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현 기자
임진왜란 때 임금을 지키며 왜군과 싸우다 26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은 참의 박문효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전북 정읍 서현사지에 붉게 물든 배롱나무꽃이 만개했습니다.
현재 사우는 고종 때 서원 철폐령에 따라 철거됐지만 부인 송씨를 기리는 유허비와 정려문이 남아 나라를 위한 충신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곳에 핀 배롱나무꽃은 건물 처마를 감싼 단청의 빛깔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여름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정취를 선사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된 서현사지는 여름철 매력적인 모습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엄승현(esh@yna.co.kr)
“모르면 손해, 알면 천국!” … 현지인 추천 연꽃·배롱나무 무료 스팟
연못 가득 피어난 연꽃 사이, 붉은 배롱나무가 정자의 처마
끝을 스치듯 드리운다.
그 아래 고요히 앉아 있는 정자 하나. 바람 한 줄기에 꽃잎이 흔들리고, 물결은 잔잔하게 퍼져 나간다.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도 이곳엔 느릿한 시간이 흐른다.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오래된 동양화처럼 선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장면을 볼 수 없다.
7월의 체화정은
아직 준비 중이다.
연못은 푸른 이파리만 고요히 떠 있고, 배롱나무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 어떤 화려함도 없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특별한 장소다.
단 한 달, 오직 8월에만 열리는 정원의 절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분홍빛 연꽃이 연못을 채우고, 붉은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배롱나무가 정원을 물들이면 체화정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 시기를 기다리는 사진가들이 매년 이곳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선시대 정자와 계절의 정취가 정확히 겹치는 순간, 풍경은 하나의 장면이 아닌 이야기가 된다.
8월에만 피는 꽃, 그 속에 숨은 고택. 지금은 조용한 이
공간이 곧 가장 화려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경북 안동, 체화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체화정
“연꽃·배롱나무 한꺼번에 피는 조선 정원, 입장료도 안 받아요”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풍산태사로 1123-10에 위치한 ‘체화정’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정자 건축물이다.
1761년 예안 이씨 진사였던 만포 이민적이 학문을 닦기 위해 창건했고, 형 이민정과 함께 거주하며 지낸 장소로 전해진다.
정자 이름인 ‘체화’는 ‘형제간의 화목’을 뜻하는 ‘상체지화’에서
따온 말이다.
실제로 형제의 우애를 기리는 상징적 공간으로도 평가받는다.
건물 구조는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중층 팔작지붕 형식으로
전통 정자의 정형을 따른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정자 앞 연못과 그 안의 세 개 인공섬이다.
이는 방장산, 봉래산, 영주산을 본떠 만든 것으로, 신선이
머문다는 삼신선산의 세계관이 반영돼 있다.
전통 조경사적으로도 가치가 크며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상징과 철학이 깃든 공간이다.
체화정의 가치는 외관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정자에 걸린 ‘담락재’라는 현판은 조선 후기의 거장, 단원 김홍도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판 하나만으로도 유서 깊은 장소임을 입증한다.
조
시대의 정자 문화, 선비들의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곳으로 문화재적 가치도 높다.
실제로 체화정은 보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무더운 여름, 체화정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 정원 풍경
때문이다.
매년 8월이면 정자 앞 연못에는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배롱나무가 분홍빛 꽃을 터뜨린다.
정자 건축과 어우러진 이 꽃들은 전국의 사진가와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방문객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나 현대적 시설은 없지만,
그 대신 옛 정자의 구조와 정원 사이의 균형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장치는 없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도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어 한적함도 큰 장점이다.
여름철 혼잡한 관광지와는 달리, 체화정은 절제된 아름다움과 역사적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주차장 등 편의시설
정보는 별도로 제공되지 않지만, 일반 차량으로 접근 가능하다.
특정 시간에 제한 없이 관람할 수 있어 자유로운 여행 동선에 포함시키기도 수월하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색이 짙어지는 정원, 그 안에서 오래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여름에 피는 꽃, 배롱나무 개화시기, 이름 유래, 목백일홍, 백일홍나무, 백일홍 꽃과 꽃말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꽃이 오래 피는
배롱나무와
백일홍을 올립니다.
배롱나무와 백일홍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두 식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배롱나무와 백일홍을 비교해 보면
분류상 전혀 다르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각각
나무와 풀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불리든지 배롱나무, 목백일홍,
백일홍나무 꽃은 나무에 핀 꽃이고,
백일홍 꽃은
풀꽃입니다.
장맛비가 내리든 강한 햇볕이 내리쬐든
보는 이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식물들입니다.
배롱나무
요즘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한창 피고 있죠?
배롱나무를 목백일홍, 백일홍나무라고도 합니다.
배롱나무 색깔은 진분홍색 외에도 개량종인지
연분홍색, 보라색 등도 있더군요.
흰색 꽃이 피는 배롱나무는
흰배롱나무로 따로 분류됩니다.
화분에 심어서 기르기 좋은
미니 배롱나무도 판매되고 있어요.
배롱나무 개화시기는 대체로 7~9월입니다.
배롱나무는 도금양목 부처꽃과의
낙엽소교목입니다.
학명은 Lagerstroemia
indica입니다.
영어로는 crape myrtle입니다.
배롱나무 이름 유래가 궁금합니다.
