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중앙공원 능소화터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특별한 풍경이 있다.도심에서 만나는 꽃길, 그 중에서도 주홍빛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장면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부천의 한복판, 시민들도 잘 몰랐던 그곳에 일 년 중 단 한 달만 펼쳐지는 환상적인 터널이 있다.
무더위도 잊게 만드는 이 풍경, 올여름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이유가 있다.
부천중앙공원
하지만 부천시청 뒤편에 자리한 부천중앙공원만큼은 예외다.
이곳의 능소화는 평범한 담장이나 벽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설치된 네 개의 기둥 터널을 타고 자란다.
그 덕분에 꽃잎이 하늘을 덮어주는 듯, 터널 아래를 걷는 순간 자체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시작과 끝을 붉게 장식한 능소화가 연출하는 동화 같은 분위기는 짧은 산책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능소화가 바람에 살랑거릴 때마다 꽃잎이 아래로 늘어져 몽환적인 풍경이 완성된다.
이 특별한 경험은 7월 한정,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시기에만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공원 내 물놀이장은 어린 아이들도 안심하고 놀 수 있도록 조성되어, 뜨거운 햇볕 아래서 꽃을 감상한 뒤엔 시원하게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그저 꽃을 보기 위해 들렀다가도, 공원 곳곳에 숨은 매력 덕분에 머무는 시간이 저절로 늘어난다.

6월에는 조심스럽게 꽃망울을 숨기고 있다가, 무더위가 절정에 다다르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주홍빛 꽃잎이 터널을 가득 채운다.
아래로 늘어진 꽃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난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완성된다.
이곳을 찾는 사진 애호가나 SNS 마니아들이 꼭 여름에 방문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짧은 절정의 순간 때문이다.

꽃과 사람, 그리고 공원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여름만이 허락하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여름의 꽃 능소화, 이런 사연 깃든 줄은 몰랐네
길가 곳곳 피어나 여름을 장식하는 능소화의 전설과 유래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 집 담장 밖으로 삐져나온 꽃.
연분홍 꽃이 참 예쁘다.
보아하니 능소화다.
꽃줄기를 늘어뜨려 하늘하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일품이다.
서로 먼저 하늘님께
인사라도 하겠다는 걸까.
능소화는 풀인가, 나무인가? 능소화는 중국이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어디에도 잘 자라는 덩굴나무이다.
풀이 아니다.
아침 산책을 하다 고구마 텃밭이 있는 집에 핀 능소화를
만났다.
나뭇가지를 휘감고 자라며 위로 뻗친 위용이 대단하다.
고구마순 위에 떨어진 꽃잎이 고구마가 피운 꽃인가 착각할 정도로 통째로
툭 떨어져 있다.
아름다운 이름의
유래
능소화는 이름도 가지가지. 예전 양반집에서만 키울 수 있다 하여 양반꽃이라 불렀다.
평민이 심으면 곤장을 맞았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이고, 정말 귀하게 여겼다는 뜻일 게다.
황금색 등나무라 하여 금등화(金藤花)라는 이름도 가졌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모자에 종이꽃을 꽂아 축하하였는데, 그 꽃 모양이 능소화였다 하여 어사화(御賜花)가 되었다.
▲고구마순
위에 떨어진 능소화 꽃잎. 통꽃으로 툭 떨어졌다.
능소화(凌霄花)의 한자를 보면 업신여길 '능(凌)'에
하늘을 뜻하는 '소(霄)'를 쓴다.
아마도 하늘로 뻗어 나가 하늘을 업신여길 정도로 기개가 세다는 의미일 것이다.
능소화는 길이가
무려 8~10m까지 자란다.
공기뿌리라는 것이 나와, 붙잡을 수 있는 것만 있으면 붙잡는다.
특히,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재주는
끝내준다.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 명예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인가? 꽃은 주둥이가 깔때기 모양으로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나 눈부시다.
능소화는 한 번에 일시에 피는 게 아니고 피고
지기를 반복하여 여러 여름날 꽃을 피운다.
한창 꽃 필 때는 덩굴에 큼지막한 꽃이 수백 송이나 달려 그 기세가 하늘에 닿을
듯하다.
꽃잎은 동백꽃처럼 통꽃으로 툭 하고 떨어진다.
한때는 능소화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돌기도 했다.
꽃가루가 눈에 닿으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산림청 연구를 보면 능소화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이 아닌 그물 모양이라, 눈에 닿아도 실명이 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능소화로 실명이 되었다는 실제 보고도 없다고 한다.
슬픈 전설능소화에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있다고 한다.
옛날 소화라는 궁녀는 왕의 총애를 받고 궁궐에 한 처소가 마련되어 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궁녀들 사이 시기에
휩싸이고, 왕의 발길도 끊어졌다.
소화는 임금을 향한 그리움에 혹여 담장 너머 발걸음 소리라도 들리지 않을까 고개를 빼고 기다렸을 터.
그리움이 지나치면 상사병이 아니던가! 소화는 시름시름 앓다 그만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가 세상을 뜬 뒤, 주변 담장에는 진한 주황색 꽃들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죽은 소화의 넋이 피어났다 하여 능소화라 이름 지었다.
나태주 시인은
<능소화>란 시에서 연분홍 꽃잎을 보고 어여쁜 여인의 입술로 표현하였다.
전설 속의 '소화'를 생각하였는지 슬픔의 입술을 본다
했다.
비 오는 아침, 툭 하고 떨어진 꽃잎을 이으려고 마디마디 맺힌 봉우리! 시인의 말대로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능소화가 왜 능소화인지 아시나요?
삶이 끝나지 않는 한여름 같을 때
나에게는
작은 소원이 있다.
언젠가 마당이 생기면 꼭 직접 꽃을 심는 것. 꽃을 심는 사람들의 마음이 늘 궁금하다.
심자마자 꽃이 피는 것도
아닌데, 그 작은 씨앗을 고르고 마당에 심기까지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기 어렵기 마련이지 않나. 새싹
하나 보이지 않는 그 꽃의 만개를 상상하며 땅에 꾹꾹 심는 마음을 알고 싶다.
아마 꽃을 심는 사람들만 알겠지. 그게 질투가 나서라도 꼭
심고 싶다.
나도 그 마음을 알아야겠어. 심는 마음은 모르는 주제에 무슨 꽃을 제일 먼저 심을지는 이미 정했다.
이 글은 그 꽃에
관한 이야기다.
벚꽃, 진달래 등 온갖 봄꽃이 다 지고 세상이 초록색으로 물들 때쯤, 능소화가 핀다.
핀다는 말보다 주렁주렁 열린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능소화는, 주황빛의 덩굴나무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본 적이 있겠지만, 그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능소화는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이름이 왜 능소화여야 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이 꽃을 사랑하는 이유다.

