨, 지금이 최고 전성기>를 펴낸 88세 코리야마시로(郡山史郎)씨는 나이가 들수록 소비
욕구가 약해지기 때문에 큰 병에 걸리지 않는 한,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퇴직하고 돈을 더 많이 벌겠다고 자꾸 욕심을 내면 오히려 삶의 균형이 깨져 불행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노후 자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설문조사에 참여한 80대 남녀 200명은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저축은 해둬라라고
했다.
이밖에 연금만 갖고서 생활할 수 있게 미리 재무설계에 힘쓰고, 절약, 보험 가입, 대출 상환 등도 신경쓰라고 조언했다.
70대 이하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투자 활동으로는 주식 투자가 최고로 뽑혔고, 그 다음으로는 펀드, 연금, 일본채권,
금투자,
해외채권 등의 순이었다.
3️⃣퇴직
후 외로움은 ‘넓얕행’으로 이겨내라
‘생활비가 부족하면 어떡하지?’. 퇴직 후의 삶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은 돈 걱정부터 한다.
하지만 80대 선배들은
노년엔
돈보다는 외로움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특히 직장에 평생 헌신하며 살아온 ‘회사올인형 남성’은 퇴직 후 사회적 고립에 괴로울 수 있는 만큼, 지루한 고독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80대 선배들은 노년 고독을 이겨낼 구체적인 방법으로 ‘취미 활동에 참여한다’, ‘지역활동에 참여한다’,
‘부부 대화를 자주 한다’, ’부부·가족 여행을 떠난다’ 등을 추천했다.
‘늙으면 부부 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더니, 설문에 참여한 80대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인생에서 소중히 생각했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배우자’라고 답했다.
퇴직 후 고독감을 없애기 위한 최고 방법은 재취업이라는 의견도 있다.
회사에 매일 가서 사람을 만나면 고독감은
저절로
해소된다는 것이다.
또 출퇴근을 매일 하면 자연스럽게 건강도 유지되고, 작게나마 수입도 생기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88세인 코리야마시로씨는 회사 정년은 회사가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일할 의욕이 있고
몸이 허락한다면 ‘내 정년은 100세’라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후 전문가인 오오에히데키(大江英樹)씨는 회사올인형 남성들은 퇴직 후에 인간 관계가 끊어지면 심각한 고독감에 우울증을
앓곤 한다면서 회사에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저 ‘직장동료’일 뿐이고 ‘친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퇴직 이후의 인간관계는 회사 다닐 때처럼 긴밀할 필요는 없고, 넓얕행(넓고 얉고 행복하게)이면 충분하다고 오오에씨는 덧붙였다.
<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한다>의 저자인 사이토다카시(齋藤孝)씨도 퇴직 남성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주변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기 때문에 다들 자리를 피해줬으면 하는 존재로 여긴다면서 평범한 장년 남성을 나서서 좋아해줄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30년,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제언: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평균 수명을 80세 이상으로 연장시켰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은퇴 시점은 여전히 50세 전후에 머물러 있어, 은퇴 후 약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물론, 평생을 걸쳐 운영할 사업체를 가졌거나, 정년 없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은퇴 후 많은 분들이 우울감을 경험하는 주된 이유는 '더 이상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직장 생활 중에는 '어떤 회사, 무슨 부서의 누구'라는 명확한 직업적 정체성이 자신을 규정하고 사회적 소속감과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때로는 고된 업무를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 되기도 합니다.
은퇴 후 과거 직함이나 성과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은 현재의 역할 부재에서 오는 공허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러한 은퇴 후 우울증은 산후 우울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신과 출산 전, 여성은 직업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습니다.
그러나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기존의 사회적 역할과 단절되고 '원래의 나는 누구였는가'를 되새기며 정체성의 혼란과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을 지탱해주던 중요한 '껍데기(직업 또는 주된 역할)'를 상실했을 때 느끼는 박탈감과 우울감은 인간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러한 상실감을 극복하고 은퇴 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제2의 직업(평생 직업)'을 가질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2의 직업은 생계유지를 넘어 삶의 의미와 활력을 더해줄 수 있는 활동을 의미하며,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진심으로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 타인의
시선이나 경제적 보상보다는 내면의 만족감을 우선해야 합니다.
