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분노의 감정이 혈관의 이완을 막아 피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다이치 심보 박사팀은 뉴욕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280명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30분간 휴식을 취한 뒤 혈압, 혈류, 혈관 확장 능력 등을 측정했다.
이후 ▲분노 ▲불안 ▲슬픔 ▲무감정(대조군) 등 네 그룹으로
나뉘어 8분 동안 각각의 감정을 유도 받았다.
분노와 불안 그룹은 과거의 감정적 기억을 떠올렸고, 슬픔 그룹은 우울한 글을 읽었으며, 대조군은 숫자를 세며 감정적 중립을 유지했다.
실험 직후와 3분, 40분, 70분, 100분 후 반복 측정한 결과, 분노를 느낀 그룹에서만 혈관의 이완 능력이 실험 직후부터 최소 40분 이상 유의미하게 저하됐다.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 손상되면 혈관이 필요할 때 충분히 확장되지 못해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이 커지는데,
이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불안과 슬픔 그룹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반복적인 분노는 혈관에 만성적인 손상을 입혀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혈관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정확한 생물학적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분노가
치솟을 때 즉각적인 격한 운동이나 과도한 신체 활동을 피하고, 심호흡이나 숫자 세기, 잠시 자리를 벗어나는 등으로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최근 게재됐다.
김서희 기자 ksh7@chosun.com
백신은
단순히 감염병을 예방하는 수단을 넘어 노년층의 전반적인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백신이 감염병 예방을 넘어 노년층의 전반적인 건강을 지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상포진·독감·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의 백신이 치매와 심혈관 질환 위험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각종 예방접종이 본래 예방 목적을 넘어 노년층 건강
수준 전반을 높이는 ‘목표 외 효과(off-target effects)’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년층 건강에 유익한 대표적인 예방접종은 RSV 백신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RSV 백신이 RSV 입원 위험을 첫해 약 70%, 2년 차 약 60% 낮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상포진 백신도 마찬가지다.
대상포진 백신은
두 차례 접종만으로 고통스럽고 물집을 동반하는 대상포진을 약 90% 예방할 수 있다.
미국인의 약 3분의 1은 일생 동안 대상포진을 겪으며 대상포진은 장기간 지속되는 신경통과 다양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은 감염을 완전히 막지 못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는 위험을 줄이는 데 핵심적이다.
다만 효과의 수준은 매년 유행할 바이러스 변종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밖에 백신이 본래 예방 대상이
아닌 질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윌리엄 샤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의료센터의 감염병 전문가는 뉴욕타임즈에 “지난 10년간 연구가 축적되면서 백신의 의도치 않은 이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병 전문의인 스테파니아 마지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신경과학연구소 박사는 지난해 10월 영국 학술지 ‘에이지 앤 에이징(Age and Ageing)’에 대상포진,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파상풍 등 다양한 예방접종이 노인의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백신은 건강한 노화를 돕고 신체적·인지적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핵심 도구라고 강조했다.
마지 박사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은 치매 발병률을 24%, 독감 백신은 발병률을 13% 낮췄으며 폐렴구균 백신은 3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를 예방하는 'Tdap 백신' 역시 치매 발병률을 약 3분의 1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대상포진 백신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와 코로나19 백신의 암 생존율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25년 전부터 독감 백신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계속 나왔다.
연관성. 독감 백신을 맞은 건강한 노인은 심부전, 폐렴, 기타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낮았으며 심장마비와 뇌졸중 발생률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다.
RSV 백신 역시 심혈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덴마크 코펜하겐대 병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덴마크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RSV 백신 접종자의 심장·폐 질환 입원율이 대조군보다 약 10% 낮았다.