이름이 원래 백일홍나무였다가
배기롱나무에서 배롱나무로
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롱나무는 꽃이 백일을 간다고 하는데,
꽃이 한 번 피면 백일을 가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는 꽃들이 연속하여 피기 때문에
백일 동안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배롱나무 수피-나무껍질이 특이합니다.
나무껍질이 벗겨진 부분은 매끈합니다.
배롱나무 줄기를 간질이면 나뭇가지가
흔들린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고도 합니다.
나무껍질이 매끈해서 원숭이도 미끄러진다고
'원숭이미끄럼나무'라고도 한답니다.
배롱나무 꽃말은 '부귀,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입니다.
흰배롱나무 꽃말은 '수다스러움,
웅변, 꿈, 행복'입니다.
배롱나무
흰배롱나무
흰배롱나무와 배롱나무 꽃 사진
"5060분들 사이에 소문난 이곳" 8월 절정인 산림청 선정 올해의 배롱나무꽃 절경 명소
“배롱나무꽃이 붉게 피어날 때,남화의 숨결이 시작됩니다”
진도 운림산방,예술과 정원이 만나는 순간
전남 진도, 이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 있습니다.
고즈넉한 초가와 연못, 그리고 진분홍빛으로 피어난 배롱나무. 그 풍경 속에서 남도 회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진도 운림산방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고택이 아니라, 한국 남화의 근원지이자조선 후기 대표 화가 소치 허련의 삶과 예술이 녹아 있는 화실입니다.
운림산방의 이름처럼, '구름 속 숲 속 집'
'운림(雲林)'이란 이름은
첩첩산중 아침저녁 피어나는 안개가 숲을 덮으며 마치 구름이 머무는 숲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허련이 화실로 삼은 이 초가집은 자연 속 예술 공간의 전형으로, 안개가 걷히고 난 운림지의 물빛과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소치 허련(1808~1893)은
추사 김정희에게 그림을 사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남종화 세계를 이룬 인물입니다.
이곳에서 그는 생애 마지막까지 화업에 몰두했으며, 그의 아들 허형, 손자 허백련 등 5대에 걸쳐 남화의 맥이 이어졌습니다.
운림산방은 단순한 유산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예술 공간으로, 지금도 기념관과 진도역사관을 통해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배롱나무꽃이 피어나는 계절,운림지 풍경
운림산방 앞 연못 ‘운림지’는
한 면이 약 35m에 달하며, 그 중앙에는 자연석으로 만든 인공섬이 자리합니다.
이곳에는 소치가 직접 심은 백일홍, 즉 배롱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이 배롱나무는 올해 산림청이 선정한 ‘2025 올해의 나무’로, 여름이면 짙은 분홍빛 꽃을 피워내며, 연못의 초록 연잎과 배경 산세와 어우러져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냅니다.
운림산방은 영화 「스캔들
- 조선 남녀 상열지사」의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이 고택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자연의 조화는 지금도 수많은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습니다.
주변 산책과 더불어 즐기는 코스
운림산방에서 약 150m를
오르면 ‘진도아리랑비’가 자리하고 있어 조용한 숲길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쌍계사, 상록수림과도 인접해 있어 하루 일정으로 조용한 진도 여행을 계획하기에 적합합니다.
운림산방 이용 정보
주소: 전남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315
운영 시간: 매일 09:00~18:00 (동절기 17:00까지, 입장 마감 30분 전)
입장료: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800원
문의: 061-540-6262
기타: 입구 체험공간은 무료 이용 가능, 어린이에게는 물고기 먹이 한 컵 제공
여름의 진도, 왜 운림산방일까요?
진도의 바다와 쏠비치,
자연휴양림도 훌륭하지만, 진한 여름빛 속에 배롱나무꽃이 피어난 운림산방의 정원은 그 자체로 고요하고 우아한 풍경이 됩니다.
자연과 예술, 전통이 어우러진 운림산방은 여름 진도 여행의 첫 번째 페이지로 추천드릴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꽃길만 10만 평이에요" 200년 배롱나무가 물든 힐링 정원 명소
여름이면
어디서나 꽃은 피지만, 이곳의 여름은 다릅니다.
배롱나무꽃이 붉게 물들이는 순간, 정원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닌 듯한 또 다른 세계로 변합니다.
전라남도 군위의 수목원 '사유원'에서는 8월 한 달간 배롱나무꽃 축제, ‘별유동천’이 펼쳐집니다.
꽃을 보는 것을 넘어, 생각을 걷는 정원, 자연이 건네는 사유의 시간.
이 여름, 다른 차원의 정적과 감동을 만나고 싶다면 사유원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사유원의
‘별유동천’은 말 그대로 ‘세속과 다른 차원의 정원’입니다.
이곳에는 수령 200년 이상의 배롱나무 수십 그루가 정원 한복판을 수놓고 있습니다.
배롱나무는 백일홍이라는 이름처럼 100일 넘게 피어 있는 여름꽃으로, 오래 피고 오래 견디는 인내의 상징이기도 하죠.
이 정원은 단순한 꽃밭이 아니라, 걸을수록 깊어지는 감성의 공간입니다.
나무 아래 작은 바람결, 흔들리는 붉은 꽃잎, 햇살을 머금은 그늘마저도 모두가 감상의 요소가 됩니다.