- 평생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일: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 지나치게 큰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일: 과도한
욕심은 좌절감을 낳기 쉽습니다.
소소한 성취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 타인의 시선이나 경쟁에서 자유로운 일: 타인과의
비교는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경쟁심, 질투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경쟁은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여 우울감을 증폭시키고, 나아가 분노나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제가 컴퓨터 게임을 즐겨 했던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게임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기에, 컴퓨터의 난이도를 낮춰 쉽게 승리하며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갔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성공들이 반복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점차 난이도를 높이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승리를 쟁취하며 더 큰 만족감을 얻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는 비단 게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목표든 처음부터 거창한 성공을 기대하기보다는, 작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달성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오늘날의 대기업들이 처음부터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 않았고, 뛰어난 예술가나 전문가들도 처음부터 그 분야의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꾸준한 노력과 열정, 그리고 간절함이 더해진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제2의 직업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고 자존감을 쌓아간다면, 은퇴 후 찾아올 수 있는 우울감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기존의 직업에서 이러한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면, 은퇴 후에는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취미로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고통만 감내하는 삶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결론적으로, 은퇴 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평생에 걸쳐 배우고 도전하며, 자신만의 의미 있는 활동을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은퇴 후 필요한 노후자금 10억,정말 그렇게나 필요한가요?
네. 최민식 씨처럼 은퇴를 목전에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 궁금하실 겁니다. 은퇴 후에는 지출할 일이 적어지겠다고 생각했는데, 10억이나 필요하다니… 그만큼의 돈이 정말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은퇴 후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출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이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거나 예상치 않은 지출이 발생하면 노후자금이 더 빨리 소진될 수 있겠죠. 즉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노후 생활비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은퇴 시점에 내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 계산하는 방법과 은퇴 후의 지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후자금,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정보가 필요합니다.
먼저, 내가 필요한 한 해 생활비가 얼마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망 시점을 고려하여 은퇴 후의 생활 기간이 얼마나 될지도 가늠해야겠죠. 마지막으로 물가 상승률과 투자수익률(할인율)도 가정해야 합니다.
그럼, 이 정보를 바탕으로 노후자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우선 어떻게 10억 원이라는 금액이 나오게 되었는지 은퇴 예정인 올해 65세 홍길동 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홍 씨는 은퇴하는 해에 생활비로 한 해 3,600만 원(월 300만 원)을 사용하고, 이후에는 매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생활비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은퇴생활 기간은 30년으로 예상하며, 은퇴생활 기간 동안 생활비는 매년 2.5%씩 상승하고, 은퇴자금을 운용해서 연평균 3%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매년 필요한 생활비부터 계산해 보겠습니다. 65세 때는 3,600만 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가 상승률에 맞춰 2.5%씩 생활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66세 때 3,690만 원, 67세 때는 3,782만 원이 필요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30년 뒤 94세 때에는 생활비로 7,367만 원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미래의 생활비를 은퇴 시점 화폐가치로 할인할 차례입니다. 이때 할인율로 투자수익률(3%)을 사용합니다. 은퇴생활 기간 매년 필요한 생활비를 은퇴 시점 가치로 할인한 다음 전부 더하면, 10억 731만 원이 나옵니다. 구체적인 계산 과정은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은퇴 후에는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과 서비스도 달라질 수밖에 없죠. 따라서 이후 지출 항목과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노후 필요 자금 규모도 달라지게 됩니다.
사실, 앞선 홍길동 씨의 사례처럼 매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은퇴자의 지출이 늘어난다고 하는 것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매우 보수적인 가정입니다. 만약 현실에서 은퇴자가 물가 상승률에 맞춰 지출을 늘려가고자 한다면 상당히 많은 노후자금을 준비해야겠죠. 그런데 과연 그래야만 할까요?