凌霄花
능소화는 ‘업신여길 능’, ‘하늘
소’자를 쓴다.
즉,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이라는 뜻이다.
꽃의 이름치고는 꽤 거친 이름인데, 대체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그 답은
능소화의 개화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능소화는 7월부터 9월에 피는 꽃으로, 만개 시기는 한여름인 8월이다.
꽃이 8월에 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8월은 장마와 태풍, 그리고 푹푹 찌는 더위가 도사리고 있는 달이다.
그러니까, 자라나는 식물에게는 저주와도 같은
시기다.
능소화는 그런 때에 핀다.
장마와 태풍을 견뎌내고 핀다.
궂은 날씨를 퍼붓는 하늘을 업신여기듯 피어난다고 해서 능소화인
것이다.
이름의 의미를 알고 나니 능소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나. 나는 나의 발걸음을 막는 것들에 콧방귀를 뀌고 유유히 걸어간 적이 있었나. 부슬비에도 겁을 먹곤 숨어 버리고, 작은 생채기 하나에도 호들갑을 떠는 나에게 능소화는 삶의 자세를 알려주었다.
‘피할 수 없음 즐겨라’도 아니고 ‘맞서 싸워라’도 아니고 ‘코웃음 쳐라’ 라니. 그 쿨한 마인드가 그대로 담긴 이름과 그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그 붉고 커다란 꽃을 알게 된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훗날 마당에 심을 꽃을 능소화로 정한 것도, 능소화가 피는 여름을 봄과 가을, 겨울 내내 기다리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는 건 지는 게 아냐
‘지다’의 반대말엔 ‘피다’와
‘이기다’ 두 가지가 있다.
꽃은 보통 전자의 주어다.
후자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쓴다.
그런데 능소화는 예외다.
능소화는
피기도 하며 이기기도 한다.
그것의 피어남은 그 자체로 승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능소화의 ‘지다’는 어떤 모양새일까. 얄궂은 방해에도
지지 않고 피어난 능소화는 떨어질 때도 저답다.
9월이 끝날 때쯤 능소화 덩굴 밑을 잘 보면 큼직한 붉은 꽃들이 굴러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능소화는 꽃잎 하나하나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커다란 통꽃이 한 번에 툭- 하고 떨어져
나뒹군다.
여름 내내 수많은 방해를 이겨내고 피어나서는, 여름이 지나면 미련도 없이 떨어진다.
누구든 어느 날 활짝 만개했으면, 툭, 툭 떨어지는 날도 있는 게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진다고 해서 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낙화는 결코 패배의 동의어가 아니다.
그러나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그것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미련 없이 떨어지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한 번에 툭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얼마나 오랜 시간 구질구질하게 매달려 있는지 모른다.
이처럼 떨어지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데, 나뒹구는 능소화를 보고 있으면 조금은 생기는 것도 같다.
꽃을 잘 피워내는 것만큼 잘 지는 것도 중요하다.
온 힘 다해 무언 갈 해냈으면, 그 마무리도 잘 해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어느 시처럼, 가야 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마당에 후두둑 떨어져 있을 능소화도 기대가 된다.