사유원의
또 다른 구역 ‘풍설기천년’은 300년 이상 된 모과나무 108그루가 조성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나무를 보는 것을 넘어, 숲해설사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나무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누구나 참여 가능한 ‘숲 테라피 도슨트’는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가장 느리고 깊은 산책이 될 것입니다.
사유원의
진짜 매력을 더 깊이 경험하고 싶다면, 단연 ‘프라이빗 선셋 카트 투어’를 추천합니다.
8월 16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에만 열리는 이 투어는 하루 단 15명에게만 허락된 프리미엄 체험입니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정원을 카트를 타고 둘러보며, 평범한 낮과는 전혀 다른 정원의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사유원 정상에서 즐기는 캐주얼 디너 박스.
일몰과 함께하는 이 식사는 자연, 정원, 미식이 하나 되는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사유원의
여름 정원 산책이 끝났다면, ‘가가빈빈’과 ‘몽몽차방’ 두 곳의 카페에서 여운을 이어가보세요. 이곳에서는 배롱나무꽃의 붉은빛에서 영감을 받은 자두 하이볼, 패션후르츠 애플티 등 여름 한정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원한 음료 한 잔과 함께 창밖으로 이어지는 배롱나무길을 바라보는 이 순간은,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를 마시고 있는 듯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흔히 백일홍이라고 말하는 '배롱나무꽃'(14)
더경남뉴스가 계절별 꽃 순례를 합니다.
전체 꽃 정취보다 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 야생화로 불리는 들꽃 등을 두루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연일 가마솥 열기를 내뿜는 날씨 속에서도 절기에 맞춘 꽃들은 저마다 열심히 피고 있습니다.
무궁화가, 수국이 그렇고 배롱나무도 그러합니다.
호기로운 극한폭염에도 장장 한 해를 기다렸다며, 가소롭단 듯 꽃잎을 활짝 피웁니다.
지금은 '자기들의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꽃은 부처꽃과에 속하는 배롱나무입니다.
배롱나무는 백일홍(百日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 꽃 무슨 꽃이야?"라고 하면 열에 일곱 정도는 백일홍이라고 하지요. 꽃은 7∼9월 붉은색 또는 자주색, 흰색으로 핍니다.
꽃이 오랫동안, 100일 정도 피어 있다고 해서 이렇게 불립니다.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 오랫동안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화단 등에 더러 심어져 있는 1년생 화초 백일홍과 다른 꽃입니다.
지난 7월 31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천곡리 배롱나무 군락지에서 찍었습니다.
진주시 진성면 천곡리 배롱나무 군락지 모습. 뙤약볕 폭염 속에 굳건하게 지키는 자태가 도도해 보인다.
배롱나무 원산지는 중국인데 우리나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약 3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하네요.
꽃은 분홍색이 가장 많고 흰색과 붉은 보라색이 있습니다.
속설엔 배롱나무를 심은 사람이 숨지면 붉은 꽃 대신 소복을 입은 것처럼 흰꽃이 무려 3년을 핀다는 말이 있습니다.
꽃차례 길이는 10~20cm, 지름은 3~4cm입니다.
꽃잎은 꽃받침과 더불어 6개로 갈라지고 주름이 많습니다.
멀리서 보면 한 무더기(송이)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많은 꽃이 모여 있습니다.
꽃잎 끝자락의 선도 예쁘게 주름져 곱습니다.
분홍색 배롱나무의 꽃말은 '부귀',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이고 흰 배롱나무의 꽃말은 '수다스러움', '웅변', '꿈', '행복'이라고 합니다.
배롱나무는 백일홍나무 또는 목백일홍이라고 했는데 '백일홍' 소리가 축약돼 불리면서 '배롱'이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줄기는 다 자라면 5m 정도가 되고 굽어지게 자랍니다.
열매는 삭과로 10월에 익습니다.
보통 6실이지만 7~8실도 있습니다.
열매 즉, 씨는 기름을 짜고 재목은 줄기와 가지가 깔끔해 도구재, 세공물로 활용됩니다.
번식은 씨를 봄에 파종하는 실생이나 휘묻이 또는 포기 나누기, 물꽂이와 삽목으로 합니다.
파종 묘목은 발육이 빨라 2~3년에 1m 이상 자랍니다.
삽목은 전년에 자란 굵은 가지를 15~20cm로 잘라 흙에 꽂아두었다가 뿌리를 내리면 키우다 다음해 봄에 이식하면 됩니다.
폭염을 쏟아내는 하늘 못지 않게 분홍색 꽃 자태도 흐드러져 있다.
매서운 폭염 속 구름의 기세도 만만찮아 보인다.
사납게 보이는 폭우형 구름 아래 분홍색 배롱나무꽃이 무척 이채롭다.
분홍색 꽃을 풍성하게 단 배롱나무. 한여름 꽃 자태를 오롯이 보여준다.
분홍색 꽃과 푸른 잎사귀, 폭염의 하늘이 한여름임을 나타낸다.
붉은 눈을 달고 있는 듯한 배롱나무꽃 모습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린 배롱나무꽃의 자태. 봄철에 피는 진달래의 변형 교접종 꽃 같기도 하고 분홍색 털로 짠 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흐드러진 분홍 배롱나무꽃 모습. 폭염 열기만큼이나 정열적이다.
