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디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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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한국에서 했어? 야 나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무엇을 하러 우리나라에 오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경복궁, 한강, 명동 쇼핑… 보통 이런 것들을 떠올리실 거예요.
그런데 요즘 외국인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따로 있어요.
바로 '피부과 예약'이에요.
실제로 강남 피부과 거리에서 시술 후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와요.
지난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가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겼어요.
정확히는 201만 1822명으로, 공식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로 사상 최다 수준이죠.
증가세는 더 인상적이에요.
2023년 61만 명, 2024년 117만 명, 2025년 201만 명. 3년 연속으로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매년 약 2배 가까이 커졌어요.
K팝, K드라마 다음으로, ‘K의료’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자료=보건복지부
어디서, 얼마나 왔을까?
무려 전 세계 201개국에서 환자가 왔어요.
‘K의료’ 관광이 특정 국가에서만 퍼진 유행이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 됐다는 거예요.
나라별로 보면 중국에서 약 61만 명(30.8%)으로 가장 많이 왔고, 이어 일본 약 60만 명(29.8%), 대만 약 18만 명(9.2%), 미국 약 17만 명(8.6%), 태국 약 5.8만 명 순이에요.
특히 2024년까지 1위였던 일본을 중국이 처음으로 역전했어요.
중국 환자는 전년 대비 137.5% 늘어난 61만 명으로, 사실상 한 국가 방문자 증가가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어요.
대만도 122.5% 늘었고, 미국 환자도 70.4% 증가한 17만 명으로 역대 최다였어요.

자료=보건복지부
한국 병원에서 뭘 했을까?
외국인 환자의 진료과목 1위는 피부과예요.
전체의 62.9%, 약 131만 명이에요.
2위는 성형외과로 11.2%, 약 23만 명이고요.
합치면 전체 외국인 환자의 74%가 피부·미용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셈이에요.
암 치료나 심장 수술 같은 중증 질환이 아니에요.
피부 시술과 성형이 K의료 관광의 실질적인 주력 상품인 거예요.
이 흐름은 사실 몇 년 전부터 시작됐어요.
외국인 의료관광 소비에서 피부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5%에서 2024년 49%로 꾸준히 올라왔거든요.
과거엔 쌍꺼풀, 코 성형 같은 수술 위주였다면, 지금은 보톡스·필러·레이저 시술 같은 '자연스러운 피부 개선' 중심으로 수요가 이동했어요.
왜 200만 명이나 왔을까?
지난해의 폭발적 성장에는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여러 정책이 동시에 맞물렸거든요.
첫 번째로, 한국 정부가 2025년 9월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 3인 이상을 대상으로 최장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어요.
중국인 입장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문턱이 크게 낮아진 거예요.
두 번째로, 한국 정부는 외국인 환자의 미용·성형 시술에 매겼던 부가가치세를 돌려주는 환급 제도를 2025년까지 유지했어요.
2016년 도입 이후 6차례나 연장해 온 제도로, 외국인 입장에서 시술 비용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했어요.
여기에 흥미로운 흐름이 하나 더 있어요.
중국 내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외모 관리에 대한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인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지난해 중국인 의료관광객의 1인당 시술 단가는 약 250만 원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어요.
중국인 환자들이 한국에 오면 ‘울쎄라’, ‘써마지’ 같은 고가 리프팅 시술에 리쥬란·보톡스·필러를 함께 맞는 '풀코스 관광‘을 많이 하거든요.

