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먹세 그려
송강 정철 · 將進酒辭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꽃 것거 산 놓고
무진무진 먹새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덮어
주리혀 매여 가나
류소보장 만인이 우러 예나
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에 가기 곧 가면
누른 해 흰 달
굵은 눈 소소리 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 제
뉘우친들 어이리
현대어 풀이
한 잔 하자, 또 한 잔 하자. 꽃잎 꺾어 안주 삼아 셈해 가며 끝없이 마시자.
내가 죽고 나면, 지게 위에 거적 하나 덮여 끌려가든, 비단 휘장 아래 만 사람이 울며 보내든 무엇이 다르랴.
쓸쓸한 숲, 백양나무 아래 누우면 누런 해가 지고 흰 달이 뜨고, 굵은 눈 내리고 바람만 스산할 때 누가 와서 한 잔 하자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서 원숭이 휘파람 불 때 후회해 봤자 어찌하리.
내가 죽고 나면, 지게 위에 거적 하나 덮여 끌려가든, 비단 휘장 아래 만 사람이 울며 보내든 무엇이 다르랴.
쓸쓸한 숲, 백양나무 아래 누우면 누런 해가 지고 흰 달이 뜨고, 굵은 눈 내리고 바람만 스산할 때 누가 와서 한 잔 하자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서 원숭이 휘파람 불 때 후회해 봤자 어찌하리.
짧은 해설
정철의 장진주사는 이백의 호방함이 아니라 우수(憂愁)가 바탕입니다. 지게와 류소보장을 나란히 놓고 ‘둘 다 같다’고 말합니다.
“이 몸 주근 후면… 만인이 우러녜나” — 결국 같으니, 지금 마시자.
오늘의 한 잔
‘비단장막에 울어줄 이도 없다’는 마음, 정철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묻습니다 — “뉘 한 잔 먹자 할꼬.” 그 대답은 지금 여기입니다.
송강 정철, 1580년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