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센 지도자? '가짜 리더'에 속지 말라

2020년 미국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이 똑같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소환한 지도자가 있습니다.

허버트 후버(1874~1964) 31대 대통령입니다.
현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도전한 조 바이든은 “트럼프는 후버 다음으로 많은 재정적자를 양산한 대통령이라고 공격했고, 트럼프는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단 한 명의 대통령이 후버인데, 바이든은 우리 시대의 후버가 될 것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대공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무능의 대명사’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불리게 된 후버(재임기간 1929.3~1933.3)는 취임 전까지만 해도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자 유능한 행정가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식량청장을 맡아 국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했고, 상무장관 재임시절 ‘후버 댐’을 건설하는 등 뛰어난 행정수완을 발휘했습니다.

그의 불행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몇 달 뒤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미국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었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경시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튼튼하며, 불경기는 2개월이면 끝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대공황에 짓눌린 참전 군인들이 보조금의 조기 지원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탱크와 병력을 동원해 진압한 것은 결정적인 악수(惡手)였습니다.
후버는 국민의 고통을 함께 느끼지 못하는 ‘공감능력 낙제점’ 지도자로 역사에 각인됐습니다.

덴마크의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크리스티안 그뢰스는 최근 국내 출간된 책 <나는 내 상사가 대장이면 좋겠다(자음과모음 출간, 원제: I Wish My Boss Was a Chief)>에서 “위기상황에서 종종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리더들이 선택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들은 장기적 성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지도자는 타인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여기며, 자기의 이익 외에는 관심이 없어 공동체를 희생시킨다.

두 저자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대안은 ‘경청하고 공감하며 포용하는 리더’입니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리더가 지배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보다 결코 덜 유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혁신적 사고로 활기를 띠는 조직을 만들어 내는 데 꼭 필요한 존재다.
이들은 리더의 이상적인 모습을 원시공동체를 평등하고 자유롭게 이끌었던 족장에게서 찾습니다.
원시부족사회 시절 족장은 자신을 내려놓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으며, 1인체제를 확보하려고 할 때 공동체의 견제를 받았답니다.

인류학자 클라스트르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조직의 위계에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족장의 리더십이 힘이나 명령, 잔혹함이 아니라 관대함과 배려, 포용력을 통해 형성된 이유입니다.
“족장은 겸손과 자기절제, 조화와 영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그 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미국의 저비용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르디스크와 덴마크디자인센터 등은 이런 ‘족장 리더십’을 시스템으로 내재화한 기업들입니다.
“권력이란 단지 빌려 쓰는 특권이며, 나눈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해진다.
그럴 때 진정한 공동의 힘과 자발적인 동참이 생긴다.
누군가가 따라줘야 비로소 리더가 되는 것이며, 리더십은 결코 원맨쇼가 아니다.

족장형 리더와 나쁜 리더의 가장 큰 차이는 질문하는 태도에 있답니다.
족장형 리더는 진심으로 궁금하기 때문에 질문하는 반면, 나쁜 리더는 질문 속에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심이 먼저 드러난다.
여러분의 리더는 현장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통제하기 위해 묻는가,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묻는가?
여러분은 의문이나 걱정, 과감한 아이디어, 비정형적인 해결책을 리더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경제사회연구원 이사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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