무리 지은 배롱나무꽃 자태. 이렇게 무리를 지어 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상 정창현 기자
□ 배롱나무 다른 이름과 그 연유
배롱나무는 목백일홍(나무백일홍), 양반나무, 간질나무, 간지럼나무 등으로 불립니다.
배롱나무를 양반나무라고 하는 것은 나무의 생김새와 관련이 있습니다.
껍질이 얇게 벗겨져 떨어지면 그 자리에 흰색 또는 회갈색 무늬가 생깁니다.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 '원숭이도 미끄러져 떨어질 수 있는 나무'라고 합니다.
껍질 색깔이 고상하고 단정한 양반의 옷감을 연상시키고, 꽃이 오래 피는 모습이 선비의 지조와 기품을 닮았다고 여깁니다.
배롱나무는 꽃이 피고 지는 기간이 길어 백일 동안 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배롱나무는 햇볕이 잘 드는, 양반들이 주로 거처하는 별당이나 정원에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반들은 배롱나무의 아름다운 꽃과 잎, 껍질의 독특한 질감을 감상하며 자연과 교감했습니다.
사찰이나 고궁에도 꼭 있는 나무입니다.
사찰에 심은 이유는 배롱나무가 껍질을 벗고 깔끔한 속살을 드러내는 것처럼 속세의 묵은 떼를 씻고 묵언수행에 정진하라는 뜻이고, 서원에 심은 것은 깨끗함을 의미하는 배롱나무처럼 관직에 나설 때 청렴하란 의미에서 심었다고 합니다.
즉, 양반나무라 기개와 충직, 부귀를 상징해 사대부의 정원에 심어 가꾸고 사랑한 나무였습니다.
또 배롱나무는 꽃이 피고 질 때 간지럼을 타는 듯한 모습을 보여 간질나무, 간지럼나무 또는 간즈름나무로 불리기도 합니다.
본래 줄기나 잎, 꽃은 간지름을 타는 것처럼 미세한 진동에도 잘 움직입니다.
나무의 줄기를 손톱으로 긁으면 간지럼을 타는 듯 나무 전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저금 타는 낭’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간지럼을 타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 자리한 비석(공덕비 등) 주변엔 배롱나무가 꼭 심어져 있었지요. 멋모르고 나무 줄기와 껍질을 간질러보는 놀이도 했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네요.
일본에서는 게으름뱅이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추위에 약해 봄에 싹도 늦게 나오는 데서 유래됐습니다.
□ 유명한 곳
배롱나무는 별칭의 유래에서 보았듯 기풍이 좋아 사찰, 향교, 서원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경남 밀양 표충사, 경북 안동 병산서원, 대구 하목정, 충남 논산 명재고택, 전남 담양 명옥헌 등에 있는 배롱나무는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충청 이북에선 배롱나무를 보기 힘든데 서울 덕수궁 배롱나무가 볼만합니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배롱나무는 지난 1965년 4월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배롱나무는 양정 전철역에서 1.5㎞ 떨어진 화지공원에서 두 그루가 자리하는데 큰 나무는 8.3m 정도 됩니다.
수령은 800년 정도로 추정(지정일 기준)됩니다.
고려 중기 안일호장(安逸戶長)을 지낸 동래 정씨 시조의 묘소 양 옆에 한 그루씩 심었는데 원줄기는 죽고 주변의 가지들이 별개의 나무처럼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다고 전해집니다.
경남 창녕 사리 배롱나무군은 경남도기념물로 지난 1995년 5월 지정됐습니다.
창녕군 계성면 사리마을 배롱나무군은 임진왜란(1592년) 때 영산(창녕군 남부 지역의 옛 행정 구역)과 창녕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신초 장군이 계성면 사리에 정자를 짓고 노후를 보내면서 정자 주변에 심은(1600년경) 나무들로 현재 35그루가 남아 있습니다.
□ 배롱나무 풍속
제주도에서는 '저금 타는 낭(간지름을 타는 나무)'이라고 부르는데 앞에서 소개했듯 사대부가 정원에 심어 가꾸는 것과 달리 무덤에 심는 나무로 여기고 집안에는 절대로 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갈색에 우둘투둘한 일반 나무 껍질과 달리 매끄러운 껍질이 벗겨지면 살이나 피부가 없는 뼈처럼 보이고, 빨간 꽃은 핏물로 죽음을 연상해 불길하다며 집안에는 심지 않게 됐다고 합니다.
또 남부 지역에서는 귀신을 쫓는다고 해 무덤 주변에 흔히 심는 풍속도 있습니다.
같은 나무인데 정반대 속설이 생긴 것은 사대부들이 백성들이 이 나무를 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만든 속설이 아닌가 합니다.
같은 여름꽃인 능소화에도 비슷한 속설이 있습니다.
요즘엔 정원수로 인기가 좋아 많이 심습니다.
□ 배롱나무 전설
옛날 바닷가 마을에 사룡이란 사내와 한 처녀가 사랑을 피워가고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선 물 속의 괴물(용이 못 된 뱀인 이무기)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처녀가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졌는데, 이 때 사룡이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낼 수 없어 대신 자신이 괴물을 죽이겠다고 나섰습니다.
사룡은 처녀와 헤어지면서 자신이 성공하면 배에 흰 깃발을 달고 돌아올 것이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고 돌아올 것이라는 언질을 줬습니다.
