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강수변공원에서 더위를 피해 나들이 나온 사람들을 테무에서 구입한 AI 안경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서윤경 기자
기술은 어쩌면 억울할 듯 합니다.
인류에 편리함을 주려고 진화를 거듭했는데 제대로 쓰이기도 전에 발칙한 상상력을 동원한 곳에 사용됩니다.
최근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AI 안경입니다. 억울함을 풀어줄 수는 없을까요. 그 방법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AI 안경'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쿠팡, 테무, 알리바바 등 대형 유통 플랫폼에 들어가 'AI 안경'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양한 버전에 가격도 천차만별인 AI 안경을 볼 수 있었다.
테무에서 AI 안경을 주문하니 일주일 뒤 배송이 완료됐다.
'AI 안경'을 착용한 채 지난 8일 주말 동안 서울 도심을 누볐다.
쓰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이 기록됐다.
수영장에서, 쇼핑몰에서, 영화관에서.

지난 주말 쇼핑몰 에스컬레이터에서 AI 안경으로 앞 사람을 촬영한 모습. 네 계단 아래에 서면 눈 높이가 앞 선 사람의 힙 라인과 맞아 떨어진다.
/사진=서윤경
기자
문제는 스마트 안경으로 '찍을 수 있다'는 것과 '찍어도 된다'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도심 속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강공원에서 '띵동' 소리와 함께 AI 안경이 촬영을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수영장에서 더위를 식히는 이들의 모습은 카메라에 그대로 찍혔다.
안경테에서 불빛이 번쩍여도 눈치를 채는 사람은 없었다.
조금은 한산한 쇼핑몰 안 에스컬레이터에서 4칸 정도 뒤에 서니 앞에 선 사람의 힙 라인이 눈 높이에 들어왔다.
안경테에선 촬영을 알리는 LED가 점멸 신호를 내고 있지만, 문제되는 건 없었다.
만약 한강공원 수영장처럼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있는 장소에서 특정 이용객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가장 먼저 검토되는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돼 있다.
촬영대상자의 동의없이 촬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다만 수영복 차림의 사람이 영상에 찍혔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촬영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인의 어떤 신체 부위를 어떤 각도와 거리에서 촬영했는지, 특정 부위를 의도적으로 부각했는지 등 구체적인 촬영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쇼핑몰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선 사람의 특정 신체 부위를 겨냥하는 경우에는 위험성이 더 커진다.
특정인의 신체가 화면 중심에 들어오도록 위치를 잡고 지속적으로 촬영했다면 단순히 사람이 우연히 영상에 포함된 경우와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 장비가 스마트폰인지 스마트 안경인지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현행법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안경 형태의 카메라도 요건을 충족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람 아닌 영화 찍어도 처벌…'개인 소장'도 예외 아니다

영화관 앞에서 영화 시작 전 AI 안경으로 촬영한 영화관 홍보 영상. 소리부터 영상 화면까지 제대로 촬영됐다.
/사진=서윤경 기자
관객수 400만 고지에 오른 영화 '호프'를 보려고 찾은 영화관에서는 적용되는 법이 달라졌다.
영화 시작 전 어둠 속에서 안경테 옆 버튼을 누르니 시선과 마주한 스크린 속 영상이 그대로 담기기 시작했다.
저작권법 제104조의6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 등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로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지 않고 AI 안경으로 촬영했다고 해서 예외가 되는 건 아니다.
안경에 장착된 카메라 역시 녹화기기에 해당할 수 있어 상영 중인 영화를 촬영하면 저작권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할 목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관 내 무단 녹화가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같은 AI 안경이라도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일상적인 풍경을 촬영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지만 특정인의 신체를 겨냥하면 성폭력처벌법 문제가, 영화관 스크린으로 향하면 저작권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불법촬영 도구 '오명'... 억울한 AI 글라스
해외에서는 몰카, 도촬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CNN 방송은 남성이 낯선 여성에게 연락처를 묻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해 영상을 찍고 모자이크도 없이 온라인에 올려 조회수를 늘리는 방식의 범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촬영을 시작하면 '점멸'하는 표시등은 쉽게 가릴 수 있어 상대는 알지 못했다.