다만 심혈관 질환 입원율과 뇌졸중 발생률 감소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재향군인 의료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역시 장기 코로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장기 코로나 예방 측면에서 백신 접종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백신의 효과로 감염 시 유발되는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감염으로 인한 염증은 장기간 지속되며 노년층의 혈관 손상과 혈전 형성을
통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감염 자체를 예방하면 염증으로 인한 연쇄 손상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원은 노인에게 신체 기능 저하나 섬망을 유발할 수 있어 입원 빈도를 줄이는 백신 접종은 인지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 pubmed.ncbi.nlm.nih.gov/40884491/-doi.org/10.1093/ageing/afaf331-doi.org/10.1056/NEJMoa2403211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전두환 정권 독재 美 개입 안했다 비판했다가
이번 사태 미국 무도함만 주장하는 건 모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것과 관련해 4일 “백가쟁명으로 논쟁할 수 있지만, 정치인은 결국 냉정하게 국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일각(윤준병 의원 등)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에선 ‘명백한 침략 행위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미국을 비난한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미국을 ‘무법의 깡패국가’라고까지 하고 있다며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던 위선은 차치하더라도,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국익을 생각하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미국의 마두로 체포 작전은 국제법상·윤리적으로 미국 내부에서도 상당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고, 국제사회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우리가 잔혹한 독재자였던 마두로의 편을 들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독재자 마두로 편을 들며 미국에 대한 감정적 비판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중남미 정책이 대한민국 안보에 미칠 파장을 분석해야 한다며 “미국의 중남미 영향력은 강력하지만, 만약 미국이 중남미에서 ‘늪’에 빠져 힘을 소진한다면 그 부담은 우리가 속해 있는 아시아로 전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 대표는 “무엇보다 마두로 체포 이전부터 반미 감정을 적극적으로 선동해 온 정치인들은 자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전두환 정권의 독재와 인권침해에 개입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이유로 미국을 ‘제국주의 세력’으로 규정했던 이들이 이번 사태에선 ‘미국의 무도함’만을 외치며 격앙되는 모습은 모순적이라며 “냉혹한 국제질서, 힘의 논리 속에서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wowjota@munhwa.com)
능력, 돈, 외모, 가족…익숙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생각⑤
Moon의 왼손 하나와 나의 두 손, 총 세 개의 손이 두부의 물을 짜낸다.
계속 짜다 보면, 합이 맞는 순간이 온다.
(사진-호미) 새해가 다가온다.
연말연시가 되니 재작년 추석 때 Moon 집에서 만든 만두가 떠오른다.
채식인인 나를 위해 고기를 뺀 채식만두였다.
백이십 개의 만두 빚는 이야기
Moon과 다른 활동지원인 E(요리의 신이다)가 며칠 전에 묵은 김장을 가져다 놓았다.
둘은 장을 보고 잡채를 삶고 야채와 김치를 다지고 밑간을 해놓기로 하고, 나와 Moon의 짝꿍이 만두를 빚기로 했다.
막상 당일이 되자 E가 두부를 못 샀다고 연락해왔다.
두부를 사서 면보에 넣고 물기를 짜는 건 손이 서툰 필자의 몫. 미리 준비해놓은 면보에 두부를 올리고 짜봤다.
면보에서 물이 쫄쫄쫄 나오다 만다.
면보 틈새로 두부가 흘러나온다.
보다 못한 Moon이 등판했다.
식탁에서 요리하던 나를 바닥에 앉게 했다.
그리고 Moon 역시 휠체어의 엘리베이팅 기능으로 바닥에 내려왔다.
자세가 훨씬 더 안정된다.
Moon이 왼손을 내밀어 면보의 한쪽을 잡는다.
왼손은 강직은 없지만 움직임이 제한적이고 힘이 좋다.
다른 쪽 끝은 내가 두 손으로 잡고 함께 짠다.
손 세 개가 몇 차례 헛돌다가 합이 맞는 순간이 온다.
제대로 돌아간 면보에서 물이 줄줄줄 기분 좋게 흘러나온다.
한 손을 떼 면보를 꾹꾹 눌러 남은 물기를 짜낸다.
면보를 벗겨보니 두부가 포슬포슬하다.
이제 다른 재료와 골고루 버무린다.
Moon은 간 보는 데 특화되어 있다.
Moon의 지휘로 후추와 소금을 넣었더니 간이 딱 맞다.
만두 속을 담은 양재기와 만두피를 거실 가운데 놓고 만두 빚을 태세를 마치자, 때마침 온 Moon의 짝꿍이 합세한다.