사룡이 괴물을 퇴치하러 떠난 지 100일이 되는 날, 사룡을 태운 배가 돌아왔는데 붉은 깃발을 달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처녀는 사룡이 죽은 줄 알고 무사귀환을 기도하던 절벽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사룡이 괴물과 싸울 때 괴물의 피가 튀어 달아놓은 흰 깃발을 붉게 물들인 바람에 사룡이 죽은 줄 오해한 것이지요.
사룡은 사랑한 님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묻었는데 이듬해 봄 이 무덤에서 처녀를 닮은 나무가 자라더니 여름에 붉은 꽃이 피어났습니다.
배롱나무였습니다.
100일 동안 사룡의 무사생환을 기도하던 처녀의 안타까운 넋이 꽃으로 피었다는 전설입니다.
100일 동안 붉게 핀다고 해서 백일홍으로 이름 붙인 이유와 유사합니다.
“배롱나무 여행지, 사진 작가들은 여기 꼭 가요”… 여름 출사로 좋은 여행지
낙동강 풍경과 붉은 꽃이 어우러진
달성 하목정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하목정길 56-10에 자리한 하목정(霞鶩亭)은 여름철이면 배롱나무 꽃이 만개하며 진한 붉은 빛으로 물든 정취를 선사한다.
정자 주변을 둘러싼 꽃들이 뿜어내는 색감과, 뒤로 펼쳐지는 낙동강의 풍경이 겹쳐져 사진작가들이 반드시 찾는 여름 출사 명소로 꼽힌다.
특히 이 계절의 하목정은 역사가 깃든 전통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지며,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하목정은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을 넘어, 역사와 건축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이다.
1604년(선조 37)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낙포 이종문(李宗文)이 건립한 이 정자는 원래 그의 제택 사랑채로 지어졌으나, 안채가 사라진 후 정자로 사용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목정’이라는 이름은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이곳에 머물렀던 인연으로 이종문의 장남 이지영에게 하사한 글씨에서 유래했다.
현재 이곳은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하목정의 건축은 조선 중기의 독특한 양식을 잘 보여준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으로 지어졌으며, 우측 온돌방 전후로 각각 누마루와 추가 방을 달아 丁(정)자 형태의 평면을 갖추고 있다.
6칸 규모의 대청은 전면이 시원하게 개방되어 낙동강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온돌방과 대청을 연결하는 들어열개문 덕분에 필요할 때는 8칸 규모의 넓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초익공(初翼工)으로 장식된 기둥과 오량가(五樑架) 구조, 그리고 일반적으로 안으로 오목한 처마 곡선 대신 밖으로 불룩하게 뻗은 ‘방구매기’ 수법은 당시 건축에서 보기 드문 희귀한 특징으로 꼽힌다.
하목정은 건물 자체만으로도 역사와 미학적 가치를 지니지만, 여름에는 배롱나무 꽃이 더해져 그 매력이 배가된다.
정자 주변으로 붉게 핀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돌계단과 마당을 붉게 물들이는 풍경은 사진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곳에서는 전통 건축의 세밀한 디테일을 담은 사진과, 자연 풍경과 어우러진 인물 촬영 모두에 어울리는 다양한 앵글을 찾을 수 있다.
문화재 보호 구역으로 차량 진입이 제한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인근 용암서원이나 공공 주차장을 이용한 뒤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이 덕분에 하목정 주변은 여전히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조용히 풍경을 감상하거나 촬영하기에 적합하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계절의 색채가 어우러진 하목정은 여름철 사진 애호가들에게 ‘놓칠 수 없는 출사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름이 기다려진 이유 배롱나무 전설과 꽃말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배롱나무
배롱나무를 생각하면 옛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처음 배롱나무를 본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 옆에는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이 있다.
고풍스러운 정문 바로 옆 건물에 사무실이 이사를 하게 되었다.
고종이 유년 시절을 보낸 옛 운현궁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에 나는 고무되어있었다.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곳곳에는 옛 운현궁 건물인 양관과 초소, 우물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정원수와 괴석들이 남아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둘러보는 일은 하루 일과 중 행복한 일이었다.
초보운전자였던 내가 힘들게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경비 아저씨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이 선생님 저 꽃 이름 아세요?"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에는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가지 끝마다 붉은 꽃이 피어있었다.
일이 많아 미쳐 보지 못한 꽃이었다.
모른다고 하자 경비 아저씨는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저 꽃이 백일홍입니다.
꽃이 백일 동안이나 피는 귀한 꽃이에요."
으응,
백일홍이라고. 내가 아는 백일홍은 일 년생 화초인데 이 백일홍은 나무가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였지만 경비 아저씨의 호의에 웃음으로 감사를 표하며 사무실로 향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서둘러 백일홍 나무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나무가 목 백일홍이라고 부르는 배롱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롱나무는 붉은 꽃도 아름답지만 줄기와 가지가 더욱 아름다운 나무이다.
그렇게 배롱나무를 알게 된 후 수시로 그 배롱나무 아래에서 서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배롱나무 옆 돌 위에 올라 보면 돌담 너머 운현궁 사랑채인 노안당(老安堂) 건물 현판이 보인다.
그 현판 글씨가 추사 선생의 친필이기 때문이었다.
대원군이 심었을지 모르는 배롱나무는 갑작스럽게 생긴 주차장으로 원치 않는 자동차 매연에 신음하고, 구한말 한때 실권자였던 대원군의 사랑방인 노안당은 적막에 잠겨있어 배롱나무를 볼 때마다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나라도 차를 가지고 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했었다.