CNN은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장면이 찍힌 사례도 있었다며 피해가 늘어나면서'변태 안경'이라는 오명까지 붙을 정도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AI 안경을 이용한 무단 촬영 의혹이 실제 경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데이트 상대 여성을 AI 안경으로 무단 촬영한 혐의를 받는 남성을 수사하고 있다.
이 남성은 메타 AI 글래스의 촬영 표시등을 가린 상태에서 상대 여성의 모습을 촬영한 뒤 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영상에 여성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들여다보며 성범죄
혐의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테무에서 10만원대(오른쪽)와 1만원대에 구매한 AI 안경. /사진=서윤경 기자
혹시 앞서 언급한 촬영 영상들 때문에 불법을 저질렀을 것이라 걱정한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엄밀히 말해 몰카나 도촬을 한 건 아니었다.
한강공원 수영장 대신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여유있게 말을 담그는 한강 수변공원을 찾아 스케치 풍경을 찍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선 가족을 상대로 모의 촬영에 나섰다.
영화관에선 영화 배급사 로고 영상만 찍었다.
불법과 합법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촬영은 수월했다.
촬영 동의를 구하기는 했지만, 피사체가 된 상대방은 자신이 언제 촬영됐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촬영된 영상과 사진의 화질도 나쁘지 않았다.
불순한 의도를 갖고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데 수긍이 가는 순간이었다.
AI 안경은 말 그대로 수영장에서도, 쇼핑몰에서도, 영화관에서도 그저 안경이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오래
살수록 배우자와 멀어지는 이유
예전엔 안 그랬는데… 자꾸 부딪혀요
“퇴직하고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 자꾸 부딪혀요.”
자녀를 키우고 생계를
책임지느라 바빴던 시절에는 크게 다투지 않았는데, 은퇴 후 오히려 배우자와 갈등이 잦아졌다는 중장년이 적지 않다.
성격이 갑자기 변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전문가들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생활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함께 있는 시간은 늘고, 역할은 바뀌었다
은퇴는 부부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기 시작하는 시기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관계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각자의 생활 리듬에 익숙했던 두 사람이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 사소한 습관 차이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 ‘2024
사회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75.6%였지만, 반대로 5.0%는 불만족, 19.4%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만족하는 부부가 많지만, 적지 않은 부부가 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조사 대상을 60세 이상으로 좁혀보면 온도 차가 드러난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배우자 관계 만족도는 66.9%로, 전체 국민 평균보다 약 9%포인트 낮았다.
은퇴 이후 배우자와의 관계가 이전보다 더 신경 써야 할 영역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달라진 것은 성격보다 ‘기대’
갈등의 원인은 의외로
큰 문제가 아니다.
집안일, 생활 습관, 대화 방식처럼 일상적인 부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은퇴 후에는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이제는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는 반면, 상대방은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원할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원하는 관계의 방식이 다르면 서운함이 쌓이기 쉽다.
‘노인실태조사’에서
배우자와 관계는 69.4%를 차지한 자녀와의 관계 다음으로 만족도가 높은 영역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상태(43.7%)나 경제상태(31.4%)보다도 노년기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년의 행복은 건강이나 소득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뜻이다.
좋은 부부는 싸우지 않는 부부가 아니다
관계 전문가들은
오래 함께 산 부부일수록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푸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생활 규칙을 함께 정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하며 “왜 그랬어?”보다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묻는 대화가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배우자와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은퇴 이후는 부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시기다.
서로를 가장 오래 아는 사람인만큼, 익숙함에 기대기보다 다시 이해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오래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
전혜정 기자angela@etoday.co.kr
왜 나이 들면 TV 소리가 작게 들릴까
TV 볼륨을 올려도 잘 안 들려요
“TV 소리가 왜 이렇게 작지?”
가족은 시끄럽다며 볼륨을 줄이는데, 정작 본인은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대화 중에도 “뭐라고?”를 자주 반복하고, 시끄러운 식당에서는 상대방 말이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
단순히 귀가 어두워진 걸까. 문제는 난청이 ‘소리의 크기’보다 ‘말의 선명도’를 먼저 빼앗아간다는 데 있다.
80만 명이 난청으로 병원 찾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난청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9년 65만 명에서 2023년 80만 명으로 5년 사이 약 23%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의 ‘40세 이상 성인의 난청 유병 현황(2019~2023)’ 보고서에서도 난청은 나이가 들수록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이상에서는 남성의 52.9%, 여성의 40.7%가 중증도 이상의 난청을 앓고 있었다.
