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 안경만 썼을 뿐인데…'기록'이 시작됐다 ['AI 글라스' 직접 써봤더니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강수변공원에서 더위를 피해 나들이 나온 사람들을 테무에서 구입한 AI 안경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서윤경 기자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강수변공원에서 더위를 피해 나들이 나온 사람들을 테무에서 구입한 AI 안경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서윤경 기자

기술은 어쩌면 억울할 듯 합니다.
인류에 편리함을 주려고 진화를 거듭했는데 제대로 쓰이기도 전에 발칙한 상상력을 동원한 곳에 사용됩니다.
최근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AI 안경입니다. 억울함을 풀어줄 수는 없을까요. 그 방법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AI 안경'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쿠팡, 테무, 알리바바 등 대형 유통 플랫폼에 들어가 'AI 안경'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양한 버전에 가격도 천차만별인 AI 안경을 볼 수 있었다.

테무에서 AI 안경을 주문하니 일주일 뒤 배송이 완료됐다.

'AI 안경'을 착용한 채 지난 8일 주말 동안 서울 도심을 누볐다.
쓰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이 기록됐다.
수영장에서, 쇼핑몰에서, 영화관에서.

찍어도 될까?…장소 바뀌면 달라지는 법

지난 주말 쇼핑몰 에스컬레이터에서 AI 안경으로 앞 사람을 촬영한 모습. 네 계단 아래에 서면 눈 높이가 앞 선 사람의 힙 라인과 맞아 떨어진다.
/사진=서윤경 기자


문제는 스마트 안경으로 '찍을 수 있다'는 것과 '찍어도 된다'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도심 속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강공원에서 '띵동' 소리와 함께 AI 안경이 촬영을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수영장에서 더위를 식히는 이들의 모습은 카메라에 그대로 찍혔다.
안경테에서 불빛이 번쩍여도 눈치를 채는 사람은 없었다.

조금은 한산한 쇼핑몰 안 에스컬레이터에서 4칸 정도 뒤에 서니 앞에 선 사람의 힙 라인이 눈 높이에 들어왔다.
안경테에선 촬영을 알리는 LED가 점멸 신호를 내고 있지만, 문제되는 건 없었다.

만약 한강공원 수영장처럼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있는 장소에서 특정 이용객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가장 먼저 검토되는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돼 있다.
촬영대상자의 동의없이 촬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다만 수영복 차림의 사람이 영상에 찍혔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촬영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인의 어떤 신체 부위를 어떤 각도와 거리에서 촬영했는지, 특정 부위를 의도적으로 부각했는지 등 구체적인 촬영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쇼핑몰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선 사람의 특정 신체 부위를 겨냥하는 경우에는 위험성이 더 커진다.
특정인의 신체가 화면 중심에 들어오도록 위치를 잡고 지속적으로 촬영했다면 단순히 사람이 우연히 영상에 포함된 경우와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 장비가 스마트폰인지 스마트 안경인지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현행법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안경 형태의 카메라도 요건을 충족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람 아닌 영화 찍어도 처벌…'개인 소장'도 예외 아니다

영화관 앞에서 영화 시작 전 AI 안경으로 촬영한 영화관 홍보 영상. 소리부터 영상 화면까지 제대로 촬영됐다.
/사진=서윤경 기자


관객수 400만 고지에 오른 영화 '호프'를 보려고 찾은 영화관에서는 적용되는 법이 달라졌다.
영화 시작 전 어둠 속에서 안경테 옆 버튼을 누르니 시선과 마주한 스크린 속 영상이 그대로 담기기 시작했다.