누군가가 베어내지 않았다면 지금쯤 덕성여대 정문 안 교직원을 위한 주차장 옆에 배롱나무 꽃은 붉게 피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배롱나무는 귀한 꽃이었다.
배롱나무꽃을 보려면 유서 깊은 사찰이나 고궁을 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배롱나무는 너무 흔해서 탈이다.
심지어 길가 가로수로 배롱나무를 심은 곳도 있다.
아름다운 배롱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귀한 대접을 받던 나무가 천대를 받는 것 같아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배롱나무가 몇 그루 있다.
가까운 공원에도 아주 많이 있다.
멀리서 보면 한 무더기 붉은 꽃송이로 보이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배롱나무꽃은 수많은 꽃송이들의 집합이다.
꽃 잎 끝자락 고운 주름은 너무 아름답다.
배롱나무꽃은 여름부터 모든 곡식이 익는 가을까지 핀다고 하여 목백일홍이라고 불렀다.
또 배롱나무를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르는 데 배롱나무 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배롱나무는 사찰이나 서원에 주로 심었었다.
사찰에 심은 이유는 배롱나무가 껍질을 벗고 속살을 드러내는 것처럼 스님들 역시 속세의 묵은 때를 벗고 수행정진에 힘쓰라는 뜻이며, 서원에 심은 이유는 배롱나무가 청렴을 상징하기 때문에 장차 관직에 나가 청렴한 관리가 되라는 깊은 뜻이 숨어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배롱나무는 충직한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배롱나무를 심은 사람이 죽으면, 붉은 꽃 대신 마치 소복을 입은 것처럼 흰 꽃이 무려 3년 동안 핀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렇듯 충직과 기개 그리고 부귀의 상징이었던 배롱나무를 사대부들은 정원에 심어 곁에 두고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귀한 나무였다.
그러나 사대부들이 사랑한 배롱나무는 민간에서는 전혀 대접을 받지 못했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저금 타는 낭’이라며 무덤에 심는 나무라는 생각에 집안에 절대로 심지 않았다.
그것은 배롱나무의 껍질 때문인데, 회색의 매끄러운 배롱나무 껍질은 살과 피부가 없는 뼈와 같고 빨간 꽃은 핏물 같아 죽음을 연상하는 불길한 꽃이라는 속설 때문이었다.
또 남부 지방에서 귀신을 쫓는 나무라며 무덤 주변에 심는 풍속이 있었다.
같은 나무를 두고 이렇게 정반대의 속설이 생긴 것은 사대부들의 농간이라고 한다면 논리의 비약이 지나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귀히 여기는 나무를 일반 백성들이 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능소화처럼 말이다.
배롱나무(crape myrtle)
중국이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쌍떡잎식물 도금양목 부처꽃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학명은 Lagerstroemia indica이다.
다 자랐을 때 높이는 약 5m에 이르며, 줄기는 곧게 자라지 않고 굽어지면서 자라는 특징이 있다.
꽃의 개화기가 백일 가까이 되어 백일홍 나무라고 하며,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즈름 나무 또는 간지럼 나무라고 부르는 데,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어서 잎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원래 배롱나무 잎은 미세한 진동에도 잘 움직인다고 한다.
왼쪽 사진은 통도사 입구에 있는
배롱나무이다.
특히 배롱나무 줄기의 연갈색의 껍질은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얇게 벗어져 떨어지면서 그 자리에 흰색의 무늬가 생긴다.
나무껍질이 벗겨지고 없는 배롱나무 줄기는 아주 매끄러워 '원숭이도 미끄러져 떨어질 수 있는 나무'라고도 부른다.
타원형의 잎은 마주나고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며 길이 2.5∼7cm, 나비 2∼3cm이다.
겉면에 윤이 나고 뒷면에는 잎맥에 털이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양성화로서 7∼9월에 붉은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원추 꽃차례로 달린다.
꽃차례는 길이 10∼20cm, 지름 3∼4cm이다.
꽃잎은 꽃받침과 더불어 6개로 갈라지고 주름이 많다.
수술은 30∼40개로서 가장자리의 6개가 길고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삭과(蒴果)로서 타원형이며 10월에 익는다.
보통 6실이지만 7∼8실인 것도 있다.
꽃은 분홍에 가까운 붉은색이 가장 많고 드물게 흰색과 붉은 보라색 꽃이 있다.
희 배롱나무(for. alba)는 붉은 배롱나무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이 흰 배롱나무를 목동 고등학교에서 보았는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고고하게 피어있는 새하얀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배롱나무 번식
실생이나 휘묻이 또는 포기 나누기, 물꽂이와 삽목으로 한다.
실생은 가을에 종자를 채취하여 땅에 묻어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한다.
남부 지방에서는 자연 발아도 잘 된다.
파동 묘는 발육이 빨라 2~3년에 1m
이상 자란다.
삽목은 이른 봄 싹트기 전에 지난해 자란 굵은 가지를 15~20cm 길이로 잘라 1/3 정도 밭이나 진흙에 꽂아두었다 뿌리를 내리면 그대로 두고 키우다 이듬해 봄에 이식하면 된다.
재배방법
배롱나무는 햇볕이 잘 들고 배수가 좋은 부식질이 많은 비옥한 사질 양토에서 잘 자란다.