이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타이 버니케(Ty Bernicke)는 은퇴자들의 소비가 매년 물가 상승률에 맞춰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재무설계사로 일하는 그는 은퇴자의 지출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은 해에 여러 연령대에 있는 사람을 조사했고, 후속 연구를 통해 동일한 연령에 있는 은퇴자의 지출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폈습니다.
연구 결과, 버니케는 75세 이상 은퇴자가 65세부터 74세 사이 은퇴자보다 적게 지출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65세부터 74세 사이 은퇴자가 55세부터 64세 사이 은퇴자보다 더 적게 지출한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은퇴자의 지출이 줄어드는 것일까요?
버니케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줄다리기’에 비유했습니다.
은퇴생활 기간 내내기본적 지출과 재량적 지출이 힘겨루기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적인 지출은 물가 상승률에 맞춰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행을 떠나고 외식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재량적 지출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지출 증가와 재량적 지출 감소가 상쇄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지출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네, 맞습니다. 재량적 지출이 줄어들면서 노후 생활비가 감소하더라도, 계속해서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건강이 나빠지고 간병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면 오히려 지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2가지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1994년 마이클 스테인은 은퇴 기간을 10년 단위씩 3단계로 나누고, 각각 활동적인 시기(Go-Go Year), 회상의 시기(Slow-Go Year), 간병의 시기(No-Go Year)라고 명명했습니다.
활동적인 시기는 65세에 은퇴한 다음 74세까지 진행되는데, 이 기간 동안 은퇴자들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등 재량적 지출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3단계 기간 중 가장 지출이 많습니다. 그리고 물가 상승에 맞춰 지출도 늘어납니다.
75세부터 84세 사이에 은퇴자들은 ‘회상의 시기’를 맞이하는데, 활동적인 시기에 비해 지출이 많이 감소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활동량이 줄어들고, 재량적 지출도 줄어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물가 상승률에 맞춰 지출이 늘어나지도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퇴자는 85세 이후에 ‘간병의 시기’를 맞습니다. 이 기간 동안 재량적 지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지만, 의료비와 간병비가 더 많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지출이 상승합니다. 그래서 은퇴자의 지출은 하락을 멈추고 다시 상승하는 ‘U’ 자 형태를 띠게 됩니다.
모닝스타의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블랑쳇(David Blanchett)은 2014년에 은퇴자의 소비 퍼즐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은퇴자의 실질 지출이 84세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점은 84세에 나타났는데, 은퇴생활 초기와 비교하면 지출이 최대 26%나 감소했습니다. 이후 90세가 될 때까지 지출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은퇴생활 초기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퇴 이후 지출 패턴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은퇴자금 규모가 달라지고, 은퇴자금을 모으기 위해 매달 저축해야 하는 금액도 달라집니다.
은퇴 후 지출이 꾸준하게 늘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매우 보수적인 노후준비 방법이지만, 미래에 더 많은 지출을 하려면 현재의 지출을 더 많이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겠죠.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더 많이 희생해야 하는 셈입니다.
은퇴 후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출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이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거나 예상치 않은 지출이 발생하면 노후자금이 더 빨리 소진될 수 있습니다.
의료와 간병 관련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은퇴 이후 생활비 감소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욱 안정적인 대응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진실의 시간을 맞이하는 법
한창 일할 때는 내가 속한 조직이나 관계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내가 그 안에서 인정받고 월급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현역이 주는 혜택을 누리려면 싫든 좋든 그 조직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막상 사무실에 나가면 밉상에 빌런 같은 상종하기 싫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누구에게나 은퇴는 냉정한 현실. 매일 출근할 데가 없어지고 명함도, 사회적 지위도 사라진다.
수입과 인간관계도 크게 줄면서 쪼그라든다.
아무리 좋은 자리에 있더라도 은퇴
후 조금만 지나면 그냥 '동네 아저씨'다.
때로 자괴감이 들며 순식간에 위기감에 빠져들 수도 있다.
적절한 은퇴 후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어쩌면 ‘진실의 시간’이랄까.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시간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현명한 자세라는 걸 깨달으면 된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젊은 층보다 50대 이후에서 높아지는 게 이해가 간다.