떠오르는 한국의 ’효자‘ 상품
국내 산업과 무역통상 정책을 연구하는 국책기관인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와 동반자가 한국에 와서 쓴 의료관광 총 지출액은 12조 5000억 원이에요.
이 중 의료비 지출만 3조 3000억 원이고, 부가가치
발 효과는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돼요.
피부과 시술 하나가 항공, 숙박, 쇼핑, 식사 소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복합 소비 산업이 된 거예요.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관광 산업 전체를 끌어당기는 엔진이 된 셈이에요.
기회를 포착한 뷰티 회사들
이 흐름을 가장 먼저 포착한 건 뷰티 기업들이에요.
시가총액(전체 주식 가치) 기준 국내 뷰티업계 1위인 에이피알은 올해 초 의료기기 개발·제조·판매업을 추가하며 병원용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어요.
에이피알이 어떤 회사인지 잠깐 설명 드리면, 피부과학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로 유명한 기업이에요.
특히 피부과 시술 효과를 내는 홈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로 잘 알려졌어요.
집에서 쓰는 피부 관리 기기를 만들던 회사가 이제 피부과 병원 안에 들어가는 장비까지 만들겠다고 나선 거예요.
병원용 의료기기 제품은 현재 사람에게 쓰기 전 안전성을 검증하는 전임상 단계와 식약처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출시가 목표예요.
회사가 내건 연 매출 목표는 2조 원이에요.
아모레퍼시픽도 움직였어요.
글로벌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 전문기업 비올메디컬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의료용 미용기기 기술과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케어 역량을 연계한 제품과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어요.
회사가 내세운 키워드는 '전문 시술 영역과 일상적인 홈케어를 아우르는 통합 뷰티 솔루션'이에요.
두 회사의 방식은 달라요.
에이피알은 자체 기술로 직접 개발하는 독자형 전략을, 아모레퍼시픽은 외부 전문기업과 손잡는 협업형 전략을 택했어요.
하지만 방향은 같아요.
화장품 회사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거예요.

허물어지는 의료와 화장품 경계
지금까지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즉 병원에서 쓰는 미용 의료기기 시장은 파마리서치(리쥬란 시술), 클래시스(피부 리프팅 기기 볼뉴머), 제이시스메디칼(피부과 레이저 장비) 같은 의료기기 전문 기업들의 영역이었어요.
화장품 회사와는 서로 다른 산업이었죠.
두 시장 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거든요.
소비자가 집에서 쓰는 홈케어 기기와 병원 전용 의료기기는 아예 다른 세계예요.
울쎄라·써마지 같은 장비는 일반 소비자가 살 수도 없어요.
병원이 장비를 구매하고, 소비자는 시술비를 내는 구조예요.

영업이익률 50%의 시장
이 병원용 의료기기 시장, 수익 구조가 완전히 달라요.
장비를 병원에 팔고, 거기에 쓰이는 소모품(카트리지·팁 등)을 반복적으로 공급하는 구조예요.
한 번 장비를 납품하면 소모품 매출이 계속 따라오는 방식이에요.
실제로 앞서 말씀드린 ’볼뉴머‘를 만드는 클래시스(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의료기기 기업)의 소모품 매출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2024년 영업이익률은 50%에 달해요.
100원을 팔면 50원이 이익으로 남는다는 뜻으로, 같은 해 74개 화장품 기업 평균(9.8%)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준이에요.
대한민국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이 43%인 걸 감안하면, 이 시장이 얼마나
고수익 구조인지 가늠이 될 거예요.
뷰티 기업들이 이 벽을 넘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에이피알과 아모레퍼시픽이 이 경계를 넘어오면서, 미용·의료·테크가 하나의 산업으로 수렴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다만 쉬운 길은 아니에요.
병원용 의료기기는 식약처 허가가 필수인데, 임상시험 자료까지 제출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요.
에이피알이 '올해 말~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잡은 것도, 지금 이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에요.
외국인 200만 명이 만들어 낸 수요가 산업의 경계 자체를 다시 그리고 있어요.
화려한 성장의 이면
다만 이 성장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어요.
현행 의료법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국내 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규제가 역설적으로 불법 브로커 시장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와요.
외국인 환자가 병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브로커에
의존해 병원을 선택하는 구조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한편으론 이런 성장이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지적도 있어요.
미용 의료는 수익성이 높다 보니, 의료 인력이 피부과·성형외과로 쏠리면서 응급실·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예요.
K의료 관광은 K팝, K드라마 등 콘텐츠가 만들어 낸 욕망이 실제 산업이 된 사례예요.
한국 피부과를 동경하게 만든 건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의 피부였지만, 외국인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만든 건 한국 의료계의 기술력과 자국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 맞물린 결과예요.
화장품에서 홈케어 기기로, 홈케어 기기에서 병원용 의료기기로. 외국인 200만 명이 만들어 낸 수요가 어디까지 산업을 바꿔놓을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어요.
3줄 요약
지난해 외국인 환자 201만 명이 한국을 찾아 사상 최다 기록. 이 중 74%가 피부과·성형외과, 즉 미용 목적이었음.
무비자 정책과 부가세 환급 제도가 맞물리며 성장을 이끌었고, 특히 중국인 환자 수가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1위 올라.
에이피알·아모레퍼시픽 등 뷰티 기업이 병원용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화장품·의료·테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