저작권법 제104조의6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 등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로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지 않고 AI 안경으로 촬영했다고 해서 예외가 되는 건 아니다.
안경에 장착된 카메라 역시 녹화기기에 해당할 수 있어 상영 중인 영화를 촬영하면 저작권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할 목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관 내 무단 녹화가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같은 AI 안경이라도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일상적인 풍경을 촬영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지만 특정인의 신체를 겨냥하면 성폭력처벌법 문제가, 영화관 스크린으로 향하면 저작권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불법촬영 도구 '오명'... 억울한 AI 글라스


해외에서는 몰카, 도촬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CNN 방송은 남성이 낯선 여성에게 연락처를 묻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해 영상을 찍고 모자이크도 없이 온라인에 올려 조회수를 늘리는 방식의 범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촬영을 시작하면 '점멸'하는 표시등은 쉽게 가릴 수 있어 상대는 알지 못했다.
CNN은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장면이 찍힌 사례도 있었다며 피해가 늘어나면서'변태 안경'이라는 오명까지 붙을 정도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AI 안경을 이용한 무단 촬영 의혹이 실제 경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데이트 상대 여성을 AI 안경으로 무단 촬영한 혐의를 받는 남성을 수사하고 있다.
이 남성은 메타 AI 글래스의 촬영 표시등을 가린 상태에서 상대 여성의 모습을 촬영한 뒤 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영상에 여성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들여다보며 성범죄 혐의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테무에서 10만원대(오른쪽)와 1만원대에 구매한 AI 안경. /사진=서윤경 기자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험한 '불법'

혹시 앞서 언급한 촬영 영상들 때문에 불법을 저질렀을 것이라 걱정한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엄밀히 말해 몰카나 도촬을 한 건 아니었다.
한강공원 수영장 대신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여유있게 말을 담그는 한강 수변공원을 찾아 스케치 풍경을 찍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선 가족을 상대로 모의 촬영에 나섰다.

영화관에선 영화 배급사 로고 영상만 찍었다.

불법과 합법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촬영은 수월했다.

촬영 동의를 구하기는 했지만, 피사체가 된 상대방은 자신이 언제 촬영됐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촬영된 영상과 사진의 화질도 나쁘지 않았다.
불순한 의도를 갖고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데 수긍이 가는 순간이었다.

AI 안경은 말 그대로 수영장에서도, 쇼핑몰에서도, 영화관에서도 그저 안경이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오래 살수록 배우자와 멀어지는 이유

예전엔 안 그랬는데… 자꾸 부딪혀요

“퇴직하고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 자꾸 부딪혀요.”

▲이미지= 생성형AI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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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생성형AI 제작

자녀를 키우고 생계를 책임지느라 바빴던 시절에는 크게 다투지 않았는데, 은퇴 후 오히려 배우자와 갈등이 잦아졌다는 중장년이 적지 않다.
성격이 갑자기 변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전문가들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생활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함께 있는 시간은 늘고, 역할은 바뀌었다

은퇴는 부부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기 시작하는 시기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관계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각자의 생활 리듬에 익숙했던 두 사람이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 사소한 습관 차이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 ‘2024 사회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75.6%였지만, 반대로 5.0%는 불만족, 19.4%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만족하는 부부가 많지만, 적지 않은 부부가 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조사 대상을 60세 이상으로 좁혀보면 온도 차가 드러난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배우자 관계 만족도는 66.9%로, 전체 국민 평균보다 약 9%포인트 낮았다.
은퇴 이후 배우자와의 관계가 이전보다 더 신경 써야 할 영역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달라진 것은 성격보다 ‘기대’

갈등의 원인은 의외로 큰 문제가 아니다.
집안일, 생활 습관, 대화 방식처럼 일상적인 부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은퇴 후에는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이제는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는 반면, 상대방은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원할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원하는 관계의 방식이 다르면 서운함이 쌓이기 쉽다.

‘노인실태조사’에서 배우자와 관계는 69.4%를 차지한 자녀와의 관계 다음으로 만족도가 높은 영역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상태(43.7%)나 경제상태(31.4%)보다도 노년기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년의 행복은 건강이나 소득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뜻이다.

좋은 부부는 싸우지 않는 부부가 아니다

관계 전문가들은 오래 함께 산 부부일수록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푸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생활 규칙을 함께 정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하며 “왜 그랬어?”보다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묻는 대화가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배우자와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은퇴 이후는 부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시기다.
서로를 가장 오래 아는 사람인만큼, 익숙함에 기대기보다 다시 이해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오래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

inG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미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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