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 윤석열 대통령이 3개 법안을 거부했어. 예상했지?
응. 이건 좀 일찌감치 거부할 거란 예고가 있었어. 지난달 19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된 후 대통령실에서 특검법은 반헌법적이고 위법적이라고 했거든.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위헌적이고 정쟁형 법안이라고 말했고.
️도대체 이유가 뭐야?
쌍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거부→재의결→폐기 과정을 거쳤거든. 근데 또 야당이 법안을 밀어붙였단 거야.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이 8가지로 넓어졌거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더해 명품 가방 수수와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다 넣어서. (대통령실은) 더 악법이 됐다고 주장해.
️거의 매달 한 번씩 거부권이 쓰이고 있어. 대통령실 분위기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이번엔 거부권 행사가 조금 늦어지긴 했어. 법안이 통과된 지 13일 만에 결정했거든.
️다른 때는 달랐어?
그동안 사례를 보면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마자 거의 바로 거부권을 썼거든. 속전속결이었지. 그나마 늦어졌던 게 윤 대통령 휴가 기간에 의결된 방송4법이었고. 그러니 이번엔 고심했다고 볼 수 있지.
️윤 대통령이 좀 달라졌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론이 안 좋으니까.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60%를 넘었잖아.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계속 나오면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고. 대통령 입장에서도 거부권을 바로 행사하기엔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이번에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
️윤 대통령은 지지율 신경 안 쓴다더니, 아닌가 보네.
윤석열 정부는 개혁을 강조하잖아. 의료개혁 같은 4대 개혁을 어떻게 여론 눈치를 보고 하냐는 입장이고. 근데 막상 최근 해외 순방을 다녀와서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면, ‘우리 성과를 알아줬다’고 반응하거든.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지금 상황에선 신경을 안 쓸 수 없겠지.
️임기가 절반 지났는데, 벌써 법안 24개를 거부했잖아. 지켜보는 기자들도 피곤할 거 같은데?
이제 대통령실에 ‘거부권을 행사할 거냐’란 질문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 거부권을 쓴다는 가정 하에 ‘언제 할지’를 묻는 거지. 거부권을 써도 법안이 또 올라오고, 거부하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통과되자마자 법안을 비판하니까, 거부권이 일상이 된 것 같아. 역대 다른 정권하고 비교하는 것도 무의미한 것 같고.
️왜?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45개 법안을 거부했지만, 12년 동안 그랬던 거야. 정부가 만들어지는 불안한 불안한 시기이기도 했고. 근데 윤 대통령은 2년 반 동안 24개 법안을 거부했어. 아직 임기 반환점도 안 돌았는데….
️윤 대통령은 왜 그럴까?
대통령의 의무란 거야. 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며 독주하는데 그냥 두는 건, 직무유기란 거지.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거부권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635번,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81번, 트루먼 대통령은 205번, 레이건 대통령은 78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말야.
️일리가 있어?
미국과 우리는 거부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좀 다르단 생각이 들어. 미국은 거부권 행사가 줄어드는 추세로 알고 있거든. 불가피한 상황에서 행정부가 입법부인 국회를 견제할 때 활용하는 거지. 삼권분립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존중하란 뜻도 담겼으니.
️윤 대통령은 달라?
올 5월쯤 대통령이 국민의힘 총선 당선자들을 만나서 한 이야기가 논란이 됐어. 헌법의 권한에서 여당을 돕겠다면서 거부권을 활용해서 야당과 대등하게 협상력을 끌어올리면 좋겠다고 말야.
️그 말이 뭐가 문젠데?
신중하게 써야 할 권리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한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니 마구 써도 된다는 논리가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어.
️왜 그런 생각을 할까?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다 보니 (정치적 사안도) 사법적 잣대로 보려는 경향이 있어. 야당이 통과시킨 법은 위법이고, 거부권은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니 법으로 해결하겠단 생각 말야. 사실 정치하는 대통령이라면 소통도 하고 야당하고 협치도 해야 하잖아. 이런 정치인의 모습보단 법조인에 가까운 모습이 아닌가 싶어.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거 말고,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막으려는 법안은 뭐야?
아무래도 쌍특검법이지. 채상병 특검법은 결국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을 따지는 거잖아.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해병대 수뇌부, 국방부, 대통령실을 수사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결국 자신을 겨냥한 수사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 김건희 특검법도 자신의 배우자 의혹을 밝히는 거고.
️대통령은 좋겠는데? 자신과 가족의 비리를 파헤치려는 특검법을 거부해버리면 되니까.
그렇지. 대통령이 본인의 가족, 측근을 수사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한단 목소리도 있어. 다른 법안과 달리 특수하게 봐야 한다는 거지. 전 정권에선 이런 사례가 없었거든.
️없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법을 거부하지 않았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지목된 사람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 국정상황실장, 제1부속실장이거든. 엄연히 따지면, 본인이나 가족은 아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