나 또한 현역보다 오히려 은퇴 후 인생이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고 느낀다.
그 이유를 3가지로 정리해 봤다.
1. 인생의 프레임이 바뀐다
그간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현역은 생존이 제1 화두다.
속도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나의 능력을 바닥까지 보여줘야 한다.
체력과 멘털이 모두 인생 최고조에 달한 시기, 원하는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해야 한다.
내 뜻을 펼치기 위해 그 목표를 향한 긴장이 극에 달한 때다.
조직을 떠나면 비로소 조직 밖과 외부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자리까지 올라갔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느껴진다.
멈춤의 시간이랄까, 자신과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며 앞으로 갈 길을 묻게 된다.
나이가 들고 일에서 멀어지면 의외로 좋은 점도 많다는 걸 실감한다.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자유인의 삶'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인의 최고 좋은 점은 평일에 여행하는 것. 5월 어느 날 제주 '서핑의 성지' 월정리 해변 풍경 ⓒ김성일
2. 모든 것은 내가 정한다
내 인생의 주관자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현역은 끊임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나를 평가하고 인정하는 대상이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상사나 동료, 나 아닌 누군가가 정해 둔 평가기준. 나는 다만
그 기준에 따라 처분을 받을 뿐이다.
2000년대 중반쯤이던가. ‘다면평가’란 제도가
도입됐다.
상사와 부하, 동료들이 나 한 사람을 탈탈 털듯이 크로스로 평가한다.
승진심사를 앞두곤 어김없이 진행됐는데, 내가 받아본 결과지엔 '나의 서열'이 숫자로 적혀있었다.
그 줄 세우기 숫자는 매번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다.
나를 평가하는 건 더 이상 외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남의 시선이 아니라 오직 '과거의 나'와 비교할 뿐이다.
어제보다
한 걸음,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나라면 충분하다.
나는 날마다 조금씩 너그러워지면서 잊고 살았던 ‘인간성’을 회복하고 있다.
3. 성과가 아니라 성장이다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 만큼 기대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끊임없이 결과로 평가받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인생은 '끝없는 성장의 여정'이라고 한다.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는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
고 말한다.
은퇴 후 내게 가장 재미있는 건 ‘뭔가를 배우는 일’이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즐겁다.
거기엔 높은 목표도, 꼭 이뤄야 하는 성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즐길 뿐이다.
현역일 때 행복해지려면
이 3가지를 자신에 맞게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을 길게 보고 프레임을 바꾸는 게 우선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나의 능력과 여건에 맞는 위치에서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내게 맞는 속도와 체력으로 레이스에 참여해야 건강하게 오래갈 수 있다.
다음으론 나만의 평가 기준을 갖는 것. 외부에서 주어진 서열이나 순위보다 현실적으로 내가 목표로 하는 곳에서 만족하는 게 중요하다.
실현가능한 목표치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점심시간이나 저녁, 주말 등 틈나는 시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학습이나 자기 계발 등등 내 칼이 녹슬지 않게 갈아두면 삶에 대한 자신감도 덩달아 높아지지 않을까.
카공은 혼자만의 놀이와 몰입의 시간이다.
광주 호남대 주변의 카페에서 ⓒ김성일
오늘도 배우는 사람
공부, 놀이 그리고 관계다.
세
가지 모두 날마다 재미를 느끼는 것들이다.
가슴이 설레지 않거나 흥미가 떨어지는 건 그만둔다.
'유튜브 동영상 제작' 같이 그간 안 해 보거나 새로운 걸 시도해보려 한다.
공부도, 놀이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모두 인생을 배우는 일에 속하니 매사 즐겁게 임하려고 한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카공을 즐긴다.
가능하면 종로나 신촌, 홍대처럼 젊은 층들이 많은 곳의 카페엘 간다.
거리에서 느끼는 젊고 활기찬 기운은 내게도 신선한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길을 걸으며 여기저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나다운 삶을 산다는 것
머리가 좋거나 성과가 뛰어난 건 아니고 뭔가를 알아가는 것 자체가 설렘과 기쁨을 준다.