달팽이관 안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퇴행한다
소리가 들리는 경로는 이렇다.
공기 중의 음파가 외이도를 통해 고막을 진동시키고, 그 진동이 중이의 이소골 세 개를 거쳐 달팽이관(내이)으로 전달된다.
달팽이관 안의 유모세포(hair cell)가 이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청신경을 통해 뇌로 보내는 구조다.
나이가 들면 이 달팽이관 신경세포가 서서히 퇴행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이것이 ‘노인성 난청(presbycusis)’이며, 서서히 진행되고 약물치료로는 좋아지지 않는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은 고주파(고음) 영역부터 먼저 저하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말소리 전체가 안 들리는 것이 아니라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TV 볼륨을 높여도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70대 이상 남성 절반이 ‘중증 난청’
질병관리청 2025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70대 이상에서는 남성의 52.9%, 여성의 40.7%가 중증도 이상의 난청을 앓고 있었다.
소리가 작게 들리는 불편함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통 자체에 지장이 생기는 수준이다.
난청은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난청이 있는 남성의 32.3%는 어지럼증을, 9.4%는 낙상을 경험해 난청이 없는 사람보다 각각 10%p, 3.2%p 높았으며, 여성도 난청 환자의 낙상 경험 비율이 비유병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귀와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이 같은 구조 안에 있기 때문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치매와의 연관성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난청이 방치될 경우 사회적 고립과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치매 위험 감소 가이드라인에서 난청을 수정 가능한 위험요인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들리지 않으면 대화가 줄고, 대화가 줄면 뇌의 자극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아야 하는 증상
노인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 말을 자주 되묻거나, TV 볼륨을 계속 높이게 되거나,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가 특히 어렵거나, 전화 통화가 불편하고 상대방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면 이비인후과 청력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난청 예방을 위해 이어폰 볼륨을 최대치의 60% 이하로 유지하고, 85dB 이상의 소음 환경에서는 귀마개 등 청각 보호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미 청력이 저하된 경우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보청기 착용이다.
청각장애로 등록된 경우 국민건강보험에서 구입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소리를 놓친다는 것은 대화를 놓치는 것이고, 대화를 놓친다는 것은 관계에서 멀어지는 시작이다.
귀의 변화를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보다, 지금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먼저다.
전혜정 기자angela@etoday.co.kr
나이 들수록 돈 걱정 커지는 이유
연금이 있지만, 자꾸 불안해요.
은퇴 후 가장 많이 큰 걱정은 뭘까. 바로 경제적 고민이다.
매달 연금이 들어오고 큰 빚도 없는데, 이상하게 지출할 때마다 망설여진다.
병원비가 걱정되고, 자녀에게 혹시 부담이 될까 신경 쓰인다.
통장 잔고보다 미래가 먼저 떠오른다.
사실 이런 불안은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보다 '고정 수입이 끊긴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수입보다 '언제까지 쓸까'가 더 걱정된다
직장에 다닐 때는 월급이 있었지만 은퇴 후에는 돈을 버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돈을 얼마나 오래 써야 하는지가 더 큰 고민이 된다.
돈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필요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불안을 키우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진 것도 영향을 준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4년 생명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3.7년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인은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없다.
80세까지 살지, 95세까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비보다 저축을 선택하게 된다.
혹시 나중에 돈이 모자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의료비는 가장 큰 불안이다
돈 걱정은 대부분 건강 걱정과 연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 발간한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17.9%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쓴 진료비는 전체의 44.1%에 달했다.
인구 비중의 두 배가 넘는 진료비를 쓰고 있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문제가 없어도 미래를 먼저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돈보다 '통제감'이 중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자산 규모와 불안감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년학에서는 경제적 안정감이 소득보다 '내가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정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매달 얼마가 들어오고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같은 자산을 가지고도 불안이 적다.
돈 걱정이 자꾸 커진다면, 그것은 마음이 보내는 신호다.
막연한 불안을 안고 있기보다, 지금 상태를 숫자로 확인해보는 것이 먼저다.
불안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전국 지사에서 개인별 자산·부채·현금흐름을 함께 점검해주는 노후준비 상담 서비스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고,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는 흩어진 연금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매달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한 장의 표로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도, 막연했던 불안은 구체적인 숫자로 바뀐다.