옮겨 심는 적기는 봄에 잎이 싹트기 전과 꽃이 모두 진 10월~11월이 좋다.
심기 전 구덩이를 뿌리보다 더 크게 파고 퇴비나 부엽토를 많이 넣고 심는다.
바람이 통하지 않거나 비료가 부족하면 꽃이 잘 피지 않으므로, 겨울에 소똥이나 계분, 퇴비 등을 뿌리 주위에
듬뿍 주면 좋다.
자료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배롱나무 [crape myrtl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배롱나무 전설
오랜 옛날 어느 바닷가 마을에 마을에 사는 사룡과 소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섬에 사는 이무기가 두 사람의 사랑을 질투를 하자 사룡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이무기와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사룡은 싸움에 나가기 전 소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이무기가 사는 섬으로 떠났다.
“내가 이무기와 싸워서 지면 뱃전에 붉은 깃발을 걸고, 이기면 흰 깃발을 걸고 돌아오겠소”
사룡이 섬으로 떠난 뒤 소녀는 바닷가 절벽 위에 앉아 사룡의 배가 무사귀환을 기도했다.
며칠 뒤 절벽 위 소녀의 눈에 저만치서 사룡의 배가 나타났다.
반가운 마음에 깃발을 보니 이게 웬일인가? 뱃전에 붉은 깃발이 매달려 있었다.
이무기와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한 소녀는 절벽 위에서 바다로 몸을 날리고 말았다.
잠시 후 사룡이 탄 배가 바닷가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의 배가 도착했을 때 소녀는 이미 바다에 빠져 죽은 뒤였다.
자신이 이기고 돌아왔는데 소녀가 왜 절벽에서 떨어졌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사룡은 너무나 슬펐다.
그러다 사룡은 자신의 뱃전에 붉은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녀가 죽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분명 자신은 흰 깃발을 매달았는데 사룡이 찌른 칼에 찔려 이무기가 몸부림을 치면서 그 피가 흰 깃발을 물들였다는 것을....
사룡은 슬퍼하며 소녀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다.
이듬해 봄 소녀의 무덤에서는 소녀를 닮은 나무가 솟아나 자라더니 여름이 되자 붉은 꽃이 피었다.
그 나무가 바로 배롱나무이다.
배롱나무 꽃말은 '부귀',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이다.
흰 배롱나무 꽃말은 '수다스러움', '웅변', '꿈', '행복'이다.
당 현종이 양귀비보다 더 사랑한 꽃, 배롱나무
-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yil2078@hanmail.net
[우리문화신문=글ㆍ사진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배롱나무[학명: Lagerstroemia indica L.]는 부처꽃과의 ‘넓은 잎 낙엽 떨기로 키가 작은 나무’다.
영명은 ‘Crape Myrtle’이고, ‘Indian Llilac’이라고도 한다.
흰배롱나무(for. alba)는 흰색 꽃이 핀다.
꽃이 100일 동안 오래 피어서 목백일홍(木百日紅), 백일홍나무라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 송이 꽃의 수명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여름 내내 몇 달씩 장마와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꽃이 피어서 그런 이름을 얻은 듯하다.
이런 예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꽃은 수명이 짧은 것으로 여기는데 천일홍(千日紅)이니
만수국(萬壽菊)이라고 하는 이름에서 졸 수 있듯이 꽃이 오래도록 피어 있어서 신기하게만 보여서 꽃 이름이 된듯하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식물의 매끄러운 줄기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던지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파양수(怕痒樹)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것은 ‘매끄러운 줄기를 긁어주면 모든 나무 가지가 흔들리면서 간지럼을 타므로 파양수(怕痒樹)라 한다.
’라고 《군방보》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또 매끄러운 줄기가
너무나도 미끄러워서 나무타기의 명수인 원숭이도 미끄러져 떨어지는 나무라 하여 ‘사루스베리’라고 부른다.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심어진 역사는 오래되었으므로 곳에 따라서는 재미있는 이름도 얻고 있다.
충청도에서는 「간지럼나무」라 하여 중국명 파양수를 우리말로 이름 붙였는가 하면 제주도에서도 「저금타는 낭」 곧 간지럼 타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배롱나무를 중국에서는 옛날 당나라 때부터 각 성(省)의 관아에 많이 심었다고 하며 당 현종은 배롱나무를 양귀비(楊貴妃)보다 더 사랑하였다고 한다.
이 점을 강희안도 그의 책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밝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천연기념물 168호인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수령 8백 년 된 양정동의 배롱나무 노거수다.
이 나무는 고려 중엽 때 안일호장(安逸戶長)을 지낸 동래 정씨의 시조인 정문도공(鄭文道公)의 무덤 앞 동쪽과 서쪽에 심었던 것인데 그것이 자라나서 지금은 키가 8.3m, 8.6m에 가슴둘레가 무려 3.9m와 4.1m씩
된다.
배롱나무가 옛터의 명성을 잃지 않는 곳이 여럿 있다.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 문인들의 정자가 밀집해 있는 광주천의 옛 이름은 배롱나무 개울이라는 뜻의 자미탄(紫薇灘)이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담양 후산리 명옥헌에는 키 4~10여 미터, 줄기 둘레 30~150센티미터의 고목 100여 그루가 모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롱나무 숲을 만들고 있다.