60대에야 자신이 어떤 사람이란 걸 느낀다.
역시 인생이란 쉼 없이 성장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가 희끗해질 무렵에야 철이 들기 시작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결국 '나다운
삶'을
말한다.
현역일 때는 여러 사정으로 생존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은퇴 후까지 그래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이제부터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행복해진다.
내게 적합한 일상의 계획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게 행복한 노후의 지름길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게 우선이다.
오늘도 그들의 하루에 재미와 보람이 있기를 기원한다.
요즘 매주 남산도서관에 강의 들으러 간다.
조금 일찍 가서 남산공원을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성일
은퇴 로드맵 짜기, 막막하시죠?
인생 선배들의 꿀팁 알려드려요
은퇴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갔어요. 40년 일하고 퇴직했는데, 사회에서 밀려난 느낌이 듭니다.
퇴직
후 처음엔 집에 있는 게 좋았는데 어느 순간 답답해지더군요. 나만의 일상 루틴을 만들어서 밖에 나가니까 훨씬 낫습니다.
바쁘게 일하다가 얻는 휴일이 가장 꿀맛이란 걸, 퇴직하니까 알겠네요.
누구나 겪지만 막상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은퇴 생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막막하다.
이럴
땐
한 발 앞서 은퇴를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충고가 가장 피부에 와 닿는다.
나보다 앞서 퇴직한 선배들의 귀한 경험담을 들으며, 좋은 건 내 것으로 만들고 후회하는 건 피해서 더 행복한 노후로 만드는 것이다.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가 지난 달 70~80대 남녀 4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인생 선배들이 추천하는 은퇴생활 꿀팁을 ‘돈·삶·몸’으로 정리해 봤다.
현직에 있을 땐 고정적으로 근로 소득이 나오니까 생활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퇴직 후엔 현금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혹시 돈이 일찍 바닥나서 오래 사는 게 불행이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실제로 인생 후반전에서는 ‘경제력’이 노후 삶의 방식을 좌지우지한다.
경제적 만족도가 높은 은퇴자와 그렇지 않은 은퇴자의 삶은 온도차가 컸다.
인생 3대 악재 중 하나가 노년빈곤(老年貧困)이라는데,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다른 두 가지는 초년출세·중년상처). ‘경제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답한 이른바 ‘은퇴 만족군’에게 소비 패턴을 물었더니, ‘돈을 써야 할 땐 아끼지 않고 쓴다’가 대세였다.
응답 비율이 47% 달해 2명 중 1명꼴이었다.
‘쓴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는 항목으로는 여행이 압도적인 1위(65%)를 차지했다.
이 밖에 취미활동(51%), 건강관리(46%), 지인교류(42%), 평생학습(32%) 등도 돈값 하는 소비처로 꼽혔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인 ‘다 쓰고 죽어라(Die with Zero, 번역본 미출간)’에 따르면, 노후 가정 경제가
안정적인 사람들은 인생을 ‘경험의 합계’라고 생각하며 지갑을 연다.
돈을 맹목적으로 쌓아두기만 해선 결코 행복해지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경험’에 돈을 써야 ‘가치 소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노후 생활에 연착륙한 ‘은퇴 만족군’은 재테크DNA도 장착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42%가 ‘투자’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다.
절반 가량은 미국·일본 등 주식 투자 경험이 있었고, 펀드와 달러예금 등에 가입한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반면 ‘부동산 투자를 해서 좋았다’는 응답 비중은 6% 정도로 낮았다.
한편, 경제적 만족도가 낮다고 답한 ‘은퇴 불만족군’의 노후 생존법은 ‘자린고비’였다.
‘절약한다’를
선택한 비율이 46%로 가장 높았고 통신비나 OTT구독료 같은 고정 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자도 4명 중 1명꼴이었다.
2️⃣삶→감사·칭찬이 부부 사이 바꾸더라
자녀들이 성장해 부모 곁을 떠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부부 둘만 남는다.
