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이 숨을 쉰다 베른니니가 만든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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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TORY · LOUVRE · BERNINI
이 작품을 볼 때 처음에는 잠든 인물의 등과 곡선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진짜 놀라움은 그 아래에 있다. 베르니니는 단단한 카라라 대리석을 접힌 천, 눌린 베개, 푹 꺼진 매트리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관람자는 어느 순간 조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숨 쉬는 한 장면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현재의 조각상 몸체는 기원후 100~150년 무렵 제작된 로마 제국기 대리석 조각으로 본다.
베르니니는 1620년 무렵 매트리스와 베개를 더해 작품 전체의 감각을 바꾸었다.
고대 신화의 몸과 바로크 조각가의 감각이 한 작품 안에서 만난 드문 사례다.
조각은 원래 고대 신화 속 헤르마프로디토스를 표현한 작품이다. 그러나 루브르본이 유독 유명한 이유는 베르니니가 더한 침구 때문이다. 매트리스는 몸의 무게를 받은 듯 살짝 눌리고, 베개는 머리 아래에서 부드럽게 꺼진다. 천의 주름은 실제 직물처럼 접히고 흘러내린다.
여기서 베르니니의 천재성이 드러난다. 그는 단순히 받침대를 만든 것이 아니라, 조각 전체의 감정과 시선을 새로 설계했다. 고대 조각의 정적 아름다움 위에 바로크의 감각, 즉 움직임·촉각·놀라움을 덧입힌 것이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이름이 결합된 신화적 존재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는 님프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의 몸이 하나로 합쳐지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누드 조각이 아니라, ‘변신’, ‘욕망’, ‘몸의 경계’라는 주제를 품고 있다.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이 신화에는 불편한 지점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선정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신화와 바로크 미술이 인간의 몸과 정체성,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시각화했는지 읽어내는 것이다.
| 작품명 | Hermaphrodite endormi / Sleeping Hermaphroditus /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 |
|---|---|
| 소장 |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그리스·에트루리아·로마 고대유물부 |
| 재고번호 | MR 220, N 335, Ma 231.1, Ma 231 |
| 제작 시기 | 로마 제국기, 기원후 100~150년 무렵 |
| 베르니니 개입 | 1620년, 매트리스와 베개 제작 |
| 발견 | 1618년 로마, 디오클레티아누스 목욕장 인근 |
| 크기 | 높이 46.5cm, 길이 173.5cm, 폭 90.5cm |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한 번에 이해되는 작품이 아니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고대 조각으로 보이고, 다시 보면 베르니니의 손끝이 만든 침대가 보이며, 마지막에는 ‘변신’이라는 신화의 주제가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은 조각 하나가 아니라 세 겹의 시간이다. 고대, 바로크, 그리고 오늘의 시선이 같은 대리석 위에서 조용히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