나이가 들수록 돈 걱정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중요한 것은 걱정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 걱정을 계획으로 바꿔놓는 일이다.
전혜정 기자angela@etoday.co.kr
평지에도 비틀 왜 나이 들면 균형감각 떨어질까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내려갔는데, 요즘은 꼭 난간부터 잡게 됩니다.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평지를 걷다가 순간 중심을 잃거나, 신발을 신으려고 한쪽 발로 섰는데 몸이 흔들리는 경험. 중장년 이후 흔히 나타나는 변화다.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히 다리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다기 근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균형은 눈·귀·근육·뇌가 함께 만든다
우리가 똑바로 서 있는 것은 몸이 알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눈은 주변 공간을 확인하고, 귀 안쪽의 전정기관은 몸의 기울기를 감지한다.
다리와 발목의 근육은 자세를 유지하고, 뇌는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종합해 몸의 중심을 조절한다.
나이가 들면 이 네 가지 기능이 조금씩 떨어진다.
하나만 약해져도 균형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넘어질까 봐가 아니라, 실제로 위험하다
균형감각 저하는 낙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5.6%가 최근 1년 동안 낙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낙상이 노년기 입원과 활동 제한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보고됐다.
이는 균형감각 저하는 단순히 몸이 둔해지는 문제가 아니라, 독립적인 생활을 위협하는 중요한 건강 신호라 할 수 있다.
발보다 먼저 늙는 것은 '감각'
많은 사람은 근력이 줄어드는 것만 걱정하지만, 오히려 감각 기능의 저하를 먼저 살펴봐야한다.
발바닥은 몸의 압력을 느끼고 중심을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발바닥 감각과 발목의 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귀의 전정기관 기능도 서서히 감소한다.
그 결과 몸은 중심을 잡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지고,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고개를 돌릴 때 쉽게 휘청거릴 수 있다.
하지만 균형감각은 나이가 들어도 훈련을 통해 유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ACSM), 2022 Guidelines for Older Adults)는 중장년과 노년층에게 주 3회 이상 균형운동을 권고하고 있다.
한 발로 서기, 뒤꿈치와 발끝을 일직선으로 걷기, 의자를 잡고 다리 들기 같은 간단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말 것
계단에서 난간을 자주 찾거나, 평지에서도 중심이 흔들리고, 방향을 바꿀 때 비틀거리는 일이 잦아졌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균형감각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몸은 조금씩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일찍 알아차리고 근력과 감각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오래 건강하게 걷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혜정 기자angela@etoday.co.kr
왜 손주와 대화가 어려울까
손주랑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학교는 어땠니? 그냥요.
밥은 먹었어? 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세 말이 끊긴다.
손주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조부모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린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 방식의 차이라고 말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줄었다
손주와 대화가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2020년 20.1%에서 2023년 10.3%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예전처럼 한집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손주와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께 웃고 이야기한 시간이 쌓여야 대화도 자연스러워진다.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한다
ㅋㅋ, ㅇㅋ, 이모티콘 하나에도 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
손주 세대에게는 짧고 빠른 반응도 충분한 대화다.
조부모 세대는 이야기를 길게 주고받아야 소통했다고 느끼지만, 손주는 이모티콘 하나나 짧은 메시지에도 공감과 관심을 담는다.
조부모에게는 대화가 끊긴 것처럼 보여도 손주에게는 이미 충분한 대답인 셈이다.
이 차이는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지금의 청소년은 스마트폰과 메신저, SNS를 일상처럼 사용하며 자랐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는 숏폼 영상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도 메신저 이용률은 95.8%로 사실상 대부분의 청소년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심리학에서도 청소년기는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로 본다.
이 과정에서 소통은 긴 설명보다 즉각적인 반응과 공감의 신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좋아요, ㅋㅋ, 이모티콘 하나가 긴 문장만큼의 의미를 담는 이유다.
대화보다 중요한 것은 '공통의 관심사'
소통 전문가들은 손주와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꼽는다.
공부는 잘하니?보다 요즘 제일 재미있는 게 뭐야?, 그 게임은 어떻게 하는 거야?처럼 손주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물어보는 편이 대화를 훨씬 오래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우려는 태도다.
손주의 언어를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게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 작은 관심이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손주와 대화가 어려운 것은 세대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보낸 시간과 살아온 환경, 그리고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대화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손주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공감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전혜정 기자angela@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