기나긴 인생에 부부가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내면 좋을 게 없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삐걱거린다면, 은퇴 생활 만족도는 높아지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은퇴생활 만족군’도 노년기 인간 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배우자’를 꼽았다.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내가 앞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사람도 ‘배우자’라는 응답이 단연 1위(82%)였다.
자녀가 힘이 되어 준다고 답한 비율은 6%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나이 듦의 기술’의 저자 호사카다카시(保坂隆)씨는 부부 관계를 개선하려면 감사의 말과 칭찬만큼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다면서 남편이 시사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는 체를 하면 ‘당신은 아는 것도 많네’라며 기(氣)를 살려주고, 외출복으로 차려 입은 아내에게 ‘오늘 예쁜데?’라고 칭찬하는 작은 노력이면 된다고 했다.
은퇴 부부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부 혹은 가족 여행’을 추천하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았다.
여행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새로 알아가고, 또 여행지에서 뇌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을 하라는 것이다.
물가는 저렴하면서 사계절 내내 따뜻한 동남아에서 한달살이를 시도해 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혼자보다는 부부가 같이 떠나야 좋다.
어디로 놀러 갈까,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뇌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늙고 힘 빠져도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은 가족, 특히 아내. 내조 잘 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평생 잊지 말도록.(대기업에서 일했던 80대 은퇴자)
3️⃣몸→말년엔 누죽걸산 기억하라
은퇴 생활을 떠받치는 기둥은 ‘돈’이다.
돈이 있어야 여행도 떠나고, 취미에도 몰두하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몸이 편치 않아 침대에 누워 병치레하며 지내야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건강하게 오래, 내 발로 걸으면서 100세까지 사는 것이 중요하다.
50대 작가 송모씨는 젊을 때는 글로벌 경제나 사업 확장에만 관심 갖던 성공한 CEO들도 50대 후반에 접어드니까 건강 관리 비법을 대화의 주제로 삼고 정보를 공유하더라고 말했다.
건강 만족도가 높은 은퇴자들이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운동 1위에는 ‘걷기’가 꼽혔다.
응답자의
75%가 추천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국에는 ‘나이 들면 누죽걸산(누우면 죽고 걸어야 산다)’이라는 말이 있는데, 일본 고령자들 역시 걷기를 통해 체력을 키우고 있었다.
‘100세까지 걷는다’의 저자 다나카나오키(田中尙喜)씨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기 발로 걸어다니려면
일상 생활에서 근육과 관절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면서 걷기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다나카씨는 이어 젊을 땐 나도 펄펄 날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근력은 저축이 되지 않으므로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면서 나이가 들어 일상 활동량(운동량)이 줄어들면 근섬유가 가늘어지고 노쇠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의학 칼럼니스트이자 의사인 나가오가즈히로(長尾和宏)씨도 현대 사회의 질병은 대부분 걷지 않아서 발생한다면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걷기를 생활화하면 확실히 나아진다고 항상 말한다고 말했다.
나가오씨는 환자들에게 걷기를 권하면 다들 힘들어서 싫다고 하는데, 걸으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왕성하게 분비되고 자연적인 면역력도 높아져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 선배들이 추천하는 운동 2위에는 스트레칭이 뽑혔고, 3위에는 체조가 이름을 올렸다.
상위권에
랭크된 운동은 모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면서 후유증도 거의 없고 돈이 들지 않는 가성비 운동이었다.
등산은 4위였고, 골프는 6위, 자전거 타기가 7위였다.
[한경 머니 기고=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째깍째깍. 시곗바늘이 정년을 향해 달려간다.
퇴직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면서 직장인들은 초조해진다.
별다른 대책 없이 시한폭탄이 폭발할 시간만 기다리는 꼴이다.
영화를 보면 폭탄이 터지기 직전에 히어로가 등장해 시한장치를 해제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대다수 직장인은 별다른 준비 없이 퇴직을 맞는다.
퇴직 후에는 어떤 삶이 기다릴까. 퇴직을 하면 시간부자가 된다.