삶이 끝나지 않는 한여름 같을 때
온 삶이 전부 형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내 위에만 먹구름이 껴 있는 것 같을 때. 닦아도 닦아도 땀이 계속 나는 것 같을 때. 삶이 영영 끝나지 않는 한여름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우리의 능소화를 떠올리자. 까짓것 나를 짓누르는 하늘을 능멸의 눈빛으로 쳐다봐 주자. 그리고는 그저 한 뭉텅이의 꽃을 턱, 피워 내면 된다.
끝으로, 한줄기 넝쿨 위로 주렁주렁 피어나는 능소화처럼 우리도 하나의 넝쿨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가족이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 대상이 누구든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위로는 다시 한번 하늘을 비웃을 힘을 준다.
이 모든 것을 겪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것 자체만으로 또 한 철 이겨낼 용기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 함께 피었다가 우리 함께 떨어져요. 그리고 그다음에 다시 피어요!’ 할 수 있는 것이다.
또다시, 여름이 온다.
능소화의 시간이다.
6월 주황빛 능소화 피는 명소
6월의 초여름,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면 더욱 특별할 것입니다.
그런 공간이 바로 경기도 부천시에 자리한 ‘부천
중앙공원’입니다.
이곳은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평범한 도심 공원처럼 보일 수 있지만, 6월이 되면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뀝니다.
바로능소화가 공원 곳곳에서 주황빛 물결을
일으키며 피어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물과 꽃, 쉼이 어우러진 도심 속 여름 정원
부천 중앙공원 주황빛 풍경 / 사진=부천시 공식 블로그
부천시 원미구 소향로에 자리 잡은 부천 중앙공원은 부천시청과 인접한 위치 덕분에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 쉼터로 사랑받는 공간입니다.
공원의 중심에는 원형의 연못이 위치해 있으며, 그 중앙에는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대형 분수가 자리하고 있어 여름날의 청량함을 더합니다.
부천 중앙공원 능소화꽃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 공원이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얼마나 섬세하게 설계되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인공연못, 징검다리, 그리고 물길을 따라 배치된 분수와 인공섬은 도심 한복판에서 보기
드문 수경 구조물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이 풍경 속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능소화’입니다.
부천 중앙공원 벤치 / 사진=부천시 공식 블로그
매년 6월이면 공원의 벽면과 담장, 징검다리 주변 등지에 오렌지빛 능소화가 활짝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화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꽃잎의 곡선은 많은 방문객들의 카메라 셔터를 멈추게 하며,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더없이 좋은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능소화와 어우러지는 연못 풍경은 이 공원만의 독특한 매력입니다.

물 위로 드리운 꽃과 함께 인공섬이 만들어내는 정적인 조화는, 분명히 도심 속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단순한 산책 그 이상의 시간을 선물해 주는 곳, 그것이 부천 중앙공원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인근에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 이용도 편리하며,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쉬운 편입니다.

부천 중앙공원 벽에 핀 능소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일 오후나 주말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드리우는 시간대에 방문하면 사람도 적고,
능소화와 연못 풍경을 더욱 여 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약이 되는 꽃 이야기 .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