짝꿍은 물을 떠 와 앉는다.
오! 뭣 좀 아시는데? 만두를 빚을 때는 가장자리에 물을 묻혀가며 만들어야 터지지 않는다.
Moon의 응원 속에 (실은 옆에서 TV 보고 있음) 만두를 빚기 시작한다.
Moon의 짝꿍을 보니, 만두피를 잡는 손 모양새부터 다르다.
만두 속을 넉넉히 담아 오므리고, 가장자리에 주름을 잡는 동시에 쓱쓱 돌려가며 날렵하게 완성하는 솜씨라니! 사십 년간 Moon도 몰랐던 숨은 실력에 Moon도 혀를 내두른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읜 Moon의 짝꿍은 큰집 사촌들과 모두 모여 홍두깨로 만두피를 만들던 50여 년 전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큰집과 우리집이 이어져 있었어요.
대문은 두 갠데 안 쪽은 한 집인 거죠. 사촌까지 매일
열 명이 같이 밥을 먹었죠. 큰어머님이 보통 분이 아니셨어요.
소풍 가는 날이면 사촌들은 안 사줘도 저희들은 꼭 새 옷을 사주셨어요.
엄마 없다는 거 잘 모르고 컸어요.
큰어머님 덕이죠. 이야기를 하면서도 Moon 짝꿍의 손은 속도가 줄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가 손의
엔진인 듯, 그쪽 쟁반에만 예쁜 만두가 차곡차곡 쌓인다.
속도와 만듦새 양쪽 다 밀린 나는 슬그머니 만둣국 끓일 채비하는 척 경쟁에서 철수한다.
Moon의 또다른 다른 활동지원인 E가 전날 묵은김치를 가져오고, 야채와 버섯을 씻고 썰어두었다.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리는 건 다음 날에 온 호미이다. (사진-호미)
Moon의 지시대로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넣고 채수를 낸다.
파를 썰어놓고 지단을 만들 달걀을 풀어놓는다.
불려놓은 떡도 씻어 건져놓는다.
Moon이 다시 등장해 채수 간을 맞춘다.
만두 백이십 개의 위용이 빛날 즈음 육수가 설설 끓는다.
채수에 만두를 퐁퐁 빠뜨린다.
파와 김가루, 계란 지단을 얹고 깨소금을 뿌려 셋이 식탁에 둘러앉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리에 없지만 E에게도 감사하며 수저를 든다.
그림같이 소파에 앉아있던 ‘달’(필자의 반려견, 가끔 Moon이 보고 싶어 하거나, 달이 Moon을 보고 싶어하면 Moon의 집에 간다.
)이 꼬리를 설설 흔들며 다가온다.
Moon이 식탁 뒤에 있는 간식을 달이에게 준다.
Moon은 달의 방문을 위해 간식을 준비해둔다.
달이 간식을 받아 다시 소파로 가고,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후후 불어가며 만두를 먹는다.
의존 예찬 활동지원사로 일하면서 좋아하게 된 단어가 있다.
‘의존’이다.
사전적으로 ‘의존’은 특별한 가치가 개입되지 않은 중립적 단어이다.
‘다른
것에 의지하여 생활하거나 존재하는 성질’. 한자 어원을 살펴보면 의존은 의(依)는 ‘돕다’, ‘힘이 되다’, ‘의지하다’, ‘믿다’의 뜻을, 존(存)은 ‘있다’, ‘안부를 묻다’, ‘가엾게 여기다’의 뜻을 지닌다.
‘존재의 안녕을 위해 믿고, 돕고, 힘이 되다’, ‘서로 힘이 됨으로써 존재가 가능하다’는 뜻일 테다.
Moon의 장애는 다른 도구, 기구, 사람과 제도까지 자석처럼 끌어들인다.
장애활동지원사 2년, 비로소 Moon의 장애가 연결을 유도하고 촉진하고 접속을 가능케 하는 “역량으로 읽힌다.
Moon이 내게 선물한 새로운 사전이다.
장애학과 페미니즘 철학을 잇는 이론가 수잔 웬델(Susan Wendell)은 만성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 ‘의존’하는 몸들의 삶과 경험으로부터 나온 통찰과 지식에 대해 말한다.