그래서 현역 시절 여유가 없어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고 싶었던 것도 배우고, 옛 친구도 만나고, 멀리 여행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정년퇴직자들 중에서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법이 정한 정년에는 도달했지만,
신체는 계속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할 의지가 있고 능력이 되더라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은 퇴임식을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과 같다고 한다.
생전 장례식이라는 말은 일본 소설가 우치다테 마키코가 <끝난 사람>이라는 소설에서 한 말이다.
아직 기운이 팔팔한 사람을 회사에서 내보내며 왁자한 이별 의식을 치르고 것이 죽은 사람에게 치르는 장례식과 다를 바 없다고 본 것이다.
소설에서
타시로 소스케는 은행에서 일하다가 자회사로 밀려난다.
그리고 얼마 후 정년을 맞는다.
동료들은 퇴임식에서 소스케에게 정년을 축하하는 인사를 건네지만, 속으로는 소스케를 더는 재기할 수 없는 ‘끝난 사람’으로 여긴다.
그런데 소스케의 삶은 정년과 함께 끝나고, 이후 삶은 덤에 불과한 걸까.
은퇴 이후 삶을 흔히 ‘여생(餘生)’이라고 한다.
여생이라면 남은 인생이란 뜻이다.
그런데 산 사람에게 ‘남은 인생’이라는 말을 써도 될까. 여든이든 아흔이든, 건강하든 병이 들었든 살아 있으면 그냥 ‘인생’이라고 할 것이지 남은 인생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은퇴 후 삶을 ‘여생’이라 하는 것은 일과 삶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없는 삶은 의미 없고, 일을 잃으면 삶도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은퇴 후
삶을
인생이 아니라 여생이라 부르는 것이다.
은퇴 후에도 인생을 살려면 계속 일을 해야 한다.
‘은퇴를 했는데 일을 한다?’ 더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은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말은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과 은퇴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일을 하지만,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돈만은 아니다.
일터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즐거움도 찾는다.
그리고 일이 있어 하루를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일을 하는 게 꼭 돈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 일의 의미를 확대하면 은퇴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은퇴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돈을 벌려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지, 은퇴한 다음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돈과 일, 은퇴에 대한 생각이 다른데, 크게
4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TYPE 1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넉넉하게 돈도 번다
첫째 타입은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활하는 데 부족하지 않을 만큼 돈을 버는 사람이다.
남들은 돈을 벌려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
아니면 돈을 써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하면서 돈도 넉넉하게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은퇴 따위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필요한 생활비를 벌 수 있다면 애써 은퇴 준비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직장인이라면 정년을 피해 갈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이라도 때가 되면 그만둬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필요한 은퇴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정년이 없는 개인사업자라고 안심할 수 없다.
기술 발달과 경쟁자 출현으로
일을
그만둬야 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아프거나 다쳐서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질병과 사고는 치료비의 발생과 함께 소득의 단절을 가져온다.
문제는 질병이나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언제 발생할지, 치료비는 얼마나 들고 소득은 또 얼마나 감소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 회계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시기, 규모,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 ‘우발부채’로 인식한다.
아직 채무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장래에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과 사고도 발생 시기와 손실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발부채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질병과 사고로 발생하는 우발채무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의료비와 치료 기간 동안 필요한 생활비를 별도로 떼어 두면 된다.
그런데 자산 운용 측면에서 보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하려고 거액을 묶어 두는 게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치료비와 소득 단절에 대비할 만한 자금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발부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우발자산을 준비해야 한다.
우발자산은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제적 효익이 드러나는 자산이다.
질병과 사고에 대응하는 우발자산으로는 보험이 있다.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해 두면 치료비를 실비로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정액보험에 가입하면 질병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것으로 치료받는 동안 일을 못해 줄어든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
TYPE 2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고 돈을 번다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돈도 벌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일자리가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해서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고, 돈을 많이 벌려면 내키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
어찌해야 할까. 둘째 타입에 해당하는 사람은 일단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뤄 둔다.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다면 내키지 않는 일도 당장은 마다하지 않는다.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지금 버는 돈 중에 일부는 저축한다.