그밖에도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경주 서출지 등도 배롱나무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민속에서 배롱나무를 꺼린 가장 심한 경우를 제주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배롱나무를 앞서 말했듯이 ‘저금타는 낭’이라 하여 무덤에 심는 나무라고 여겨 집안에는 절대로 심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배롱나무의 껍질이 매끄럽고 회색이므로 나무의 껍질(흔히 갈색이고 우둘투둘한 것)이 없는 것으로
착각하여 살이나 피부가 없는 뼈로 상징하고 빨간 꽃이 피는 것을 핏물로 생각하여 죽음을 연상하므로 불길하다고 집안에는 심지 않게 되었다.
또 남부지역에서는 귀신을 쫓는다고 하여 무덤 주변에 흔히 심는 풍속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일명 자줏빛 꽃이 핀다는 뜻으로 자미화(紫薇花)라고도 하여 무척 사랑한 것은 물론 이 꽃이 많이 피는 성읍을 자미성(紫薇省)이라고 이름 붙였을 정도며 시가(詩歌)에도 읊조릴 정도였다.
나라와 민족이 다르면 그들의 기호와 풍속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배롱나무에서 다시 깨닫게 된다.
한방에서는 자미화(紫薇花), 백일홍(百日紅), 만당홍(滿堂紅)이라 하여 약재로 활용한다.
흔히 정원이나 공원 등에 심어 꽃을 즐기기도 한다.
꽃말은 ‘부귀, 수다스러움, 웅변, 꿈, 행복,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다.
배롱나무는 불법(佛法) 신앙의 육불(六不)에 견주기도 한다.
육불 이란 삶(生)과 멸(滅), 더러움(垢)과 깨끗함(淨), 불어남(增)과 줄음(減)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다.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은 백일동안 꽃이 피는 배롱나무를 한편 시로 읊었다.
昨夕一花衰 어제저녁에 꽃 한 송이 떨어지고
今朝一花開 오늘 아침에 한 송이가 피어.
相看一百日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
對爾好衡杯 너를 대하여 좋게 한잔하리라.
도종환 시인은 시 〈백일홍〉에서 다음처럼 노래한다.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 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시인의 관찰력은 정확하다.
꽃 하나하나가 이어달리기로 피기 때문에 100일 동안 핀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지 끝마다 원뿔 모양의 꽃대를 뻗고 굵은 콩알만 한 꽃봉오리가 매달려 꽃을 피울 차례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아래서부터 꽃봉오리가 벌어지면서 꽃이 피어 올라간다.
대부분 꽃은 꽃대마다 거의 동시에
피는 경향이 있으나 배롱나무꽃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꽃이 피는 데 몇 달이 걸린다.
꽃잎은 모두 오글쪼글 주름이 잡혀 있다.
이글거리는 여름 태양도 주름을 펴주지는 못한다.
주름 꽃잎은 배롱나무만의 특허품이다.
배롱나무에도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남해안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는 해룡(海龍)이 파도를 일으켜 배를 뒤집어 버리는 심술을 막기 위해 해마다
처녀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그해에도 뽑힌 처녀는 바닷가 바위에서 해룡이 데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마을에 온 왕자님은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처녀 대신 바위에 앉아 있다가 용을 퇴치한다.
왕자는 처녀와 사랑에 빠졌지만 마침 출몰한 왜구를 퇴치하기 위하여 100일 뒤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마을을 떠나 버린다.
매일 먼 바다를 바라보며 왕자를 기다리던 처녀는 그만 깊은 병이 들어 100일을 다 기다리지 못하고 죽고 만다.
돌아온 왕자는 그녀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돌아갔다.
이듬해 무덤 위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더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치 왕자를 기다리듯 매일 조금씩 피는 꽃이 100일을 넘겨 이어지므로, 사람들은 이 나무를 백일홍나무라 부르게 되었다.
중국 원산의 배롱나무는 높이 약 5m로 구불구불 굽어져 자란다.
나무껍질은 옅은 갈색으로 매끄러우며 얇게 벗겨지면서 흰색의 무늬가 생긴다.
타원형의 잎은 마주나고 잎은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며 길이 2.5∼7cm, 나비 2∼3cm이다.
겉면에 윤이 나고 뒷면에는 잎맥에 털이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7∼9월에 붉은색으로 핀다.
꽃차례는 길이 10∼20cm, 지름 3∼4cm이다.
꽃잎은 꽃받침과 더불어 6개로 갈라지고 주름이 많다.
수술은 30∼40개로서 가장자리의 6개가 길고 암술은 1개이다.
산천초목이 모두 초록 세상이라 배롱나무꽃은 한층 더 돋보인다.
열매는 삭과(蒴果,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고 각
칸에 많은 씨가 든 열매)로서 타원형이며 10월에 익는다.
배롱나무는 가벼운 상처에서 약간의 피가 흐를 때 지혈(止血)을 하고 부은 종기나 상처를 치료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준다고 한다.
효과가 있는 질환으로는 월경과다, 산후에 출혈이 멎지 않는 증세, 대하증, 설사, 장염 등이다.
꽃이 완전히 피었을 때 햇볕에 말린 약재를 1회에 2~4g씩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외상으로 인한 출혈을 멈추게 할 때는 말린 약재를 가루로 빻아 상처에 뿌리거나 생꽃을 찧어서 붙인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