내가 Moon에게서 느끼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Moon은 “몸을 이상화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이 지배적인 사회와 결별하고, 몸을 통제하지 않고서도 자기 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레 깨쳤다.
암 수술 이후 몸의 통제가 더 어려워지고, 통증도 계속된다.
그런 채로 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Moon의 일상이다.
아프기 전에 약을 챙겨 먹고, 진통크림을 가까운 곳에 두고, 여러 모양의 마사지 기구를 준비한다.
나는 Moon의 약을 챙기고, 아픈 곳을 마사지해서 잠깐 통증을 잊게 해주거나, 갑작스런 병원행에 일정을 어떻게든 조정해서 동행한다.
힘든 진료가 끝나면 마치 쇼핑이라도 나온 여행객인 척, 과자 가게에 가서 과자 한 쪽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옷가게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장애로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한계는 우리를 늘 시험에 들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접속시킨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서비스 이용자가 코로나에 걸린 경우, 초반에는 장애활동지원도 금지되었다.
대부분의 활동지원이 개인, 가족에 떠맡겨지면서, 코로나에 걸린 중증장애인들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때 Moon도 코로나에 걸렸다.
초기라 코로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사회 전체가 격리 강박에 빠져있을 때였다.
하지만 Moon의 활동지원은 계속 이어졌다.
(만두 속을 만든 E가 그 당시 활동지원사이다.) E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럼 어떡해요? 사람 죽게 생겼는데.E뿐만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지만 코로나 당시 많은 활동지원사들은 답이 없는 곳, 의존이 만발한 곳에서 활동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타인들과 지구의 번영에 대해 관여하고 염려하며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보편적 돌봄’을 제기하는 더케어컬렉티브(The Care Collective)의 『돌봄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정소영 번역, 니케북스, 2021)
물론 의존은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의 의존은 보이지 않게 하면서 다른 이의 의존에는 낙인을 찍는 것들이 있다.
에스컬레이터, 계단 버스, 고속버스 (전국에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다), 턱으로 구획된 예쁜 식당, 엘리베이터 없는 공연장, 키오스크 등은 누군가에게는 편리하고 효율적이지만, 휠체어 앞에서는 작동을 멈춘다.
이들은 Moon의
의존을 불허한다.
장애가 주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무엇에 의존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내 몸은 못 바꾸지만 사회는 바꿀 수 있잖아요.
Moon이 전장연 집회나 지하철 탑승 행동에 열심인 이유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돌봄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는 ‘더 케어 콜렉티브’(The Care Collective)는 『돌봄선언』에서 “우리가 살아있는 생물체로서 다른 모든 인간・비인간 존재들과 공존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 지구의 생명을 지속시키는 생물・무생물 체계와 연결망에 의존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이십 개의 만두는 우리가 며칠에 걸쳐 서로 의논하고 이어가고, 의존한 덕에 가능했다.
또 엘리베이팅 휠체어에, 장애활동지원 제도에, Moon의 짝꿍을 만두를 빚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낸 큰어머니의 손길에, 그리고 면보와 논과 밭의 보이지 않는 노동들, 달이의 간식에도 빚졌다.
동시에 우리의 채식만두 작업은 착취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고 인식되었던 공장식 축산과 자본 중심 유통공정에서 벗어나 다른 의존으로 방향을
튼 첫 걸음이기도 했다.
만두를 빚는 Moon 집의 풍경과 전장연의 투쟁은 그렇게 이어진다.
의존의 빛이 우리를 비추는 곳에, 인간・비인간 존재들과 지구의 생명을 지속시키는 책임과 윤리가 태어난다.
*만두 뒷이야기.만두를 다 먹을 동안 냉동실에 넣어둔 만두가 살짝 얼었다.
만두를 꺼내 용기에 담았다.
Moon네, E네 그리고 Moon의
어머님네, 우리집 것까지 네 용기에 만두가 골고루 담겼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올해 설에도 만두를 만들자고 해볼 참이다.