그리고 돈이 모이면 지금 하는 일에서 은퇴한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러 떠난다.
이들에게 은퇴는 희망의 이벤트다.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은퇴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지금처럼 저축하면 언제쯤 은퇴할 수 있는지, 은퇴를 앞당기려면 저축을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
묻는다.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파이어족이 여기에 해당한다.
파이어(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조기에 은퇴하려는 이들을 파이어족이라 부른다.
조기에 은퇴해서 생계와는 무관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것이다.
조기 은퇴의 꿈을 이루려면 저축을 늘리거나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둘 다 만만치 않다.
저축을 늘리려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고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짧은 기간이라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은퇴자금을 모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얼마나 오랫동안 저당 잡혀야 하는 걸까. 저축액을 크게 늘리지 못하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높은 수익의 이면엔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TYPE 3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생활비는 다른 일을 해서 번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둘째 타입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곤란하게 됐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은퇴 기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정된 나이에 은퇴하려면
예전보다 더 많이 저축해야 한다.
아니면 은퇴를 뒤로 미뤄야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뒤로 미룰 수는 없다.
너무 나이 들어 은퇴하면 돈은 있더라도 체력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셋째 타입에 해당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 당장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충분한 생활비를 벌 수 없다면, 부족한 생활비는 다른 일을 해서 벌면 된다.
최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엔(N)잡러’의 등장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엔잡러는 하나의 일자리에서 충분한 생활비를 벌지 못해서 여러 개의 일을 한다.
그렇다고 엔잡러가 모두 셋째 타입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엔잡러 중에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중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많은 일을 할 뿐이다.
엔잡러 중에 셋째 타입에 해당하는
이들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일만 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다른 일도 한다.
언젠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견 소설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일이 가장 즐겁고, 평생 소설을 쓰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설만 써서는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해봤다.
정말 소설만 써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걸까. 소설책 1권에 1만5000원 정도 한다.
통상 소설가는 책 1권이 팔리면 책값의 10%를 인쇄로 받는다.
소설책이 1만 권 이상 팔리면 1500만 원을 버는 셈이다.
소설가가 한 해 장편소설을 1권 이상 쓰기 힘들고, 한 해 1만 권 이상 팔리는 소설책도 많지 않다.
그래서 소설가는 좋아하는 소설만 쓰고 살 수는 없다.
좋아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에세이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유튜브 활동도 한다.
소설가가 ‘본캐’라면 수필가,
화가, 방송인,
유튜버는 ‘부캐’인 셈이다.
다양한 ‘부캐’들이 활동을 해서 번 소득으로 ‘본캐’가 좋아하는 소설을 쓰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셋째 타입은 워라밸, 즉 일(work)과 삶(life)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서 삶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한다면, 일은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을 말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방해 받기는 싫다.
반대로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려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소득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워라밸이 중요하다.
셋째 타입에 해당하는 이들은 은퇴 시기를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후 준비가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일도 한다고 하지만, 한번에 여러 일을 한다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그러다 건강을 잃으면 ‘본캐’와 ‘부캐’가 모두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다.
TYPE 4 하고 싶은 일을 잊고, 그저 일만 한다
앞서 말한 3가지 타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에 반해 넷째 타입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른다.
애당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게 아니라면,
바쁜 일상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것이다.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벌려고 더 많이 일한다.
그러다 불현듯 정년을 맞아 퇴직한다.
이제 누구도 당신에게 생산적인 일을 기대하지 않고, 일에 대한 책임도 없다.
물론 소득도 사라진다.
이제 일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수명 연장으로 인해
그런 삶이 상당 기간 지속될지도 모른다.
일 없이 오래 사는 ‘무업장수(無業長壽)’를 하는 것이다.
넷째 타입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은퇴 준비는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꼭 돈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즐거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돈과 일, 은퇴 준비와
관련해서 4가지 삶의 스타일을 살펴봤다.
당신은 어디에 해당하는가. 어떻게 은퇴할 것인가 하는 질문의 답은 어떻게 일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찾을 수 있다.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