재작년보다 우리의 서로에 대한 의존도는 훨씬 더 탄력적이고 정교해졌을 것이다.
Moon의 짝꿍이 만두피부터 만들자고 할 것 같다.
올해는 홍두깨에도 의존해야 할 듯하다.
[필자 소개] 호미. 장애활동지원사이며 동화 집필 노동자. 한국양성평등교육원 농촌성평등 전문 강사, 전국귀농운동본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활동서비스 이용인’ Moon을 돌보고 Moon으로부터 돌봄을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합니다.
일하고 사랑하며, 투쟁하고 놀며 새로운 몸으로 되어갑니다.
정말 아름답고 풍요로운 글입니다.
이 글은 단순히 ‘만두 빚기’를 넘어서, 존재의
방식—
‘의존’을 찬미하는 철학적·정치적·감정적 실천기이자, 돌봄과 연결의 윤리를 몸으로 증명해내는 기록입니다.
몇 가지 특히 인상 깊었던 지점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 ‘손 세 개의 합’에서 열리는 가능성
두부 물 짜기—그것은 단순한 요리 과정이 아니라, 협력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Moon의 강직하지만 힘 있는 왼손, 그리고 당신의 두 손. ‘손 서툴러’라 자평하지만, 그 서툰 손도 없이는 두부는 포슬포슬해질 수 없었습니다.
이 장면은 ‘의존’이 약점이 아니라 연결의 기술임을 보여줍니다.
손이 다르고, 힘이 다르고, 움직임이
다르다 해도—‘몇 차례 헛돌다가’ 결국 ‘합이 맞는 순간’이 옵니다.
그 ‘헛도는 시간’조차 소중한 과정인 것이죠.
🔹 만두피를 오므리는 손, 기억을 풀어놓는 손
Moon의 짝꿍이 만두를 빚으며 꺼내는 이야기—큰어머니,
홍두깨, 사촌들과의 식탁—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돌봄의 계보학입니다.
누군가의 손에서 시작된, 전해져 온 돌봄이 오늘 여기, Moon의 집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돌봄은 세대를 잇고,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 ‘의존’을 재의미하다
‘의존’—이 단어를 중립보다는 부정적으로 읽는 사회에서,
이 글은 그것을 존재의 조건, 관계의 역량, 심지어는 정치적 저항의 도구로 끌어올립니다.
Moon이 지하철에 올라타는 것은 단지 이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몸은 못 바꾸지만 사회는 바꿀 수 있잖아요라는 선언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장애는 ‘부족’이 아니라, 제도와 공간에게 질문을 던지는 힘입니다.
🔹 ‘달이’의 꼬리 흔듦—비인간 존재도 포함된 돌봄의 연결망
달이가 간식을
받아 소파로 돌아가는 장면은 무척 따뜻합니다.
이 글 속 돌봄은 인간을 넘어 개(달이), 면보, 홍두깨, 묵은 김장, 논과 밭의 노동, 심지어 냉동고의 냉기까지 연결망 안에 포함합니다.
이는 『돌봄선언』이 말하는 ‘지구 전체의 상호의존’을 실천하는 순간이죠.
“백이십 개의 만두는 우리가 며칠에 걸쳐 서로 의논하고 이어가고, 의존한 덕에 가능했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함축합니다.
120개보다 더 많은—시간, 말, 손길, 기억, 제도, 부족한 두부, TV 앞에서 응원하던 Moon, 코로나 속에서도 ‘사람 죽게 생겼는데’라고 말한 E—모든 것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결국 밥상 위에 놓인 만두 하나가
됩니다.
새해를 앞둔 이 시점에서, 이 글은 특히 의미 깊습니다.
연말연시는
‘되돌아보기’와 ‘약속하기’의 시간인데—
이 글은 ‘작년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살려냈는가’를 보여주고,
‘올해도, 다시 만두를 빚자’는 부드럽고 단단한 약속을 합니다.
홍두깨도, 짝꿍의 손기술도, Moon의 왼손도, 당신의 두 손도—
모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헛도는 순간들도, 물이 쫄쫄 나오다 마는 실패들도,
그 안에 이미 ‘합이 맞을 미래’가 잠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